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
(법무법인 한결)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법무법인 한결)로부터 현장에서 느낀 경험을 토대로 수사와 재판을 잘 받는 법에 대해 소개한다.
갑자기 아는 한의사 한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허위진료청구 사기혐의 관련 집행유예실형이 확정된 후 보건복지부로부터 한의사 면허취소 처분 사전통지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자신은 집행유예 확정 후 면허취소 되는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면허취소 기간도 3년이다.
판결문과 수사재판 기록을 받아보니 허위진료 청구관련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사기 금액 전액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변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기죄로 기소돼 형사처벌, 그것도 집행유예 실형이 선고됐다.
문제는 집행유예형이 확정되면 한의사 면허가 취소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변호사도 이와 관련 검찰, 법원에서 변론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아니 형 선고와 관련 한의사가 어떠한 행정처분을 받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모양이다. 의료법,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행정처분기준 관련 보건복지부령에 대한 사전검토도 설명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항소가 기각된 후에도 상고조차 하지 않았다. 법에 의해 보건복지부(의료자원정책과)로부터 한의사 면허취소 사전통보를 받고 보니 정신이 몽롱해졌다는 것이다.
한의원 근무 간호조무사 등 직원들의 생계문제, 퇴직금문제, 한의원 폐원문제, 대출융자금문제 등 이것저것 고민이 많아졌다. 취소처분을 감면받을 방법은 없을까. 취소처분을 연기할 방법은 없을까.
취소 처분을 받으면 3년간 어떻게 해야 할까. 온갖 고민에 식욕도 없어지고 밤잠도 못 이룬다는 것이다.
필자에게 하소연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의료법에는 제8조 제4호 및 65조 1항 1호의 행정처분을 받을 경우 면허취소를 해야 한다는 강행의무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에 병원사정 이야기를 해 취소시점을 연기하는 방법밖에 없다.
면허취소처분 집행정지 행정처분, 취소처분 취소행정소송도 생각해 보았지만 법에 취소강행 의무규정으로 돼 있어 어렵다.
폐원 후 양도를 하는 방법도 생각해보라고 했다. 양도를 하는 경우 폐원 당시 한의원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지 관계도 검토해 보라고 했다.
아쉬운 것은 왜 처음부터 적발 당시에 이러한 취소처분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을 몰랐냐는 것이다. 변호사 역시 왜 의뢰인인 해당 한의사에게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허위청구 적발 시 면허취소, 주의
의료인이라면 당연히 면허취소, 정지 관련 의료법을 살펴보아야 한다. 허위청구 관련 의혹이 뒤따르더라도 적발 시 이러한 행정처분이 뒤따른다는 것을 예상한다면 과연 허위청구를 할 수 있을까.
‘원장님 다른 한의원에서는 허위부당청구 다 하는데 원장님은 왜 하지 않으세요? 경기도 어려운데 하셔도 적발되지 않습니다, 다 그렇게 합니다’라는 사탕발림 유혹에 넘어가 허위청구를 한 것이 면허취소라는 처분을 받게 됐다.
통상 사기죄의 경우 피해자에게 사기편취 금액을 모두 변상하면 초범이고 반성하면 벌금형으로 감액되기도 한다.
애초 검찰 단계부터 변호사는 이러한 변론을 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있다.
집행유예와 벌금, 집행유예와 선고유예, 벌금 구약식과 기소는 행정처분 정도에 있어 많은 차이가 있다.
더욱이 한의원에 생계가 달린 조무사 등 많은 종사자들의 생계가 달린 경우에는 검찰과 법원에 읍소할 필요도 있다.
왜냐하면 검찰과 법관은 의료법상의 면허취소와 정지 등 행정처분은 선고형량과 별개라고 생각하고 이를 감안하지 않은 채 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면허 취소 기간은 3년
의료법상 면허취소 기간도 허위청구의 경우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확정되면 취소기간이 3년으로 못 박아 있는 것도 문제다.
법은 어느 정도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허위청구관련 초범이고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경우 청구금액을 모두 변상한 경우에는 취소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하거나 3년 이내로 함으로써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한의사의 경우 면허는 생계와 직결돼 있다. 갑자기 면허취소로 생계가 끊어진 경우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대체생계수단도 없다. 3년이 지나 다시 한의원을 개설해도 자리잡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한 순간의 허위 부당청구 유혹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 필자는 해당 한의사에게 고민이 생기면 늘 어려워하지 말고 전화하라고 했다.
변호사는 법률전문가 이전에 마음의 치료사가 돼야 한다. 대한한의사협회에 한의사 고충상담 처리센터가 개설됐으면 한다. 마음의 병을 치료해 줄, 늘 대화와 소통창구가 되어줄 그런 센터 말이다.
많이 본 뉴스
- 1 첩약건강보험 ‘조건에 따라 원점 재검토’ 찬성 ‘63.25%’
- 2 국가보훈부 “한의원, ‘보훈위탁병원’으로 지정한다”
- 3 “한의사 주치의제 도입 통해 일차의료 강화해야”
- 4 “피부미용 전문가는 양방 일반의가 아닌 한의사!!”
- 5 한의 레지스트리에서 침도·두개천골까지…인지장애 대응 기반 고도화
- 6 “침 치료, 허혈성 심질환 노인 환자 사망률 5년 낮춰”
- 7 원성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2025 한의혜민대상’ 수상
- 8 가천대 길한방병원, ‘전인 케어·통합암치료 결합 호스피스’ 본격 시동
- 9 “내년은 K-medi 도약의 해”…국회·정부, ‘미래 한의학 동행’ 선언
- 10 한평원 '2025 평가인증' 통과 대학들이 밝힌 실전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