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 간 교류도 만점…학업 증진 위해 선배들 기부 행렬
세명대학교 김이화 한의과대학장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전국 11개 한의대·1개 한의전 학(원)장에게 한의학 교육의 현주소와 각 대학의 발전 방향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호에서는 김이화 세명대 한의대 학장에게 미래 한의학교육의 방향성을 들어봤다.
Q. 학장을 역임한지 2년이 넘었다.
2019년부터 세명대 한의대 학장을 맡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개강과 동시에 학생들의 활기가 캠퍼스를 가득 메워 에너지가 넘쳤으나, 현재는 개강을 해도 북적거리는 캠퍼스를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이에 올해는 졸업생들과의 연계를 통해 재학생들의 향후 취업 및 진로를 위한 연결고리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Q. 취임 이후 계획했던 사업들의 진행 과정은?
2019년도에는 다양한 임상술기 시뮬레이션을 체험할 수 있는 ‘한의임상술기센터’를 개관해 학생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았으며, 또한 전국 최초로 제2주기 한의학교육평가인증에서 최우수(모범)대학 인증을 획득했다.
2020년도에는 교육부가 시행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산업’의 일환으로 바이오산업 한방 정밀의료 분야에 공동 참여해 전국에서 최초로 ‘충북 K-한방정밀의료포럼’을 개최하는 성과를 거뒀다.
각각의 이슈들에 있어 ‘최초’라는 점에 포커스를 둘 수도 있겠지만, 최초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역량들을 이끌어 내 한의대 발전과 한의학의 저변 확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진행했던 교육 사업들이 조금씩 성과를 보이는 것 같다.
금년도에는 한의학관 내에 △빅데이터 인공지능 실습센터 △한방정밀의료 실습실 △CBT 실습실 등을 구축해 학생들의 현장 적응능력을 더욱 향상시키고자 한다.
Q. 한의학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20년도에 교육부가 주관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RIS)’에 충북 참여대학으로 선정됐다. RIS사업은 지역균형발전을 목적으로 대학과 지역이 협력관계를 형성해 우수 인재를 육성하는 사업으로 세명대 한의대는 바이오산업 분야 중 한방정밀의료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한방정밀의료란 유전정보, 생활습관 등 개인 건강정보를 토대로 최적화된 진단 및 치료를 적용하는 새로운 헬스케어 패러다임에 한의학을 접목시킨 것이다. 한의학적 진단에 활용 가능한 △유전체 정보 △맥의 상태 △맥박 수 △얼굴색 △혀의 상태 등의 진료정보와 △체형 △걸음걸이 △땀 △대소변 상태 등의 생활습관 정보를 수집하고, 빅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개인에게 한의학적으로 최적의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에 우리 대학은 한방의료의 유효성 및 안전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한방의료 정보들에 대한 표준화를 진행하고, 데이터 인공지능 기술과의 접목을 통한 디지털 전환을 활발하게 추진할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한의학과 정밀의료를 접목시킨 한방정밀의료 산업을 시행 중인 곳은 거의 없는 실정으로, 세명대 한의대가 전국 최초로 한방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우수 인력 양성 및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Q. 코로나19로 수업 환경에 어떤 변화가 있는가?
작년부터 이어진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비대면 수업을 빠르게 도입했다. 대면수업을 해오던 학생들이 비대면 수업에 대한 생소함에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한 학기가 지나고부터 비대면 수업에 대한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우리 대학은 임상술기센터를 도입해 CPX, OSCE 교육을 실시하고, 녹화를 통해 평가한다. 교수들은 인터넷을 통해 학생들의 실기시험을 평가할 수 있고, 학생들은 개인의 실습시험 녹화내용을 언제 어디서나 다시 볼 수 있으며, 교수들과의 상담을 통해 교정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점들만 봐도 장·단점이 명확하다. 학생들은 녹화된 강의내용을 통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반복학습 할 수 있으며, 이동거리를 최소화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교수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코로나19 이전보다 학생들의 평균성적이 저하됐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실습의 경우는 대면으로 시행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교육이 효율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고려해봐야 함은 분명하다. 이는 향후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다.
Q. 코로나19 이후 세명대 한의대의 교육 방향은?
한의학 교육이 2주기 평가로 인해 과거의 교육방식에서 많이 탈피했다고 생각했으나 여전히 강의실에 모여 수업을 듣는 전통적인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전환의 계기를 맞아 강의실이라는 공간적 제한뿐만 아니라 시간적 제한을 초월하는 ‘메타버스’의 시대가 도래했고, 이에 발맞춰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메타버스 교육콘텐츠란 교수와 학생들이 같이 접속해 가상환경에서 학습자 주도적으로 실습을 진행할 수 있고, 동기들이 진행하는 내용을 참고할 수 있는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것을 의미한다.
특히 교수는 학생들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의 수업 참여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고, 학생들은 수업 이해도 증진을 위해 교수에게 질문과 지도를 그 즉시 요청할 수 있어 학업 성취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세명대는 비대면 스튜디오, 영상편집실, AR 및 VR 체험실 등을 구축하고 있으며, 향후 경혈학, 해부학 실습 등은 XR(확장현실)을 통해 교육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또한 한의과대학은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강의실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시험방식도 CBT실 구축에 따라 점차 온라인 시험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Q.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주된 질문은 ‘본인이 과연 성공한 한의사가 될 수 있을까?’이다. 결국은 한의대를 졸업하고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큰 것이다. 성적, 교우관계도 중요하지만 본연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것, 이러한 점들은 긍정적으로 판단된다.
세명대 한의대는 교수와 학생간의 교류가 매우 활발한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동아리 활동이나 책임지도교수제 등 여러 활동들을 통해 교수와 학생간의 유대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이는 졸업생들과의 관계로까지 이어진다. 졸업생들은 특강을 통해 자신의 학창시절 생활, 한의사로서의 생활 등을 생생하게 이야기해주고 질의응답까지 받으면서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릴레이 장학금 기부를 통해 후배들이 학업에 정진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기부를 받은 후배들이 사회에 진출해 자신이 받았던 장학금보다 더 큰 기부를 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세명대 한의대의 전통이자 자랑이라 생각한다.
Q. 남기고 싶은 말은?
앞으로의 미래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들로 변모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다양한 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기술의 융합을 특징으로 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의학뿐만 아니라 한의학 관련 정보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한의학 연구에서 빅데이터는 질병의 특성을 규명하고, 특정 질환의 위험 인자를 확인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한의대도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 4차 산업,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이 키워드로 자리매김하는 현실이 코로나19로 인해 가까워지고 있다. 기존의 전공과목들을 바탕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문제 상황과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 인적 네트워크 형성, 정보통신을 활용한 지식생산 등의 교육이 필요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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