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 제증명수수료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한의협, 의협, 병협, 치협 등 의료 4개 단체는 지난 4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비급여 진료비 신고 의무화 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는 비급여 진료에 의존하지 않고는 의료기관 운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고질적인 저수가 문제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 노출과 의료기관의 행정력 추가 부담으로 이어지는 비급여 보고 의무화 정책을 강행하면 의료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가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가운데 대한한의사협회 홍주의 회장이 지난 12일 별도로 ‘한의과 비급여 목록 고시’와 ‘한의 비급여 실손보험 보장’을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개최한 것은 그만큼 정부의 의료 정책이 큰 모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홍 회장은 비급여 진료비용 및 현황 조사 공개를 의원급까지 확대·강화하려는 것은 의료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의료를 강제하려는 전근대적인 발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한의과의 경우는 비급여 진료비용 보고를 의무화하기 전에 한의 비급여의 구체적인 행위 목록부터 명확히 정비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가령 큰 테두리에서 ‘한방물리요법’이라는 비급여 목록은 존재하나 실제 한방물리요법의 범주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경근간섭저주파요법(ICT), 경피전기자극요법(TENS) 등 대부분의 한의 물리요법 항목들이 세부적으로 목록화 돼 있지 못하다.
비단 한방물리요법 뿐만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한의과 비급여 진료 항목이 구체적인 목록으로 정비되고, 고시되지 못함으로써 한의과의 상당수 비급여 진료가 실손보험의 보장 항목에서 제외돼 있다.
실제 지난 2009년에 실손보험과 관련한 표준약관 개정 시에 실손보험의 보장 항목에서 한의 비급여 진료 분야가 제외됨으로써 실손보험 가입자 대부분이 실질적인 한의과 비급여에 대한 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의료 소비자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소중한 권리인 의료 선택권을 직·간접적으로 제한받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급여의 보고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기 이전에 한의 비급여의 명확한 목록화와 고시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 문제가 해결돼야 비급여 관리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비급여 고지, 공개, 설명, 보고 등의 제도에 충실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