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단일협약’에서 ‘대마초 및 대마초 수지’ 삭제
의료대마운동본부 "한의사 사용 확대 등 법 개정 시급"
UN 산하 마약위원회가 60년 만에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하면서 대마 사용 확대의 물꼬가 트였다. 특히 의료용 대마 사용 확대에 대한 요구가 거센 가운데 국내 관계법령이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UN 마약위원회는 지난 2일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대마초'와 '대마초 수지'를 헤로인·아편·코카인 등과 같은 범주인 마약에서 제외하는 투표를 진행했다. 한국을 포함한 53개 회원국이 참여한 투표에서 찬성이 27표로 과반수가 나와 WHO의 권고가 받아들여졌다.
WHO 약물의존성 전문가위원회는 그동안 대마초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시행해 왔다. 이들에 따르면 대마초는 △화학요법(항암치료)으로 인한 메스꺼움 및 구토 △통증 △수면장애 △다발성경화증과 관련된 뇌전증 및 경련 등의 질병 치료 효과에 과학적인 증거가 충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마에 함유된 CBD는 의존성을 나타내지 않아 남용 위험성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UN이 대마 등급을 조정하면서 협약에 가입돼 있는 우리나라도 ▷농업법 ▷식품위생법 ▷마약류 관리법 등 대마 관련 40여 개의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협약 가입국들은 그동안 대마를 향정신성물질로 분류해 거래는 물론, 재배, 판매, 흡연 등을 법적으로 금지해 왔기 때문이다.
◇대마, 문명 이후 사용된 생약
UN 마약위원회에 공식서한을 제출했던 한국의료대마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 측은 "아시아에는 별로 없지만, UN 경제사회이사회 협의지위에 있는 비정부기구와 함께 꾸준히 노력해 온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운동본부는 국내 의료용 대마법을 통과시킨 민간 싱크탱크다.
이들은 서한에서 “대마는 문명이 시작된 이래 사용된 생약이었다”며 “대마 처방에 대한 전통 약전에서의 기록은 ‘아유르베다 약전’, ‘지중해 약전’을 비롯해 중국 전통 약전인 ‘신농본초경’과 러시아의 생약 약전, 중앙아시아의 약전에도 기록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운동본부 측은 "탄자니아의 전통적인 의료인은 통증 치료를 위해 대마 추출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에서 전통적인 생약으로써 의료 목적으로 사용돼 왔으며, 아시아 국가에서도 식품은 물론 생약으로서 사용해 왔다"는 1997년 WHO의 보고도 인용했다고 한다. 대마 및 대마 파생물이 불안,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녹내장, 가려움증, 천식, ADHD, 크론병, 뇌전증을 앓고 있는 전 세계 많은 시민들에게 유용한 것으로 입증됐고 지속적인 신경학적 통증을 완화시키는데 효과적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운동본부는 또 "역설적으로 WHO의 증거기반 결과에 반대하는 국가는 대마가 쓰일 수 있는 질병을 치료할 약물이 부족한 국가들"이라며 "WHO의 권고에 반대하는 유라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의 국가들은 자신들의 전통적인 처방을 무시하고 자신의 문화, 유산, 역사 및 경제 발전을 동시에 무시함으로써 스스로의 주권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대마 전초 처방, 한의사 역할”
강성석 운동본부 대표는 이번 등급 조정과 관련해 "이전 WHO의 권고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는데 이 권고를 결국 유엔에서도 채택한 것"이라며 "이번에 바뀐 내용을 보면 '대마초 수지'라고 명시했는데, 성분에 대한 것도 아니라 대마초 자체에 대한 합법이 진행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도 WHO 권고와 UN 결정에 발 맞춰 대마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며 "한국에서는 전초 처방이 한의사의 역할인 만큼 이와 관련해 다각적으로 논의를 진행해 나가고 싶다. 환자와 환자가족을 위한 정책이라면 운동본부는 언제든 논의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지난 6월 대한한의사협회와 질병치료와 건강증진 목적의 ‘의료용 대마 사용’ 확대를 위해 긴밀히 협조해 나가기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전통적으로 대마를 이용한 한의약 치료를 시행해 온 한의사들에게 대마 전초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관계 당국에 제출했으며, 2019년 1월에는 ‘의료용 대마 처방 확대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어 “한의사가 환자들에게 대마 성분을 함유한 의약품 등을 처방할 수 있고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관련 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법 제도를 개선해야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운동본부가 한의사의 사용 확대를 주장하는 이유는 의료인들이 의료용 대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편견을 지닌데다 진료 경험에서 오는 두려움으로 인해 의료용 대마처방을 꺼리면서, 정작 환자들의 건강권이 침해받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이 의료용 대마를 기피하다보니 보다 중독성이 심하고, 위험한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하면서 결국 피해는 환자들이 보고 있다는 것이다. 운동본부는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지난 9월 “의료용 대마가 합법화했지만 처방 건수가 극히 적어 의료차별을 받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향후 계획과 관련해 이들은 "올해도 대마 사용 확대와 관련해 세미나나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취소됐고 21대 국회에서는 대마 정책 개선에 대한 관심이 미흡한 것도 문제"라며 "상황에 맞게 비대면으로라도 컨퍼런스나 세미나를 개최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UN 등급 조정사항의 자세한 내용은 운동본부 홈페이지에서 전문 확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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