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모니터링, 한의사 보호하는 객관적 근거 될 것”

기사입력 2020.05.2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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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동준 한약(생약)제제 특화 지역의약품안전센터장(동국대일산한방병원)
    약물 부작용 보고에 대한 인식 개선 중요
    “첩약 포함한 모든 한약으로 확대 기대”

    [편집자 주]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한약(생약)제제 특화 지역의약품안전센터’로 동국대학교 일산한방병원이 선정됐다. 한약(생약)제제에 특화된 지역의약품안전센터는 이번이 처음이라 기대도 크다. 모니터링을 통해 구축될 데이터가 추후 한의사를 보호하는 객관적 근거가 될 것임을 강조한 최동준 한약(생약)제제 특화 지역의약품안전센터장으로부터 이번 선정의 의미와 운영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1. 한약(생약)제제 특화 지역의약품안전센터 지정의 의미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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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동준 한약(생약)제제 특화 지역의약품안전센터장
    (동국대일산한방병원)

    지금까지 우리나라 의약품관련 부작용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서 주관하며, 27개의 지역의약품안전센터가 있다. 27개의 지역의약품안전센터는 주로 양약의 부작용을 보고하고 있으며, 이 27개 지역의약품안전센터에서 보고되는 한약(생약)의 부작용 비율은 약 2%정도로 중국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번에 동국대학교 일산한방병원이 28번째로 지정된 한약(생약) 특화 지역의약품안전센터는 한약의 부작용을 평가하기 위해 한의사가 주관하고 한의사가 평가하는 국내 최초의 한방병원으로서 의미가 있다. 한의사들은 약물을 투여해 원하지 않는 반응이 나타나면 본인이 치료를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콤플렉스가 있다. 반면 양약의 경우 부작용과 투여지침을 확인한 후 제약회사로 확인을 보낸다. 그런 면에서 한의사들은 제약회사의 업무까지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부작용 보고라고 하면 일단은 경계의 눈빛을 가지게 되는 것이 현 실정이다. 저희 병원의 센터에서 한약부작용 사례를 모으면서도 같은 벽을 실감해 왔다. 부작용이라는 단어에서 이미 거부감과 경계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약(생약)제제 특화 지역의약품안전센터는 한의사에 의해 한의사가 평가하고 한약의 이상 반응들을 데이터로 제공할 수 있는 첫 번째 기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 한약(생약)제제 특화 지역의약품안전센터에서는 어떠한 일을 하게 되나?

    2020년 연말까지 한약(생약)제제의 부작용을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기 위해 교육과 홍보를 할 것이며, 이상반응 자료를 수집할 계획이다. 이후 다른 지역 의약품안전센터와 함께 21년부터 23년까지 재계약을 할 예정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추후 한약의 부작용 모니터링 센터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비록 이번 사업은 한약(생약)제제약의 부작용 보고가 주된 대상이지만 이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보고체계를 정비한다면 추후에는 첩약을 포함한 모든 한약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3. 한약(생약)제제 부작용 모니터링으로 기대되는 점은 무엇인가?

    충분한 자료가 축적이 된다면 해당 약제를 투여하면서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훨씬 많아진다. 그 정보는 ‘이런 저런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정도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빈도로 원치 않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지 경고 할 수 있으며, 이런 증상이 한약의 오류가 아니라 자연스런 약제의 반응이나, 개인의 특수성으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한약 먹고 조금만 이상해도, ‘한약이 나한테 안맞다’거나 ‘한의사가 약을 잘 못 지은 것 같다’, ‘한약재가 문제다’라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 항생제는 복용한 뒤 구토하고 설사를 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데, 한약은 변이 약간만 묽어져도 ‘한약으로 인해 생긴 의료사고 아냐?’라고 평가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4. 한약(생약)제제 부작용 모니터링이 활성화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한의사들의 약물반응에 대한 인식 변화다. 약물 부작용 보고는 의료사고도 아니고 잘못을 시인하는 것도 아니다. 양방병원의 경우 한 개 병원이 한 달에 평균 500건 이상을 보고하고 있다. 그렇다고 병원 한군데에서 한 달에 의료사고가 500건이 발생하는 건 아니다. 

    한약처럼 수천년 전부터 써오던 약제는 제형화 할 때도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평가가 면제돼 있다. 일면 당연한 것이지만 그러다보니 정작 한의사가 필요한 데이터도 확보할 수 없게 됐으며, 확보할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하고 살아온 면도 있다. 한약제제 부작용 모니터링은 임상시험에서 얻지 못한 데이터를 실제 임상에서 모으는 작업이므로 한의사와 의료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5. 앞으로의 각오나 바라는 점은?

    일단 동국대학교 일산한방병원 내부부터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고 한다. 부작용의 범위가 투약을 중지할 정도의 반응이 아니라, 목표한 반응 외의 모든 반응을 부작용의 범주에 포함시켜 보고하도록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내부의 인식과 보고체계가 갖춰지면 저희 센터 주위 지역에 홍보를 진행하고, 전국 대학병원과 학회를 통해 홍보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주목할 만한 약제를 선정해 이 약제가 포함된 한약제제의 반응에 대해서 면밀한 평가를 진행하는 작업도 계획하고 있다.


    6. 강조하고 싶은 말은?

    부작용은 예측 가능한 부작용과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이 있다.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은 대부분 환자의 체질적 이상반응이나 개인적 특수성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판단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한약은 예측 가능한 부작용도 데이터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보험약제 중 가미소요산의 부작용을 보면 감초가 포함된 약제로 저칼륨 혈증에 대한 언급만 있다. 저희 병원 지침에서는 월경과다, 임산부, 소화기가 허약한 자에게는 신중히 투여하라고 돼 있는데 이 조차도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다. 

    한약의 부작용은 한의사라면 예측 가능한 부작용도 수없이 많은데 실제로 어느 정도의 빈도로 부작용이 나타나고 어떤 증상이 가장 많은지 등의 자료가 하나도 없다. 단지 약성에 따라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상반응의 자료는 실제 발생상황을 지속적으로 모아 데이터화 할 필요가 있다. 

    어떤 분들은 이런 자료들이 한의사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한의사를 보호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약제를 투약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반응을 미리 알리기는 쉽지 않다. 나타난 뒤에 그럴 수도 있다는 설명은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럴 때 이러한 통계와 보고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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