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 지난 1월 20일이다. 근 70여일이 흐른 현재 코로나는 마스크 착용, 손씻기, 거리두기 등 국민 삶의 일상으로 들어와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언제 완벽히 종료될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사라지지 않는 소규모 집단감염과 유럽내 확진자 및 사망자 수의 지속적인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를 퇴치하기 위해 한의사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정부가 제대로 알아주지도 않고, 지원도 전무함에도 연일 고군분투 중이다.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는 이달 9일부터 23일까지 모두 1866명(초진 602명, 재진 1264명)의 환자를 돌봤다.
투약건수 만도 모두 912건이며, 이는 일평균 61건의 투약이 이뤄진 셈이다. 초진 및 재진 환자 수와 더불어 투약건수도 나날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확진자들이 한의사들의 노력과 한의약의 효용가치를 인정하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같은 높은 호응을 정부와 양의계,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한의협 최혁용 회장은 지난 6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역학조사·검체 채취에 한의사 적극 활용 △의료봉사 자원한 한의사들의 대구지역 즉각 배치 △확진자들의 한방병원 입원 허용 및 한·양방 협진 실시 △생활치료시설 입소 확진자에 대한 한의사 대면진료 시행 △자가 격리자에 대한 한의사 전화상담 및 한약처방 허용 등을 공식 요청한 바 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화답은 전무했다. 자가 격리자에 대한 한의사의 전화상담 및 한약처방은 정부가 인정했다기보다는 한의사들이 더 이상 확진자들의 고통을 두고 볼 수 없어 경비, 시설, 약제, 인력 등을 모두 자발적으로 동원하여 진료에 나섰기에 가능했다.
오히려 양의계의 바른의료연구소는 지난 10일 국민신문고에 ‘한방의료기관에서 전화상담 및 처방의 한시적 허용방안’에 대한 민원 제기를 통해 이는 환자 유인 및 알선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하했다. 이에 편승하듯 생활치료센터의 담당 의사들도 시설 내에 한약 반입을 금지하는데 앞장섰다.
의사들이 의사면허증을 처음 받아들고 맹세하는 것이 의료인의 윤리적 지침을 담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다. 그 내용 중에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으며, 동업자를 형제처럼 생각하겠다는 다짐이 있다.
현재 양의사들의 행태를 보면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그냥 문헌적 다짐에 불과하다. 그들의 실천없는 맹세는 공허하고, 울림이 없다.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확진자들의 고통을 제대로 헤아릴 필요가 있다. 그들의 아픔을 덜기 위해서는 모든 의료지식과 정보, 처방, 진료가 총동원돼야 한다. 이를 가로막는 무수한 장벽들은 즉시 제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