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일반 직장인과 교수사회가 뽑은 사자성어는 ‘각자도생(各自圖生)’, ‘공명지조(共命之鳥)’ 였다. 각자도생은 혼자 알아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며, 공명지조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같이 생각하지만 결국 모두 죽고만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새해에 소망하는 덕담으로는 ‘붕정만리(鵬程萬里)’가 매우 많이 회자됐다. 붕정만리는 붕새가 만리 여정을 날아 남쪽으로 간다는 뜻으로, 원대한 꿈과 비전을 갖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붕정만리는 한 개인만이 아니라 한의계에도 적합한 말이 아닌가 싶다. 지난 해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을 비롯해 현대 의료기기 사용 활성화, 통합 한의학 전문의제도 등은 아직도 풀어야할 과제들로 남아 있다.
지난 2일 개최됐던 한의사협회 신년교례회에서 최혁용 회장은 올해를 한의약의 르네상스 시대로 만들 것이며, 그것은 통합의료와 의료일원화로 방점을 찍는 것임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의료의 범주는 그 주체들의 의료행위를 보고 판단해야지, 도구를 보고 평가해선 안되며 학문간 융복합과 직역간 제한없는 역할 영역의 확장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의료행위에 있어 도구의 제한없는 사용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은 새해 벽두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 예가 지난 7일과 8일 각각 열렸던 대회원 혈액검사 교육이다.
경기도 여성비전센터와 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렸던 혈액검사 교육에는 수도권 소재의 한의사 회원과 간호 인력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한의의료기관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채혈 검사의 이모저모에 대해 경청하고,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는 한의협 ‘의료기기 사용확대를 위한 범한의계 대책위원회’가 현대 의료기기 사용 활성화 차원에서 기존의 정맥채혈 혈액검사와 함께 말초혈액검사도 적극 실시해 한의진료의 객관성 및 안전성 확보에 나서기로 한데 따른 후속조치의 일환이다.
한의계의 현안 과제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것 하나 손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한의계 내부의 견해차가 상당한 것들이 많고, 사안마다 양의약 단체들과 연관되어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
2020년, ‘붕정만리(鵬程萬里)’라는 원대한 꿈과 비전은 실현될 수 있는가. 이는 한의사 회원들을 강하게 결속시킬 수 있는 중앙회의 리더십과 회원들의 강력한 바람이 조화를 이뤄야만 가능하다. 붕정만리를 뛰어넘어 소원성취로 귀결되는 경자년 한해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