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를 되찾기 위한 기회 비용

기사입력 2019.10.17 11:42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평화만이 사회 질서유지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 때론 분노도 필요하다. 불의에 항거하는 분노는 희망의 빛이기 때문이다. 다만 무엇에 대한 분노인가는 명확해야 한다. 분노를 유발한 그것이 자신만이 옳다고 외치는 신념이자, 왜곡된 정의는 아니어야 한다.

    그 같은 분노를 마치 정의인양 착각하여 불씨를 퍼트리면, 그 작은 불씨가 삽시간에 들불처럼 번져나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누군가의 제보로 지난 4일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터져 나온 ‘첩약보험 급여화 한의협-청와대 유착설’ 사태가 한의협의 정상적인 대관업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의협의 회무 현안은 ‘첩약보험’만 있는게 아니다. 대의원총회에서 의결했던 각종 한의약 관련 사업들이 있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서 당(黨)과 정부, 그리고 청와대와의 공감(共感) 형성은 필수다. 하지만 MBN-TV의 유착설 의혹 보도와 김순례 의원의 국정감사 시비, 의사협회의 감사원 감사청구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로 인해 한의약 발전과 직결된 각종 사업들에 족쇄가 채워졌다.

     

    핵심 현안인 첩약보험 급여화의 동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은 물론 현대 의료기기 사용 운동, 커뮤니티 케어(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장애인 주치의제도, 재활의료기관 지정 사업 등) 한의 참여, 한의 공공의료 영역 확대, 한의약 보장성 강화 등 한의협의 각종 사업 추진에 막대한 지장을 끼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크나큰 손실은 결국 누구에게 돌아갈까? 일차적으로는 한의사 회원들이 직접 감내해야 할 손실이며, 다음으로는 국민이다. 온전한 한의제도의 정립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국민 건강증진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의사협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 청와대가 이익단체인 한의사협회 회장과 문재인케어 찬성을 조건으로 첩약 급여화 약속을 한 것은 명백한 ‘부패 행위’라고 규정했다.

     

    국정감사에서 거론됐던 복지부장관, 보험공단 이사장,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을 비롯해 정부기관 관계자들이 한의사협회를 어떻게 바라볼지는 불 보듯 뻔하다. ‘한의사’라고 쓰고 ‘불신(不信)’이라고 읽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그 기회비용은 얼만큼의 노력이 뒷따라야 할지 상상 이상이다.

    제보자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결과에 흐믓해 할 수도 있다.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받지 않는다.” 독일 나치스 정권의 파울 괴벨스가 한 말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만 달성하면 성공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잘못된 행위로 말미암아 한 조직이 공멸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