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이 있다. 철로처럼 영원한 평행선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극과 극의 양극단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동전의 양면이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똑같은’ 동전이라는 의미다.
사회와 한의계가 양극단으로 치닫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또한 그 속으로 파고들면 바라보는 목적지는 같다. 조국 수호가 됐건, 구속이 됐건 국가의 발전을 염원하는 것이며, 첩약보험 추진이건, 중단이건, 그 또한 궁극적 지향점은 한의약의 발전이다.
다만,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에 있어 합당함과 공정함이 기본적으로 자리잡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부당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흘러가게 될 경우, 나라와 조직은 퇴보와 공멸의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지난 4일 열렸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를 놓고 큰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약사회 부회장 출신의 김순례 의원에게 한의계 내부의 제보로 첩약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이 큰 난관에 부딪치게 됐기 때문이다.
한의계의 첨예한 사안을 여과없이 제보한 것에 그치지 않고, 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청와대 등 각종 인사들에게까지 한의계를 향한 우호적 시선을 거둬들이게 만듦으로서 향후 대관업무에 미칠 손실은 엄청날 전망이다.
첩약보험 급여화는 얼마든지 한의계 내부에서 합리적인 토론과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시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한의사협회라는 오랜 역사와 전통은 그 정도의 현안에 중지를 모으지 못할 조직이 결코 아니다.
또한 중앙회에서 수차례에 걸쳐 밝혔듯 첩약보험 시범사업은 건정심을 통과한 이후라도 한의계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으며, 이번에도 건정심에 올라가기 전 보험수가, 한약사 및 한조시약사 참여방식, 조제내역 공개 여부 등 중차대한 사안이 변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 가장 빠른 시기에 전회원 투표를 시행하여 결정할 것이라고 지난 달 열렸던 임시 대의원총회에서도 확인한 바 있다.
따라서 얼마든지 한의계 내부의 중지를 모으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한의약 분야를 신랄하게 공격해왔던 약사 출신 국회의원에게 내부의 문제를 국정감사에서 공론화시켰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첩약보험을 놓고 찬성과 반대라는 대립과 갈등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또한 상대방을 향해 서로 손가락질하며 옳고 그름을 따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의사들끼리의 일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한의사들의 내부 갈등이 언제건, 어디로건, 얼마나 크게 번져 나갈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 문제는 앞으로 한의협의 대관 업무에 큰 손실을 끼치게 되는 것은 물론 이거니와 첩약보험 시행 여부의 불투명과 함께 한의사들 서로간 깊은 불신을 품게 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