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그동안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고발해 왔다. 의사협회는 H제약회사를 상대로 한의사에게 전문의약품인 천연물신약 등을 판매한 것과 관련해 약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으나 지난 2014년 4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약사법 위반 혐의없음으로 처분했다.
또한 지난 해 5월 대한한의사협회 정기 이사회에서 최혁용 회장이 한의사들에게 전문의약품 사용을 안내한 것을 트집잡아 약사법 및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했으나 이 또한 모두 각하됐다.
이와 함께 H제약회사가 한의사에게 리도카인을 판매한 것과 관련해 의료법 위반 교사 및 방조 혐의로 고발했으나 이 역시 지난 8일 혐의없음으로 처분됐다.
한의계는 이번의 처분이 매우 큰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을 인정한 것이며,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이라는 구체적인 의약품을 한의사가 사용해도 된다는 결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혁용 회장이 지난 13일 ‘한의사 리도카인(전문의약품) 사용 관련 긴급 기자회견’(검찰 불기소 처분 관련 한의협 입장 및 선언)을 개최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최 회장은 세 개의 카테고리로 전문의약품을 나눴다. 이들 범주에 속하는 전문의약품은 한의사들이 당연히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한약을 원료로 하여 만들어진 전문의약품으로 천연물신약 또는 천연물유래의약품 등이 이 범주다. 신바로정, 레일라정, 스티렌정, 조인스정 등이 좋은 예다.
두 번째는 한의 의료행위의 보조적 수단으로 쓰이는 전문의약품이다. 리도카인과 생리식염수, 포도당 주사액 등을 들 수 있다.
세 번째는 환자 치료시 급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의 예방과 처치에 필요한 응급의약품이다. 에피네프린 주사액, 덱사메타손 주사액, 항스타민제 주사액 등이다.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을 사용해선 안된다는 규정은 의료법과 약사법 조항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런 상황이 이번 무혐의 처분 결정에도 그대로 인용됐다. “약사법에 한의사가 한약이나 한약제제가 아닌 전문의약품을 처방하거나 치료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명시적인 금지규정이 없다.” 즉, 금지 규정이 없다는 점은 반대로 허용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의사들이 전문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위의 세 카테고리에 속하는 전문의약품을 한의사가 적극적으로 사용해 그것을 하나의 사회 통념으로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법과 제도상으로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 범주를 명확히 규정하는 방법이다. 선행돼야 할 것은 한의사들의 전문의약품 사용 운동 확산이다. 사용할 때 사회통념으로 인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