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전문병원제도 출발부터 잘못됐다

기사입력 2006.06.0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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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방전문병원 시범사업 즉각 중단하라.’ 이는 전국 시도지부를 비롯 중앙회가 지난 5일부터 한방전문병원 시범사업의 중단을 촉구하며 벌이고 있는 철야농성장의 주된 구호다. 지난 한약분쟁 당시 가두시위, 단식농성, 철야농성 등 가열찬 투쟁의 현장이 한의계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된 바 있다.

    오랜 세월을 거쳐 오늘날 철야농성장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회원들의 분노는 ‘한방전문병원제도’를 졸속으로 입안하고, 밀어붙이기식으로 강행하려는 복지부 한방정책관실의 설익은 한방의료정책을 향하고 있다.

    특히 한방전문병원 시범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한방병원’이라는 1차적 전제조건을 통과해야만 한다. 여기서부터 ‘한의원’은 전문의료기관의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다음으로는 척추·추나, 알코올, 불임, 중풍, 관절, 알러지질환 등 특정질환을 다루는 한방전문병원의 지정기준에 부합되기 위해서는 3인의 전문의를 보유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 한의원급의 개원가는 전문의 참여 자체가 봉쇄돼 있어 한의원과 한방병원간의 형평을 잃고 있다.

    이와함께 진료과목 및 특정질환의 명칭을 표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꿴 것이다. 현재 한의사전문의가 전문과목을 표방할 수 없는 상태에서 유독 한방전문병원에만 치료과목의 명칭을 표기토록 했다는 것은 역차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제도에 대한 끊임없는 불만과 원성이 쏟아져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준비기간의 부족은 물론 시범사업의 추진 여부를 시범사업운영위원회의 서면 결의를 통해 강행한 것도 큰 무리수가 아닐 수 없다.

    결국 한방전문병원 제도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 발표와 비상대책위원회 개최, 철야 농성, 한의협 소속 한방전문병원 시범사업 운영위원회 위원 사퇴 등 악화일로의 상황을 만들게 됐다.

    거듭 강조하건대 이 제도는 행정편의주의로 시행돼선 결코 안된다. 한방의료기관의 의료전달체계 확립, 일선 개원가의 한의사전문의 제도 참여, 전문과목 표방금지 등 한방의료의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기초 인프라 구축부터 선행된 뒤 한방의료의 전문화, 특성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 방안을 강구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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