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계, 약국의 정체성에 충실하라

기사입력 2004.06.0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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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국’은 말 그대로 양약사가 양약을 조제하거나 약품을 파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 약국경영 다각화 방안으로 부각되던 건강기능식품이 실제 수익성 면에서 기존 한약보다 못하다는 볼멘소리와 함께 약대 6년제 학제 개편과 관련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수익면에서 건강기능제품에 걸었던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다는 얘기도 되지만 한약을 비롯한 한방제품을 미래 약국의 수익원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겠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모두 양약을 조제하거나 약품을 파는 본연의 업무와는 거리가 멀다. 최근 약계는 각종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늘면서 동반 상승세를 기대했던 약국 건식이 할인점, 백화점 등 타 시장과의 치열한 경쟁속에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약국에서 주로 유통되는 건식들이 기존 제약사와 연계된 제품들 위주로 운영되면서 다양한 품목 구비나 제품군 확보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비타민, 영양제, 클로렐라 등 인기상품으로 분류된 품목군의 경우 숍인숍 형태로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판매 호황을 누리고 있어 상대적으로 약국시장이 정체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 약계의 진단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변화하는 약국소비자들의 패러다임을 모르고 있는 소치다. 예컨대 건식을 다량 구입하거나 한번 복용했던 제품을 재구매할 때에는 소비자들이 약국을 직접 찾기보다 온라인을 통한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사례는 이제 보편적 구매관행이 되고 있을 정도다.

    여기에 결제관행이나 유통과정 마진율, 소비자 상담 등에 있어 약사들이 기존의약품과 관계없는 판매를 하면서 느끼는 자괴감 역시 판매부진의 원인이 되고 있다.
    더 큰 애로점은 할인점이나 마트를 통해 판매되는 건식제품과 약국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결과라는 분석이다.

    국내에서 외국계 선진 할인점들과 경쟁에서 건강기능식품판매의 차별화를 일궈내기란 물론 쉽지 않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약국이라는 브랜드는 소비자의 뇌리에 양약을 조제하는 곳으로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약국의 올바른 마케팅은 정체성에 충실하자는 것이지 한눈을 팔자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건식이 한약보다 수익이 높지 않다는 볼멘 소리를 비롯 한·양약 통합약사 기도를 위한 약대 6년제 학제 연장 논란은 결코 약국 브랜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악순환 구도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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