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문화를 ‘열린’ 문화로 바꾸다

기사입력 2007.12.2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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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문을 활짝 열자!
    마음을 열었을 때 그 이웃은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된다”

    ‘동의보감’, 노자 이야기 등 삶의 지혜 설파
    이웃 주민 ‘늙은이 이야기’ 헌정 출판기념회

    “사람들은 말한다. 가까운 이웃이 먼 사촌보다 낫다고. 그러나 마음을 열지 않는 이웃은 오히려 먼 사촌만도 못하다. 그렇다. 마음을 열었을 때 그 이웃은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된다. 문을 열자! 마음의 문을 활짝 열자! 문을 활짝 열었을 때 이웃은 하나가 되고, 그 안에서 사랑과 믿음과 소망이 노래한다.”

    정우열 원광대 한의대 명예교수(한송한의원장)가 ‘老子, 늙은이 이야기’ 출판기념회(12.16)에서 낭독한 ‘우리는 하나의 이웃’이라는 시의 일부다.

    이번 출판기념회는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출판기념회와는 무엇인가가 달랐다. 우선 개인 스스로 출판한 책을 자축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우리가 항상 얼굴을 맞대고 부대끼며 살아가야 할 이웃들이 마련하여 준 색다른 출판기념회이었다.

    2002년 12월. 정우열 명예교수는 원광대 한의과대학에서 정년(2003년 2월)을 불과 2개월 앞두고 있었다. 그리고 서울 강남의 한 곳으로(당시 오르시떼, 현재 현대성우아파트) 거처를 옮겼다.

    교직에서 물러난 그에게 새로 이사온 곳의 풍경은 낯설었다. 이웃간에 서로 인사도 없다. 왕래도 없다. 그냥 아파트라는 닫힌 공간이 전부였다. 또한 때로 마주치는 주민들(현대 지식인들이라 일컫는 의사, 교수, 변호사, 사업가 등)과 어쩌다 대화를 나눌라 치면 그들의 사고가 너무 서양의 이원론적 사고에만 편향돼 있음을 알았다.

    그는 고민했다. 무엇을 할 것인가. ‘닫힌’ 문화를 ‘열린’ 문화로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아파트 단지내 주민들의 등산모임인 ‘오등회’를 시작했다. ‘오등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건강을 주제로 ‘동의보감 이야기’를 강의했다. 호응이 좋았다. 그후 2005년 3월부터는 매월 둘째·넷째주 수요일 저녁마다 강의했다. 이번에는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이었다. 주민들의 높은 인기 덕에 ‘현동강독회’라는 모임도 생겨났다.

    그리고 지난 16일 근 3년에 걸쳐 강의한 ‘老子, 늙은이 이야기’가 오등회와 현동강독회의 회원들에 의해 책으로 엮어져 정 명예교수에게 헌정됐다.

    “그저 고맙다. 제가 아무리 끌고 가려해도 회원들이 따라와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열과 성을 다해 강의를 들어준 그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더욱이 그간의 강의가 한 권의 책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이 책이 각박한 세상을 훈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좋은 등불이 됐으면 한다.”

    그렇다면 왜 노자의 ‘도덕경’을 선택했는가.
    “노자의 사상은 동양의 전통적 사고의 특징이다. ‘도덕경’은 무(無)의 허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유물(有物)의 상관적 사유방식에 따른 세상 보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는데 도움이 된다.”

    지난 3년간 정 명예교수는 ‘도덕경’의 ‘도편(道篇)’을 중점적으로 강의했다. ‘도덕경’은 모두 81장이다. 1~37장까지가 ‘도편’이다. 38~81장까지는 ‘덕편(德篇)’이다. 내년부터는 ‘덕(德)’을 강의할 예정이다.

    “어느 정도 모임이 정착되자 서로간의 의사도 소통됐다. 조금씩 닫힌 문이 열린 것이다. 단단히 닫힌 문을 연다는 것은 고착된 이원론적 사고를 푸는 열쇠다. 고착된 사고를 푸는 열쇠는 서양적 사고가 아닌 우리의 전통적 사고에 있다.”

    퇴임 후 현실에 안주하고도 싶었다. 그러나 한의학이 말하는 것은 ‘소통’이다. 몸과 정신의 소통. 나와 이웃간의 소통. 온 사회에 원활하게 퍼져 흐르는 기의 소통. 그 소통을 제대로 말할 수 있는 도구가 그에게는 ‘한의학’이었고, ‘노자’였다.

    별일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삶의 공동체를 가꾸고자 하는 것이 그의 삶의 방식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삶의 태도는 계속해서 ‘우리’와 ‘더불어 삶’을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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