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인 손정아

기사입력 2005.01.2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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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를 두려워하면 창조를 못합니다. 새로운 시도에는 장애가 따를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무용의 대가이자 국악인 손정아씨가 조선시대 풍류기생 ‘황진이’를 소재로 한 퓨전(fusion)스타일의 국악가요 음반 ‘이 마음 밝히리’를 출시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황진이의 시조이기도 한 ‘이 마음 밝히리’는 양반가의 기녀가 되겠다는 선언을 담고 있다.

    손씨는 황진이의 시조를 편곡, 애끓는 듯한 남도소리에다가 듣기편한 대중적 멜로디를 가미한 독특한 창법을 구사했다. 국악과 양악의 절묘한 접목을 통해 듣기편한 음악을 만들어낸 셈이다.
    반면 손씨는 “안티반응도 만만치 않다.”고 밝힌다. 전통국악의 체면을 구겨놓는다는 비난이다. 그러나 손씨는 “별로 괘념치 않는다. 내 길은 따로 있다”고 당당히 말한다.

    손씨의 길이란 침체된 국악의 부흥이며, 이를 위해서는 대중과의 거리 좁히기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 손씨는 “국악의 침체는 관객성향을 반영하지 못한 결과”며”관객은 국악에 대해 자신하고는 거리가 먼 예술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고 전한다.

    그녀는 ‘전통문화의 대중화 작업’을 통한 새로운 부흥을 말한다. 전통을 인정하지만 그 위에 시대적인 색깔을 입혀서 한 차원 높은 신(新)문화를 창조한다는 취지다. 손씨는 특히 “최근 한류열풍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문화콘텐츠의 부족에 깊이 동감한다”며”이런 점에서 황진이를 소재로 한 예술적 시도는 향후 롱런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라고 자부했다.

    이는 전통의학인 한의학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의학이 국민의학으로서 발전해온 과정은 ‘퓨전’으로 대변된다. 한의계 일각에서는 최첨단 의료장비 및 기업마인드 도입 등으로 현대적 색깔을 입혀가고 있다.
    물론 한의계 내부에서도 상대적으로 곱지 않은 시선이 많은 것도 사실. 구태여 고가의 첨단의료장비를 도입해야할 필요성이 있냐는 지적이다. 손씨는 이에대해 한의학의 퓨전화 과정을 옹호한다. “전통문화의 대중화 작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며”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길은 과학적 방법을 통한 객관화된 데이터”라는 것이다.

    때문에 손씨는 “황진이에 대한 평가가 기생이었다는 것에 과잉 편중돼 있다. 그것은 외형적 모습일 뿐, 오히려 진정한 사랑에의 깨달음을 통한 예술적 승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재조명을 시사한다.

    실제로 대부분 야사에서는 황진이와 이사종과의 6년 동거계약이나 10년 수도의 생불(生佛) 지족선사(知足禪師)를 파계시킨 일화를 근거로 그녀가 남성편력이 있다고 부각시켰다. 하지만 손씨는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본능이다. 그런 외형적인 모습보단 서녀로 태어나 첩실로밖에 살아갈 수 없었던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자유에의 열망으로 풀어낸 시조에 평가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손씨는 이번 음반을 제작하면서 황진이와 시·공간을 초월해 더욱 교감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19세의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까지 예술인생을 살아오면서 단 한 사람도 마음에 품지 않은 그녀다. “존경하는 사람을 만나서 사랑하고 싶은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내 인생의 한풀이는 언제까지 계속될 줄 모르겠다(웃음)”

    손씨는 내달 구정연휴기간에 실향민들과 함께 금강산을 방문, 실향민들의 애틋한 마음을 달래고 통일에의 염원을 전통춤과 서도소리로 풀어낸다. 또 오는 4월 12일에는 인터컨티넨탈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디너쇼를 열고 황진이 음반출시 기념 공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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