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지나
現 동국대연극영상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한의학과 유쾌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주치의인 ‘이유명호 원장(남강 한의원)’을 만나고부터다.
그녀와 처음만난 것은 3년 전 ‘21세기 여성포럼’에서였고, 이후 ‘안티 미스코리아’행사를 함께 기획·준비하면서 인간적인 친분을 쌓게 됐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원장을 주치의로 만나게 된 것은 연일 밤을 새워가며 ‘스크린쿼터사수 비상대책회의’를 할 때다.
평소 알레르기성 질환으로 시달리곤 했는데, 연일 계속된 밤샘회의 등 누적된 스트레스 탓에 증상이 재발된 것이었다. 그래서 ‘한의원에 가보라’는 주변의 적극추천에 힘입어 이 원장의 한의원을 방문한 것이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는 인연이 됐다.
그런데 한의원을 들어서는 순간, 거실같이 아늑한 분위기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마치 꽃밭에 들어온 것처럼 꾸며놓은 환상적인 인테리어와 실내장식은 한의원인지 호텔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서였다.
또 한약냄새 풀풀나는 동네한의원에 대한 이미지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느낌도 받았다.
더불어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한의학의 ‘세상을 보는 관점’과 한의사들의 인간미가 마음에 들게 됐다. 이는 서양의학에서 좀처럼 느낄 수 없는 편안함으로 다가왔고, 특히 환자입장에서 한의사를 신뢰케하는 계기가 됐다.
이 원장과의 친분도 있었지만, 질환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해주는 상냥한 모습에서 어찌 감동받지 않겠는가?
이런 장점을 분석컨대, 한의학은 웃자! 뒤집자! 놀자!의 정신인 ‘유쾌한 페미니즘’ 시각에 부합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투쟁 및 여성해방 등 다소 거친 페미니즘이 최근 들어 ‘내추럴 싸이언스’로 흘러가는 경향을 두고 볼 때, 심신의 조화로운 건강을 추고하는 ‘한의학 정신’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서양의학에서 ‘자궁절제수술’을 무작위로 감행하는 것은 유쾌한 페미니즘에 대항하는 처사로 본다. 이는 자궁이 ‘여성성의 상징’이 아닌 임신수단으로 밖에 인식되지 않는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이 사회전반에 팽배해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지나는 보배같은 존재니까 보약선물 해줘야겠다”던 이 원장의 말처럼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더구나 환자를 아끼는 의료인의 참 마음이라면, 금새 온 몸에 원기가 샘솟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