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현
대한한의사협회 법제이사
한의약육성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지난 6일 공포되어 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시행령 제정과정부터 한의협의 2회에 걸친 불참과 관련단체들의 반발 등 순탄치 않았던 시행령이 제정되었지만 한의계로서는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강성현 법제이사로부터 제정과정 전반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한의약육성법 하위법령이 마침내 시행에 들어갔다. 한의계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동안 협회가 꾸준히 추진해온 한의약발전 심의위원회의 설치와 의료산업단지 조성에 관한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또한 당장 힘들더라도 우수한약재 품질인증사업에 대한 시행 근거를 마련해 두었다는 점에서 미흡하더라도, 실익이 전혀 없는 법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한의약육성법의 주요 골자는 우수한약재 관리기준을 마련해, 국민과 한의약계가 안심하고 우수 품질 한약을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한의약 발전을 담보하자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의계 일각에서는 알맹이가 빠진 법령이란 비판도 높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번 한의약육성법 하위법령은 정부가 출자하는 우수한약재 품질 인증사업이 어렵게 되었다는 점에서 알맹이가 빠진 법령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정부 한의약 정책 당국의 탓이라기 보다는 정부 예산 당국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라고 본다
사실 협회는 우수한약재 품질인증사업이라는 장기적 한의약 발전 전략과 이를 통한 의료원가의 상승, 또 이로 인한 국민의료비 증가와 한방의료서비스 수요감소 등의 문제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한의약정책 당국으로서도 최선을 다해 우수한약재 품질 인증사업을 추진하였지만 예산당국의 반대에 부딪혀 아쉽지만 그 실시 근거규정을 마련하는데 그치게 된 것이다.
- 법제정 과정에서 상대단체 등의 문제로 어려운 점도 많았다.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
초기 상대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한의약정책 당국의 끈기 있는 설득으로 많은 오해가 풀렸고 다른 단체들의 반대도 누그러들기 시작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초기에 한의약정책 당국은 이 법에 직접 관련이 없는 의사회 약사회 등 인접분야 단체들을 너무 많이 끌어들임으로써 시간낭비가 많았고 한의사전문의 문제 등 다른 분야의 정책현안 문제 여파로 당국자와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의약 정책당국이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이 법안의 근본취지를 살리려 노력했던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국민건강권 수호라는 대의명분을 가지고도 정부 예산당국을 끝내 설득할 수 없었던 정부 보건당국의 무기력함 또한 커다란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 한의약육성법과 하위법령은 어떤 형태든 한의약 발전을 위한 법적기반이 마련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번 법률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이 법의 명칭이 한의약육성법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부의 한의약 육성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의미가 있으며 이 법에는 세가지 핵심요소가 반영된 것이 주요골자라고 할 수 있다.
첫째는 우수 한약의 품질관리에 대한 기준을 정부가 세우고, 정부의 예산과 공신력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한의약발전심의위원회에서 한의약 발전 정책을 적극적으로 다루겠다는 것이며, 셋째는, 한방의료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우수 한약 품질 인증 사업은 비록 당장 시행이 어렵더라도, 법 취지에 맞게 책임있는 정부의 예산 공신력을 바탕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의지를 살려나가야 할 것이다.
한의약발전 심의위원회 운영에 있어서는 유명무실한 기구가 되지 않도록 가능하면 위원회의 격을 높혀 실질적인 발전책을 논의하고 추진할 수 있는 발전심의위원회가 되도록 추진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한의사들이 요구하는 발전 심의위원회의 모델은 대만의 총리부 산하의 중의약위원회와 같은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만의 경우 범정부적인 중의약발전 심의위원회가 있어 장차관급들이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범정부적인 한의약 육성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고 있다. 만일 정부 예산당국의 장차관급이 참여하는 한의약육성발전 심의위원회가 이미 운영되고 있었다면 이번과 같은 어이없는 시행령 손질은 없었을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일단은 이러한 위원회의 기반이 만들어진 것은 다행이라고 본다. 정부 보건정책당국은 이를 계기로 보다 적극적이고 실효성있는 발전 정책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적으로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단체들은 과감하게 배제하고 직접 당사자들이 실질적인 발전책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 한의계 일각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한의약법 등으로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한다면.
약대 6년제 문제와 관련해 약사단체의 정책은 한약은 한약사의 영역이며, 약사의 영역이 아님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따라서 약사법도 약사법과 한약사법으로 나뉘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양의약과는 그 관찰 시각과 활용방법부터 다른 한의약이 양의약법 테두리 안에 묶여 있으므로 여러가지 오해와 불편이 뒤따랐다. 질문한 한의약법은 아마도 육성과 관리를 겸하는 법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육성법이 있고, 관리법인 한약사법이 생긴다면 굳이 육성과 관리를 함께 규정하는 어찌보면 법리적인 모순점을 가지는 한의약법이라는 명칭의 법이 따로 만들어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이와같이 한의와 한약이 그 성격에 맞도록 육성되고 관리되어야 한다는 정부당국의 의지를 반영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 한의약육성법과 관련해 한의사들을 위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서 말한대로 이번 한의약육성법은 미흡하지만 정부의 세가지 주요 한의약 발전정책 의지를 담고 있는 법적 토대는 마련되었다고 본다. 법률과 제도는 꾸준히 보완되고 정비되는 것으로, 단번에 가장 이상적인 법률과 제도를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앞으로도 법, 제도 운영 중 필요한 사항은 꾸준히 개선, 보완해 나갈 것이다.
이날 강성현 이사는 인터뷰 말미에 한의계와 한의약정책 당국은 정책 사안에 따라서는 여러가지 갈등의 국면도 있어왔던 게 사실이지만 이러한 갈등요소들을 사안에 따라 처리하고 대국적인 시각에서 인내심을 발휘한 결과, 미흡한 감은 있으나 한의약육성법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특히 강 이사는 정부 당국도 이번 시행령 추진과정에서와 같이 해당 법률, 제도와 무관한 단체들을 끌어들여 쓸데없는 탁상공론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는 뼈있는 소리도 했다.
이를테면 의료에 관련된 여러가지 심의기구에서 꾸준히 당사자인 한방의료계를 배제시켜온 의사회 같은 단체가 한의약육성법에 들어와 한의약육성과는 아무 이해관계가 없음에도 여러가지 불협화음을 일으킨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회의 진행상 비효율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의약발전 심의위원회와 같은 중요한 기구의 운영에 있어서도 보다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이 될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며, 앞으로도 한의계는 이 법에 대한 정부의 실천의지를 지켜보며, 꾸준히 법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성호 기자 jsh@ako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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