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상, 정혁상

기사입력 2015.05.04 09:57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근현대 한의학 속의 해부학(Ⅱ) - 연구 및 저서를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동안 한의계 지속적으로 전문학술지 발간, 해부학 내용 많이 포함돼

    1923년부터 간행된 ‘東西醫學硏究會月報’, 전통적인 경락도나 장부도 게재,
    서양의학의 근육계통이나 신경계통에 대한 강좌 확인돼


    대한제국 시기를 지나 일제강점기 동안 한의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전문 학술지를 발간하고 학술 저서들을 간행하였는데 그 가운데 해부학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당시의 한의계가 적극적으로 해부학을 수용하고 한의학과 접목시키려 하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1913년에 朝鮮漢方醫師會가 설립되면서 최초의 학술전문지인 漢方醫藥界를 창간하였고, 1915년 全鮮醫會이 결성된 이후 이듬해 東醫寶鑑을 발간하였다가 東西醫學報로 이름을 바꾸어 월간으로 간행되었으며 1918년에 다시 조병근이 朝鮮醫學界로 속간하였다.

    漢方醫藥界 중에 연재된 洪鍾哲의 ‘生理衛生의 略說’에서 골의 속, 관절, 골의 생리, 골의 성분, 골의 작용, 골육, 근육의 종류, 골격과 근육의 발달 등의 소제목으로 뼈의 해부 및 생리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東醫報鑑에 李完珪가 쓴 溫古知新이라는 글에서는 현미경, X-ray, 뇌의 작용, 해부학, 우두 등의 새로운 지식을 익혀 東醫學을 발전시키자고 주장하였고, 같은 호에 실린 洪鍾哲의 生理說에서는 고금동서를 모은 의학계의 성립을 주장하면서 漢方醫藥界에 쓴 자신의 글과 유사하게 해부학 내용을 담고 있다.

    東西醫學報와 朝鮮醫學界에 실린 ‘장부론’이라는 글에서는 唐宗海의 中西匯通醫經精義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黃帝內經의 장부론에 서양 해부학의 지식을 연결시키고 있다. 또한 서양의학을 소개하는 강좌로서 해부학, 생리학 등의 기초의학부터 진단학, 약물학, 전염병학, 외과학 등 임상과목 등을 다루고 있는데, 특히 解剖生理學에서는 골학, 근육학, 내장학, 순환계, 신경계, 조직 등의 차례로 서론과 각론을 설명하고 있다.

    이후 1917년 설립된 東西醫學硏究會(회장 김성기)는 1923년부터 東西醫學硏究會月報를 발간하였고, 1935년에는 東洋醫藥을 간행하였다가 1939년 東洋醫藥協會(이사장 김명여)가 설립된 이후 복간된다. 東西醫學硏究會는 1920년대의 대표적 한의학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후 1930년대에 朝鮮日報를 통하여 전개된 장기무, 이을호, 조헌영 등의 한의학부흥에 대한 논쟁에서 다루어졌던 동서의학의 보완적 발전에 대한 한의계의 의견들을 東洋醫藥 속에 수렴하여 수록하였다.

    1923년부터 간행된 東西醫學硏究會月報에서는 잡지의 맨 앞장에 전통적인 경락도나 장부도를 게재하고 있으며, 서양의학의 근육계통이나 신경계통에 대한 강좌를 싣고 있다. 제3호에서 閔哲鎬가 쓴 ‘骨學의 槪要’는 의사로서 해부학을 알아야 하는 당위성을 제시하고, 骨의 주성분, 骨의 조직, 연골 등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간행된 저서로는 洪鍾哲이 지은 것으로 의생들을 교육하기 위하여 1922년에 출간된 經絡學總論, 1924년에 南采祐가 지은 靑囊訣, 같은 해 都鎭羽가 국한문 혼용으로 지은 東西醫學要義, 1928년에 朴容南이 지은 家庭救急方, 1935년에 成周鳳이 지은 漢方醫學講習書 등이 있고, 조선총독부 경무총감부가 의생시험을 위한 교재로 1917년과 1918년에 각각 발간한 醫方綱要 및 朝鮮衛生要義 등이 있었다.

    洪鍾哲의 經絡學總論은 한의학이 서양의학을 수용한 초기에 만들어진 신교재로서 경혈학과 해부학를 결합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12경락의 순행과 유주, 그리고 관련된 생리 기능들을 기술하면서 「人體形」에서는 서양 해부 지식을 반영하여 解剖臟器圖를 싣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南采祐의 靑囊訣에서는 한의학 내용 이외에 서양의학, 약물학 및 해부학 등의 내용과 각종 서식과 규칙 등을 수록하여 1920년대 당시의 동서의학 절충의 배경을 반영하고 있다.

    1924년에 東西醫學硏究會에서 교육용으로 발간한 교재인 東西醫學要義(都鎭羽 저)는 의생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서양의학을 학습시키고자 만든 책이다.
    총 4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편 동서생리개론의 제1장 생리해부도설(서양의학)에서는 뼈, 근육, 피부 등 신체 각부의 명칭, 기능, 작용 등 해부학 지식과 소화기, 호흡기, 순환기, 비뇨기 신경계의 생리작용 등 해부생리학을 기술하고 있고, 제2장 전신구조와 작용각론(동양의학)에서는 東醫寶鑑을 중심으로 한의학적 구조론을 설명하고 있다.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교재인 醫方綱要, 朝鮮衛生要義 등에 비하여 동서의학의 비중을 동등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비록 醫方綱要에서 해부 및 생리, 약물학, 진료술, 전염병학 등을 다루었고 朝鮮衛生要義에서는 위생학, 보건과 방역 등을 다루기는 하였으나, 이는 일제의 한의학 억압 정책에 따라 서양의학이 한의학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