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醫方卜筮에 능통한 조선초 개국공신
조선의 개국공신으로서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하는 일에도 깊이 관여되었던 권중화는 醫方과 卜筮에 뛰어난 인물로 정평이 나있었던 당대의 최고 지식인이었다. 그는 고려 공민왕 2년인 1353년 문과에 급제하여 右左副代言을 지내고, 知申事로서 인사행정을 담당하였다.
우왕 3년인 1377년에는 정당문학으로 同知貢擧가 되어 과거시험을 주관했다. 조선 개국 후에도 모나지 않는 처세로 태조의 눈에 들어 1396년에는 謝恩進表使로 명나라에 다녀왔으며, 1398년에는 醴泉伯에 봉해졌고, 태종 7년인 1407년에는 領議政府事가 된 뒤 벼슬을 그만두었다.
권중화는 특히 의약에 정통하여 고려말부터 전해져온 ‘三和子鄕藥方’을 ‘鄕藥簡易方’으로 다시 편집했다. ‘鄕藥簡易方’은 조선 초기까지 존재했던 鄕藥醫學의 진수로서 쉽고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처방들을 모아 놓은 처방집 성격의 의서이다. 현재는 남아 있지 않지만 1433년에 간행된 ‘鄕藥集成方’에 남아 있는 17개 정도의 조문을 통해 그 면모를 알 수 있을 뿐이다.
정종 1년인 1399년에는 韓尙敬과 함께 ‘新編集成馬牛醫方’을 새로 편집한다. 말과 소에 대해 기록하고 있는 이 醫書가 이 시기에 편집된 것은 새로 개국한 국가의 경제와 관련된 소와 말의 수급을 원활히 하고 생존율을 높여서 국가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다.
이렇듯 권중화는 신국가를 만들기 위해 醫藥을 충분히 활용할 줄 알았던 조선 초기의 儒醫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