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진의 醫文化 칼럼12

기사입력 2007.11.2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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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첩약 한 재를 공진단 1000환 정도의 가격에 팔았다는 한의사의 이야기가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과의 자리가 이 이야기로 인해 시끄러워졌다.

    ‘틀림없이 그 한의사는 사기꾼일 것이다’라는 주장에서부터 ‘정말 정성을 다해 있는 약, 없는 약 다 구해다 썼을 것’이라는 주장, ‘그냥 보통 보약 한 재라도 누구한테는 그렇게 받아도 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결론은 우리가 그 처방을 본 적이 없으니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것으로 맺어졌다. 아마도 그 약은 산삼이겠거니 하고 다들 그렇게 믿고 싶어 했다.

    개원 이래 나는 참으로 궁금한 것이 있었다. 바로 약값이었다. 처음에 별다른 생각 없이 주변 원장님들이 받는 수준으로 약값을 정해 받기는 했는데, 요사이는 그 약값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정해진 것인지 직접 찾아보고 싶을 정도로 궁금해졌다.

    보약 한 재 값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이제는 약값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가격을 궁금 해 하고 있다. 이 핸드폰 가격은 누가, 어떻게 정한 것일까. 과연 원가 얼마에 이윤은 얼마를 잡았을까. 이 핸드폰 회사 사장은 자신의 노동력의 값을 얼마로 계산해서 집어넣었을까….

    이런 문제는 상당히 복잡할 거라 생각하고 접근하기를 주저했는데, ‘가격결정의 기술’이라는 책을 보니 가격은 ‘원가와 이윤’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부여하는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간단히 결론을 내려놓았다.

    곧 시장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인데, 한약의 원가가 얼마인지, 내 노동력의 가격이 얼마인지 계산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나는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여 제품을 만들고, 해당 소비자의 지불능력과 경쟁상품을 살핀 뒤 시장에 물건을 내놓으면 그만이며, 또한 사람마다 제품에 대해 느끼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물건이라도 다른 값에 팔 수 있다는 것이 내가 본 이 책의 핵심이었다. 우리 한의원의 보약 한재도 누군가는 거액을 주고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세상 참 재미있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원가 기준 가격이건, 가치 기준 가격이건, 상인은 누구나 장사가 잘되어 매년 이윤이 증가하는 것을 목표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다. 나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장사치인 한의사로서 내가 고민스러운 것은 첫째, 가격 결정에 대한 고민이고 둘째, 증가되는 잉여 이윤들을 가정했을 때, 그것이 과연 내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나는 한 달 생활비 000원을 목표로 시작한 일일 뿐인데, 그 이상 돈이 들어오면 그 돈은 누구의 것일까.

    일용직 노동자보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있는 것이 조금이나마 미안한 한의사라면 그 돈이 자기 것이 아니라고 느끼는 사람이다. 다음의 이야기 속에서 과거의 유럽 상인들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한국의 新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책에서 재인용한 글이다.

    “중세 유럽의 대상인들 중에는 거대한 재산을 남긴 사람도 있었지만, 이들도 마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상인들은 자기 자식들은 상인보다 위험하지 않은 직업을 선택하도록 유언하고 있다. 상업이야말로 죄 깊은 직업이기 때문에 하느님에게 죄송스럽다고 생각했고, 하느님의 은총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엇이든 자신의 죄를 덜 만한 일을 하고 싶어했다.” - 포니의 ‘종교와 자본주의 혁명’ 中

    과거 동·서양 공히 상인을 천시했던 이유는 이윤이 남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멸시 때문이었다. 그 당시의 사람들은 자기의 노동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큼을 취하는 것이 경제활동의 규율이었다. 이윤을 남기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것으로 여겼다.

    이곳에서 얼마에 물건을 사서 저곳에서 더 많은 값에 이윤을 남기고 파는 것은 결코 정직한 일이 아니었다. 이런 이유로 서양의 중세사회는 이윤과 이자를 획득하는 것은 곧 죄를 짓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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