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東醫寶鑑’과 ‘黃帝內經’의 序文을 지은 儒醫
한국의 의서에는 서문이 붙어 있어서 당시의 정황을 판단하는 데에 필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서문 가운데 ‘東醫寶鑑’ 序文은 아마도 서문 가운데 백미라고 할 것이다. 이 서문을 지은 인물은 당시 최고의 문장가인 李廷龜이다.
李廷龜는 본관이 연안이며, 자는 聖徵, 호는 月沙로 조선 중기 漢文四大家로 꼽히는 인물이다. 문장으로 유명한 가문에서 성장하여 여러 가지 명문을 썼으며 특히 외교문서와 비문은 그가 도맡아서 작성하였다고 한다. 또한 중국어에도 능하여 사신과 지원군의 접대도 도맡아서 하였다.
이와 같은 능력과 임진왜란 때 선조를 호송한 공로 등으로 그는 병조판서, 예조판서, 우의정, 좌의정 등 정부요직을 두루 섭렵하게 되었다.
‘東醫寶鑑’ 서문에 李廷龜를 “崇祿大夫, 吏曹判書兼弘文館大提學, 藝文館大提學, 知經 春秋館, 成均館事, 世子左賓客”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이것은 그가 정부요직의 중심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것이다.
그는 의약에 밝은 인물로 정평이 나 있어서 光海君이 등극한 이후로 간행된 ‘東醫寶鑑’, ‘黃帝內經’의 서문을 쓰게 되었다. ‘東醫寶鑑’ 서문은 손꼽히는 명문장으로서 의약에 대한 李廷龜의 해박한 지식이 배여 있다. ‘東醫寶鑑’은 그 뛰어난 내용뿐 아니라 序文의 名文으로도 유명한 것은 당시 최고의 문장가인 李廷龜가 작성하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