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의 儒醫列傳 73

기사입력 2007.08.17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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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과전서인 ‘芝峯類說’로 實學的 醫學을 정리한 儒醫

    임진왜란은 조선 중기 지식인들에게 크나큰 충격이었다. 그동안의 학문적 토론이 얼마나 공담이었고, 백성을 위한다는 위민정치가 얼마나 허구였던가를 여실히 증명하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은 새로운 학문적 흐름으로 이어지게 되면서 實學이라는 학문체계가 대세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수광은 임진왜란을 몸소 겪으면서 실학의 발흥에 직접 관여한 대학자이다. 그의 아버지는 병조판서를 역임한 李希儉이었는데, 이러한 문벌가문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아 그는 1585년(선조 18)에 별시문과에 급제하여 승문원부정자가 되었고, 여러 벼슬을 거쳐 1590년 성절사의 서장관으로 명나라에 다녀오기도 하였다.

    그의 사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民本思想이라고 할 것이다.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그는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삶을 목격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인생관·세계관의 변화가 있게 되었다. 이것은 기존의 주자학적인 관념으로는 국가를 다스리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의 시야는 당시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 세계로 돌려지고 있었다. 동서의 문명은 상호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인식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러한 교류 속에는 물적·인적 교류뿐 아니라 학문사상의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었다.

    그의 저술 ‘芝峯類說’에는 당시 세계 정세를 소상히 기록하고 있으니 이것은 당시 은자로 웅크리고 있었던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었다. 마테오 리치(한국 이름은 李瑪竇)의 ‘天主實義’를 이용하여 천주교의 교리와 교황을 소개하고 있고, 중국, 일본, 베트남, 타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프랑스, 영국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김은정의 연구에 따르면 ‘芝峯類說’은 25부 182항목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25부는 천문·시령(時令)·재이(災異)·지리·제국(諸國)·군도(君道)·병정(兵政)·관직·유도(儒道)·경서(經書)·문자·문장·인물·성행(性行)·신형(身形)·어언(語言)·인사(人事)·잡사(雜事)·기예(技藝)·외도(外道)·궁실·복용(服用)·식물·훼목(卉木)·금충(禽蟲) 등이다.

    특히 이 가운데 인사, 도, 복용, 식물, 금충 등의 내용은 의학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어서 백성들에게 실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어서 실학자로서의 면모를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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