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진의 醫文化 칼럼4

기사입력 2007.05.1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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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과 고통의 문제는 모든 의료인이 평생에 걸쳐 해결해야할 문제”

    “건강하기 위해 고통을 없애야 하고, 고통을 없애기 위해 고통을 알아야 한다”

    “A dynamic state of complete physical, mental, social and spiritual well-being, not merely the absence of disease or infirmity(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뿐만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영성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역동적인 상태)”

    이것은 세계보건기구 (WHO)가 제시한 건강의 정의이다. 재미있는 것은 WHO가 1998년도에 새로 ‘spiritual(영성적)’이라는 단어를 추가할 때 세계 각국의 의료인들에게 이에 관해 설문을 하였다는 사실이다.

    그 설문의 내용 중에는 spiritual problem(영성적 문제)이 있을 때는 어느 의사를 찾아가야 하느냐는 질문도 있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social problem의 경우가 더 궁금하긴 한데, 어쨌든 당시의 결론으로는 환자의 영성적 문제를 담당해야 하는 의사는 정신과의사가 아닌 ‘내과’의사였다고 한다. ‘고통’의 문제가 항상 건강의 정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고 있음을 고려해 보면, 육체의 고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내과의사가 영성적 문제의 1차 진료를 담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아마도 social problem을 담당할 의사도 내과의사이지 않을까.

    WHO의 건강의 정의가 이상적이고 적극적인 건강의 정의라면, 소극적인 의미의 건강은 ‘고통이 없는 상태’이다.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의료인이나 환자들이 이 소극적 의미의 건강 기준을 가지고 있다. 건강과 고통의 문제는 모든 의료인이 평생에 걸쳐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필자가 한의원에서 만나는 만성통증의 환자분들은 통증이 지겨워 항상 짜증을 내는 분도 계시고, 고통과 싸우는 것을 포기하고 말 그대로 ‘병을 달래며’ 살아가시는 분도 계시다. 사람마다 고통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다르다는 사실은 의료인이 알아야할 고통이 단순히 신경섬유와 화학물질로 설명되어진 고통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신경학적 지식 이외의 고통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왜 K1과 같은 격투기를 보며 열광하는지, 왜 파이터 클럽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왜 티벳과 인도의 승려들은 인고(忍苦)의 수행을 하는지, 왜 한의사는 그렇게 아픈 침을 놓는지 등등 일상에서 그냥 지나쳐 버리는 고통의 작용들은 수없이 많다. ‘건강하기 위해 고통을 없애야 하고, 고통을 없애기 위해 고통을 알아야 한다’는 주제 아래 고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다음의 책들을 소개드린다.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의 ‘고통’, 손봉호의 ‘고통받는 인간’, 기 코르노 ‘마음의 치유’, 각종 종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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