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진의 醫文化 칼럼3

기사입력 2007.05.0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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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 치유 핵심은 환자와의 대화에 있다”

    “의료인의 언어와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오늘 절친한 친구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3일전 오른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고 병원을 2곳이나 옮긴 터였다. 아직 회복기이지만 그래도 마취에서 못 깨어나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왜 마취를 이야기하느냐면 첫 번째 병원에서는 AST·ALT 수치가 높아 마취가 힘들다며 수술을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친구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 척추마취를 하고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내가 병문안을 갔을 때 이 친구와 어머님은 첫 번째 병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셨다.

    그 병원은 강남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오늘 수술받은 병원보다 객관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병원이었다.

    대학병원 담당의사는 AST·ALT 수치가 높아 간 손상이 의심된다며 다리수술을 미루고 간장에 대한 CT검사를 하자고 했고, 평생 다리를 절더라도 생명을 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냐는 말을 했다고 한다. 말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 담당의사는 이 친구의 아버지가 간경화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았을까? 그 의사의 말 한마디로 인해 이 친구네 집이 초상집으로 변한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친구는 다급하게 내게 도움을 청했고, 따로 수소문하여 당시의 검사결과와 다른 의사의 소견을 확인시켜 드린 뒤에야 친구와 어머님은 마음을 놓으실 수 있었다. 아버지를, 남편을 간경화로 잃고, 이제 다시 자신의 간에, 아들의 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을 전해들은 친구와 어머님.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 것인지 다시 물어볼 엄두도 못 내고 속만 태우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을 그 의사가 알고 있었을까?

    간에도 별문제 없고, 수술도 잘 끝난 지금, 이제 평생 다시 그 대학병원은 가지 않겠다며 거친 말을 쏟아내는 친구를 보며 환자에게 전달되는 의료인의 언어와 마음가짐은 어떠해야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심장내과 의사 버나드 라운의 책, ‘치유의 예술을 찾아서’는 이런 측면에서 의료인들에게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의사가 무심코 흘린 말에도 환자들의 치료 의지는 쉽게 무너진다. 버나드 라운 박사는 치유의 핵심이 환자와의 대화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도 나의 말 한마디가 환자들의 치료 의지를 북돋울 수 있었는지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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