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현재와 미래- <1>

기사입력 2005.08.1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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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학로 원장
    천안 약선당한의원<한의학당 회장>


    어딘가에서 날아오는 나비의 나풀거리는 날갯짓을 더위 먹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그들의 날갯짓에 점점 빠져들어 다른 세상으로 이끌려 가는 듯합니다. 어느 날 나비의 날갯짓에 이끌린 사람들이 조용한 산골마을에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국군, 인민군, 그리고 연합군입니다.

    전쟁이 뭔지도 모르는 마을 사람들과 이념 전쟁의 피해자가 된 군인들이 한데 어울려 생활하게 되면서, 처음에는 자신이 처한 입장 때문에 서로를 적대시 하지만 똑 같은 옷을 입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서로 협력하게 되면서 점차 마음을 열어 갑니다. 또 마을을 구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모아 자신들을 희생하면서 위기를 넘깁니다.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줄거리입니다. 이 영화 속의 상황이 우리 한의사들의 상황을 투영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서 언급하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의 배경 시점인 1950년은 주변 국가들의 터무니없는 이해관계로 인해 한민족의 역사적 정통성의 혼란과 정치적 혼돈으로 심각하게 어려움을 겪던 시대였습니다.

    이는 일제가 전통을 말살하려는 침략의 방편으로 한의학을 말살하고 서양의학만을 이식시키려했던 1900년대 이후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한의사 제도의 불안전한 역사와 조금은 비유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민족의 분단된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의료 현실과 너무나도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나의 인체를 치료하는 두 가지 형태의 의료체계가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념적인 혼란 속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국군과 인민군의 모습에서 한의학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양방과 한방의 대립구조로 문제가 되고 있는 IMS 사태 역시 위와 같은 혼돈의 상황에서 야기되는 하나의 필연적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무엇이 이런 결과를 낳게 한 것일까요? 이런 상황을 연출한 가장 큰 책임은 바로 우리 각자에게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의 부재와 함께 내부 역량의 부족이 가장 커다란 문제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우리가 처한 현실적인 제도에 대한 방관과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안일한 대처 역시 이러한 문제를 더욱 커지게 만든 이유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문하는 방법에 대한 대안을 구하고, 의료 제도를 연구하고, 한의학이 제도권의 의학으로 자리 매김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들에 대해 반드시 언급해야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자기성찰의 더욱더 필요한 이유는 앞으로 우리가 맞닥트려야 할 의료계의 현실적인 부분이 IMS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미 서양의학은 그들의 역사적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하여 보완의학의 이름으로 중의학, 전통의학, 대체의학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의과대학내에 보완의학 교육의 필요성 및 도입 방안에 대한 심포지엄이 이루어졌고, 모 의대에는 통합의학교실, 대체의학 대학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의과대학의 교과과정 등의 제도적인 영역까지도 함께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의학이 보완의학의 이름으로 주류의학에 편입될 날이 결코 머나먼 미래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들이 반드시 어두운 미래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금의 위기를 전환점으로 삼을 수만 있다면 보다 밝은 미래가 펼쳐질 수 있고, 그 역량은 이미 우리 내부에 잠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의학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임상을 하는 한의사와 이 학문을 하기 위해 모여드는 많은 학생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한의학의 현재가 갖고 있는 힘입니다. 그러기 위해 영화 속 그들처럼 마음을 열고, 힘을 모아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무더운 여름 슬기롭게 겪은 후 가을에 걷히는 수확은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합니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우리 개개의 노력이 반드시 알찬 열매를 맺게 되리라는 소박한 기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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