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재해석<16>

기사입력 2005.04.1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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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광 중 대구한의대 한방산업대학원장 겸 한의과대학장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웰빙문화가 온 나라를 휩쓸고 있는 듯하다. TV나 신문에는 몸에 좋은 음식, 좋은 옷, 좋은 환경을 찾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나 기사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시중에는 식품, 의류, 피부관리, 스파 등 건강과 관련된 상품 대부분이 웰빙 용어와 함께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최근에는 건강·뷰티산업이 웰빙산업으로 재편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건강과 관련한 웰빙산업은 미래를 움직일 주요한 산업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넘쳐나는 웰빙산업과 웰빙문화는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웰빙(well-being)이란 사전에서 ‘좋다’는 의미의 well의 명사형으로 ‘안녕’, ‘행복’, ‘복리’로 규정할 수 있다. 이를 우리는 통상적으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라 말한다. 이러한 웰빙이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등장한 것은 10여년 전이다. 미국에서 건강과 생식이 화두로 등장,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동시에 추구하는 메시지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부터다. 이후 미국 특히 뉴욕에서 웰빙은 ‘요가와 자연을 즐기는 세련된 젊은층’이라는 이미지로 굳어졌다. 국내에서 이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97년 친환경적인 화장품 ‘아베다’가 수입되면서부터다. 그러다 2001년 이후부터는 건강·뷰티에 웰빙이 일상생활의 중요 코드가 되면서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서구에서 웰빙의 개념이 생긴 것은 생식이나 요가의 영향이 컸다고 보여진다. 생식이란 위축됐던 몸의 자생적 역할을 되살리며 영양을 공급하는 식사이고, 요가란 경직된 몸에서 자생력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몸을 풀어주는 운동이다. 결국 웰빙의 개념은 외부의 도움이 아닌 신체의 자생력으로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시초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는 데는 외부의 도움 못지않게 우리 몸의 자생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에 두면서 이런 역할이 제대로 발휘되도록 노력하고 도와주는 것이 올바른 웰빙문화이며 웰빙산업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웰빙열풍’에 끌려 좋은 음식이나 좋은 운동이 없나 하고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고 있다. 웰빙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나 ‘좋은’ 운동에 있는 것이 아니라 먼저 우리의 몸 상태를 멋지게 만들어 맛있게 먹고 상쾌하게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시장이 반찬이다’, ‘맛있게 먹는 것이 살로 간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우리 몸에 좋은 것을 찾기보다는 ‘내 몸 만들기’가 진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전통적으로 우리의 삶은 인위적인 특별한 것보다는 자연적인 평범한 양식을 중요시해 왔다. 웰빙이 유행하면서 전통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런 이유로 한의학에서는 건강을 이끄는 방법으로 벽곡, 도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우리 몸의 기운을 밖에서 인위적으로 채워넣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들어갈 것이 알아서 제 자리를 차지하도록 넘치게 음식을 공급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게 만들라는 것이다. 우리가 소식(小食)이나 소요(逍遙)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몸 외부에서 도움을 주는 특별한 행동이나 상품에 매달리는 경향을 웰빙이요 웰빙문화라고 잘못 이해하면서 진정한 웰빙의 의미는 넘치는 관련 상품의 상술에 묻혀 버렸다. 흉내에 그친 ‘웰빙문화’는 일시적 성취감을 줄지는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부족함을 느끼게 만든다.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은 외부적인 도움이 아니라 우리 몸이 갖는 자생력이 제대로 발휘되게 하는 일이다. 사회생활에서도 외부로 드러내 놓고 일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묵묵히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이런 양자의 역할을 제대로 인식하고 북돋워주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다. 건강과 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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