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황지혜’의 인턴수련 일기(完)

기사입력 2005.03.1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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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턴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선을 지키는 일’이었던 것 같다.
    맞닥뜨린 상황에 어느 정도의 선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이 적절할까를 판단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그래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고, 불안한 마음에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던 적도 있었다.

    시간이 흘러 눈치가 조금은 늘었지만, 만만치 않은 사회에 한발 한발 내딛을수록 신경 쓸 일이 더 늘어나기도 했다. 또 위치가 올라감에 따라 책임질 일이 늘어난다는 것도 몸소 느꼈다.
    달콤한 도둑잠을 자는 행복(?)을 누리기 위해 치열하게 자리싸움을 했던 린넨실의 지저분한 소파와도 이젠 안녕. 인턴시절 갈망했던 새로 생긴 의국 한켠의 내 자리를 보면서 환자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해보겠노라 다짐을 해본다.

    그렇다고 레지던트라고 해서 인턴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본다. 우아한 백조가 물밑에서 열심히 물갈퀴질을 하듯 어엿한 주치의가 되는 그날까지 초보 레지던트 딱지를 떼기 위해 열심히 발버둥 칠 것은 뻔할테니까.
    물론 心醫를 꿈꾸었던 처음의 마음만큼은 우아하게 가지련다. 혹, 꿈이 일상에 찌들면 자칫 일탈의 위협에 놓일 가능성에서다. 이는 인턴시절 뼈저리게 체험한 부분인지라 멋있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삶의 지혜라고 자부한다.
    그 동안 변변치 못한 인턴일기를 예쁘게 지켜봐 준 독자들과 원석을 보석으로 만들어 준 한의신문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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