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재해석<11>

기사입력 2005.03.1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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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광 중
    대구한의대 한방산업대학원장겸 한의과대학장

    우리나라 농·산촌지역은 중국산 농산물수입과 WTO의 도하개발협정(DDA)으로 그나마 지역 경제를 이끌어 온 과실과 특용작물의 생산기반마저 위태해지고 마땅한 대체산업을 찾지 못해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변하고 있다.
    농·산촌지역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정부에서는 그동안 친환경농업, 생태마을, 농촌체험관광개발이니 지역작물을 기반으로 한 가공산업육성이니 하며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해왔고 지역차원에서도 갖가지 지역축제를 열어 특화된 지역 이미지를 살린 지역활성화에 안간힘을 쏟아왔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갖은 노력에도 불구, 농·산촌지역 경제는 왜 회생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우리나라 농·산촌지역이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산악도 아니고 평지도 아닌 지형으로 인해 별다른 주력산업 없이 산업구조가 농축산업, 제조업, 관광업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져 산업의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대도시, 대기업, 상류층으로 모든 힘이 몰리는 산업블랙홀 속에 중산층이 몰락해 가는 현상이나 대형할인점의 등장으로 소규모의 동네 구멍가게가 더욱 어려워지는 현상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농·산촌지역은 진정 산업경쟁력이 없는 곳일까? 지금 우리 사회에는 웰빙문화로 표현되듯이 자연주의를 중요시하는 가치관이 새롭게 확산되고 있다. ‘자연미’가 강조되고, ‘자연스러워 좋다’는 말이 일상어가 됐으며 자연농산품, 자연문화관광, 자연식품, 자연화장품 등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이런 상품은 인위적이지 않고 무리하지 않은 자연스러움 그 자체의 은은한 맛이 건강에 좋다는 뜻을 갖는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자연의 맛과 멋의 추구가 또 다른 산업적 역량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회·경제적 가치를 앞세워 집중화되고 개발된 자원을 뛰어넘어, 더욱 넓고 포용성을 가진 자연 그대로의 자원이 갖는 가치를 높게 인식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농·산촌지역은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줄 남다른 환경을 갖고 있다. 지리적인 위치와 입지로 보면 이 지역은 아기자기한 산야와 깊지 않은 내천을 갖고 사계절이 뚜렷하며 자연순환생태가 집중형으로 이뤄지는 세계적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이로 인해 이곳의 자연자원은 다양성과 자연스러움의 은은한 맛과 멋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이런 천혜의 자연적 역량에 지역이 가진 자생적 역동성을 가미한다면 대중성을 갖춘 산업화로의 성공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농·산촌지역에서 생산되는 약재는 거의 대부분 ‘보약’에 해당된다고 평가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농·산촌지역은 우리 몸의 자율적인 역량을 자생적으로 키워주는 천혜의 지역이면서, 건강한 삶을 이끌어주는 농축산물과 한약재 등의 소중한 자원의 산지인 것이다. 여기에다 이 지역의 문화적 토양은 신체적 건강에 정신적 가치마저 크게 고양시켜 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태껏 우리가 이 지역의 귀중한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또 발전적으로 승화시키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오늘날 자연주의를 추구하고 자연건강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나라 농·산촌지역이 갖고 있는 자연적 역량을 ‘건강’이라는 이미지 속에 분명히 드러낸다면 이 지역은 건강테마단지로 브랜드화 되면서 세계 속에 당당히 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틀 속에서 우리나라 농·산촌지역을 살릴 전략을 세운다면 자원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며 이 지역은 건강과 문화가 결합한 세계적인 문화지대 혹은 관광지로, 세계적인 건강상품 생산지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지역 살리기를 부르짖고 추진하면서 그 지역이 갖는 장점을 제대로 드러내기보다는 단점을 보완하는 면에만 너무 집중해 오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지역자원의 역량을 충분히 살리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지역 살리기 전략에 대해서도 적극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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