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황지혜’의 인턴수련 일기(28)

기사입력 2005.03.0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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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입·탈국 식이 있었다.
    전문의시험을 무사히 통과한 수련의 선배들의 탈국식 및 무사히(?) 인턴생활을 마치고 전문수련의 과정에 진입하게 된 예비 주치의들의 입국식이었다.

    한의대에는 우스갯소리로 인간되기 과정이라는 ‘본과 진입식’이라는 것이 있다. 인간 아닌 존재에서 인간으로 승격되는 기분을 만끽하라는 의미에서다.
    인턴생활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인간적인 생활에서 멀다싶을 정도로 힘든 일상을 보내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인턴초기쯤 점심시간 끝날 무렵 나 홀로 밥을 먹게 되었을 때로 기억한다. 청소아줌마가 내 발밑으로 대걸레를 쓰윽 집어넣는데, 밥맛도 사라지고 인턴이라 무시당하나 싶어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처음 8주간의 인턴 keep생활은 사회에 대한 동경으로 창밖보기가 취미생활이었다.
    늘 챠트 쓰느라 밤을 새기 일쑤였고, 업무가 끝나고 나서도 저녁까지 못다한 acting들로 환자들에게 핀잔듣기 일쑤였다.
    또 요령부족으로 인한 실수연발, 병원시스템의 부적응 등으로 눈물을 곧잘 흘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젊은 혈기에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던 것 같다.

    물론 좋았던 기억도 없지는 않다. keep이 풀리면서 오프에 대한 기쁨을 맛보기 시작했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오프는 병원생활의 꽃. 인턴초기에는 일주일에 한번 나가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었다.

    한번밖에 없다던 인턴‘s day. 시간이 지날수록 참으로 소중했던 시간이었던 듯하다. 전부 모일 기회가 다시는 주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말턴이 될수록 실감이 났다.
    결국 다시 뭉쳐보진 못하고 각자의 길을 가고 있지만, 그 날의 즐거웠던 시간은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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