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황지혜’의 인턴수련 일기(27)

기사입력 2005.02.1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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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치의 겸 인턴들에겐 2월이 즐겁다. 새내기 인턴들이 곧 들어올 예정이어서다. 해방감·기대감·책임감 등 복합적으로 얽힌 싱숭생숭한 마음을 어찌 설명하랴.

    처음 인턴으로 들어왔을 때, 1년차 선배들에게 교육받으면서 ‘선배들은 많이 알고 있어 좋겠다. 1년 뒤 내 모습이겠군’ 하며 내심 흐믓해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런 여유도 잠시, 새내기들의 인턴교육 준비로 분주해졌다. 배우는 입장에서 갑자기 가르치는 위치에 서려니까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막상 교육을 진행하려 하니 쑥스럽고 걱정이 앞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실제로 보여줄 수 있는 acting(cannular change, foley change 등...)이 많다는 것.

    말로 백번 듣는 것보다 실제로 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 특히 임상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환자의 목에 꽂혀진 cannular를 교체하는 순간에 환자는 숨이 넘어갈 듯 재채기를 해댄다. 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교체하느냐의 요령이다. 바로 그런 것을 우리가 보여줘야 하니 은근히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인턴을 처음 시작할 때 병실체험이라는 과정이 있다. 2박 3일 동안 환자로 입원해 있는 것이다.
    각자 다른 병실에 배정받고 입원환자들처럼 혈액검사, 소변검사(결과는 들은 기억이 없다), fluid 투여, 침· 부항· 뜸 ·치료 등을 받는다. 또 우리가 배우게 될 양방적 acting(그 때는 L-tube가 가장 두려웠었다)을 시술받기도 한다.

    그래도 아마 이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던 듯하다. 이때가 가장 심신으로 편하고 국시로 지친 몸을 쉬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어찌나 잠이 쏟아지던지,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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