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황지혜’의 인턴수련 일기(23)

기사입력 2004.12.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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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날씨가 추워져서인지 입원환자들이 꽤 늘고 있다. 중풍 및 구안와사 환자뿐만 아니라 근골격계 질환(주로 요통)과 교통사고 환자들도 꾸준히 입원을 하고 있다.

    한의학에서 天人相應이라고 하는데 역시 질병과 날씨는 무관하지 않는 듯 하다. 날씨가 추워져서 혈액순환이나 근육의 수축이완 등에도 영향을 주다보니 질병이 더 발생하는 듯하다. 이렇게 입원환자가 늘어 다들 조금씩 바빠진 가운데 마지막 turn이 다가왔다. 그러다보니 가끔 “가기 전에 불지르고 가는 것이 아니냐”는 농담을 하곤 한다. 참고로 ‘환자가 많이 온다. 적게 온다’를 ‘불지른다’ ‘불끈다’에 비유를 하곤 한다.

    그러다보면 흥미로운 것은 특정 과에만 가면 불지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만 그런 것이 아니라 늘 있어왔던 일이라고 한다. 사실 지금 내가 맡고 있는 과도 나에겐 그런 인연이 있는 특별한(?) turn이다. 그래서인지 업무 양에 상관없이 늘 긴장이 된다. 입원환자 있다는 소리에도 깜짝 놀라곤 할 때도 있다.
    어느덧 이번 turn이 fix교육하기 전 마지막이 됐다. 레지던트 시험에 합격하게 되면 각자 지원한 과에서 fix교육을 받고 그 과의 환자를 주로 보게 된다. turn이라는 개념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번이 10번째 turn이니 벌써 인턴수련을 한지도 9달이 넘었다. 정말로 하루가 한 달 같은 긴 나날들이었다. 물론 앞으로 남은 날들도 많지만 말이다.
    특히 요즘에는 곧 치러질 레지던트 시험과 fix 교육에 대한 부담이 슬며시 들기 시작한다. Fix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해당하는 과의 레지던트로서 병동주치의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교육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이 기간동안은 인턴초기의 keep교육기간처럼 병원에서 당직을 서면서 교육을 받는 것이다. 다시금 힘든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인턴수련기간 동안 보통 2번의 keep기간이 있는데, 처음이 초반 keep 기간이고, 2번째가 fix교육기간이다. 당분간은 오프(외출)나가기가 어려워질 것이 확실한 까닭에 은근히 걱정부터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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