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황지혜’의 인턴수련 일기14

기사입력 2004.07.2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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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턴도 손과 발이 두개에요

    응급실이 끝나고 마지막 턴인 1, 3내과로 옮기게 됐다.
    벌써 마지막 턴이 될 정도로 시간이 흘러갔건만 ‘왜 이렇게 힘들까’라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밀려드는 액팅(뜸, 부항 등)과 환자들의 불만들, 산더미 같은 일들로 인턴초기보다도 더 힘든 날들을 보내게 됐다. 또 잇따른 컨퍼런스 준비로 턴 변경 후에 며칠간을 잠을 설치니 초췌해지면서 말수도 점점 줄게 됐다.

    그래도 가장 힘든 일은 환자를 대하는 일이다. 턴이 변경돼 환자 또한 바뀌는 건 정말 부담이 된다. 더군다나 직전 인턴들과 나름대로 호흡(?)을 맞춰온 환자들에게 적응하는 일은 의외로 까다롭다.

    한 환자는 기차화통을 삶아 먹었는지 “왜 뜸뜨는 시간을 지켜주지 않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가며 항의를 해댔다. 그래도 동료들을 통해 그 환자의 급한 성격을 익히 들었던 터라 주의를 했건만, 밀려드는 환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간이 좀 지체됐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그 환자는 무척 화를 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음날은 예정된 시간보다 미리 뜸을 떠주었다.

    물론 준비된 ‘lip service’로 온갖 칭찬을 해대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 환자는 회진준비를 하느라 정신없는 내게 찾아와서는 “뜸 언제 떠 줄꺼냐”며 수차례 확인을 해대니 성가신 마음이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어쩌면 뜸보다는 조급한 성격을 다스리는 마음수양이 더 필요한 환자가 아닐까 생각됐다.

    이밖에도 다른 환자는 매번 회진 때 마다 본인 증상을 죄다 늘어놓거나 병원에 관한 불만과 다른 기타사항들까지 이것저것 계속해서 말해대는 통에 정신을 쏙 빼놓는 경우도 있었다. 또 다한증으로 입원한 아줌마 환자는 라운딩 갈 때마다 “내 옷을 만져보라”며 손을 끌어대는 통에 성가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루빨리 건강을 찾으려는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급한 마음은 오히려 질환을 악화시킨다는 것을 제발 알았으면 좋겠다. 덧붙여 인턴들의 손과 발도 각각 두개라는 것과, 그 수족으로 몇 가지 일을 병행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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