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황지혜’의 인턴수련 일기’[12]

기사입력 2004.06.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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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대 분당한방병원 수련의 황지혜>

    친구들 중에 놀이방교사를 하는 친구가 있는데, 친구는 일 얘기를 할 때마다“우리 애들이~”라는 말을 자연스레 꺼낸다. 그리고 자기반 아이들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거나 선생님이랑 결혼하고 싶다고 한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다.
    그러고 보면 병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병원에서 인턴들끼리 말을 할 때면 꼭‘우리’라는 친근한 호칭을 갖다 부친다. 환자들과의 정이 깊어서 그런지, 대부분의 환자들이 모두 가족같이 느껴진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우리 선생님”하고 말을 꺼내면서 칭찬을 하거나 인턴들에 대한 좋은 이야기가 환자들 사이에 오고가는 걸 슬그머니 듣고 있노라면 왠지 기분까지 마냥 설레고 좋아진다.
    물론 담당환자의 인턴이니까 당연히 그 환자에게 제일 좋게 비쳐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볼 때마다 그저 방긋 웃는 환자들의 모습을 볼 때는 직업에 대한 보람까지 느껴진다.
    환자들은 작은 관심에도 크게 반응한다. 몸이 불편하면 자연스레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법인데, 그 순간 작은 관심을 보여주게 되면 환자들은 담당인턴을 꽤 신뢰하게 된다. 혹, 업무에 지쳐 힘들다고 불성실하게 대한다면 그 환자의 담당인턴은 한동안 시집살이를 톡톡히 해야 할 것이다. 한 번 닫혀진 환자의 마음을 열기란 쉽지 않은 법이기 때문이다.
    “선생님”하고 활짝 웃으며 미소를 보내는 환자들을 보면 오히려 환자들이 피곤에 지쳐있는 인턴들의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명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곧 응급실로 가게 된다.
    그런데 입원 환자가 아닌 응급환자나 검진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 선생님”소리를 못 들을 것 같아 조금은 섭섭하다. 그래도 섭섭한 마음보다는 하루빨리‘우리 환자들’이 한방치료로 인해 건강한 삶을 살기를 원하는 마음이 더 깊고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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