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황지혜’의 인턴수련 일기8

기사입력 2004.06.0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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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턴이 바뀌어 2내과와 양방 가정의학과로 가게 됐다. 2내과는 1년차가 없고 2년차 레지던트가 있는 과라 무척 긴장이 됐다.
    한·양방 협진병원체계인 이곳에서 가정의학과는 무척 큰 의미가 있는 과이다. 딱히 소속 레지던트는 없지만 모든 과들과 연결이 되어 있으니 긴장감이 감돌기도 한다. 그리고 챠팅도 영어를 써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 되고, 양약 slip을 많이 끊어야한다는 것도 부담이 됐다.

    첫날은 FM(가정의학과)에 입원환자가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2내과(심계내과) 윗년차 선배 앞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바짝 긴장했다. 환자가 많이 퇴원을 해서 좀 수월하다고 여겼건만, 갑자기 FM에서 관장을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흑. 열심히 달려 내려가 할머니 한 분의 관장을 해드리고 다시 병동으로 달려왔다.

    이 병원에 온 후 여태까지 수혈환자가 3~4명 있었다. 수혈할 혈액을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수혈하는 도중 생길 수 있는 여러 일들이 있어서 신경을 많이 써야하기 때문에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지난 주말에는 혈액검사 소견상‘철 결핍성 빈혈’이 의심되는 환자가 수혈을 받으러 왔다. 잠깐 동안의 입원이었지만 수혈하는 도중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이 있어서 거의 5시간 정도 환자 상태를 살피며 계속 주의를 쏟아야만 했다. 다행히 이 환자도 수혈하는 동안 별 문제없이 진행됐고 이후 빈혈에 따르는 제반증상이나 컨디션이 좋아졌다.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겠지만 한·양방 협진이다 보니 여러 가지 양방처치들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어서 좋은 점이 많다. 특히 양약들에 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다. 기본적으로 환자가 입원할 때 양방에서 가지고 온 약들을 찾아야 하는데 가끔 약을 한 무더기로 들고 오는 경우가 있어서 찾느라 고생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수많은 약 앞에 숨이 턱 막히기도 하지만, 그걸 다 먹으면 몸에서 버텨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걱정스러움이 들기도 한다.

    종종 FM과장님께서 불필요한 약들을 줄이곤 하는데 그 모습을 보면 마구잡이로 약을 쓰기보다는 환자를 좀더 생각해서 신중히 처방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환자를 대할 때, 아직은 환자의 증상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놓치는 부분이 많다. 이번 빈혈환자도 그런 경우였는데, 좀 더 알고 있었더라면 상태체크를 확실히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느덧 인턴생활한지 3개월이 지나면서 수업시간에 배웠던 여러 질환들을 꽤 다양하게 볼 수 있었던 듯하다. 물론 잘 알아볼 수 없는 질환을 가진 분들을 보면 막막한 느낌부터 들지만 병원생활에서의 좋은 경험이 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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