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황지혜’의 인턴수련 일기 6

기사입력 2004.05.1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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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턴들의 날’… 선·후배 화합 이끌어

    이곳 동국대 분당한방병원에는 업무에 지친 인턴들의 심신을 돋워주려는 차원에서 생긴 것 같은‘인턴들의 날’행사가 있다.
    이 날은 모든 인턴이 한꺼번에 외출을 해 모임을 갖는 일년 중 단 한번 있는 날이다. 회식이 있어도 교대로 나가는 상황이니 얼마나 의미 있는 날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작년에는 농구를 했다고 했는데, 올해 우리 인턴들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운동신경을 가진 터라 궁리에 궁리 끝에 릴레이 달리기를 종목으로 정했다. 인턴들이 종목을 정하면 규칙은 윗년 차 선배들이 정하게 돼 있다.
    결전의 날을 하루 앞두고 달리기 순서도 정해보고 바톤 터치도 연습하고 윗년 차 선배들에게 눈치껏 아부(?)도 하면서 다음날을 준비했다. 레지던트 1년차 선배가 한 분 모자라 레지던트 2년차 선배를 영입했다.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마침내 일과가 끝나고 병원지킴이 한명씩을 놔둔 상태로 근처 고등학교 운동장으로 향했다. 본인을 포함한 몇몇 인턴은 파스를 붙이고 차트를 돌돌 말아 만든 바톤을 손에 꼭 쥐며 결의를 다졌다.
    생각보다 경기는 재미있게 흘러갔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단련이 되었다고 생각을 했으나, 운동장 한바퀴는 너무나 멀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달리고 난후 기진맥진하며 다리가 풀리기도 했다.
    아무튼 경기는 순간순간 아슬아슬하게 진행됐고, 덕분에 야간수업을 하는 고등학생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만 했다.
    결과는 인턴들의 통쾌한 승리였다. 바로 그 2년차 분의 바톤 터치 실수만 아니었으면, 단체 외출은 물 건너 갈 뻔 했다. 물론 역대로 “인턴이 진 일은 없다”고 말하는 선배들의 귀띔이 더욱 더 ‘그게 과연 실수였을까?’하는 약간의 의구심을 들게 했지만, 어차피 이긴 경기니까 우린 승리감에 도취했다. 인턴들의 강한 의지도 있었겠지만, 후배들을 사랑하는 선배들의 깊은(?)마음이 2년차 선배를 통해 실행된 것이 아닐까한다.
    장시간의 운동을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온 뒤 다시 환자들과의 인터뷰와 차팅이 시작됐고, 하루를 대충 정리한 후 마지막엔 기쁨에 찬 인턴들이 쏘는 야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제 다음주 토요일이면 병원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인턴 단합의 날이다. 토요일 일과를 마무리하면 우리대신 고생하실 당직선생님들을 뒤로 하고 병원 밖을 나설 것이다. 봄 소풍 가는 기분으로 다들 들떠서 그날의 계획을 세우곤 한다. 아마도 마지막엔 술한잔 기울이며 그동안 서로 간에 못다 한 얘기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저마다의 속내를 터놓으며 앞으로의 파이팅!을 다짐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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