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8주 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keep 교육기간이 끝이 났다.
이날 만은 ‘인턴들의 날’이라고 하는 말이 실감났다. 저녁 6시 일과가 끝나고 당직 선생님들을 뒤로 한 채 회식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병원 밖을 나서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포기하고 싶었던 많은 순간들, 강한 탈출욕구를 느끼게 했던 묵직한 병원 문, 바깥 세상에 대한 이유없는 그리움.
하지만 그 유혹의 시간들을 잘 견뎌준 내 자신이 이토록 대견할 수가 없었다. 조금은 벅차오르는 감동에 동료들과 서로를 축하해주며 기쁨을 맘껏 나누기 시작했다.
어느 덧 회식분위기는 무르익어가고 인턴들의 소감 한마디 시간이 돌아왔다. 저마다 “힘들었다”, “더 열심히 못한 게 후회가 된다” 등 다양한 소감을 피력했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 동료들은 “인생에서 가장 보람된 시간이었다”는 공통된 대답이었다.
비록 ‘유혹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느라 고생했지만, 두 달간 환자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느끼는 바가 컸기에 지금 이 순간이 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특히 환자들을 대하는 방법을 많이 배운 듯하다. 처음 임상에 내던져졌을 때는 특이한 환자들을 보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당황한 적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이 강해졌는지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이제는 자격증만 딴 새내기 한의사에서 서서히 진정한 한의사로 변모하는 ‘환골탈태’ 과정을 밟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다음 날 부스스한 모습으로 병실을 돌아다니는 인턴들의 초췌한 모습에 환자들의 걱정섞인 말들이 들려온다. 우리는 ‘회포를 풀었다’는 것이 조금 미안하고 부끄럽기도 해 그저 어색한 웃음으로 인사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역시 놀라워라. 윗년차 스테이션에는 전날과 다름없이 질서정연하게 브리핑과 회진이 이루어졌다. 아마도 사회 초년생에게 힘든 부분이 회식 뒤에 이어지는 정상근무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자기 컨트롤이 부족해사 그런 것이겠지만, 선배들이 지친 기색 하나 보이지 않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환자들을 대하는 단정한 모습과 인턴들이 빠뜨린 일들을 채워주는 모습에 고마움과 존경스러운 마음마저 들 정도였다. 물론 일이 끝나고 환자분들이 없는 곳에서 피곤에 절은 모습에서 무척이나 인간적인 면을 보기도 했지만 말이다.
아! 진정한 한의사의 길이란 아직도 멀었단 말이냐? 어느 새 ‘turn’이 바뀌고 새로운 세상이 내 앞에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