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황지혜’의 인턴수련 일기 4

기사입력 2004.04.20 10:59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병원수련 중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변화가 있다면 학생실습이 시작한다는 것이다. 교육기관으로서 큰 의미가 있는 대학병원의 특성상, 앞으로 2달 정도는 월요일, 화요일, 금요일에 학생실습이 있다.

    인턴들 중 대부분은 학생교육 중 2시간 정도를 맡아서 각 과별 기본적 내용들을 설명해주도록 하고 있다.
    아직 가르쳐주기에는 부족한 터라 부담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게다가 그로 인해 일이 늘어난다는 것도 아직 일이 덜 익숙한 인턴에게는 힘든 부분이다.
    그런데 일에서 오는 육체적 피로보다 더 힘든 것은 정신적 압박이다. 특히 환자와 직접적으로 부대끼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인내력의 한계를 시험한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복통으로 나타나는 한 ‘심신증 환자’는 바로 그런 무서운 시험관이었다. 평상시에는 전혀 아무 이상 없이 늘 웃으며 지내는 그 환자는 지나갈 때마다 “수고한다”며 음료수를 건네주곤 했다.

    그러다가 한 번 발작적으로 증상이 시작되면 , “여기 의사는 무얼 하고 있냐? 아이고 배야~”하고 병원이 떠나가도록 소리친다. 그래서 밤늦게 호출이 와서 담당인턴이라고 본인이 달려가면 무작정 화만 낼 뿐이다.

    환자는 당직선생님한테 침을 맞고 안정을 찾은 듯. 좀전의 기세등등한 얼굴표정은 어디로 가고 ‘천사표 얼굴’로 “감사합니다. 선생님”하고 말한다.

    밤이 되면 그 환자에게 호출이 안 오기를 기도하며 조마조마하게 삐삐를 바라보곤 한다. 정말로 정신적 스트레스의 무서움을 잘 보여주는 환자분이었다.

    이제 턴이 바뀐 지 2주가 지나갔다. 윗분들과 동료들의 충고와 격려 속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힘겹게 한 고비를 넘기곤 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도 되고 눈만 멀뚱멀뚱 쳐다보거나 ‘어디한번 두고 보자’는 식의 환자분들도 ‘우리 선생님’이라며 반겨주곤 한다. 증상이 호전돼 나가는 환자들을 보면 별로 한 일은 없지만 기쁘고 보람도 든다.

    다시 2주가 지나면 턴도 바뀌고 keep도 풀린다. 다음번엔 재활과로 가게 된다. 최대한 일을 익혀 실수를 줄여서 keep이 연장되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 걱정이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