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황지혜’의 인턴수련 일기2?

기사입력 2004.04.0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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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대장금’은 인턴들의 ‘야식 보급로’

    인턴 3주차인 현재, 내가 1달 간 맡고 있는 곳은 ‘침구과’다. 빠듯한 일정 탓에 몸은 상당히 고되지만, 환자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지친 몸에 최고의 보약이 된다.
    특히 “선생님. 처음보다 많이 좋아지셨네요”라는 말을 건네고 퇴원했던 한 요통환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린이가 거짓말을 못하듯, 환자들은 자신의 병·질환과 관련된 문제이기에 담당의사의 실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환자와 관련된 냄새나는(?) 추억이 있다. 그 환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1인실 병실을 사용했는데, 하루 종일 구두를 신고 있어야 하는 인턴들에겐 곤욕이 아닐 수 없었다. 들어가기 전에 양말을 갈아 신는다던지 자연스레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처음부터 지금까지 가장 불만이었던 것이 구두착용에 대한 것. 거의 20시간을 구두 속에서 고생하고 있을 내 불쌍한 발들이 어떤 지경에 이르렀을지 생각해보라. 여담이지만, 인턴이라면 무좀엔 남녀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는 옛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닿을 때는 야식시간이다. 더구나 본인이 쿠폰 담당을 맡고 있는 고로, 선배들이 사다준 피자, 치킨, 족발, 분식 등에 서비스되는 쿠폰이 한 가득이다.

    처음에는 야식이 너무 많다는 등 말들이 많았지만, 언제부턴가 모든 인턴들이 야식시간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한번은 이틀간 잠시 야식이 없었던 적이 있었는데, 다들 허기져있는 스스로의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다시 찾은 야식시간이 얼마나 반갑던지 이틀간의 공백이 마치 일년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고 보면 이곳에서 드라마 ‘대장금’ 촬영을 나가는 레지던트 선배들이 어김없이 사다주는 초밥과 햄버거 등은 인턴들에게는 ‘감동’ 그 자체였다(‘대장금’ 이 끝났다는 소식에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이제는 수련 ‘턴’이 바뀔 때가 다가와서 어느 정도 익숙해진 과를 바꾸려니 또다시 적응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인턴과정을 수료하고 멋진 한의사로 거듭날 나를 생각해보며 오늘도 힘겨운 업무를 종료하고 비좁더라도 안락한 나만의 공간인 2층 침대위로 올라가려 한다. 부디 내일은 ‘알람소리’ 한번에 잠이 깨기를 간절히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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