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와 국민 우롱하는 ‘절편녹용’ 수입

기사입력 2004.03.0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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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학 임상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인삼과 녹용이다.
    이 녹용은 우리의 건장 증진은 물론이고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성장과 발육, 뇌기능 활성화에 탁월한 효능이 입증되고 있다.
    현행법상에서 녹용은 회분(灰分) 35%이상이라야 하며 그 이하는 녹각으로 정의되어 있다. 이렇게 규정함으로써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크게 작용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4월 1일 부터는 예전에 통녹용으로 들여왔던 것을 절편해 수입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얼핏 보기에 절단한 것을 들여옴으로써 절단하는데 고생하지 않고 간편하게 이용하니 얼마나 좋을 것이냐고 단정 지울 수도 있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상업적인 목적이 짙게 깔려 있다.
    한의학 임상가에서 녹용을 수 십년 넘게 활용해 왔어도 녹용을 잘 알 수가 없어 우리는 늘상 썰지 않은 녹용을 가져다가 털을 태우고 어려운 절편을 해서 사용하고 있다.
    녹용은 필자가 지난 20년동안 수입녹용 검사를 했고 또 산지를 각국에 다니면서 보아왔고 또 간간이 써 보기도 했으나 지금도 혼동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녹용은 사슴의 종류 나이 사육상태 부위에 따라서 값이 크게 달라지고 효과도 변하는데 만약 이것을 썰어서 들여 온다면 누가 종(種)과 회분의 함량을 측정한단 말인가.
    우리가 현재 약용하는 녹용은 소위 중국산 화용, 매화용과 구소련과 카자흐스탄 등의 원용, 캐나다산 엘크 그리고 뉴질랜드산 적녹의 뿔을 약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녹용만 녹용이 아니고 소련과 기타 북미에는 순록의 뿔이 무수하게 많고 또 이것을 알래스카 녹용이라고 해 우리나라에서 수 없이 많은 량을 임상에 적용하여 사람에 따라서는 굉장한 우수성을 말하는 이들도 많았으나 현재는 한약규정집에 수록이 되지 않아서 사용치 못하므로 자연 수입도 안돼 암거래만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만약 이 녹용의 상대만을 절편하여 기왕에 들어오고 있는 물품과 혼합해서 판매 유통이 된다면 이것을 식별할 수 있는 사람은 수입한 사람 말고는 판별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녹용 중에서도 회분규격에는 문제가 없지만 관능상 불합격이 되는 1년생(스파이크) 2년생은 작고 여려서 약용가치가 없다고 하여 수입금지 품목이다.
    이제는 이런 저질품들이 마구 들어 올 것이 뻔한 노릇임에도 불구하고 절편녹용을 수입한다고 하니 한심스럽고 한편으로는 분통이 터지는 처사이다.
    지금 우리가 가장 많이 가는 관광지는 동남아요, 그 다음은 청정지역으로 꼽는 뉴질랜드이다.
    그런데 그곳에 갔다가 오는 사람마다 거의 녹용을 사가지고 오는 것까지도 좋은데 아주 저질품 국내의 불합격품을 90%이상 사가지고 와서 그것도 형편없이 비싼 값을 지불하면서 들여와 약을 지어 달라고 할 때 한의사는 물론이고 분통을 터트린 이가 어디 한 둘이었겠는가.
    그 뿐인가 필자가 지금부터 20여년 전에 녹용의 골다공증실험을 하여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이것을 상업적으로 써 먹은 사람들은 뉴질랜드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녹용을 판매하고 있는 상인들이었다.
    그렇다고 나에게 개런티를 낸 적은 전혀 없다. 이국 멀리에 있다고 모르는 것 같아도 소문은 열흘이 안돼 금방 나에게까지도 알게 되었다. 아마 이번에 발표한 것도 마찬가지의 작태가 벌어질까 염려가 된다.
    뉴질랜드에 여행을 한 사람은 다 겪어온 수치스러움이 있는데 이것은 모든 한국 여행자의 짐을 낱낱이 뒤져서 밀수자 취급을 하는 것은 민족적 자긍심을 자극하는 처사였다.
    이참에 뉴질랜드 및 외국에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의 휴대품 중에 아예 녹용의 반입을 일체 중지 시켜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 농민을 살리는 길이요 국민의 자긍심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어떻든지 이번 4월부터 녹용이 절단되어 들여오는 것을 한의사들은 전혀 모르는 사실일 것인데 앞에 이야기 한 대로 사슴의 종, 연수, 등급이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입되는 것은 결과적으로 한의사나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므로 차라리 녹용시장을 확대 개방하여 순록까지도 약용하는 것이 어떠할지 제안하는 바이다.
    순록의 뿔은 소련에서 연구가 많이 되었고 또한 성분상에서도 차이가 없으며 판토크린이라는 약효물질제제는 오래 전부터 다량 생산하여 널리 판매하고 또 좋은 임상 결과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대의 상황이 급변하고 지구가 한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예전에 등한시하고 몰라왔던 약물이나 효능이 밝혀짐에 따라 한의사의 상용약물의 폭도 확대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규제와 조절은 항상 지켜져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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