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교육 현안 문제인식 '공유'

기사입력 2018.05.21 16:18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한의학미래포럼 57차 토론회 개최
    KakaoTalk_20180521_090846740
    한의학미래포럼 57차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한의신문=민보영 기자] 한의학미래포럼(이하 한미래포럼)이 지난 19일 용산역 회의실에서 '다시, 교육이다-백년 후 한의학을 위하여'를 주제로 57차 토론회를 개최, 한의학 교육 현안에 대한 문제인식과 해결 방안 등을 공유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창업 가천대 한의대 교수가 '통합의학 시대 한의사를 위한 의과학적 리터러시'를 주제로 한 강연에 이어 김현호 동신대 한방병원장이 '한의대 교육환경인식 평가척도의 횡문화적 번역과 요인 분석'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발표 후에는 김윤경 한미래포럼 대표의 사회로 엄두영 복수면허자협회 이사, 윤성우 대한한의학회 학술이사, 정희범 프리인턴 대표, 김지만 경희생한의원 원장, 김기왕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청중과 패널 토의를 벌였다.

    김창업 교수는 강의를 통해 한의사가 갖춰야 할 기본 소양으로 '의과학 리터러시'를 제시하며 한의학이 고유의 특수성뿐만 아니라 의학이 보유하고 있는 보편성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과학 리터러시는 의사, 약사, 생명과학자 등 의과학 관련 전공자가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지식체계와 마인드를 바탕으로 한 의과학 정보 습득 및 소득 능력을 말한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한의학은 고유의 특수성을 강조해 오는 과정에서 의과학 계열이 보편적으로 보유한 공통점이나 보편성을 비교적 덜 중시해 왔다"며 "앞으로의 한의학은 다른 의과학 계열이 보유한 지식체계와 마인드를 공유함으로써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의과학자의 인식 틀에 다다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한의사가 의과학적 리터러시를 확보하기 위해 한의대 교육이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행의 생리학·양방생리학, 병리학·양방병리학 등의 한의학 교과서 제목만 봐도 보편적 의과학이 한의대에서 타자의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경향을 알 수 있다"며 "의과학자가 공통으로 보유해야 할 지식을 타자화하는 기본 철학은 이처럼 과목명, 과목의 시수 및 학점, 학생의 수업 태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한의학이 현대과학의 공통언어와 기본 개념을 공유한다는 전제 하에, 한의학점 관점과 배경은 비교적 획일화된 과학 연구의 실천 체계에서 독특한 사유의 힘을 제공하는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호 원장은 발표를 통해 지난 2015년 국제학술지 '근거중심 대체의학'(Evidence-Based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에 실린 'DREEM 설문을 이용한 한의과대학 학생들의 인식 조사' 논문을 소개했다. 한 한의대 학생 385명의 설문 결과를 담은 이 논문에는 현행의 한의대 교육이 △학습(students' perception of learning;SPL) △교수(students' perceptions of teachers;SPT) △학문에 대한 자기 인식(students' perceptions of atmosphere;SPA) △수업 분위기(students' perceptions of atmosphere;SPA) △학업 환경에 대한 인식((students' social self-perceptions;SSS) 등 5개 영역에서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응답이 포함됐다.

    김 원장은 "이 같은 결과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의과대학, 캐나다의 카이로프락틱 대학 학생이 응답한 수준과 비슷하다"며 "그리스와 독일 일부 의과대 대학생, 인도, 스리랑카, 네팔, 터키 등 아시아 국가와 다른 중동 국가보다 좀 더 낮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한의계 교육, 이대로는 안 된다" 문제의식 공감

    강연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는 강의 주제에 대한 패널의 질의와 의견 외에도 한의학 교육의 현주소와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김기왕 교수는 "의과학적 리터러시를 갖춘다고 해서 한의학을 비방하는 목소리가 사그라들 지는 의문"이라며 "의과학적 리터러시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한의학이 보유한 고유의 특장점이 그들에게 전파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 한의학의 현대화일 것"이라고 운을 뗐다.

    김지만 원장은 "최근 한 언론사에서 원전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교수, 학생, 한의사의 입장을 다룬 기사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내가 느낀 점은 학교마다 원전교육을 받는 격차가 다르다는 점"이라며 "이 외에도 체계적인 한의학 교육, 유급 문제, 교수의 학생의 소통, 학습 전달 교수법 제고, 임상에 필요한 한의 교육 등이 임상을 하며 한의대에서 느꼈던 아쉬움"이라고 밝혔다.

    정희범 대표는 "한의계 신뢰 회복을 위해 설립한 프리인턴은 경상의료비 통계에서 한의계의 비율이 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한의사가 전문가로서의 신뢰를 받기에 적절한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한의사 배출 과정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며 한의계의 현실과 프리인턴 설립의 배경에 한의학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엄두영 이사는 "국가시험을 통과한 한의대 졸업생이 국가시험만으로도 임상 현장에서 효과적인 진료를 펼칠 수 있도록 한의학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며 "또 최신 지견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교과서에도 반영하는 등 변화하는 의학의 패러다임을 한의학 교육에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호 원장은 "현행의 한의대 교육과정에 의과학 관련 내용이 부족하면 늘리면 된다. 문제는 한의학 교육 내에 옥석을 가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한의학은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학문이지만, 이 역사에 비해 변화한 시대에 맞게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려는 시도는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고동균 대한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현재 한의계 내에서도 최신 지견을 바탕으로 한의학을 재해석하는 흐름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과정에서 입증이 불가능한 부분은 명확하게 하는 등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장인수 우석대 한의대 학장은 "저를 포함한 전국 11개 한의대·1개 한의전 학장은 지금의 한의계 현실의 원인을 한의학 교육에서 찾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있다"며 "한국한의과대학학장협의회는 현재 이 같은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결의, 방침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을 계획을 갖고 있다. 모두 한의학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데 희망을 걸면서 잘 다듬어진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연석 원광대 한의대 교수는 "한의학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가 전반적인 지식의 부족에 있는지, 학문 분야를 수용하는 태도의 문제에 있는지를 구분해야 할 것 같다"며 "과목수, 시간수 등 개별의 부족한 지점을 나열해 채운 나머지 한의학 교육은 현재 과도한 수업으로 채워지게 됐다. 앞서 나온 논의대로 특정 질환에 대한 치료는 시대마다 달라진다. 세계 의학교육에서도 과학적 원리, 근거중심 원리의 중요성을 언급하지만 결국 이런 변화를 어떤 근거로 선택하느냐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승훈 단국대 교수는 "결국 변화의 주체는 대학 교수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과목이나 시간 수 같은 개별의 영역을 해결하든, 태도의 문제를 변화하든 각론은 있을 수 있지만 확실한 점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사실"이라며 "어떤 원칙과 방법으로 변화를 이끌어갈지를 실질적인 행동의 차원에서 보여줘야 할 지 학장협이나 협회,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 등에서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우 학술이사는 "한의학 교육의 문제는 한의학 전체의 문제라는 데 동의한다. 대한한의사협회, 학회, 학교 모두 한의학 교육의 변화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각각 1차 의료에서의 한의사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개편, 한의대의 CPX 교육 강화, 임상진료지침개발 등의 영역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한의학 각계가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소통과 발전으로 한 걸음 내디뎌야 한다. 이 시도에 교수, 학술단체, 학회가 변화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윤경 대표는 "이번 한미래포럼 주제는 10년 전 제11차 토론회에서 논의됐던 한의학 교육의 문제점을 환기시키고 변화 추이를 파악해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오늘 나왔던 다양한 논의는 한두 가지의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원인이 얽히고 설켜 있다. 한 차례의 토론으로 그칠 게 아니라 제2의, 제3의 논의로 풍성하고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