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백화점 유토피아에 그치나”

기사입력 2007.05.2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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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식 한방의료 마케팅 한계 드러나

    서울 동대문구 제기·용두동 일대 한방 타운에 세워진 대규모 한방백화점들이 경영 악화로 신음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4시30분경 방문한 한방테마 쇼핑몰 ‘동의보감 타워 건강백화점’은 무척이나 한산했다. 1시간이 지나고도 고객 5명이 전부였다.

    또한 지역 특산물관이었던 2층 매장은 대부분 점포가 빠지고 의류 행사장으로 변질, 아예 오는 6월쯤에는 상설 스포츠 의류매장으로 바꿀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장을 채우려는 궁여지책인 셈이다.

    고객 발길 뜸해…점포 빠져나가

    길 건너편에 위치한 ‘한솔 동의보감’의 상황은 훨씬 심각했다. 한약관련 상가들이 즐비했던 3·4층은 점포가 모두 빠지고 불이 꺼진 채로 방치돼 있었으며, 5층 식당가도 대폭 줄어 한 눈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지난 3월에는 4개 점포의 분양권이 경매시장에서 헐값에 팔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변 한방 백화점인 ‘롯데불로장생(롯데기공)’과 ‘한방천하(포스코 건설)’는 기지개조차 펴지도 못하고 있었다. 롯데불로장생은 분양이 끝났어도 입점이 완료되지 않았으며, 한방천하는 아직도 분양을 마치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대해 동의보감 타워 홍보팀 이원노 차장은 “자사가 테마백화점 컨셉으로 많은 선점을 해 놓은 상태라서 후발주자들이 핸디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의보감 타워가 선발주자로서 겪은 시행착오가 더 큰 문제였다. 동의보감 타워 7층에 입점한 자향한의원 박정민 원장은 “백화점 고객이 한의원으로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 역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 지경”이라며 “메디컬 경영이 아닌 일반 백화점마냥 유통개념으로 접근한 것이 가장 큰 폐단”이라고 밝혔다.

    하루 환자 16~17명에 그쳐

    한솔동의보감 건물 6층에 위치한 H한의원 Y원장은 “그야말로 텅텅 비었다. 생필품을 파는 1층 마트를 제외하고 방문객들을 보는 것 자체가 어려울 정도”라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한의원 또한 덩달아 된 서리를 맞았다. “하루 환자가 16~17명에 그친다. 그것도 한약 (구매)환자는 거의 없고 60세 이상 노인 침 환자들이 전부다.” 윤 원장에 따르면, 노인들 대상으로 한 댄스교습소마저 입점될 뻔 했으나 내부반발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 본래 취지였던 한방테마 쇼핑몰의 기능은 이처럼 급속도로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약령시장 상인들도 이곳을 멀리하고 있다. 입점하고 싶어도 임대료가 너무 비싸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점포 공간이 작아 관리측면에서 불편함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약령시장에서 ㄱ한약국을 운영하는 L씨는 “대형상가가 생겨서 많은 사람들을 유치할 줄 알았더니 이곳(약령시장)을 찾는 고객들을 나눠먹는데 그치고 있다”며 “서로 동반자살을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시청 관광활성화 전략 검토

    이대로 가다가는 한방산업에 대한 불신이 조장될 뿐만 아니라 투자 심리도 위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동대문구한의사회 고성철 회장도 이같은 걱정을 토로했다. “경동 약령시장이 한방산업특구로 지정됐지만, 아직 관계부처에서는 뚜렷한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객편의와 시너지효과 창출 차원에서 약령시장 내에 주차장 시설을 늘리려는 환경조성사업도 일부 거주민의 반대로 애를 먹고 있다.” 고 회장은 한의원이 쉬는 목요일이면 한방산업특구를 살리기 위해 구청과 서울시청 등 관계부처를 찾아다니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성이면 감천. 지난 16일 마침내 서울시청 의료관광마케팅본부가 움직였다. 약령시장 한방 타운을 관광사업으로 육성시키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위해서였다. 이어 지난 23일 서울시청 주최로 서울신문사 빌딩 5층 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 의료관광 활성화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자문회의’에서 약령시장 한방특구를 관광자원으로 활성화시키려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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