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바로 전까지 옆에 지니고 싶은 책들이 있다. 그중 으뜸은 물론 성경과 불경들이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은 아마 그 다음으로 내 옆에 가까이 있을 것 같다. 이나미(신경 정신과 전문의)」
친구같은 노은사와의 마지막 수업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읽고 난 이들이 하는 말은 스승이란 존재와 삶이란 모순 그리고 죽음이라는 막차를 맞이하는 감동이다.
이 책은 저자(미치 앨봄)가 임종을 앞둔 스승 모리 슈워츠와 매주 화요일에 만나며 나눈 대화를 모은 글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부딪쳐야 하는 죽음의 공포 그리고 극복,나아가 이를 통한 인류애와 사랑이 그들이 나눈 대화의 핵심이다.
주인공인 모리는 대공황 시절 공장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를 본 뒤에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일을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뒤 학문의 길로 들어선 학자다.
그는 1959년부터 브랜다이스대학에서 사회학을 강의하던 중 루게릭병으로 은퇴한 뒤 병상에서 쓴 ‘아포리즘’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제자인 저널리스트 미치는 이를 계기로 그를 찾아 그의 지혜를 담는다.둘의 대화는 학창시절 강의 일정과 같이 매주 화요일에 이뤄졌고 이것이 친구 같은 노은사와의 마지막 수업이었다.
저자는 졸업식 대신 장례식을 치렀고,이 책은 졸업논문이라고 표현할 만큼 이들의 대화는 절절하게 마음을 파고든다.
죽음앞에 드러나는 인생
“우리가 아기로서 삶을 시작할 때 누군가가 우리를 돌봐줘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어.그리고 나처럼 아파서 삶이 끝날 무렵에도 누군가가 돌봐줘야 생명을 유지할 수가 있어.여기에 비밀이 있네.아이 때와 죽어갈 때 외에,그 중간 시기에도 사실 우린 누군가가 필요하네.”
11번째 화요일에 이들이 나눈 대화는 죽음 앞에 드러나는 인생에서 무엇보다도 서로의 사랑이 중요함을 전한다.현대화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는 요즘의 죽음은 죽어 가는 당사자들의 일이 아닌 주변의 가족,혹은 의료진에게 맡겨진 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책은 모리를 통해 죽음이란 한 개인의 마지막 삶임을 상기시켜준다.
죽음은 육체적으로 맞는 파국이다.하지만 모리는 죽음이 육체적인 파국이 될 수 있을지언정 결코 정신적인 파국이 아님을 설파한다.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네” 노교수의 마지막 강의는 한마디로 인생에서 우리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할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단순히 ‘누군가 죽어가면서 좋은 말을 많이 했나보다’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이 책은 참으로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삶을 보여주며 또다른 삶에 대한 고찰의 시간을 마련해 준다.
스승과 제자라는 엄격함을 떠나 친구 같은 친근함으로 신구의 조화를 보여주는 두 사람간의 대화는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수업이자 노인이 젊은이에게 전하는 한편의 인생 드라마 같은 잔잔함 가운데 뜨거운 감동을 전해준다.
저자는 졸업한 후 16년 만에 스승을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그전까지는 저자 역시 현대인의 전형인 출세와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잊고 늘 바쁘게 살아가는 세속적인 그런 인물이었다.
삶에 대한 다양한 고찰
그 모습은 어쩌면 나의 미래의 모습인 것 같아 씁쓸했지만 화요일마다 펼쳐지는 모리의 강의는 남은 제자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인생을 사는 방법을 알려주며 전하는 ‘삶에 대한 고찰’이라는 아름다운 마지막 선물이다.
절망 앞에선 누구나 분노하며 좌절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희망이다. 그것이 없다면 남은 시간은 무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모리는 죽음이라는 최악의 절망 앞에서 오히려 남들을 측은하게 생각하고 위로하며 희망을 건넨다.
모든 것을, 자기 자신까지도 용서하라는 그의 말. 그리고 젊은 시절을 모두 겪어 왔기에 젊음을 무조건적으로 부러워하지는 않는다는 그의 만족.
이 책은 우리에게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함과 동시에 늘 가까이 있는 이들의 소중함과 어떻게 이들과 사랑을 나눌지 등을 잔잔하게 그리고 뜨겁게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