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은 일상의 모든 것이 녹아있는 삶의 터전이다. 매일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의식하지 못했던 또 하나의 ‘거울’인 셈이다. 커텐의 섬세한 주름에서 온유의 가치를 확인하기도 하고, 허세를 부리지 않는 나뭇결 바닥에서 수수한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성당의 뾰족한 탑은 열의와 집중을, 둥근 아치는 고요와 균형을 체현하며 시각적 비유를 이용해 인간의 심리상태를 재현한다.
프랑스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신작 ‘행복의 건축’ 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는 ‘여행의 기술’, ‘불안’, ‘동물원 가기’ 등으로 전 세계 여성독자의 오감을 자극시킨 작가로 유명하다.
책에서는 건축이 부르는 생명의 노래가 알랭 드 보통의 손으로 연주된다. 해박한 지식과 독특한 철학으로 풀어낸 이 책은 새삼 몰랐던 건축의 매력을 흑백사진의 차가운 이미지에 인간적 활기와 친화력으로 불어넣는다. 회색 도시 빌딩 숲에서 행복의 가능성을 전하는 건축의 말을 총천연 빛깔의 문자로 빚어낸 것이다.
그의 글은 정적인 듯 보이지만 그 안에 애잔한 역동성이 스며들어 있어 건축과 행복의 향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치밀한 시선은 모든 건물의 층과 높이, 창문의 위치에서 거리를 따라 마주보고 되풀이된다.건물 그림자는 춤을 추고, 엄숙한 건물의 거리행진에 가로등과 벤치가 조화를 이룬다. 질서에 저항하는 기하학적 벽면 문양이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반영하며 여기에는 독창적이고 상냥한 상상력만이 필요할 뿐이라고 필자는 전한다. 더 이상 단순한 인공물이 아닌, 순간과 배경의 감정적 기념물로써 존재하는 건축물은 여성의 섬세함을 뛰어넘는 동시에 소박한 주변 환경의 미적 가치를 배가시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건물에 대한 우아하고 진지한 드 보통의 철학이 배가된 아름다운 변주곡이다. 차라리 시에 가까운 그의 글을 보고 있자면 어느새 독자 또한 건축이 전하는 생명의 노래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레 / 14,000원 / 031-955-7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