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 알기 쉬운 법률 이야기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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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의신문 작성일21-01-21 15:36 조회4,98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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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변호사(대한한방병원협회 법률고문)
약침학회시설 내 약침생산행위에 관한 소고
-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7도20005판결을 중심으로
I. 문제제기
작년 10월 29일 대법원은 대한약침학회(이하 “약침학회”) 시설을 이용하여 약침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행위가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보건범죄단속법”)’과 ‘약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확정하였습니다(대법원 2017도20005 판결). 약 6여년 간의 약침학회와 검찰의 길고 긴 다툼에 대하여 대법원이 검찰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필자는 대법원이 쟁점에 대하여 적법한 판단을 하였다고 보나, 대법원의 판단을 확대해석 또는 오인하여 마치 한의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든 약침이 불법이고 약침술이 불법의료행위인 것 마냥 보도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워 위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II. 사실관계
1. 피고인은 약침학회의 前 회장으로 한의사입니다.
2. 피고인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약침학회 내에 약침생산시설을 갖추어 놓고, 약침학회 직원들로 하여금 약침액 원료를 정량·교반·여과 등을 하게 하는 방법으로 봉약침 등 약침액 52종류, 총 13,310,390cc를 제조하였습니다. 그리고 제조한 약침을 전국 2,200여 한의원에 판매하였습니다(시가 합계 205억 54,641,008원 상당).
III. 법원의 판단
법원은, 약침학회 내에서 약침을 생산하는 행위가 조제가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허가가 필요한 의약품의 ‘제조’에 해당하고, 그렇게 생산된 약침을 한의원에 제공하는 행위가 불법제조물의 판매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일련의 약침생산행위를 지휘한 피고인이 ‘보건범죄단속법’ 및 ‘약사법’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IV. 평석
1. 의약품 조제행위에 해당하는가?
약사법은 “약사 및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다”라고 규정함으로써(제23조 제1항) 의약품 조제행위의 주체를 약사, 한약사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한 예외로 부칙에서 한의사는 자신이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한약 및 한약제제에 한하여 직접 조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판과정에서 확인되는 약침학회시설 내 약침생산과정은 한의사가 자신이 내린 처방에 따라 원재료의 양이나 무게가 정량되었는지를 확인하지 않고, 설령 한의사가 약침생산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그 시간이 전체 생산과정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교하여 볼 때 미미한 수준에 그칩니다. 따라서 약침학회의 약침생산은 한의사가 참여, 관여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그 생산시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직원이 전담하였다고 밖에 볼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법원의 판단근거 중 필자가 특히 눈여겨본 사항은, 한의사가 약침학회의 약침조제대장을 작성할 때 조제일, 한의사명, 약침명, 조제량 등을 기재하지 않고 단순히 생산용량만을 예상해서 적었고, 후처리 과정에서 약침액이 섞이게 되므로 특정 한의사가 직접 생산과정에 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해당 약침을 제공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에 법원은 약침학회의 약침생산이 “한의사에 의한 약침(의약품) 조제행위”가 아니라 “약침 제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약침학회는 약사법에 따라 법령이 정하고 있는 시설(의약품제조시설)을 갖추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허가를 받아야 약침을 생산하였어야 합니다. 필자는 이러한 법원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조제”는 일정한 처방에 따라서 특정한 용법에 따라 특정인의 특정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약제를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제조”는 공장이나 대규모 사업장에서 원료를 가공·처리하여 제품을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2. 적법한 조제·제조시설을 구비하였는가?
약사법은 의약품 제조를 업으로 하려는 자는 적법한 시설을 갖추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고(제23조 제1항), 약사 또는 한약사가 의약품을 조제할 때에는 약국 또는 의료기관의 조제실에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제2항). 의료법은 제33조 제2항에서 의료기관의 개설주체를 별도로 정하고 있습니다.
약침학회는 약침학을 학술적으로 발전시키고, 새로운 약침제제를 개발하고 연구하기 위하여 한의사들로 구성된 학술단체입니다. 따라서 약침학회는 의료법상의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약침생산을 위한 탕전실을 설치할 수 있는 자격이 없었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허가도 받지 않았으므로 약사법상의 의약품제조업을 영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더구나 약침학회의 약침생산시설은 개설신고도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법원은 약침학회의 약침제조행위가 약사법 위반이라고 판단하였고, 약침학회가 제조한 약침은 부정의약품이라고 보아 약침학회의 약침제조행위를 보건범죄단속법 위반(부정의약품 제조 등)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법원의 논리는 수긍할 만하다고 판단됩니다.
3. 현 원외탕전실의 약침생산 시스템에 관하여
현재 적법하게 운영되고 있는 국내 원외탕전실의 시스템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외탕전실은 2008. 9. 5. 「의료법 시행규칙」을 통해 그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원외탕전실은 의료기관 외부에 설치되어 여러 의료기관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 부속시설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원외탕전실에서 약침, 한약 및 한약제제를 조제, 제조하는 것은 의료법상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원외탕전실에서 약침 등을 생산하는 행위가 조제에 해당하는가, 아니면 제조에 해당하는가 입니다. 이에 대하여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며, 아직 어느 견해가 타당하다고 정리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필자는 여러 견해 중 예비조제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지지하는 견해를 간략히 소개해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제”란 특정인의 특정질병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약제를 만드는 행위이므로, 한의사가 환자를 진찰한 후 약침 투약 부위와 투약할 용량을 결정하여 준비하는 단계가 최종적인 조제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종적인 조제행위 이전에 한의사의 지시에 따라 원외탕전실이 약침을 미리 조제하여 두는 것은 한의사의 사전처방에 따라 장래 특정질병에 사용될 약침을 사전에 예비적으로 준비하는 행위, 즉 예비조제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도 행정해석을 통해 동일하게 판단하고 있고, 대법원에서도 동일하게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도2329판결, 대법원 1974. 4. 23. 선고 73도1089판결 등 참조). 요컨대, 원외탕전실의 예비조제행위는 한의사의 최종적인 처방 및 조제행위와 결합되어 한의사가 행하는 전체 한방의료행위의 일부분에 해당한다는 견해입니다.
따라서 한의사가 자신의 지시에 따라 의료기관 내의 부속시설인 원외탕전실에서 생산한 약침을 가지고 있다가 특정 환자에 대한 진찰, 처방을 거친 후 약침을 최종적으로 조제하여 투약하는 것은 의료법상 적법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생각됩니다. 대상판결에서 의료기관이 아닌 약침학회가 약사법상의 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약침을 생산하는 경우와는 명백히 다른 경우에 해당합니다.
V. 결언
한방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 보다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최근 한의계는 추나요법의 건강보험급여화, 첩약보험시범사업 등을 통해 국민이 보다 더 큰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의 위법행위로 인해 한의계 전체가 위법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매도당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더 이상 한의약품, 한방의료행위 등에 대한 적법성 시비가 다투어지지 않도록 한의계는 제도의 내실화와 그 근간이 되는 법적 근거의 확립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간 이러한 근본적인 노력없이 한의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이해를 높이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볼 기회가 되었기를 바라면서 본 칼럼을 마칩니다.
★관련 내용에 대해 궁금하신 점은 이메일(kmklawyer@naver.com)로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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