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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유래 ‘장 섬유화’ 치료 가능성 제시[한의신문] 케이메디허브(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사장 박구선)와 한국한의학연구원, 분당차병원 연구진이 한약 유래 난치성 장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들은 장 섬유화(Intestinal fibrosis) 진행을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전략이자 천연물 유래 성분 ‘Prim-O-glucosylcimifugin(POG)’의 기능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Life sciences’에 ‘Prim-O-glucosylcimifugin attenuates intestinal fibrosis by modulating TGF-β/MAPK signaling and ECM remodeling’이라는 제하로 게재됐다. 연구결과 POG는 TGFβ/MAPK 신호전달 경로를 조절하고, 세포외기질(ECM)재구성을 억제함으로써 과도한 섬유화 반응을 완화하는 분자적 기전을 보유하고 있는 한편 섬유아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고, 콜라겐 침착을 감소시켜 장 조직의 구조적 손상을 완화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낸 성분은 한약 유래 천연물로 만성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의 장 협착 및 수술적 절제를 예방, 신약 후보물질로의 발전 가능성이 높아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 확장과 글로벌 공동연구 추진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협력은 기존 동물실험 중심의 접근을 넘어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인 전임상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즉 병원-연구기관-학계 간 삼자 협력모델의 사례로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전 분석 및 후보물질의 분자적 효과 규명부터 환자샘플 제공 및 임상데이터 연계, 플랫폼 구축 및 효능 검증까지 수행했다. 이와 관련 박구선 이사장은 “공동 연구를 통해 구축한 장 섬유화 억제 후보물질 스크리닝 플랫폼이 실제로 후보물질 검증에 성공적으로 활용된 것은 큰 성과”라며 “앞으로도 산·학·연·병 협력을 통해 전임상 및 임상 연구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국한의학연구원 기본사업(KSN2224020)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형 융합연구사업(CAP23023-000)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주관하고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가 환자유래 장 근섬유아세포를 제공, K-MEDI hub와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구축한 장 섬유화 억제 후보물질 스크리닝 플랫폼을 활용해 물질의 효능을 검증했다. -
보건의료인이 바라보는 통합돌봄에서의 한의사 역할은?[한의신문] 통합돌봄시대가 성큼 다가온 가운데 통합돌봄 체계에서는 다직종간 협력이 무엇보다 요구되고 있다. 특히 다직종 협력에서 한의사의 역할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직역간 역할 분담을 넘어, 제도적 한계와 구조적 요인에 대한 논의가 병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돌봄에 실제로 참여한 다양한 보건의료인을 대상으로 한의사의 역할, 다직종 협력에 대한 인식 및 경험 등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논문이 ‘대한한의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한의사 및 보건의료인 인식조사에 기반한 돌봄에서 한의사의 역할(동신대 한의과대학 김동수·진한빛·안은지,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유지은)’이란 제하의 논문에서는 향후 돌봄에서 한의사의 역할을 탐색하는 한편 앞으로의 보완 및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2024년 11월19일부터 12월2일까지 문자를 통해 Google Form을 이용하여 구성된 설문조사 사이트 링크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최종 유효 표본은 대한한의사협회 소속 한의사 389명과 일차보건의료학회에 등록된 보건의료인 51명 등 총 440명이다. 다직종 협력에 대한 인식은?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다직종 협력에서 한의사의 주치의 또는 협진의 역할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으며, 다양한 직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도 공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의사의 경우 다직종 협력의 개념을 ‘안다’는 비율이 26.0%, 실제 협력 경험도 36.8%에 불과해 인식과 경험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는 한의사가 주로 한의원 중심의 단독진료 체계에 속해 있었던 진료 구조와 함께 다직종 협력 교육 및 제도의 부재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사들은 협력의 필요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으며, ‘대상자의 다양한 욕구 해결’을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는 점은 포괄적 돌봄 실천에서의 한계와 역할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건의료인 응답자의 54.9%가 한의사와의 협력경험이 있으며, 94.1%가 협력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은 의사 중심의 의료체계 안에서도 다직종 협력에 한의사의 참여가 요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인식과 실제 실천간 괴리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의사 주치의의 가능성과 한계는? 한의사가 주치의로 적합하다는 질문에 대한 응답(‘주치의만 적합’ 또는 ‘주치의와 협진의 모두 적합’)은 한의사 92.3%, 보건의료인 66.7%로 나타난 가운데 관리하기 적합한 질환 및 증상에 대한 인식은 두집단 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항목에서 3.5∼4.0점 수준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보건의료인 중 29.4%는 ‘한의사는 협진의만 적합하다’고 응답한 반면, 한의사 중에서는 해당 응답이 7.2%에 불과해 양 집단 간 인식 격차가 뚜렷했는데, 이 같은 차이는 한의사의 단독 주치의 수행에 대한 제도적 제약, 협력 경험 부족에서 기인한 심리적 장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추측된다. 또한 주치의 역할 수행 가능성에 대한 평가도 대부분의 항목에서 3.3∼4.0점의 수준으로, 이는 리커트 척도상 ‘조건부 수용’ 또는 ‘부분 가능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중 복용약 조절 및 생애말기 돌봄과 같이 의료적 판단과 의약품 조정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가장 낮은 점수가 부여됐는데, 이는 한의사의 의료행위 범위가 약물 처방 등에서 제한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밖에 다직종 협력을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으로 한의사와 보건의료인 모두 ‘법적·제도적 근거 마련’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응답했고, ‘교육과정 개발’, ‘매뉴얼 및 지침 개발’의 필요성 등이 뒤를 이었다. 다직종간 협력 강화 위해 필요한 것은? 연구진들은 이번 조사 결과 통해 돌봄에서 한의사의 역할은 아직까지 개념적·제도적으로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것으로 보임에 따라 향후 다직종간 협력 강화를 위해선 다양한 직종간 협력이 제도적으로 가능하도록 뒷받침하는 정책과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연구진들은 “돌봄에서 한의사의 역할 정립을 위해서는 한의계 내부의 자발적이고도 근본적인 성찰과 준비가 선행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한의사의 돌봄 인식 제고를 위한 한의사협회 등 유관 단체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을 고려해야 한다”며 “실제 돌봄 현장에서는 한의사들의 다직종 협력에 대한 인식과 경험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인 가운데 한의 일차의료라는 큰 틀에서 한의사가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론적 토대와 구체적인 실천적 전략을 마련하는 과정이 중요하며, 이 전략 아래 돌봄에서 한의사의 역할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연구진들은 단기적으로는 △한의 다직종 협력 모형 개발 및 적용 △다양한 임상현장의 사례 축적 등이, 또한 중장기적으론 △한의 일차의료 전문가 양성 △한의학의 일차의료에서 만성질환 효과 평가 △정책적 논의 활성화 등을 포함하는 다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연구진들은 “한의사가 주치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 필요한 다직종 협력을 위해선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이는 단지 한의사의 법적 직무범위에 대한 고려를 넘어, 다양한 직종 간의 협력이 제도적으로 가능하도록 뒷받침하는 정책과 제도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전했다. 각 직종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 필요 이와 함께 연구진들은 이같은 목표를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성과 대안도 제시했다. 먼저 각 직종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 및 상호 이해 증진이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즉 한의사가 주치의로서 환자의 포괄적 건강 문제를 관리하고 타 직종과의 협력을 조정하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한의사를 포함한 각 직종의 진료 범위, 특히 약물 처방과 같이 타 직종과 연계가 필요한 영역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직종 간 상호 이해를 증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 더불어 다직종 협력 촉진을 위해 참여하는 의료기관 및 의료인에게 수가 신설, 협력 기반 시설 및 인력 지원 등과 같은 재정적·행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협력을 장려하고 활성화해 나간다면 한의사가 다직종 팀 내에서 주치의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과정 개발, 직종간 이해도 향상에 도움 또한 직종간 이해를 높이고 효과적인 협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교육과정 개발’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연구진들은 “이번 연구 결과에서 한의사들은 다직종 협력의 개념이나 실제경험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전 연구에서는 보건의료인들이 어떤 경우에 한의사와 협력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 존재한 만큼 이는 협력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예비 보건의료인 대상 다직종 협력에 대한 교육은 물론 현장 실무자를 위한 직무 기반 교육 및 사례 기반 워크숍 등의 교육 모델 개발을 통해 이같은 장벽을 허물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현장 적용 가능성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매뉴얼·지침 개발이 이뤄져야 하며, 특히 한의사의 참여가 포함된 다직종 협력 지침은 팀 기반 의사결정, 사례회의 운영 방식, 정보 공유 프로토콜 등을 포함해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이를 통해 현장실무자들이 참조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2WAY 이명치료기기, 초기창업패키지 ‘선정’[편집자주] 최근 나상혁 두침한의원장이 중소벤처기업부의 초기창업패키지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본란에서는 나상혁 원장으로부터 선정의 의미 및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초기창업패키지(AI 딥테크 분야) 최종 선정의 의미는? “초기창업패키지(이하 초창패)는 모든 창업기업이 꿈꾸는 대표적인 정부 지원사업으로, 매년 평균경쟁률이 10:1 이상을 기록할 만큼 수천 개의 기업이 도전하지만 최종 선정되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제 경우에는 올해 상반기 도전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지만, 하반기 재도전을 통해 선정됐다. 작은 규모의 한의원, 빈약한 연구시설에도 불구하고 이명치료기기의 혁신성과 사업성을 높게 평가해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선정은 단순히 7000만원의 사업화 지원금을 받는 차원을 넘어, 정부로부터 AI 도약을 위한 기술성과 사업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창업자들이 흔히 말하는 ‘예창패→초창패→도약패키지→TIPS→글로벌 진출’로 이어지는 성장 루트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Q. 딥테크 창업에 도전한 계기는? “대부분 초창패는 공학박사나 연구원 출신, 이미 매출을 내고 있는 스타트업이 주도한다. 하지만 저는 개원의 한의사로, 임상에서 환자를 직접 진료하다가 기술 창업에 나선 독특한 케이스다. 그동안 수많은 이명 환자를 치료하면서 “한방이든, 양방이든 기존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에 절감했고, 이에 환자들의 고통을 해결하고 싶다는 절실함에서 한의학적 두침 요법과 현대 신경과학을 융합한 새로운 치료기기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과정에서 이비인후과 전문의와도 협업하며 탄생시킨 결과물이 ‘2WAY 이명치료기기(팰톤)’다.” Q. ‘2WAY 이명치료기기’는 어떤 기기인지? “명칭 그대로 두 가지 자극(2WAY)을 동시에 활용하는 치료기기다. 즉 ‘청각 자극(Auditory Stimulation)’으로 이명 관련 청각 신경로의 과민 반응을 조절하며, 더불어 ‘구강 내 음파 자극(Oral Somatosensory Stimulation)’을 병행해 뇌 신경 가소성을 촉진한다. 이 두 가지 자극을 병행하면, 기존 단일 치료법보다 훨씬 효과적인 회복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임상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Q. 높은 기술적 완성도가 요구될 것 같은데. “‘딥테크’라는 단어 자체가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의미하고 있어 단순 아이디어나 시제품 단계가 아닌, 임상 적용 가능성과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까지 입증해야만 평가를 통과할 수 있다. 이에 단순 하드웨어가 아니라 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지향하는 ‘2WAY 이명치료기기’는 진료실에서 생성되는 의료인의 진료기록, 환자가 가정에서 수행하는 홈케어 치료 과정 등 모든 데이터를 웹에 저장·관리해 의료진과 환자가 객관적으로 치료 경과를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현재는 구강 내 영상 판독을 위한 AI 학습 준비 단계에 있으며, 향후에는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AI 패턴 인식 및 개인 맞춤형 치료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명은 단순히 귀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지럼증·이석증·메니에르병·이관기능장애 등 복합적 요인과 연관돼 있으며, 청각 전달 시스템도 복잡해 의료진이 모든 케이스를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 이에 AI 분석과 GIDGNN(그래프 신경망) 기술을 접목, 로그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패턴화하고, 의료진을 보조하거나 일부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치료 지원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Q. 향후 계획은? “올해 안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인허가를 최종 승인받고, 곧바로 임상시험에 착수해 기기의 안정성과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예정이다. 또한 동시에 학술 데이터를 확보하며, FDA 승인 준비에도 들어가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 하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국내 환자뿐 아니라 전 세계 이명 환자들에게 ‘2WAY 이명치료기기’를 보급하는 것이 목표이며, 이를 통해 한국의 한의학적 지혜와 첨단 딥테크가 결합한 이 기기를 글로벌 표준으로 만들고 싶다. 더불어 현재 2WAY 이명치료기기 분야는 아일랜드 Neuromod社의 ‘Lenire’ 제품이 청각 자극과 체성감각 자극을 결합한 방식으로 상용화돼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제가 개발한 기기는 한의학적 두침요법의 융합과 AI 데이터 기반 분석 플랫폼이라는 차별화 포인트를 앞세워 나간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며, K-메디컬의 기술력을 세계시장에서 입증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Q.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여러 번의 실패와 재도전 끝에 공신력 있는 초창패 최종 선정을 이뤄낸 것은 저 자신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즉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예상치 못했던 길을 걸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앞으로도 환자와 동료, 그리고 후배 한의사들에게 도전과 혁신의 모델이 되고 싶은 바람이며, 이번 선정을 계기로 이명 치료 분야에서 AI 강국 한국의 의료기술을 세계 무대에 당당히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대한형상의학회에서 전하는 임상치험례 <44>김수상 본디올평촌한의원장 여자 48세, 2023년 5월9일 내원. 【形】 151cm/56kg, 좌우형 기과 관골. 【色】 手掌黃 面微黃微紅. 【腹診】별무압통. 【旣往歷】 자주 대상포진에 3번 걸렸다(5년 전, 1년 전 좌측 옆구리 2번, 3개월 전 우측 뒤쪽 대퇴 부위). 【症】 ① 손 끝이 한포진으로 갈라진다(이번 구정 지나고 나서 생겼다). 발에도 한포진 증상이 있다. ② 발은 뒷꿈치 발바닥이 갈라졌다. 8년 전에 어린이집에서 안전사고 때문에 장화 신고 조리실에서 일한 뒤에 발뒷꿈치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한림대에서 알리톡 처방받아 3년 복용하다가 좀 덜해지긴 했는데 아침에 두통이 생겨서 중단하였다. 약 중단 후 두통은 없어졌는데, 발 뒷꿈치가 계속 갈라진다. 【治療 및 經過】 ① 23/5/9 當歸拈痛湯湯 加鹿角 20첩 45P 120cc 투여. ② 23/6/2 한포진 증상 호전. 當歸拈痛湯 加鹿角 20첩 45P 120cc 투여. ③ 23/7/4 한포진은 없어짐. 발뒷꿈치 갈라짐이 남아 있어 生血潤膚飮 加鹿角 1제 투여 후 눈에 띄게 개선. 【考察】 상기 환자는 형상이 좌우형으로 몸통에 비해 팔다리가 짧고 엉덩이가 큰 편이었으며, 얼굴에 상열감이 있고 면미황미홍 및 수장황을 보였다. 증상은 손과 발의 한포진과 발 뒷꿈치 갈라짐 현상이 심하여 고통받고 있었다. 평소 식탐이 있고 에너지가 있는 분으로 8년 동안 장화를 신고 濕한 공간에서 일을 하여 발 뒷꿈치 갈라짐 현상이 점점 심화되어 왔다고 했다. 우선 濕熱을 조절하는 當歸拈痛湯湯에 精血 보충에 뛰어난 효능이 있는 鹿角을 함께 가하여 2제 연복해 한포진이 개선되었고, 발뒷꿈치 갈라짐을 치료하기 위해 生血潤膚飮 加 鹿角을 투여하여 크게 개선된 효과를 본 케이스다. 【參考文獻】 ① [東醫寶鑑. 足 脚氣治法 p787.] 습열이 삼음경에 있으면 강활도체탕·제습단[처방은《입문》에 나온다]·삼화신우환[처방은 하문에 나온다]·수풍환·지실대황탕·개결도인환·당귀점통탕을 써야 한다[《입문》]. ◎ 當歸拈痛湯 습열로 각기가 생겨 붓고 아픈 것을 치료한다. 강활·인진(술에 축여 볶은 것)·황금(술에 축여 볶은 것)·감초(구운 것) 각 1돈, 지모·택사·적복령·저령·백출·방기 각 6푼, 인삼·고삼·승마·갈근·당귀·창출 각 4푼. 이 약들을 썰어 1첩으로 하여 물 2잔에 잠시 담갔다가 1잔이 남을 때까지 달인다. 빈속일 때와 잠들 때 한 번씩 복용한다[《보감》]. ② [東醫寶鑑. 湯液篇卷之一 鹿角 p2049.] 性溫, 味鹹, 無毒. 主癰疽瘡腫. 除惡血, 除中惡, 心腹疰痛. 又治折傷, 腰脊痛[《本草》].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짜며 독이 없다. 옹저와 창종(瘡腫)에 주로 쓴다. 어혈을 없애고 중악·주심통(疰心痛)을 치료한다. 또, 뼈가 부러진 것과 허리·척추가 아픈 것도 치료한다[《본초》]. ③ [用藥心得十講 鹿角] 鹿角은 성미가 함온하며 보신양 익정혈하는 약물로 그 작용은 녹용과 비슷하다. 그러나 비교적 완약하므로 녹용의 대용품으로 응용한다. 녹용은 간신을 준보하는 약물로 응용하는데, 보하는 힘이 鹿角보다 우수하며 鹿角은 보간신하는 작용이 비록 완약하지만 活血 散瘀 消腫하는 작용이 녹용보다 우수하다. ④ [臨床韓醫師를 위한 形象醫學 當歸拈痛湯 p208.] ◎ 형상 - 습열(濕熱) - 얼굴이 번들번들하고 부택(浮澤)하다. - 얼굴 생김새가 하주(下注)하는 형태: △, 모양 - 열이 내포되어 있는 사람: 얼굴 부기, 상열감 동반 ◎ 해설 - 당귀점통탕은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신장풍창, 각기(脚氣), 요통, 하감창에 나와있는 처방이다. 하초(下焦)를 공략하는 처방으로 하체로 습열(濕熱)이 하주(下注)하여 양경(陽經), 음경(陰經)을 가리지 않고 허리 아래로 증상이 나타날 때 쓴다. - 당귀점통탕은 전후(前後)가 아니라 상하(上下)로 보아 아래쪽의 병, 즉 습열(濕熱)병을 치료하는 처방이다. 습열(濕熱)이 있기 때문에 소화는 잘 되고 체구도 큰 경향이 있다. 또 얼굴이 부탁(浮濁)하여 번들번들하고, 부기(浮氣)도 있고, 상열감이 있으면서 습(濕)이나 풍한습(風寒濕)에 상해서 다리가 붓거나 울긋불긋한 경우에 사용한다. - 습열(濕熱)의 병리가 나타나는 곳은 첫 번째 각부(脚部)이다. 물론 손도 습열(濕熱)에 의해서 붓는 경우가 있지만, 습열(濕熱)은 하주(下注)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아래가 더 많이 붓는다. 각기, 요통, 신장풍창 등에 당귀점통탕을 쓴다. 신장풍창은 주로 병소(病所)가 하체에 나타나는데, 오래되어 위로 올라와서 얼굴까지 심해진 전신성 질환인 경우에는 방풍통성산(防風通聖散)을 쓸 수 있다. ⑤ [臨床韓醫師를 위한 形象醫學 生血潤膚飮 p339.] ◎ 구성 및 방해 조증으로 피부가 갈라지고 손발톱이 마르며, 긁으면 가루가 일어나고 피가 나면서 몹시 아픈 것을 치료한다. 천문동 1.5돈, 생지황·숙지황·맥문동·당귀·황기 각 1돈, 황금(굵고 속이 부서지는 것을 술로 법제한 것)·과루인·도인(질게 간 것) 각 5푼, 승마 2푼, 홍화(술로 법제한 것) 1푼, 오미자 9알. 이 약들을 썰어 1첩으로 하여 물에 달여 먹는다. ◎ 참조 <燥門ㆍ燥宜養血> ◎ 해설 조증(燥證)으로 피부가 갈라질 때 쓴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305)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許燕 先生(1921∼1995)은 충남 당진 출생으로, 1956년에 한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서울 왕십리에 제원한의원을 개원해 한의사로 활동하였다. 그는 재경충남한의사회를 모태로 1970년 화요한의학회를 구성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하여 훗날 ‘청구한의학연구회’라고 이름을 바꿔가면서 사상의학을 연구했다. 현재 이 학회는 ‘체형사상의학회’라고 이름을 바꾸어 그의 아들 허만회에 의해 계승되어 학회의 임상경험집과 학회지를 통해 연구되고 있다. 허연 선생은 1979년 청구한의학연구회(회장 허인무)에서 간행한 『청구한방』 제4호에 「한의약의 예방의학적 가치와 실제임상방의 효과적 치료」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다. 그는 이 논문에서 한의약의 예방의학적 가치와 실제 임상방의 효과적 치료 방안을 논했다. 그는 한의약의 예방의학적 가치를 지탱해주는 논리의 기초는 다음의 몇 가지로 요약했다고 했다. ◦ 약이란 비록 질병 퇴치에서만의 목적 이상의 생명 유지 목적으로 이용됨이 더욱 중요한 자연의 섭리이다. ◦ 인간의 생명이 존속하는 한 신체상의 균형 즉 건강을 유지하여 생활하는 것이 가장 행복이요 지상 최대의 낙이다. ◦ 한의학의 기본적 哲理인 氣와 血의 균형이 생명력을 가진 존재의 요건이다. 이것이 예방의학의 기본 원리인 것이다. 허연 선생은 이어서 임상경험을 통해 얻어낸 경험방을 ‘實際經驗方’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했다. 그가 이러한 경험방을 제시한 것은 한의학의 예방의학적 입장에서 호발하는 질환의 치료와 예방의 차원을 함께 이야기하는 측면에서였다. 그는 ‘실제경험방’을 소화기계 질환, 부인 질환, 자궁염 및 난소염에 쓰는 처방으로 구분해서 소개하고 있다. 소화기계 질환은 만성위염에 쓰는 가미백룡탕과 소화불량 질환에 쓰는 가미위령탕, 간장염 및 담석증에 쓰는 가미삼금탕을 소개하고 있다. 부인질환에는 산후 빈혈에 두통을 肝虛를 원인으로 보아 가미사물탕을 제시하고, 자궁내막염에는 가미왕사물탕, 자궁출혈 및 붕루에 지붕탕을 제시했다. 자궁염 및 난소염으로서 血虛性에 사용하는 가미지황탕을 제시하고 있다. 加味白龍湯은 백복령, 초룡담, 백출 三錢, 천궁 二錢, 삼릉, 봉출, 육계, 청피, 감초 各 一錢, 공사인, 현호색, 빈랑 각팔분, 정향피, 건강 各 五分, 蔥二莖, 食遠服이다. 加味茯苓湯은 백편두, 백복령 各 二錢, 산사육, 당귀, 맥아, 신곡, 진피, 인삼, 소회향, 박하, 현호색 各 一錢, 몰약, 감초 各 五分, 食遠服이다. 加味三禁湯은 시호, 백지 各 三錢, 황금, 나복자, 인삼, 반하 各 一錢, 지각, 당목향, 현호색 各 二錢, 금은화, 감국, 조각, 천산갑, 감초 各 五分, 薑三棗二, 食遠服이다. 加味四物湯은 숙지황, 당귀 各 五錢, 천궁, 백작약, 향부자 各 二錢이다. 加味王四物湯은 왕불유행 五錢, 산약 一錢半, 당귀, 천궁, 백작약, 숙지황 各 一錢二分, 백편두, 목단피, 지부자, 도인, 현삼 各 一錢, 현호색, 면화자 各 七分, 空心服이다. 止崩湯은 숙지황, 백출 各 一兩, 당귀신, 황기, 인삼 各 三錢, 乾薑炮炒黑二錢이다(1일 1첩 3회 分服, 空心服이 可함). 加味地黃湯은 숙지황, 현삼 各 三錢, 사삼, 산약, 산수유, 백편두 各 一錢五分, 백복령, 목단피, 택사, 도인 各 一錢, 면화자, 현호색 各 六分이다. -
“갑작스러운 세무조사, 절차는 어떻게 되고 단계별 불복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박진호 변호사 -한의사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는 격언이 있다. 갑자기 들이닥친 세무조사 또한 그러하다. 세무조사로부터 이어지는 여러 절차들을 알아보고, 한의원이나 사업체에 세무조사가 나왔을 때 어떤 절차가 이어지게 되는지, 어떤 방법으로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지 개괄적으로 살펴보자. 세무조사 착수 후 조사절차 자체가 위법함이 명백한 경우에는 권리보호요청을 제기 세금의 부과·징수 또는 세무조사 등 국세행정의 집행 과정에서 납세자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었음이 명백한 경우, 납세자는 납세자보호담당관에게 권리보호를 요청할 수 있다. 고대부터 국가의 세금 부과 및 집행에는 자의가 개입할 가능성과 그로 인한 폐해가 많았다. 현대사회는 그러한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세무공무원이 과세행정을 집행하면서 지켜야 할 절차를 법으로 정하고, 그러한 절차의 위반이 수인한도를 넘는 경우라면 응당 납부해야 마땅한 세금마저 걷지 못하도록 통제함으로써,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강력히 보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납세자가 일단 위법한 법집행에 따라 과세처분을 받고 차후에 이를 다투는 것은 가혹하다. 이에 우리 세법은 ‘납세자보호위원회’를 각급 세무관서에 두어 위법·부당한 세무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자기통제를 하도록 했다. 국세청은 더 나아가 내부규범인 ‘조사사무처리규정’을 통해 납세자가 적극적으로 ‘권리보호요청’을 함으로써 위법·부당한 세무조사절차를 조사 단계에서부터 다툴 수 있도록 했다. 세무조사 개시사유가 없는 경우, 위법한 중복세무조사인 경우, 적법한 연장절차를 거치지 않은 장기간의 조사인 경우, 장부를 예치하고 돌려주지 않는 경우 등을 문제 제기하면서 다툴 수 있다. 세무조사결과통지 이후 고려해 볼 수 있는 과세전적부심사와 조기결정신청 과세관청이 사전에 약속한 세무조사기간이 지나면, 곧 조사결과에 따른 세무조사결과를 통지해 준다. 여기에는 과세연도 및 세목별로 추가 납부할 세액과 가산세, 그리고 개략적인 과세이유가 기재되어 있다. 그 뒤에는 ‘과세전적부심사’ 또는 ‘조기결정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안내가 첨부돼 있다. 일정 기간 아무것도 하지 아니하고 있으면 비로소 ‘납세고지서’가 나온다. 납세자는 납세고지서에 적힌 기한 안에 고지된 금액을 납부해야 한다. 뒤에서 설명할 사후 구제절차인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가 (i) 고지된 세금을 일단 납부하고, (ii) 납부한 세금을 돌려달라는 다툼을 하게 돼 있다. 과세전적부심사는 이러한 제도만으로는 납세자의 권리를 신속히 구제하지 못할 수 있다는 반성적 고려 하에 도입됐다. 납세자는 과세전적부심을 통해, 세금이 고지되기 전에 다툴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납세자는 현저히 위법·부당한 세금 부과임에도 일단 고지된 세금을 마련해 납부하고 다퉈야 하는 불편을 피하고, 신속한 권리 구제가 가능하게 됐다. 과세전적부심사에서 납세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당초 부과 예정이던 세금의 일부 혹은 전부가 부과되지 않게 된다. 반대로 납세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에는 당초 결과통지에 따른 납세고지서를 받게 된다. 만약 과세관청의 조사에 이은 과세가 정당한 것이었고, 납세자도 다툴 이유가 없는 경우라면 어떨까? 납세자는 이 경우 납세고지서를 즉시 발부받고 조사결과에 따른 세금을 납부함으로써, 불어나는 가산세를 줄일 유인이 있다. 국세청은 이와 같이, 과세전적부심사를 제기할 의사가 없는 납세자에게 ‘조기결정신청’을 하여 가산세를 조금이나마 줄이고, 생업에 신속히 복귀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두었다. 과세처분 이후 불복절차 –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 납세고지서를 통해 과세처분이 이뤄지면, 납세자는 그 기한 내에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분할납부가 가능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 자산을 처분하거나 빚을 내서라도 일단 세금을 납부한다. 고지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경우 압류 등 ‘체납절차’가 개시되는데, 이는 대부분의 금융거래에 있어 ‘기한의 이익 상실 사유(Event of Default)’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일시에 대출 원리금의 상환을 요구받게 되며, 더 이상의 신용거래가 불가능해짐을 뜻한다. 만약 이러한 일이 벌어지면 건실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더라도, 유동성 위기로 흑자도산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납세고지서가 발부되면, 그 고지가 아무리 위법한 것이라 하더라도 일단 고지된 세금을 내고 다퉈야 한다. 과세처분 이후의 불복절차는 크게 이의신청을 거치느냐 거치지 않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납세자는 과세처분 문서를 받은 날(가족은 물론 대리인, 심지어 경비원이 받아도 그날 본인이 받은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로부터 90일 이내에 당해 세무서 혹은 관할 지방국세청장에게 제기할 수 있다. 이의신청이 기각되면, 납세자는 심사청구나 심판청구를 통해 다음 불복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만약 이의신청을 거치지 않고 바로 심사청구나 심판청구로 직행하고자 한다면, 마찬가지로 과세처분 문서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심사청구나 심판청구를 하여야 한다. 이 심사청구나 심판청구를 거치지 아니하면, 과세처분이 위법하여 취소하여 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할 수 없다. 심사청구 혹은 심판청구는 법원으로 가기 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 즉 필수적 전심절차인 셈이다. 심사청구는 처분을 한 세무서장을 거쳐 국세청장에게 한다. 심판청구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있는 조세심판원에 접수한다. 원칙적으로, 납세자로부터 심사청구를 접수한 국세청장 또는 심판청구를 접수한 조세심판원은 그 접수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해당 기관들은 납세자로부터 제기된 다수의 사건을 심사숙고하여 조사하고 판단을 내리려다 보니, 모든 사건에 대해 90일 안에 판단을 내리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대신 세법은 납세자가 심사청구나 심판청구를 제기한 후 90일이 지나게 되면, 국세청장이나 조세심판원이 결정을 내리지 않더라도 바로 법원에 소를 제기하여 다음 불복절차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위에서 언급한 국세청장에 대한 심사청구 외에 감사원에 심사청구를 제기하는 방법도 있다. 감사원에 심사청구를 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것도 필수적 전심절차로 인정되기는 하나, 위에서 언급한 국세청장에 대한 심사청구 혹은 조세심판원에의 심판청구와는 달리 심사청구를 제기한 후 90일이 지나더라도, 소송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즉, 감사원에 심사청구를 제기했는데 감사원의 사건 처리가 지체되는 경우, 납세자는 그 결정을 받기까지 기다리고, 그 다음에야 행정소송 절차로 나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조세분쟁의 종국적인 해결절차 – 법원의 행정소송 만약 심사청구나 심판청구 결과 기각결정이 내려졌음에도, 다툼을 이어가고 싶다면 그 결정문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내에 법원에 소장을 접수하여야 한다. 관할세무서가 서울 소재 세무서라면 서울행정법원, 그 외 지역이라면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지방법원 본원에 접수한다. 심사청구나 심판청구 단계에서는 납세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과세관청은 그에 대해 다툴 수 없고, 곧바로 해당 결정에 따라 잘못 부과된 세금을 돌려주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조세소송은 그렇지 않다. 납세자가 승소판결을 받더라도, 대개는 과세관청이 그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거나 상고하여 분쟁이 지속된다. 소송 단계까지 왔다면, 긴 호흡을 가지고 불복에 임해야 한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강조할 것이 있다. 각 단계별로, 대체로 ‘안 날로부터 90일’이라는 ‘불변기한’이 있다는 점은 잊지 말자. 이를 놓치면, 대개는 다툴 기회를 영영 잃게 되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이면 위 기한보다 하루이틀 먼저 필요한 서류를 접수하는 것이 좋겠다. -
한의약의 글로벌화를 향한 발걸음(上)안상영 박사 (한국한의약진흥원–WHO 본부 파견) 필자의 해외 진출은 민간과 공공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기고문에서는 공공 영역에서 근무한 경험이 어떻게 세계보건기구 (WHO)로 연결되었는지, 또한 공공 영역에서 수행한 업무가 어떻게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되었는지를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필자의 공공 영역 진출은 2007년 12월 12일에 다가왔습니다. 박사 논문 완성을 위해 대학원 교실에 있던 중, 한국한의학연구원이 1994년 개원 이래 처음으로 개최한 ‘2008 KIOM 리크루팅 & PR 로드쇼’를 통해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2007년 12월 27일 게시된 2008년 상반기 정기공채(연구원 채용공고 제96호)에 응시하였고, 2008년 1월 25일 면접 합격자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개원을 앞두고 연구원의 다수 연구자가 자리를 옮기던 상황도 필자가 연구원에서 근무를 시작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였습니다. (전문연구요원) 전문연구요원으로 입사한 결정은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첫해가 지나갈 무렵에는 연구원을 그만두는 문제를 진지하게 동기와 논의하기도 했지만, 군복무의 일환으로 시작한 만큼 끝까지 마무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필자가 근무한 부서에서는 당시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 기념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이를통해 동의보감이 보건의학서로는 사상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는 과정과, 400주년 기념 개최지 선정 심사 과정 등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동의보감』 침구편, 『방약합편』 등의 한의서 영역 작업에 참여하면서 영역 표준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연구원의 다른 부서에서 WHO 협력센터 지정을 추진하고 있었고, 2011년 3월, 연구원은 WHO 협력센터로 공식 지정되었습니다. 3년간의 군복무를 마친 후에는 민간 영역으로의 전환을 고민하였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6개월간 휴직을 하였고, 여러 가지 생각 끝에 다시 연구원에 복귀하여 근무를 이어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복귀 후 몇 달이 지난 2012년 2월 6일, 『WHO 전통의약 활성화를 위한 기술관 파견 공모 공고』(보건복지부 공고 제2012–49호)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WPRO)와 전통의약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 (2011.12.22)함에 따라,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할 P4 직위의 파견자를 공모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파견 대상자의 자격 요건 초두에 정부출연기관 소속자가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필자 역시 해당 자격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당시 연구원 내에서도 다수의 인원이 해당 공모에 응모하였으며, UN 공식 언어 구사 능력이 있는 경우 가산점이 부여된다는 조건 또한 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였습니다.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WPRO)와의 면접에서는 UN 기구 근무 경험 여부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필자는 UNESCO와의 협업 경험이 있다고 답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12년 2월 공모에 응모한 이후 최종 결과가 발표되기까지의 기간 동안, 필자는 연구원 내 ‘한국한의학연감’ 개발을 담당하는 정책 부서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부터 필리핀 마닐라 소재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에서 파견 근무를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서태평양지역사무처의 전통의약 관련 팀은 지역자문관 한 분과 필자, 이렇게 두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새로운 업무를 계획해야 하는 시점이었습니다. (한국한의약연감) 필자는 한국한의약연감 개발을 지켜본 경험으로 WHO 전통의약 보건지표 및 보고체계 구축 업무를 추진하였습니다. 두 차례의 지역회의를 개최하였으나 최종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했고, 이후 해당 자료는 후임자에게 인계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보건지표 관련 업무는 2018년, 예상치 못한 계기로 다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같은 해 발간된 『2018 Global Reference List of 100 Core Health Indicators』에 전통의약 관련 보건지표 2종을 부속 지표(supplementary indicators)로 포함시키는 데 기여하였습니다. 또한 2022년 하반기부터는 WHO의 종합 전통의약 보건지표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였으며, 2025년 하반기를 목표로 현재까지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보건지표 정리 작업을 바탕으로, 2023년 제3차 WHO 글로벌 전통보완통합의학 설문지를 개발하였고, 이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2025년 5월, 온라인 대시보드 형태로 공개되었습니다. 해당 출간물은 현재 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동의보감 기념 사업) 2013년에는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을 기념하여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개최되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산청군의 지원 아래 필자는WHO 협력센터인 한국한의학연구원과 함께 2013년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전통의약품 안전성과 품질향상에 관한 국제워크숍’을 우리나라에서 개최하였습니다. 그 중 하루 일정은 필자가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방문했던 산청에서 진행되었습니다. 2023년에 다시 한번 산청에서 개최된 2023 글로벌 전통의약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의서 영역) 연구원에서 한의서 영역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WHO의 『WHO international standard terminologies on traditional medicine in the Western Pacific Region』을 참고하였으며, 이 용어 표준이 어떻게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Traditional Medicine』프로젝트로 발전하였는지, 나아가 ICD-11 전통의학 챕터 module Ⅰ 개발하게 된 배경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필자는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근무하던 2015년 하반기부터 ICD-11 전통의약 챕터에 관여할 수 있었고, 2016년 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WHO 본부에 파견되어 근무하는 동안에는 전통보완통합의학부서에서ICD-11 전통의학 챕터 실무 담당자로서 기여하였습니다. ICD-11 전통의약 챕터는 2019년 5월 공식 발표되었습니다.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조직) 사무처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어느 날 문득 “영어로 일할 뿐이지, 업무 방식은 연구원과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무처의 조직 규모, 행정 절차, 그리고 업무 운영 방식 등이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의 경험과 많이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구원에 처음 입사했을 당시, 국내 출장을 위해 기안서를 작성하라는 지시에 당황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연구원에서 점차 익숙해졌던 행정 절차와 시스템은, 사무처 내 행정 흐름과 결재 과정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ODA 연수 프로그램 개발) 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청과의 협동 과정을 통해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이후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에 파견된 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생약연구과와의 협력 사업을 본격적으로 논의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두 차례의 지역 회의, 네 차례 이상의 실무 회의, 그리고 2015년 11월 연수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협력 기반을 다졌고, 그 결과 2016년 2월, WHO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간에 한약 분야 최초의 ODA 협력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WHO 본부 근무 시기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평가원의 업무를 국제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WHO 협력센터 지정을 검토하였으나, 아쉽게도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2023년 산청 회의에서는 이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였던 규제당국자를 만날 기회도 있었습니다. -
어? 이건 뭐지?- 사진으로 보는 이비인후 질환 <49>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추운 것을 잊어버리겠다고 말하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낮에는 에어컨을 틀다 야간에는 약간 서늘한 이런 환절기에는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워, 평소 편도선염이나 인후염 등 목질환에 잘 걸리는 사람들은 특히나 온도차에 조심해야 한다. 9월16일 31세 여성 환자가 목에 통증과 이물감, 목안이 부어 있는 느낌, 쉰 목소리 등의 증상을 호소하면서 내원했다. 12일부터 목이 붓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가 16일에 심해져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별다른 설명은 없이 후두개염이라고만 하고 항생제, 소염진통제, 소화제를 처방받았다고 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편도선염이 자주 있었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일년에 3, 4회는 고열을 동반하여 심하게 오는데 이번에는 평소 목구멍쪽이 아픈 것이 아니라 더 아래쪽이 아프고 후두개염이라는 병명이 두렵기도 하여 내원했다고 한다. 사실 후두개염이면 학부 때 배운 것처럼 이비인후과 초응급질환에 속한다. 2∼3일간의 인후통, 연하곤란과 같은 증상으로 시작했다가 급격히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으로, 칼로 후비는 것 같은 심한 인후통증, 침도 삼키기 어려워 흘리는 연하통, 목소리 장애, 고음의 호흡음이 나는 천명, 자칫 후두개가 부어오르면 호흡이 곤란해 시간을 다툴 정도로 응급처치가 필요한 질환이다. 원래 소아에게서 많이 보이는 질환이지만 요즘에는 H. influenza type B 백신으로 발병율이 많이 줄었고, 오히려 성인 환자가 증가추세에 있다. 주된 원인인 세균감염이고, 이 외에도 바이러스, 화상, 목의 직접적인 외상 또는 과도한 음주나 화학약품의 접촉에 의해 발병하기도 한다. 한의원에서 자주 보는 편도선염을 거치면서 후두개염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 목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증상의 추이를 주의깊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병력과 임상증상을 살피고 후두경 검사상 후두개의 발적 종창과 피열연골, 구인두에서 후인두까지 림프과립의 발적 종창이 보이면 진단이 가능하다. 후두개 부종에 의해 성대가 얼마나 보이냐에 따라 Scope classificationⅠ, Ⅱ, Ⅲ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다만 후두개에 부종이 나타나면서 호흡곤란이 느껴지면 상급병원으로 급히 가야 한다. 이때 환자는 등을 세우고 턱을 앞으로 내밀고 양팔로 몸을 감싸는 듯한 ‘삼각대 자세’라고 하는 특유의 자세를 취하는데, 이는 호흡을 조금 더 확보하기 위한 자가 동작이다. 후두개염의 X-ray 소견은 후두개가 부어 마치 엄지손가락처럼 보인다. 재차 확인했으나 통증과 이물감이 심하기는 하지만, 숨쉬는 것은 별문제 없다고 했다. 먼저 후두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해 구개편도, 연구개, 비강, 후두의 순서로 시진을 했다. 원래 1년에도 3∼4회 정도 편도선염을 자주 겪는 편으로, 편도는 만성 비대양상을 보였으나 비강과 구개편도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다만 연구개에 점상출혈이 보여 혹시 전염성 단핵구증은 아닌지 잠시 의심했으나 병소 부위가 확실하고 내원하기 전 구토를 한 것이 원인인 것으로 보였다. 진찰시 후두개를 잘못 건드리면 급작스런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 있어 조심스럽게 후두강을 살펴봤다. 보통 후두개염이 발생하면 림프과립들이 부어 후인두벽이 부어오르는데, 일단 그런 모습은 없었고 후두개가 식도쪽으로 약간 밀려있었지만 부어있지는 않았다. 좀 더 아래쪽으로 살펴보니 후두개 전면, 즉 설면부 방향 좌측으로 농점이 있고 주위가 부어 이 병소로 인해 후두개를 뒤로 살짝 밀고 이물감이 심했던 것으로 보였다. 치료원칙은 주의깊은 관찰과 적절한 기도유지, 약물치료로 환자는 호흡이 불편한 증상이 없고 빈맥, 빈호흡이 없으며 기타 신체증후도 안정적이면서 목 안쪽의 통증이 아주 심하지는 않아 경험하였던 전형적인 후두개염의 응급상황으로는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항생제는 복용하되 일반적인 후두염에 준하여 치료를 시행했다. 패독산과 은교산을 투여하고 방염천혈, 수돌혈에 사혈과 부항, 소염 약침, 침 치료를 한 후 야간에 혹시라도 호흡이 불편하면 응급실을 가야한다는 설명했다. 17일 내원한 환자는 통증이 VAS 6으로 줄어들었고, 후두개의 염증도 가라앉는 모습을 확인하고 치료 부위에 수돌혈 뜸 치료도 더했다. 18일은 VAS 2, 22일은 VAS 0으로 호전됐고 침을 삼킬 때 약간의 이물감만 남은 상태였다. 항생제와 진통제도 16일 하루만 복용하고 한약만 복용했다. 26일 경과 확인차 내원시 후두개는 염증이 모두 소실돼 통증은 없었졌고, 목소리도 회복되었으며, 약간의 가래로 이물감만 남은 상태였다. 이렇게 후두에 염증을 겪고 지나가면 목안에 가래가 낀 듯하고 건조해진다. 특히 진해거담제를 많이 복용한 환자는 더욱 심해 목소리가 갈라지는 증상이 오래가는데, 이때에는 목의 건조와 남은 여열을 치료해주는 것이 필요한데, 천돌혈에 자하거 약침을 시행하거나 청화보음탕을 복용하면 좋다. 후두개염은 한의의료기관에서 응급처치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나 주의깊게 병정을 관찰해 응급상황으로의 가능성을 고지하여 줄 수도 있고, 증상이 경하다면 병행치료가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임상례였다. -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를 통해 확인한 한의약의 가능성”전우진 대전대 한의대 본과 4학년 대전광역시한의사회 이원구 회장님과 대전대학교 추나의학 김세종 교수님의 추천을 통해 우즈베키스탄 해외의료봉사라는 귀한 기회를 얻게 됐다. 처음에는 너무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주저 없이 신청했으나 사실 마음 한켠에는 ‘낯선 나라에서 언어도 통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과연 내가 의료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걱정은 오히려 준비를 더 철저히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기본적인 우즈벡어 인사말과 의료 관련 단어를 익히고, 한의진료에서 자주 쓰는 문진 질문을 영어와 그림으로 정리해 챙겼다. 현지에는 전문 통역사가 함께해 실제로 우즈벡어를 사용할 일은 거의 없었지만 환자와 눈을 맞추며 직접 건넨 짧은 인사 한마디는 준비한 시간의 가치를 충분히 보상해 주었다. 이번 의료봉사는 총 5일간 진행됐다. 첫째 날에는 진료 장소를 점검하고, 동선을 맞추는 준비 시간이었고, 둘째 날과 셋째 날에 본격적인 진료가 이뤄졌다. 넷째 날과 다섯째 날은 우즈베키스탄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며 시야를 넓히는 일정으로 이어졌다. K-Medi의 세계화를 꿈꾸다 처음에는 ‘한의약이 현지인들에게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봉사 현장에는 무려 1000명에 가까운 환자들이 찾아왔고, 치료를 받은 뒤 만족해하는 모습은 한의약이 우즈베키스탄의 보건의료 체계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 실제로 우즈베키스탄은 기름진 음식과 단 과일, 빵을 주식으로 삼아 비만과 성인병이 흔했고, 의료 환경이 한국만큼 발달하지 않아 합병증을 앓는 환자들도 많았다. 나는 환자 접수와 예진을 맡으며 당뇨로 발에 상처가 생겼음에도 치료비 문제로 병원을 찾지 못한 환자, 고혈압에도 약을 복용하지 못하는 어르신 등 다양한 사례를 접했다. 이러한 현실은 생활습관 개선과 지속적 관리에 강점을 지닌 한의약이 현지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였다. 한의약은 단순히 증상 억제에 그치지 않고, 몸 전체의 균형을 회복해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강점을 가진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한의약이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세계 여러 지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음을 확신했다. 철저한 준비와 협력이 만든 현장 이번 봉사가 뜻깊었던 또 다른 이유는 협력의 힘을 온전히 체감했기 때문이다. 빠른 진료를 위해 한의사, 한의대생, 간호사, 통역사, 현지 자원봉사자가 한 팀이 돼 움직였다. 나는 주증상과 과거력, 생활습관을 간략히 기록하고, 한의사 선생님들께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수백 명의 환자를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팀워크 덕분이었고, ‘의료는 협력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던 동료 봉사자와 통역사들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언어가 달라도 눈빛과 미소만으로 마음이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울림을 주었다. K-컬처의 인기를 실감하다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우리나라의 인기가 높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가보니 그 열기를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함께한 통역사 중 상당수는 우리 드라마나 예능을 보고 스스로 한국어를 공부했거나 전공으로 선택한 경우였다. 길거리에서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신기해하며 사진을 함께 찍자고 요청받기도 했다. 수도 타슈켄트에는 ‘서울문’, 숙소 근처에는 ‘서울공원’이 있었는데, 이는 한국, 우즈베키스탄 간의 우호를 상징하는 장소다. 우즈베키스탄과 한국의 관계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우며, K-팝과 K-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K-컬처가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가교가 되고 있음을 자부심과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감 1000여 명의 환자들을 만나면서 중증 환자가 예상보다 많고, 적절한 관리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우즈베키스탄은 의료보험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아 치료비가 매우 비싸며, 큰 문제가 아니면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평균 수명도 60대에 머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생 신분인 내가 직접 치료해 드릴 수는 없었지만, 환자 한 분 한 분의 눈을 바라보며 “괜찮아질 겁니다”라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현지 의사들과의 짧은 대화는 한국의 한의약적 치료가 서양의학과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침·뜸·한약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활습관 교육과 재활, 통증 관리 등 다양한 융합 모델을 모색하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라고 느꼈다. 경험을 넘어, 다짐으로 이번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는 인생에서 몇 번 경험하기 어려운 소중한 기회였다. 함께한 모든 이들에게서 배움을 얻고, 나 자신을 돌아보며 성장할 수 있었다. 나의 가치관 중 하나는 “삶에서 가능한 한 다양한 경험을 쌓고, 그로부터 식견을 넓히자”인데, 이번 봉사를 통해 시야가 한층 넓어졌고 잊지 못할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었다. 앞으로 한의사가 되어 환자를 만날 때 이번 경험은 내 진료 철학의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세계 곳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한의약의 장점을 알리고, 건강한 삶을 선물하는 의료인으로 성장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도 품게 됐다. -
“데이터와 전통의 만남…지속가능한 의료 혁신”오현민 대한한의사협회 기획이사 대한민국은 지금 건강보험 재정 고갈, 필수의료 공백,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 폭증이라는 삼중고 앞에 서 있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들도 의료비 급증과 인력 부족에 직면했지만 대응 방식은 다르다. 해외는 이미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국민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을 실행하고 있다. 전통의학, 정밀의학, 디지털 트윈, 로봇 재활, 지역사회 돌봄 등 접근은 달라도, 공통된 목표는 저비용·고효율 모델을 국가 정책과 산업 전략의 중심에 두는 것이다. ◎ 대만: 전통의학을 전략 자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만은 백신과 고가 치료제 대신 전통의학 기반 치료제 ‘청관1호’를 병행 투여해 백신 비용의 10분의 1 수준으로도 임상 효과를 거두었다. 이는 곧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졌다. 또한 파인애플에서 추출한 단백질 분해 효소 ‘브로멜라인’을 현대 과학과 접목해 의약품·건강식품·화장품 산업으로 확장했다. 2023년 약 9억 달러 규모였던 시장은 2033년까지 연평균 5.2% 성장할 전망이다. 이 사례들은 전통의학이 단순한 문화유산이 아니라 재정과 산업을 동시에 살리는 전략 자원임을 보여준다. 우리 역시 풍부한 자원과 임상 경험을 갖고 있지만 제도적 뒷받침 부족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 미국·유럽: 데이터 기반 정밀의학 미국은 GDP 대비 의료비 지출 1위 국가이고, 유럽도 고령화로 재정 압박이 크다. 이들의 해법은 ‘데이터 기반 선택과 집중’이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All of Us’ 프로젝트로 100만 명 이상의 유전체·임상 데이터를 수집해 맞춤형 치료를 설계한다. 유럽연합은 ‘European Health Data Space’를 구축해 의료 데이터를 통합, 디지털 트윈으로 가상 환자 모델을 활용한다. 불필요한 검사·치료를 줄이고 꼭 필요한 자원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전통의학과 디지털 헬스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강점이 있으나, 제도적 지원 부족으로 양쪽을 놓칠 위험이 있다. ◎ 일본: 로봇 재활과 지역사회 돌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은 병원 중심 체계만으로는 늘어나는 돌봄·재활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다. 이에 의료의 중심을 지역사회로 옮기고 로봇을 적극 도입했다. HAL 외골격 로봇은 뇌졸중 환자의 보행 훈련과 노인 재활에 활용되어 장기 입원과 간병 비용을 줄였다. 또한 로봇 스마트홈 프로젝트로 고령자가 가정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AI·IoT·로봇 장비를 결합했다. 일본의 사례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기술과 돌봄의 결합’이 비용 절감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 중국: 전통의학의 디지털 전환 중국은 전통의학을 국가 전략 자원으로 삼았다. 맥진은 압력센서와 AI로, 설진은 영상분석으로 표준화했고, 체질 분석은 유전체 데이터와 통합했다. 레이저 치료도 경혈 연구와 접목해 대규모 임상으로 확장했다. 실제 조사에서 국민 60% 이상이 AI 결합 전통의학을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이는 디지털 전환이 국민적 수요에 기반함을 보여준다. 중국은 전통의학을 저비용 자원에서 대규모·표준화·효율화된 국가 전략으로 승격시키고 있다. ◎ “데이터와 전통의 만남, 지속가능한 의료의 해법” 우리나라가 추진해야 할 개혁 과제는 다음과 같이 분명하다. ① ‘국립대병원 설치법’ 개정으로 한의과 의무화 ②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진료부 확대 통한 다학제 협진 ③보훈의료 개편 시 한의학 진료 포함 ④ 첨단재생의료법 디지털화 시 전통의학 데이터 포함 건강보험 총 진료비(2022년 약 100조 원) 중 한의학 지출은 2%에 불과하지만 불면증·난임·만성통증 등 서양의학이 해결하기 어려운 환자군을 감당하고 있다. 예컨대 수면다원검사, IVF, 투석 등 고비용 치료와 비교하면 한의학은 훨씬 낮은 비용으로 환자를 돌본다. 세계는 전통의학, 디지털, 재생의학, 로봇을 결합해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한국도 직역 갈등을 넘어 국민 중심, 데이터 중심의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의학은 저비용·고효율 치료 자원이자 첨단의료와 결합 가능한 핵심 축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한의학을 국민 건강과 국가 재정의 전략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