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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의 글로벌화를 향한 발걸음(上)안상영 박사 (한국한의약진흥원–WHO 본부 파견) 필자의 해외 진출은 민간과 공공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기고문에서는 공공 영역에서 근무한 경험이 어떻게 세계보건기구 (WHO)로 연결되었는지, 또한 공공 영역에서 수행한 업무가 어떻게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되었는지를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필자의 공공 영역 진출은 2007년 12월 12일에 다가왔습니다. 박사 논문 완성을 위해 대학원 교실에 있던 중, 한국한의학연구원이 1994년 개원 이래 처음으로 개최한 ‘2008 KIOM 리크루팅 & PR 로드쇼’를 통해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2007년 12월 27일 게시된 2008년 상반기 정기공채(연구원 채용공고 제96호)에 응시하였고, 2008년 1월 25일 면접 합격자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개원을 앞두고 연구원의 다수 연구자가 자리를 옮기던 상황도 필자가 연구원에서 근무를 시작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였습니다. (전문연구요원) 전문연구요원으로 입사한 결정은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첫해가 지나갈 무렵에는 연구원을 그만두는 문제를 진지하게 동기와 논의하기도 했지만, 군복무의 일환으로 시작한 만큼 끝까지 마무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필자가 근무한 부서에서는 당시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 기념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이를통해 동의보감이 보건의학서로는 사상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는 과정과, 400주년 기념 개최지 선정 심사 과정 등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동의보감』 침구편, 『방약합편』 등의 한의서 영역 작업에 참여하면서 영역 표준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연구원의 다른 부서에서 WHO 협력센터 지정을 추진하고 있었고, 2011년 3월, 연구원은 WHO 협력센터로 공식 지정되었습니다. 3년간의 군복무를 마친 후에는 민간 영역으로의 전환을 고민하였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6개월간 휴직을 하였고, 여러 가지 생각 끝에 다시 연구원에 복귀하여 근무를 이어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복귀 후 몇 달이 지난 2012년 2월 6일, 『WHO 전통의약 활성화를 위한 기술관 파견 공모 공고』(보건복지부 공고 제2012–49호)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WPRO)와 전통의약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 (2011.12.22)함에 따라,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할 P4 직위의 파견자를 공모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파견 대상자의 자격 요건 초두에 정부출연기관 소속자가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필자 역시 해당 자격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당시 연구원 내에서도 다수의 인원이 해당 공모에 응모하였으며, UN 공식 언어 구사 능력이 있는 경우 가산점이 부여된다는 조건 또한 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였습니다.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WPRO)와의 면접에서는 UN 기구 근무 경험 여부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필자는 UNESCO와의 협업 경험이 있다고 답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12년 2월 공모에 응모한 이후 최종 결과가 발표되기까지의 기간 동안, 필자는 연구원 내 ‘한국한의학연감’ 개발을 담당하는 정책 부서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부터 필리핀 마닐라 소재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에서 파견 근무를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서태평양지역사무처의 전통의약 관련 팀은 지역자문관 한 분과 필자, 이렇게 두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새로운 업무를 계획해야 하는 시점이었습니다. (한국한의약연감) 필자는 한국한의약연감 개발을 지켜본 경험으로 WHO 전통의약 보건지표 및 보고체계 구축 업무를 추진하였습니다. 두 차례의 지역회의를 개최하였으나 최종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했고, 이후 해당 자료는 후임자에게 인계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보건지표 관련 업무는 2018년, 예상치 못한 계기로 다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같은 해 발간된 『2018 Global Reference List of 100 Core Health Indicators』에 전통의약 관련 보건지표 2종을 부속 지표(supplementary indicators)로 포함시키는 데 기여하였습니다. 또한 2022년 하반기부터는 WHO의 종합 전통의약 보건지표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였으며, 2025년 하반기를 목표로 현재까지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보건지표 정리 작업을 바탕으로, 2023년 제3차 WHO 글로벌 전통보완통합의학 설문지를 개발하였고, 이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2025년 5월, 온라인 대시보드 형태로 공개되었습니다. 해당 출간물은 현재 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동의보감 기념 사업) 2013년에는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을 기념하여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개최되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산청군의 지원 아래 필자는WHO 협력센터인 한국한의학연구원과 함께 2013년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전통의약품 안전성과 품질향상에 관한 국제워크숍’을 우리나라에서 개최하였습니다. 그 중 하루 일정은 필자가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방문했던 산청에서 진행되었습니다. 2023년에 다시 한번 산청에서 개최된 2023 글로벌 전통의약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의서 영역) 연구원에서 한의서 영역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WHO의 『WHO international standard terminologies on traditional medicine in the Western Pacific Region』을 참고하였으며, 이 용어 표준이 어떻게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Traditional Medicine』프로젝트로 발전하였는지, 나아가 ICD-11 전통의학 챕터 module Ⅰ 개발하게 된 배경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필자는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근무하던 2015년 하반기부터 ICD-11 전통의약 챕터에 관여할 수 있었고, 2016년 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WHO 본부에 파견되어 근무하는 동안에는 전통보완통합의학부서에서ICD-11 전통의학 챕터 실무 담당자로서 기여하였습니다. ICD-11 전통의약 챕터는 2019년 5월 공식 발표되었습니다.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조직) 사무처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어느 날 문득 “영어로 일할 뿐이지, 업무 방식은 연구원과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무처의 조직 규모, 행정 절차, 그리고 업무 운영 방식 등이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의 경험과 많이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구원에 처음 입사했을 당시, 국내 출장을 위해 기안서를 작성하라는 지시에 당황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연구원에서 점차 익숙해졌던 행정 절차와 시스템은, 사무처 내 행정 흐름과 결재 과정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ODA 연수 프로그램 개발) 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청과의 협동 과정을 통해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이후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에 파견된 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생약연구과와의 협력 사업을 본격적으로 논의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두 차례의 지역 회의, 네 차례 이상의 실무 회의, 그리고 2015년 11월 연수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협력 기반을 다졌고, 그 결과 2016년 2월, WHO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간에 한약 분야 최초의 ODA 협력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WHO 본부 근무 시기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평가원의 업무를 국제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WHO 협력센터 지정을 검토하였으나, 아쉽게도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2023년 산청 회의에서는 이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였던 규제당국자를 만날 기회도 있었습니다. -
어? 이건 뭐지?- 사진으로 보는 이비인후 질환 <49>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추운 것을 잊어버리겠다고 말하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낮에는 에어컨을 틀다 야간에는 약간 서늘한 이런 환절기에는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워, 평소 편도선염이나 인후염 등 목질환에 잘 걸리는 사람들은 특히나 온도차에 조심해야 한다. 9월16일 31세 여성 환자가 목에 통증과 이물감, 목안이 부어 있는 느낌, 쉰 목소리 등의 증상을 호소하면서 내원했다. 12일부터 목이 붓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가 16일에 심해져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별다른 설명은 없이 후두개염이라고만 하고 항생제, 소염진통제, 소화제를 처방받았다고 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편도선염이 자주 있었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일년에 3, 4회는 고열을 동반하여 심하게 오는데 이번에는 평소 목구멍쪽이 아픈 것이 아니라 더 아래쪽이 아프고 후두개염이라는 병명이 두렵기도 하여 내원했다고 한다. 사실 후두개염이면 학부 때 배운 것처럼 이비인후과 초응급질환에 속한다. 2∼3일간의 인후통, 연하곤란과 같은 증상으로 시작했다가 급격히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으로, 칼로 후비는 것 같은 심한 인후통증, 침도 삼키기 어려워 흘리는 연하통, 목소리 장애, 고음의 호흡음이 나는 천명, 자칫 후두개가 부어오르면 호흡이 곤란해 시간을 다툴 정도로 응급처치가 필요한 질환이다. 원래 소아에게서 많이 보이는 질환이지만 요즘에는 H. influenza type B 백신으로 발병율이 많이 줄었고, 오히려 성인 환자가 증가추세에 있다. 주된 원인인 세균감염이고, 이 외에도 바이러스, 화상, 목의 직접적인 외상 또는 과도한 음주나 화학약품의 접촉에 의해 발병하기도 한다. 한의원에서 자주 보는 편도선염을 거치면서 후두개염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 목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증상의 추이를 주의깊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병력과 임상증상을 살피고 후두경 검사상 후두개의 발적 종창과 피열연골, 구인두에서 후인두까지 림프과립의 발적 종창이 보이면 진단이 가능하다. 후두개 부종에 의해 성대가 얼마나 보이냐에 따라 Scope classificationⅠ, Ⅱ, Ⅲ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다만 후두개에 부종이 나타나면서 호흡곤란이 느껴지면 상급병원으로 급히 가야 한다. 이때 환자는 등을 세우고 턱을 앞으로 내밀고 양팔로 몸을 감싸는 듯한 ‘삼각대 자세’라고 하는 특유의 자세를 취하는데, 이는 호흡을 조금 더 확보하기 위한 자가 동작이다. 후두개염의 X-ray 소견은 후두개가 부어 마치 엄지손가락처럼 보인다. 재차 확인했으나 통증과 이물감이 심하기는 하지만, 숨쉬는 것은 별문제 없다고 했다. 먼저 후두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해 구개편도, 연구개, 비강, 후두의 순서로 시진을 했다. 원래 1년에도 3∼4회 정도 편도선염을 자주 겪는 편으로, 편도는 만성 비대양상을 보였으나 비강과 구개편도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다만 연구개에 점상출혈이 보여 혹시 전염성 단핵구증은 아닌지 잠시 의심했으나 병소 부위가 확실하고 내원하기 전 구토를 한 것이 원인인 것으로 보였다. 진찰시 후두개를 잘못 건드리면 급작스런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 있어 조심스럽게 후두강을 살펴봤다. 보통 후두개염이 발생하면 림프과립들이 부어 후인두벽이 부어오르는데, 일단 그런 모습은 없었고 후두개가 식도쪽으로 약간 밀려있었지만 부어있지는 않았다. 좀 더 아래쪽으로 살펴보니 후두개 전면, 즉 설면부 방향 좌측으로 농점이 있고 주위가 부어 이 병소로 인해 후두개를 뒤로 살짝 밀고 이물감이 심했던 것으로 보였다. 치료원칙은 주의깊은 관찰과 적절한 기도유지, 약물치료로 환자는 호흡이 불편한 증상이 없고 빈맥, 빈호흡이 없으며 기타 신체증후도 안정적이면서 목 안쪽의 통증이 아주 심하지는 않아 경험하였던 전형적인 후두개염의 응급상황으로는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항생제는 복용하되 일반적인 후두염에 준하여 치료를 시행했다. 패독산과 은교산을 투여하고 방염천혈, 수돌혈에 사혈과 부항, 소염 약침, 침 치료를 한 후 야간에 혹시라도 호흡이 불편하면 응급실을 가야한다는 설명했다. 17일 내원한 환자는 통증이 VAS 6으로 줄어들었고, 후두개의 염증도 가라앉는 모습을 확인하고 치료 부위에 수돌혈 뜸 치료도 더했다. 18일은 VAS 2, 22일은 VAS 0으로 호전됐고 침을 삼킬 때 약간의 이물감만 남은 상태였다. 항생제와 진통제도 16일 하루만 복용하고 한약만 복용했다. 26일 경과 확인차 내원시 후두개는 염증이 모두 소실돼 통증은 없었졌고, 목소리도 회복되었으며, 약간의 가래로 이물감만 남은 상태였다. 이렇게 후두에 염증을 겪고 지나가면 목안에 가래가 낀 듯하고 건조해진다. 특히 진해거담제를 많이 복용한 환자는 더욱 심해 목소리가 갈라지는 증상이 오래가는데, 이때에는 목의 건조와 남은 여열을 치료해주는 것이 필요한데, 천돌혈에 자하거 약침을 시행하거나 청화보음탕을 복용하면 좋다. 후두개염은 한의의료기관에서 응급처치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나 주의깊게 병정을 관찰해 응급상황으로의 가능성을 고지하여 줄 수도 있고, 증상이 경하다면 병행치료가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임상례였다. -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를 통해 확인한 한의약의 가능성”전우진 대전대 한의대 본과 4학년 대전광역시한의사회 이원구 회장님과 대전대학교 추나의학 김세종 교수님의 추천을 통해 우즈베키스탄 해외의료봉사라는 귀한 기회를 얻게 됐다. 처음에는 너무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주저 없이 신청했으나 사실 마음 한켠에는 ‘낯선 나라에서 언어도 통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과연 내가 의료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걱정은 오히려 준비를 더 철저히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기본적인 우즈벡어 인사말과 의료 관련 단어를 익히고, 한의진료에서 자주 쓰는 문진 질문을 영어와 그림으로 정리해 챙겼다. 현지에는 전문 통역사가 함께해 실제로 우즈벡어를 사용할 일은 거의 없었지만 환자와 눈을 맞추며 직접 건넨 짧은 인사 한마디는 준비한 시간의 가치를 충분히 보상해 주었다. 이번 의료봉사는 총 5일간 진행됐다. 첫째 날에는 진료 장소를 점검하고, 동선을 맞추는 준비 시간이었고, 둘째 날과 셋째 날에 본격적인 진료가 이뤄졌다. 넷째 날과 다섯째 날은 우즈베키스탄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며 시야를 넓히는 일정으로 이어졌다. K-Medi의 세계화를 꿈꾸다 처음에는 ‘한의약이 현지인들에게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봉사 현장에는 무려 1000명에 가까운 환자들이 찾아왔고, 치료를 받은 뒤 만족해하는 모습은 한의약이 우즈베키스탄의 보건의료 체계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 실제로 우즈베키스탄은 기름진 음식과 단 과일, 빵을 주식으로 삼아 비만과 성인병이 흔했고, 의료 환경이 한국만큼 발달하지 않아 합병증을 앓는 환자들도 많았다. 나는 환자 접수와 예진을 맡으며 당뇨로 발에 상처가 생겼음에도 치료비 문제로 병원을 찾지 못한 환자, 고혈압에도 약을 복용하지 못하는 어르신 등 다양한 사례를 접했다. 이러한 현실은 생활습관 개선과 지속적 관리에 강점을 지닌 한의약이 현지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였다. 한의약은 단순히 증상 억제에 그치지 않고, 몸 전체의 균형을 회복해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강점을 가진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한의약이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세계 여러 지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음을 확신했다. 철저한 준비와 협력이 만든 현장 이번 봉사가 뜻깊었던 또 다른 이유는 협력의 힘을 온전히 체감했기 때문이다. 빠른 진료를 위해 한의사, 한의대생, 간호사, 통역사, 현지 자원봉사자가 한 팀이 돼 움직였다. 나는 주증상과 과거력, 생활습관을 간략히 기록하고, 한의사 선생님들께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수백 명의 환자를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팀워크 덕분이었고, ‘의료는 협력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던 동료 봉사자와 통역사들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언어가 달라도 눈빛과 미소만으로 마음이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울림을 주었다. K-컬처의 인기를 실감하다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우리나라의 인기가 높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가보니 그 열기를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함께한 통역사 중 상당수는 우리 드라마나 예능을 보고 스스로 한국어를 공부했거나 전공으로 선택한 경우였다. 길거리에서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신기해하며 사진을 함께 찍자고 요청받기도 했다. 수도 타슈켄트에는 ‘서울문’, 숙소 근처에는 ‘서울공원’이 있었는데, 이는 한국, 우즈베키스탄 간의 우호를 상징하는 장소다. 우즈베키스탄과 한국의 관계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우며, K-팝과 K-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K-컬처가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가교가 되고 있음을 자부심과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감 1000여 명의 환자들을 만나면서 중증 환자가 예상보다 많고, 적절한 관리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우즈베키스탄은 의료보험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아 치료비가 매우 비싸며, 큰 문제가 아니면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평균 수명도 60대에 머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생 신분인 내가 직접 치료해 드릴 수는 없었지만, 환자 한 분 한 분의 눈을 바라보며 “괜찮아질 겁니다”라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현지 의사들과의 짧은 대화는 한국의 한의약적 치료가 서양의학과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침·뜸·한약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활습관 교육과 재활, 통증 관리 등 다양한 융합 모델을 모색하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라고 느꼈다. 경험을 넘어, 다짐으로 이번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는 인생에서 몇 번 경험하기 어려운 소중한 기회였다. 함께한 모든 이들에게서 배움을 얻고, 나 자신을 돌아보며 성장할 수 있었다. 나의 가치관 중 하나는 “삶에서 가능한 한 다양한 경험을 쌓고, 그로부터 식견을 넓히자”인데, 이번 봉사를 통해 시야가 한층 넓어졌고 잊지 못할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었다. 앞으로 한의사가 되어 환자를 만날 때 이번 경험은 내 진료 철학의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세계 곳곳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한의약의 장점을 알리고, 건강한 삶을 선물하는 의료인으로 성장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도 품게 됐다. -
“데이터와 전통의 만남…지속가능한 의료 혁신”오현민 대한한의사협회 기획이사 대한민국은 지금 건강보험 재정 고갈, 필수의료 공백,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 폭증이라는 삼중고 앞에 서 있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들도 의료비 급증과 인력 부족에 직면했지만 대응 방식은 다르다. 해외는 이미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국민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을 실행하고 있다. 전통의학, 정밀의학, 디지털 트윈, 로봇 재활, 지역사회 돌봄 등 접근은 달라도, 공통된 목표는 저비용·고효율 모델을 국가 정책과 산업 전략의 중심에 두는 것이다. ◎ 대만: 전통의학을 전략 자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만은 백신과 고가 치료제 대신 전통의학 기반 치료제 ‘청관1호’를 병행 투여해 백신 비용의 10분의 1 수준으로도 임상 효과를 거두었다. 이는 곧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졌다. 또한 파인애플에서 추출한 단백질 분해 효소 ‘브로멜라인’을 현대 과학과 접목해 의약품·건강식품·화장품 산업으로 확장했다. 2023년 약 9억 달러 규모였던 시장은 2033년까지 연평균 5.2% 성장할 전망이다. 이 사례들은 전통의학이 단순한 문화유산이 아니라 재정과 산업을 동시에 살리는 전략 자원임을 보여준다. 우리 역시 풍부한 자원과 임상 경험을 갖고 있지만 제도적 뒷받침 부족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 미국·유럽: 데이터 기반 정밀의학 미국은 GDP 대비 의료비 지출 1위 국가이고, 유럽도 고령화로 재정 압박이 크다. 이들의 해법은 ‘데이터 기반 선택과 집중’이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All of Us’ 프로젝트로 100만 명 이상의 유전체·임상 데이터를 수집해 맞춤형 치료를 설계한다. 유럽연합은 ‘European Health Data Space’를 구축해 의료 데이터를 통합, 디지털 트윈으로 가상 환자 모델을 활용한다. 불필요한 검사·치료를 줄이고 꼭 필요한 자원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전통의학과 디지털 헬스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강점이 있으나, 제도적 지원 부족으로 양쪽을 놓칠 위험이 있다. ◎ 일본: 로봇 재활과 지역사회 돌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은 병원 중심 체계만으로는 늘어나는 돌봄·재활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다. 이에 의료의 중심을 지역사회로 옮기고 로봇을 적극 도입했다. HAL 외골격 로봇은 뇌졸중 환자의 보행 훈련과 노인 재활에 활용되어 장기 입원과 간병 비용을 줄였다. 또한 로봇 스마트홈 프로젝트로 고령자가 가정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AI·IoT·로봇 장비를 결합했다. 일본의 사례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기술과 돌봄의 결합’이 비용 절감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 중국: 전통의학의 디지털 전환 중국은 전통의학을 국가 전략 자원으로 삼았다. 맥진은 압력센서와 AI로, 설진은 영상분석으로 표준화했고, 체질 분석은 유전체 데이터와 통합했다. 레이저 치료도 경혈 연구와 접목해 대규모 임상으로 확장했다. 실제 조사에서 국민 60% 이상이 AI 결합 전통의학을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이는 디지털 전환이 국민적 수요에 기반함을 보여준다. 중국은 전통의학을 저비용 자원에서 대규모·표준화·효율화된 국가 전략으로 승격시키고 있다. ◎ “데이터와 전통의 만남, 지속가능한 의료의 해법” 우리나라가 추진해야 할 개혁 과제는 다음과 같이 분명하다. ① ‘국립대병원 설치법’ 개정으로 한의과 의무화 ②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진료부 확대 통한 다학제 협진 ③보훈의료 개편 시 한의학 진료 포함 ④ 첨단재생의료법 디지털화 시 전통의학 데이터 포함 건강보험 총 진료비(2022년 약 100조 원) 중 한의학 지출은 2%에 불과하지만 불면증·난임·만성통증 등 서양의학이 해결하기 어려운 환자군을 감당하고 있다. 예컨대 수면다원검사, IVF, 투석 등 고비용 치료와 비교하면 한의학은 훨씬 낮은 비용으로 환자를 돌본다. 세계는 전통의학, 디지털, 재생의학, 로봇을 결합해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한국도 직역 갈등을 넘어 국민 중심, 데이터 중심의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의학은 저비용·고효율 치료 자원이자 첨단의료와 결합 가능한 핵심 축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한의학을 국민 건강과 국가 재정의 전략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
심평원 대전충청본부, 안전문화 실천 캠페인 전개[한의신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본부장 김연숙·이하 대전충청본부)는 10일 대전광역시 서구 샘머리공원과 보라매공원 일대에서 ‘안전문화 실천 캠페인’을 펼쳤다. 대전충청본부는 지역행사인 ‘대전 서구 아트페스티벌’을 찾은 관광객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가을철 야외작업과 활동으로 자주 발생하는 발열성 질환의 위험성과 예방수칙을 안내하며 지역사회 안전문화 실천 확산에 힘썼다. 또한 건강한 지역사회를 위한 △내가 먹는 약 한눈에 △의약품안전사용 서비스(DUR) 등 심평원이 제공하는 대국민서비스 이용방법도 함께 안내했다. 김연숙 본부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캠페인과 현장 홍보 활동을 통해 안전문화 정착과 국민의 건강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비만치료제 무분별한 처방···식약처 허가기준 유명무실[한의신문] 비만치료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위고비, 마운자로, 삭센다 등의 주사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투약 기준을 벗어나 어린이와 임신부에게도 처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처방과 남용으로 심각한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비만치료 주사제로 허가된 위고비는 만 18세 미만 청소년․어린이, 임신부, 수유부, 만 65세 이상 어르신 등에는 투여가 금지된 전문의약품이다. 따라서 의사는 식약처가 정한 의약품 허가의 범위 내에서 처방해야 한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비만과 무관한 진료과목 의료기관에서도 위고비를 처방하고 있는 등 비만치료 주사제에 대한 안전한 처방과 투약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남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가 우리나라에서 시판된 2024년 10월부터 2025년 8월까지 만 12세 미만 어린이에게 69건이 처방되었고, 투약해서는 안되는 임신부에게도 194건이나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비만치료 주사제인 삭센다 역시 2021년 한해 어린이에게 67건 처방되며, 임신부에게는 179건이나 처방됐다. 또한 비만과 무관한 의료기관들에서 위고비, 삭센다,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 주사제를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남희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위고비 공급내역 자료를 보면, 정신건강의학과 2453건, 산부인과 2247건, 이비인후과 3290건, 소아청소년과 2804건, 비뇨기과 1010건, 비뇨의학과 1010안과 864건, 치과 586건, 진단방사선과․영상의학과 104건 등에서도 위고비가 처방되었다. 위고비 등의 주사제가 의사라면 처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지만, 비만과 무관한 진료과목 의료기관에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이뤄졌는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의료기관에서의 무분별한 처방이 위고비 등의 비만치료 주사제의 남용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투약 후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가 경고한 중증 부작용으로 위고비 투약 환자 중 병원에서 치료내역을 살펴보면 우려되는 수준이다. 2024년 10월 국내 시판된 위고비를 투약한 뒤 급성췌장염을 겪은 환자는 151명, 담석증 560명, 담낭염 143명, 급성신부전 63명, 저혈당 44명 등 961명이었다. 이 가운데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급성췌장염 19명, 담석증 76명, 담낭염 39명, 급성신부전 18명, 저혈당 7명 등 159명에 이른다. 김남희 의원은 “식약처의 의약품 품목허가 사항을 무시하고 위고비 같은 전문의약품을 처방해도 이를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며 “의료인과 약사의 전문성을 고려한 것이라도 해도 일부 의료인들은 환자 안전기준을 무시하고 무분별하게 위고비 등을 처방하는 것이 문제다. 이런 상황임에도 보건복지부는 위고비, 마운자로가 건강보험 비급여 의약품이라면서 정작 환자안전 관리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남희 의원은 “현재 위고비와 같은 비만치료 주사제로 판매되고 있는 마운자로는 최근 출시되어 기본적인 통계조차 없는 상황에서 원칙없는 처방과 투약 남용으로 국민의 건강의 사각지대만 넓어지고 있다. 이제라도 보건복지부는 비만치료 주사제 안전 처방기준을 만들고, 의료현장에 대한 점검과 조사를 통해 환자 안전을 위한 행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
“한의약 매개로 즐거운 건강생활 실천하세요”[한의신문] 파주보건소는 시민들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기 위해 한의약 건강증진 프로그램 ‘한방이어락(樂)’의 일환으로 맨발걷기 체험을 진행한다. ‘한방이어락(樂)’이란 ‘한방(韓方)+이어(잇다)+락(樂)’의 합성어로, 한의약을 매개로 세대와 이웃, 일상과 건강을 서로 ‘이어’ 즐거운 건강생활을 실천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자연 속에서 맨발로 걷는 활동을 통해 심신의 활력을 되찾고, 한의약의 지혜를 일상 속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프로그램은 총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며, 1차는 23일, 2차는 30일 10시부터 11시30분까지 운영된다. 장소는 학령산 도시자연공원과 율곡문화학당으로,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에서 시민들이 건강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구성됐다. 파주시민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중복 신청도 가능하다. 각 프로그램은 선착순으로 25명을 모집하며, 신청은 파주시 평생교육포털 누리집(lll.paju.go.kr)을 통해 하면 된다. 이한상 파주보건소장은 “자연 속에서 맨발로 걷는 경험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마음의 안정과 건강한 생활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된다”면서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편 기타 자세한 문의는 파주보건소 건강증진과(031-940-5529)로 문의하면 된다. -
“표면해부학·초음파 융합으로 약침술의 정밀화·표준화 제시”[한의신문] 한의사의 촉진 기술과 초음파 영상이 결합, 정밀성·안전성을 한층 끌어올린 새로운 약침 술기가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한약침학회(회장 안병수)는 최근 한의협 대강당에서 한의임상해부학회(회장 권오빈)와 ‘목과 어깨의 해부학적 이해와 초음파 유도하 약침술’을 주제로 합동 보수교육을 개최, 정밀 약침술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 이날 안병수 회장은 인사말에서 “약침의 과학화·표준화는 한의약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과제인 만큼 이번 합동 보수교육을 통해 시술의 정밀성·안전성을 제고하고자 한다”면서 “앞으로도 대한약침학회는 현대 한의학의 융합기술을 적극 도입해 초음파 기반 약침술, 데이터 기반 효과 분석, 안전 가이드라인 구축 등 임상 중심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보수교육에선 권오빈 회장이 직접 강사로 나서 경부·견갑부에 대한 △해부학 및 표면해부학 촉진 △구조물의 초음파 스캔 △주요 부위 초음파 유도하 약침술 등을 실습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권오빈 회장은 먼저 ‘표면해부학’에 대해 “인체의 외형을 통해 내부 구조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시각적 관찰과 손의 촉진을 결합하면 근육·뼈·신경의 윤곽과 경계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조물 촉진 교육에서 권 회장은 “단순히 세게 누르는 것이 아니라 근육의 기시·종지, 두께, 섬유 방향을 이해하고, 미세하게 미는 손끝 감각으로 저항의 변화를 느껴야 하며, 저항이 멈추는 지점이 바로 구조물의 경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표면해부학적 지식을 통한 △압통점 진단의 정밀도 향상 △장비 없이 시행하는 블라인드 약침술 정확도 개선 △초음파 진단 과정의 효율화 △신경 포착 부위의 안전한 접근 등 임상적 이점을 제시하며 “예컨대 어깨 회전근개 파열 의심 시 견봉·상완골 대결절을 촉진해 위치를 특정한 뒤 초음파 탐촉을 시작하면 오진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촉진으로 읽는 해부학’…경부·견갑부 정밀 진단·임상 적용법 제시 권 회장은 그동안 한의임상해부학회의 연구 내용과 축적된 임상 지견을 토대로, 학회 이사진들의 피부 표면에 근육과 골격 구조를 직접 그려 각 구조물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 권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목빗근(흉쇄유돌근)’은 내측 경계의 앞쪽으로 경동맥이 지나가므로 자침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근육 속에서 끈처럼 만져지는 조직은 신경 섬유일 가능성이 높아 이를 ‘트리거포인트(과민성 결절)’로 오인해 강하게 자극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에 스트레칭이나 마사지 등 이완요법이 효과적이며, 목빗근의 단축은 통증보다는 이상감각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경추 회전 시 고개가 함께 굴곡된다면 이는 흉쇄유돌근(SCM)의 과활성화를 시사하는 신호로, 회전 시 굴곡을 억제하도록 티칭하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완화될 수 있다. ‘사각근(목갈비근)’은 상완신경총이 통과하는 부위로, 팔이나 손의 저림 증상이 있는 환자에서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권 회장은 “디스크만 의심할 것이 아니라 쇄골 위 사각근 사이의 압박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며 “단축된 사각근은 제1·2늑골을 상승시키므로 추나를 통해 늑골의 높이를 조정해야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어깨올림근(견갑거근)’은 담결림 증상 시 가장 우선적으로 치료해야 할 근육으로, 견갑배신경의 주행 경로와 통증 범위가 일치해 약침 치료의 핵심 타깃으로 꼽히며, 경추 회전 시 어깨를 들어올렸을 때 ROM(관절가동범위)이 개선된다면 해당 근육의 기능 이상을 의심해야 한다. 권 회장은 “어깨관절 근육들은 팔의 위치에 따라 형태가 크게 달라진다”며 “다양한 자세에서 촉진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고, 초음파로 근육 두께 변화를 함께 관찰하면 임상적 정확도가 더욱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초음파는 손끝 감각의 연장선”…표준 약침술 프로토콜 시연 특히 이날 교육에선 초음파 장비를 활용한 조별 실습을 진행, 수강자들에게 임상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술기들을 습득하도록 했다. 권 회장은 “초음파는 단순한 영상장치가 아닌 한의사가 손끝 촉진을 통해 찾아낸 구조를 시각적으로 확증해주는 도구”라며 시술 전 준비 단계에서 △멸균 장갑 착용 후 손 세척 △시술 부위 촉진을 통한 목표 근육·골성 구조 확인 △의료용 마킹펜을 이용한 시술 부위 표식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소독 단계에서는 △알코올 스왑으로 표면 이물 제거 △포비돈 또는 클로르헥시딘을 도포한 뒤 30초 이상 건조 △멸균 초음파 젤을 도포하는 순서로 과정을 설명했다. 특히 탐촉 및 시술 단계에서는 △Steri Drape가 부착된 프로브로 목표 구조를 탐촉하고, △In-plane/Out-of-plane 방식 중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며 △니들의 사면을 아래로 향하게 해 자입하도록 했다. 시술 후에는 △출혈이나 혈종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멸균 밴드를 부착할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권 회장은 “근육층·신경층·혈관층이 복잡하게 겹쳐 있는 경부와 견갑부에서는 ‘In-plane’ 접근이 비교적 안전하며, 초음파로 바늘의 경로를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수강자들은 “임상에서 자주 접하는 목·어깨 통증 환자 진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각 부위별 촉진 시 유의사항을 쉽게 습득할 수 있었다”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
고령자 의료비, 사망 전 6~12개월에 집중[한의신문] 최근 3년간 고령자의 의료비 지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사망 직전 6~12개월에 의료비가 집중되는 구조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료급여 지출은 2022년 10조3000억원에서 2024년 11조7000억원으로 약 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건강보험 지출도 79조7000억원에서 87조6000억원으로 약 10% 늘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의 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의료급여는 2022년 5조2000억원에서 2024년 6조2000억원으로 20%나 늘었고, 건강보험 역시 같은 기간 34조2000억원에서 39조원으로 14% 증가했다. 특히 큰 문제는 ‘사망 전 집중 현상’이다. 사망 직전 6개월간 의료급여 지출은 2022년 7005억원에서 2024년 8056억원으로 15% 늘었고, 건강보험도 4조1429억원에서 4조4298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사망 전 12개월 지출도 비슷한 양상으로 크게 늘어난 반면 사망 전 24개월 지출은 오히려 줄어, 말기 의료비가 특정 시점에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지역 기반 완화의료·호스피스 접근성이 낮아 병원 입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는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와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더불어 현재 수가가 입원 중심으로 설계돼 완화의료·커뮤니티 케어로 전환할 유인이 없어, 의료급여에서 말기 의료비 증가율을 더 가파르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병훈 의원은 “고령자 의료비 문제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삶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지역사회 돌봄 확대를 통해 말기 의료비 집중 구조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 의원은 이어 “의료급여 수급자는 사회적 취약계층이자, 우리 사회가 끝까지 지켜야 할 분들”이라며 “단순한 재정 절감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하는 만큼 정부는 이분들이 불필요한 입원에 의존하지 않고도 편안하게 치료와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 기반 완화의료와 돌봄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
EMR 인증 병·의원 11%…“말뿐인 ‘디지털 의료’”[한의신문] 국내 의료기관의 10곳 중 9곳은 여전히 정부가 인증한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 진료의 안전성과 의료정보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실효성과 인센티브 부족으로 인해 EMR 인증 확산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기관 가운데 EMR(전자 의무기록시스템) ‘사용인증’을 획득한 곳은 전체의 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보건의료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전국 3만6234개 의료기관 중 EMR 시스템을 도입한 곳은 82%(2만9733개소)에 달했으나 이 가운데 공식 인증을 받은 곳은 4057개소(11%)에 그쳤다. EMR 사용인증은 의료기관의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이 환자 진료를 위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정부가 평가·확인하는 제도다. 하지만 인증제 시행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의료기관 10곳 중 9곳이 미인증 상태인 셈이다. 올해 9월 기준 종별 인증 현황을 보면 상급종합병원 47개소는 전원 인증을 완료했으나 종합병원은 330개소 중 172개소(52%)만이 인증을 받았다. 의원급은 3만4477개소 중 3788개소(11%), 병원급은 1380개소 중 50개소(4%)에 그쳐 의료현장의 디지털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에 남인순 의원은 “EMR 인증제는 자율인증 방식으로, 정부의 직접적 인센티브가 없어 병·의원급 참여율이 극히 낮다”며 “결국 의료기관의 의지에만 맡겨진 제도 운영이 제도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EMR 인증 획득 의료기관 수는 ’21년 3255개소 ’23년 4014개소 올해 9월 4057개소로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전체 대비 비율은 11%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제도 도입 초기의 성장세가 멈춘 이유로는 인증 절차의 복잡성과 비용 부담이 지목된다. 남 의원은 “지난해부터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의 의료질평가에 EMR 인증 여부를 반영(0.7점)하고 있으나 병원급 이하 기관에는 실질적 확산 효과가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은 올해부터 인증절차를 간소화하고, 의료기관 간 정보 교류를 위한 상호운용성 표준(KR CDI-KRCore) 적용을 강화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남 의원은 아울러 “의료기관이 EMR 인증을 단순 행정 절차가 아닌 환자 진료의 안전망이자 신뢰의 기반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정부 또한 제도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