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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세계의학의 중심이 되는 것이 나의 꿈”[한의신문=기강서 기자] 지난해 대한한의사협회를 방문해 AKOM-TV 공식 유튜브에 출연한 바 있는 이란계 미국인 나비 니마 존이 올해 당당히 한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대한민국 한의사가 됐다. 이에 AKOM-TV에서는 나비 니마 존을 재초청해 앞으로 한의사로서의 포부 및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나비 니마 존은 뉴욕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후 한의학을 배우기 위해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 올해 한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한의사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는 ‘이웃집 찰스’, ‘어서와 한국살이는 처음이지’, ‘KBS 인간극장’ 등의 TV프로그램에 출연해 한의사를 준비하는 과정 및 다채로운 한국살이를 보여주기도 했다. [편집자주] 한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했다. 노력을 충분히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죽을 만큼 노력한 결과 국가고시에 합격해 속이 시원하다. 그동안 공부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이나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지만,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암기 위주로 공부를 한 부분도 있었다. 이제 합격한 만큼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부분들에 대해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게 돼 기분이 너무 좋다. 수련의 과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항상 공부할 마음은 가지고 있다. 아무리 그 분야에 대해 잘 안다고 해도 늘 배울 것은 많다고 생각한다. 다만 미국에서 의과대학 과정을 다 마무리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온 것이기 때문에 수련의 과정도 진행하고 싶긴 하지만 현재 의대도 지원 중에 있다. 의대에 붙게 된다면 이제는 그것을 우선순위에 둬야 하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의대를 다니면서 병행가능한 수련의 과정이 있다면 무조건 하고 싶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좋아하고 열정을 가지고 있는 분야 인 만큼 신체적으로는 조금 힘들더라도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무장지대에 병원 설립이 꿈인가? 이번에 시험을 합격함으로써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꿈은 최종적인 꿈이며, 그전에 좀 더 빨리 이루고 싶은 목표는 한국에서 한의사면허뿐만 아니라 의사면허까지 보유한 복수면허자가 돼 한·양의 치료를 병행하는 종합병원을 세우는 것이다. 비무장지대에 병원을 세우는 것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협업하거나 아니면 반 국립적인 병원을 운영 하고 싶고, 그 이유는 돈을 버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신경 쓰기보다 환자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치료를 다 해드릴 수 있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이다. 또한 비무장지대 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의료인이 돼 신체적인 상처뿐 아니라 한국 사람들의 역사적인 상처, 흉터를 함께 치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의 포부는? 앞으로 신규 한의사로서 능력과 지식을 최대한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면허가 나오는 과정에서 취직을 하지는 못했지만 의료봉사를 다니기 시작했고, 이제부터 진짜 공부가 시작된다고 생각하면서 다양한 논문과 임상진료지침들도 많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의학과 현대의학을 제대로 접목시킬 수 있다면 세계의학계를 이끌 수 있을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통해 한국이 세계의학의 중심이 되는 것이 바로 나의 또 다른 꿈이다. -
“뇌졸중 환자 레이저 치료, 연구자 및 국가적 관심 필요”[한의신문=강환웅 기자] 최근 대한한의학회(회장 최도영)에서 발간한 ‘대한한의학회지’ 제45권 제1호에 게재된 ‘뇌졸중 환자에 대한 레이저 치료의 효과: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상지대 한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안다영·선승호)’에서는 뇌졸중 환자에 대한 레이저 치료의 효과 및 안전성을 고찰했다. 최근 레이저 치료가 의료 현장에서 다양한 레이저 시술이 시행되고 있다. 레이저 치료는 생체 자극 효과가 있고, 이를 통해 통증 억제·상처 회복·생리활성 조절 등의 효과를 보인다. 또한 혈관 내 조사를 제외한 경혈 혹은 경근 부위의 레이저 조사는 통증 및 감염의 위험이 없는 비침습적인 치료이며, 환자의 만족도가 높아 근골격계 질환, 호흡기 질환, 소아의 두통 등 각종 질환에 활용되고 있다. 현재 레이저 치료는 뇌졸중 환자에게도 시행되고 있으며, 레이저 치료가 뇌졸중 환자의 증상 회복에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있지만, 이에 대한 체계적 문헌 고찰은 아직 진행되지 않은 가운데 이번 연구에서는 뇌졸중 환자의 여러 임상 증상에 대한 무작위 대조 임상연구를 대상으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 분석을 실시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오아시스, 학술연구정보서비스, 한국전통지식포탈, 과학기술정보통합서비스, 한국학술정보, 한국의학논문데이터베이스, DBpia, PubMed, EMBASE, Cochrane, Wanfang, Chinese Academic Journals 등 12개의 국내외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문헌을 검색했으며, 2370편의 검색된 문헌 중 최종적으로 18편의 문헌을 선정해 분석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레이저 치료는 급성기 뇌졸중 환자의 신경학적 회복 및 아스피린(Aspirin)을 대신할 이차 재발 방지를 비롯해 연하장애 개선, 인지장애 개선, 초기 운동기능의 회복 등에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후 후유증기에는 뇌졸중 환자의 견관절 통증 및 운동 기능 회복 등에도 활용되고 있었다. 또한 레이저 치료가 아스피린에 비해 혈류역학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으며, 물리치료에 비해 반신마비 환자의 견관절 통증 및 기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문헌의 수가 적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레이저 치료가 병행 치료로 사용된 연구를 살펴본 결과에서는 레이저 치료를 뇌졸중 환자의 물리치료 혹은 약물치료에 추가할 수 있으며, 특히 반신마비 환자의 견관절 통증 및 운동 기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연구진들은 “임상 현장에서는 뇌졸중 환자 둥 인지 저하 등으로 인해 침 치료 중 침을 뽑거나, 뜸 치료 중 뜸을 직접 만지려고 해 화상의 위험 등으로 침구 치료를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뇌졸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핸 다양한 치료방법이 모색되고 있으며, 레이저 치료는 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서양의 경우 침습적인 침 치료에 거부감을 표하거나 통증 때문에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아 레이저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보이며, 중국의 경우에도 레이저의 임상 활용과 그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 많은 임상 경험이 쌓이고, 점차 그 응용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면서 “반면 선정된 문헌 중 국내에서 출판된 문헌은 없어, 앞으로 뇌졸중 환자의 레이저 치료에 대한 국내 연구자들과 국가의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특히 연구진들은 이번 연구의 의의와 관련 “이번 연구를 통해 뇌졸중 증상에 국한하지 않고, 뇌졸중 급성기의 신경학적 장애부터 후유증기 뇌졸중 환자의 견관절 통증 및 운동장애 등 뇌졸중 후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증상에 대한 레이저 치료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또한 현재까지 발표된 문헌들에서 레이저 치료의 횟수, 파장의 길이 및 출력 등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확인하는 한편 메타 분석을 통해서는 각 증상별 레이저 치료의 효과에 대해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 임상시험 연구들에 대한 한계를 파악함에 따라 향후 레이저 치료의 체계적인 임상연구 설계에 기초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는 한편 향후 연구 설계시 보완될 부분에 대해서도 제언했다. 연구진들은 “우선 뇌졸중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최적의 조사량이 어느 정도인지, 임상적 효과를 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치료 기간이 어떻게 되는지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사용된 레이저 치료기기의 종류, 경혈 혹은 특정 신체 부위를 결정해 표준화된 방법론의 시행, 레이저의 파장 및 출력, 치료 시간 및 횟수 등을 누락 없이 언급해야 향후 레이저 치료 방법에 따른 효과에 대해서도 메타분석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불어 일부 증상에서는 총 유효율 등 주관적인 측면이 강한 평가지표를 사용해 객관성이 떨어지는 한계를 지니고 있는 만큼 향후 연구에서는 표준적인 평가 지표를 사용한 수준 높은 무작위 배정 비교 임상시험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인류세의 한의학 <29>키리바스는 멀다. 그 태평양의 섬나라까지 가려면 비행기를 세 번은 갈아타야 한다. 인천에서 호주로, 호주에서 피지로, 피지에서 키리바스 수도가 있는 타라와(Tarawa) 섬으로 네 곳의 공항을 거쳐야 도착할 수 있다. 필자가 기후와 건강의 관계에 관한 현장연구를 진행한 마라케이(Marakei) 섬까지는, 타라와에서 또 한 번 비행기나 배를 타야 한다. 비행기를 세, 네 번 타야하니 중간 경유지에서 숙박을 하면서 가야 한다. 키리바스는 멀지만, 만약 직항 노선이 있다면 비행기로 어림잡아 8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지도상의 거리는 인천공항에서 하와이나, 인천-우즈베키스탄과의 거리와 비슷하다. 타라와는 적도 바로 위에 있기 때문에 직항이 있다면 남반구의 호주와 피지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길을 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생각보다 길지 않은 (가상의)직항 비행 시간에도 불구하고, 키리바스는 멀다. 키리바스가 먼 것은 거리보다는, 가는 길이 어렵기 때문이다.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갔다가 다시 북반구로 올라오는 길을 거쳐야 한다. 또한, 연결 비행기가 항상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는 길에 숙소를 잡고 다음 비행기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부친 짐을 다시 찾고, 잠깐 머무른 호텔에서 풀었다 다시 싸고, 다음 경유지에서 싼 짐을 다시 푸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그 나라가 먼 것은, 결국 한국을 포함한 키리바스 바깥에서, 자주 찾아가는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머나먼 키리바스 키리바스가 먼 것은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돌아돌아 가는 길도 길이지만, 가는 길에 익숙한 장면들이 사라지고, 익숙한 느낌들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은 곳으로 가는 것이 키리바스로 가는 길이 멀게 느껴지는 이유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 생경함이 거리감으로 드러난다. 익숙하지 않음은 곧잘 불편함으로 또한 드러난다. 한국과, 현장연구를 진행한 마라케이 사이 익숙하지 않은 부분들, 편하게 느끼지 못하는 부분들은 하나둘이 아니었다. 마라케이에는 에어컨이 없다. 섭씨 30도가 기본인 열대지방의 고온에도 그 섬에는 에어컨을 찾아볼 수 없다. 여름에 에어컨 가동이 당연시 되는 장면이 끊어지는 부분이다. 또한 수돗물이 없다. 집안에서 수도꼭지를 열면 쏟아지는 수돗물의 익숙함이 마라케이에는 없다. 화장실도 드물고, 특히 물을 내려서 용변을 흘려보내는 수세식 화장실은 거의 없다. 키리바스가 먼 것은, 한국과 키리바스에서 느끼는 익숙함의 차이에서 생겨난다. 공유되지 않는 익숙함이 거리를 만든다. 익숙하지 않음은 직항이 없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키리바스의 아름다운 자연을 생각한다면 방문객이 많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이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익숙함의 공유가 전제되어야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키리바스에는 건물도 다르다. 마라케이 사람들의 집은 부이아라고 한다. 지열을 피하기 위해 땅과 거리를 둔 평상 같은 구조에, 팬더너스 나무 잎들이 무성하게 덮여 지붕을 이룬 전통양식이다. 열대지방의 열기를 피하기에 안성맞춤의 구조와 자재로 만들어졌다. 부이아는 단촐하다. 그 집에는 수납공간이 없다. 벽이 없기 때문에 수납공간을 만들기 어렵다. 열대 지방에서 소유보다는, 바람이 들게 하여 열기를 식히는 것이 우선한다. 마라케이에서 익숙하지 않은 장면들 중의 하나는 경계를 나누는 것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집에 담이 없고, 가옥에 벽이 없다. 길을 가다가도 집 안이, 방 내부가 들여다보인다. “그 사람하고 “담” 쌓고 지낸다,” “대화에 “벽”을 느낀다”와 같이 물질적, 비물질적 경계 짓기에 사용하는 물리적 형태가 없다보니, 사람들의 관계에서도 그런 경계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마라케이 사람들로부터 받은 놀라운 환대도 그러한 경계 없음에 대한 생각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먼 곳에서도 익숙한 머나먼 키리바스에서도 익숙한 것들이 있었다. 플라스틱과 비닐이었다. 그것들은 쓰레기 처리시설이 없는 키리바스에서 특히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익숙하지 않은 키리바스에서, 눈에 띄는 익숙한 것들은 그것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에서 일상으로 쓰고 버리는 비닐과 플라스틱이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키리바스에는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시설이 없다. 비닐 공장도 없다. 플라스틱과 비닐은 수입품의 경로를 타고 들어와서, 더 이상 키리바스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키리바스에 도착한 다음날 피지에서 사온 물이 동이 날 때쯤, 타라와의 한 가게에서 플라스틱 병에 든 물을 살 수 있었다. 그것은 정수한 물이었고, 중국에서 수입되어 판매되고 있었다. 먹는 물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고 있던 상황에서 키리바스에서 만난 플라스틱 병에 든 물이 반가웠다. 익숙한 물건을 만난 것이다. 키리바스에 있는 동안 필자가 구입한 물병은 모두 키리바스 바깥에서 왔다. 중국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피지에서 왔다는 문구가 물병을 싸고 있는 비닐에 찍혀 있었다(키리바스에서 지내면서 빗물, 끓인 우물물을 주로 마시게 되었지만, 물병에 든 판매하는 물을 사야할 때도 있었다). 또한 익숙한 것은 벽돌로 지은 건물이었다. 부이야와 마니에바(커뮤니티 모임을 위한 전통 가옥양식)가 아닌 건물이, 특히 수도가 있는 타라와 섬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양철 지붕에 벽돌로 된 현대식 건물은, 하지만 키리바스와 같은 고온의 열대 지방에서는 취약한 구조였다. 마라케이로 가는 배를 기다리며 타라와에서 임시로 머문 카톨릭 수도원은 현대식 건물이었는데, 그전에 머물던 부이야와 온도 차가 컸다. 수도원에서는 열기에 몇 번이고 선잠을 깨야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현대식 건물은 에어컨을 필요로 했다. 산호초 섬인 타라와에, 길게 난 섬 모양을 따라 길이 나있다. 키리바스 인구의 과반이 밀집해 있는 남타라와에는 아스팔트가 깔려 있고, 왕복 2차선 길 위에 오토바이, 자동차가 달린다. 이 내연기관을 단 이동 수단도 익숙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전기차는 찾아볼 수 없다. 발전 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차는 다른 나라 이야기이다. 문명과 비문명의 경계 익숙한 것들은 쓰레기가 만들어지는 것들이었다. 머나먼 키리바스에도 익숙한 것들이 늘어나고 있었지만, 내게 익숙한 것들은 기후·환경문제를 심화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비닐, 플라스틱, 그리고 에어컨이 필요한 현대식 건물이 그러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사용 자동차, 오토바이가 그랬다. 필자가 키리바스에 간 것은 기후위기가 태평양 도서국 사람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WHO 사업에 참여하면서 그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목적이 있었다. 하지만 키리바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근현대적 변화는, 쓰레기를 양산하는 일상으로 사람들을 편입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근현대화, 세계화는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편하게 생각하는 일상을 전 세계가 공유하는 방향성을 가진다. 그 중에 많은 부분은 기후위기를 심화하는데 동참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쓰레기는 “어떤 것의 생산량이 자연의 [흡수]분해 능력을 웃돌 때” 생겨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에게 익숙한 근현대 문명은 쓰레기를 양산하는 일상을 지구 구석구석까지 전파하는 존재양식의 세계화를 실천한다. 마라케이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네 번의 비행기를 탔다. 마라케이에서 타라와로, 타라와에서 피지로, 피지에서 일본 나리타를 거쳐, 드디어 인천에 도착 하였다. 비행기 일정을 맞추기 위해 타라와, 피지, 일본에서 숙소를 잡고 짐을 풀었다, 쌌다를 반복했다. 마라케이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은 익숙하지 않음에서 익숙함으로의 이동 경로였다. 일본 나리타 공항 근처 호텔에서의 익숙함은 우리가 한국에 근접해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호텔 1층 편의점에는 비닐과 플라스틱에 담긴 음료수, 음식, 상품이 넘쳐났다(키리바스 통신 III에서 계속). -
“한의약 ODA,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한의신문=주혜지 기자] 대한민국은 공적개발원조를 받는 수원국에서 원조를 하는 공여국이 된 독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한국이 이러한 경험을 살려 개발도상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지난 70여년 간의 국가발전 경험을 활용해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국제적 연대와 협력을 적극 선도하고자 한다. 한의약 또한 ODA에 대한 관심을 지니고는 있으나,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기보다는 국제교류 또는 한의약 세계화의 일부로 다뤄오는 등 명확한 전략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황예은 학생(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이 ‘국제보건에서 한의약 공적개발원조의 현재와 지속가능한 발전전략’ 제하의 논문에서 한의약 ODA 발전모델을 제시했다. 공적개발원조의 현황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란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과 복지증진을 위해 정부를 포함한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원조를 의미한다. 대한민국은 교육 ODA, 문화 ODA, 새마을 ODA, 보건분야 ODA 등에 대한 지원 사업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강점을 지닌 디지털과 보건의료에서의 발전경험을 공유하는 한국형 ODA를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더불어 보건복지부에서는 전통의약 분야에서의 국제협력 강화와 수원국 보건의료 환경개선을 위해 한의약 ODA를 확대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보건의료의 패러다임이 만성질환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전통의학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알마아타 선언(1978년)과 베이징 선언(2008년)에서 제시된 일차 보건의료로서의 전통의약에 대한 관심은 한의약 ODA 확장에 큰 기회요인이라 할 수 있다. 한의약 ODA에 대한 관심이 증대됨에 따라 KOICA도 글로벌 협력한의사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황예은 학생은 “한의약 ODA란 국제보건 ODA의 기준에 따라 개발도상국에 제공하는 한의약 공공분야의 공적 원조를 의미하지만, 한의약 ODA는 한의약 글로벌 경쟁력 강화나 한의약 수출을 위한 정책적 도구로 오해돼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KOMSTA)은 한의약 ODA의 대표적인 원조사업으로서 훌륭한 성과를 보여왔다”고 밝혔다. KOMSTA는 1995년 한국-카자흐스탄 친선 한방 병원 개원을 시작으로,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몽골 등에 친선한방병원 설립 및 유지 지원과 함께 해외 의약물품 지원, 해외의료봉사활동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협력기관인 KOICA 및 KOFIH의 정책 방향과 제3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에 맞춘 사업 추진으로 매년 3회 이상 한의진료를 지원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봉사단 파견 사업이 약 2억3100만원의 규모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개발 기준 삼아야 황예은 학생은 “한의약 ODA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명확한 개념의 정립이 필요하며,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발전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며 기존 한의약 ODA 고찰 후 시사점을 제시했다. ODA의 핵심은 수원국의 발전이 기준으로, 한의약 ODA의 수원국은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을 고려한 중점협력 대상국이 돼야 한다. 또한 지속가능성은 ODA 사업을 평가하는 중요 기준으로, 수원국 전통의학의 자생력 향상은 일차의료 및 보편적 건강보장을 발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보건복지 기반이다. 아울러 국제사회는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기준으로 국제보건 ODA를 시행하고 있으므로, 한의약 ODA도 이를 기준으로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새마을운동’은 수원국이 따라 할 수 있는, 그리고 성공한 개발원조의 대표적인 예시로 국제개발협력 현장에서 높은 수요를 지니고 있다. 식민지를 경험한 국가로서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시작하여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한 한의약의 ‘70년 발전 경험’은 일차 의료를 오랫동안 담당하여 온 한의약 ODA가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원조이며, 개발도상국의 보건의료분야 롤모델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어 “한의약 ODA의 기획, 수행 경험, 수행 전문가 부족과 한의약 ODA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지원 및 연구 부족은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화하는데 약점이 된다”며 “더불어 전통 의료 분야에서 중국이나 인도와의 첨예한 경쟁은 한의약 ODA의 발전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의약 ODA 발전모델 제시 이어 채한 교수는 한의약 ODA 발전을 위한 시사점 분석을 바탕으로 핵심 비전, 개발전략 및 목표, 핵심 가치로 구성된 한의약 ODA 개발모델을 제안했다. 채 교수는 “ODA 사업의 핵심은 수원국의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과 복지의 증진에 있다”며 “수원국 전통의학의 현황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일차의료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의약은 지난 70년 간의 발전 경험과 높은 연구 역량을 지니고 있으므로, 대한민국의 ODA 및 외교 정책을 고려한 차별화된 한의약 ODA 전략과 전통의학 ODA 이니셔티브를 통해 개발도상국의 보건의료를 실질적으로 발전시키고 국제보건 ODA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부산대학교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황예은·이승현·김형우(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남효주(한국한의약진흥원), 이승언(KOMSTA), 백유상(한국한의약진흥원), 채한(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저자로 참여했으며, 대한한의학회지 제45권 제1호(2024년 3월)에 게재됐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270)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崔鎭昌 선생은 충남 아산군 음봉면 쌍암리 출생으로 6남매 가운데 막내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유학을 와서 야간 중고등학교를 고학으로 마치고 공무원으로 14년간 봉직하였고, 신문사와 잡지사에서 기자로도 활약을 했다. 그가 한의학의 길에 들어서게 된 계기는 한국전쟁이 나면서 피난 중에 선배로부터 한의학 공부를 할 것을 권유받으면서부터다. 崔鎭昌 선생은 만학의 나이로 경희대 한의대에 13기로 입학해 1964년에 졸업하고 한의사가 되었다. 그후 1968년에 경희대 한의대에서 한의학석사를 취득했다. 그는 국제적 활동으로 한국의 한의학을 세계에 알리는 노력을 열정적으로 하였다. 1969년 5월 15일부터 18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세계 제2차 침구학술대회’에 대한한의사협회 대표로 참가해 차기 대회의 유치를 위해 공헌하였다. 1974년 『한방춘추』 8월호에 생생한의원 최진창 선생이 「상반야제증의 치험례」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다. 이 논문의 부제로는 “妊娠冷飮, 冷浴으로 冷熱相克原因인 듯”이라는 글이 덧붙여져 있다. 그는 소아의 상태를 웃는 상태에 따라 건강의 차이가 있다는 점과 顔貌를 살펴서 병의 경중을 본다는 것도 밝히고 있다. 또한 치료의 어려움이 있는 것에 대해 역대 소아과 의서에서 밝히고 있는 脈息如毫, 易虛, 易實, 易冷, 易熱, 口不能言, 手不能指한 것이라는 정리해서 제시하였다. 또한 소아환자는 한의원에 1차로 내원하는 경우보다 다른 의료기관을 입원치료을 받고 치료 효과의 부족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내원한 후 가운을 입은 사람이나 낯선 사람만 보아도 광적으로 놀라서 우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그가 경험한 치험 하나를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성명 이씨의 장남(아직 출생신고 안 함). 주소는 용산구 주성동. 연령은 생후 40일. 병명은 상반야제증. 발병은 1973년 10월17일(생후 10일). 발병 후 40여일 계속 치료했다고 함. 초진은 1973년 11월13일. 증상은 면색이 적하고 순홍, 신열(구복이 개열), 소변이 赤澁하며, 入夜則 仰身有汗而啼. 치료는 加味導赤散 1첩과 침법으로 百會, 身柱, 命門穴을 1〜3분 자침하고 少商, 少澤穴에서 소량 瀉血 1회. 치료 경과는 치료 당일에 쾌유. 이 치료 경험에 대해 그는 心熱과 胎熱이 원인이기에 加味導赤散을 투여했고 刺鍼은 百會, 身柱, 命門, 少商, 少澤穴을 택했으며, 少商과 少澤穴에 소량을 瀉血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心臟과 소장은 서로 표리가 되니 심열즉소장적열한 것으로 面赤, 煩躁, 口渴하는 것은 生地黃으로 滋腎養心하고 淸下焦血分之熱하며 木通은 通和小腸劑로서 君藥으로 하여 가미했고, 百會, 身柱, 命門은 小兒諸症에 기효한 통용방이라는 것이다. 이 소아 환자의 모친은 잉태했던 임신 초부터 갈증과 전신번열이 나서 妊娠冷飮, 冷浴으로 冷熱相克에서 胎熱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하였다. 이 때 투여한 加味導赤散은 생지황·목통·적복령·황금·택사 各 一錢, 치자·감초 各 六分, 釣鉤藤 一錢, 薑二片이었다. 다음날에 이 소아 환자의 부모와 고모가 쾌유의 소식을 가지고 인사차 내원하여 한의학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었다고 감사의 말씀을 전했다고 한다. 崔鎭昌 선생의 사모님께서 2010년에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에 그동안 보관하고 계셨던 선생의 유품들(의서들, 학술자료, 의권 자료 등)을 남김없이 기증해 주셔서 이 자료를 접할 수 있었다. -
‘마음속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정신건강한의학김명희 연구원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박사 수료 유엔(UN)본부는 지난달 21일 개최된 총회에서 인공지능(AI)의 안전한 사용에 관한 ‘국제적 합의’를 회원국 모두의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지난해 5월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생성형 인공지능 AI’를 의료분야에 활용하려면 △자율성 보호 △인간복지 안전 △형평성 △허위정보 경계 △지속가능 대응성에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WHO 지적대로 불확실하고 정확하지 않은 AI기술을 자칫 한의학에 접목할 경우 오히려 근본학리가 왜곡될 수 있어, 한의학은 철저히 ‘이론적 다원주의’ 관점에서 구조역학적 특성을 살려 연구하고 해석해 나가야 한다. 한의학은 수립될 때부터 ‘신체의 생장화수장’과 ‘정신의 혼신의백지’를 오기능의 발생기능, 추진기능, 통합기능, 억제기능, 침정기능으로 분석, 이를 역학적 상생상극 조율을 통해 구조역학적 동의생리학 이론으로 다뤄왔다. 한의학은 ‘무슨 병에는 무슨 처방식’의 질병 중심이 아니라 인간 체계를 전일로써 발현하는 현상으로 관찰하고 개체별 생활환경 현상을 분석, 이를 임상에서 수천 년을 두고 실증해 왔던 만큼 현대사회에서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의과학으로 다뤄 가야 한다. 정신건강한의학은 한의학의 복잡계적 특성을 살려 우울증, 번아웃, 불안장애 등 각종 정신질환의 치료에 AI가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뿐만이 아닌 동의생리학리의 자발적 자기대사력의 상생을 통해서만이 행복한 삶을 구현하게 될 것이다. 한의학이 현재와 미래의학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사람은 원소의 결합체’ 또는 ‘나열식 해부학적 체계’를 취하지 않고 천인상응 형신일원(形神一元)의 구조역학적 이론체계를 통해 임상데이터를 구축하여 의과학의 깊은 연구를 열어가야 한다. 임상사례 진료 중 밖이 소란스러워 나가보니 상기된 얼굴의 60대 남성이 ‘뭐라 뭐라’ 소리지르고 있었고 옆에서는 부인이 남편 팔을 붙들며 어쩔 줄 몰라 쩔쩔매고 있었다. 우선 진료실로 들어오게 한 후 먼저 부인에게 전후 사정을 들었다. “의사인 남편은 4년 전 대학병원에서 조현병으로 진단받고 향정신약물을 복용하며 휴직 중이었는데, 며칠 전부터 난동을 부리는 등 증상이 더 심해져 약물을 증량했는데도 여전해요. 이러다가는 또 다시 폐쇄병동에 강제 입원시켜야 하는 지...걱정이에요”라며 “선생님, 제발 남편을 어떻게든 진정시켜 주세요”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한의사: (환자와 눈을 똑바로 맞추며)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거예요? 환자: (초점 없는 눈빛으로) 관세음...보살... 한의사: 관세음보살을 보고 싶으세요? 환자: 여기...관세음...보살? 아내: (한숨을 쉬며) 그동안 형제들로부터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벽촌 시골에서 자란 장남인 남편은 장학생으로 의대를 졸업한 뒤 개원하면서 동생들을 모두 대학공부까지 시켰는데도 ‘형이 우리에게 해준 게 뭐 있냐?’고 대들었고 남편이 부모님께 마련해 드린 재산마저 ‘부모님은 늘 큰 형만 편애했다’라며 모두 빼앗아 갔어요. 지금은 모두들 형과 의절한 뒤 연락마저 없어요. 동생들을 끔찍이 아꼈던 남편은 그 일로 쇼크받아 무척 힘들어했어요. 옆에서 보는 저도 마음이 정말 속상해서...아이 참... 한의사: (환자와 눈길을 맞추며) 지금도 관세음보살같이 자애로웠던 어머니가 생각나고 늘 그리우신가 봐요. 환자: (감정의 눈물이 맺힌다)... 다음날 환자와 내원한 아내는 “어제도 약하게 난동을 부리긴 했지만 우선 급한대로 선생님이 지어주신 한약을 복용하고 남편의 눈빛을 맞춰가며 안심시키니까 차츰 진정이 됐어요”라고 말했다. 환자를 보니 면적설홍(面赤舌紅)하고 맥은 활부삭긴난하초허(活浮數緊亂下焦虛)했다. 한의사: (환자와 눈을 맞추며) 형제 많은 집의 장남으로 고생하신 부모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하셨네요. 자수성가하시고선 가족들의 생계와 교육까지 책임지셨고요. 아내: 법 없이도 살 양반이에요. 남편은 우리 가정보다도 항상 부모형제들을 먼저 챙기고 헌신했어요. 그런데도 막상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동생들은 큰형과 형수인 저에게 대들고 욕하고. 남편은 아마 그런 게 더 감정이 풀리지 않는 것 같아요. 환자: (한의사를 편안히 바라보며) 어머니가 사랑...사랑으로... 한의사: 어머니가 큰아들을 무척 사랑으로 키우셨네요. 환자: (소통, 교감의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한의사: (다정히 눈빛을 맞추며) 환자분은 정말 어머니께 받은 많은 사랑을 그대로 동생들에게 몽땅 쏟아 부으셨네요. 너무너무 감동적이에요. 그동안 정말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환자: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맺힌다)... 아내: 지금까지 남편이 이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선생님 눈빛을 보면서 진료받는 모습은 이번 한의원 진찰이 처음이에요. 실제 선생님 말씀을 듣고 치료, 복약하면서 남편이 점차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어 안심이 되네요. ‘혼신의백지’는 생활환경을 분석한 상생치유법 복약 6개월 후 내원한 환자는 더듬거림 없는 명랑한 목소리로 “안정을 되찾아 치유되고 있어 정말 기쁘네요. 요즘엔 나로 인해 고생한 아내와 함께 여행도 다니며 자녀들과 대화도 많이 하니 감정이 편안해져 잠도 푹 잔다”며 “이제 곧 요양병원 촉탁의로 나가기로 했다”며 고마워했다. 위 사례에서 보듯 어렵게 자수성가한 장남으로 그동안 부모의 역할을 도맡아 해 왔던 환자는 생각지도 않은 ‘동생들과의 갈등’에서 온 배신감, 억울, 분노, 의절의 슬픔을 달고 살아왔으나 필자와의 지지적 눈빛으로 소통, 교감과 침구시침, 복약하여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도록 해 자발적 자기 대사력 회복으로 치유됐다. ‘심한 불면증, 두통, 전신 신경통’을 앓고 있던 환자에게 필자는 내경의 ‘상혼(傷魂)하여 광망부정(狂忘不精)으로 정상(正常)을 상실(喪失)한 칠정상’으로 진단하여 ‘간양상항, 울화병, 과로로 인한 정혈구허’로 변이증후군을 변증·분석해 이를 오신의 ‘의백지’기능을 안정시키는 EFT요법, 지언고론요법, 경자평지요법, 정서상승요법, 오지상승위치, 이정변기요법 및 사신총, 신문혈, 신정격, 가감지백지황탕 2배방을 1일 4회 복용으로 침구·방제해 정확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정신건강한의학이 미래에도 세계화,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신체 일변도의 치료에서 벗어나 형신일원의 구조역학적 동의생리학리를 바탕으로 한의학 임상에 적용할 때 비로소 ‘정상과학시대’에 인류의 행복한 삶을 위한 의과학 혁신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대한형상의학회에서 전하는 임상치험례 <27>김혜경 본디올강남한의원장 남자 83세. 2022년 8월22일 내원. 【形】 164cm/75kg, 走類 木體, 氣科, 코가 크고 배 많이 나옴, 이마 넓고 주름, 와잠이 크다, 법령이 진하고, 안경 착용. 【色】 面黃赤. 舌苔厚. 手掌 脫色. 【旣往歷】 간암 말기였고 전립선암, 신장암으로 전이. 독일제 약 3달 먹으면서 간암이 개선됐었고 4년 1개월간 더 복용하고 현재는 약을 끊었다. 올 봄에 간에 종양이 2개 생겨 고주파로 쏘아서 종양 줄임(4회 치료). 아직 조금 남아있다. 8월31일 간암관련 CT검사 예정. 2년 전에 왼쪽 허벅지 밑으로 발끝까지 2회 부었었다. 신장암, 전립선암 수술. 디스크 수술(10년 전). 치질(10년 이상 경과). 혈압약(40년), 다리 부종 관련 약(이뇨제), 진통제 복용 중. 【生活歷】 전에는 과음을 많이 했었다. 【症】 ① 양 무릎 밑으로 붓고 아파서 걸음을 걷지 못 한지 3달 이상 됐다. 간계 치료의사가 간에서 온 것으로 추측해 진통제, 이뇨제 등을 처방하여 복용 중이나 전혀 차도가 없다. 우측 종아리가 검게 변색되어 있다. ② 가끔 이명. 빈 속에 어지럽다. ③ 속 쓰림, 트림, 더부룩하다. 식후에 졸리다. ④ 대변시 출혈이 있을 때 있다. 관장약을 대변 볼 때마다 사용한다. ⑤ 요실금 있어서 기저귀를 착용한다. 밤 소변 3회/일. ⑥ 피곤, 기억력 감퇴됨. ⑦ 가끔 몸이 가렵다. ⑧ 땀을 많이 흘린다. 【治療 및 經過】 ① 2022년 8월25일. 간암을 앓아서 한약이 꺼려져 8월22일에 진찰받고도 망설였다. 항상 속이 더부룩하고 배가 불러서 식사를 잘 하지 못한다. 積聚門 香砂平胃散 食鬱方(加 나복자) 1제. ② 9월20일. (脈 77/67) 속 쓰림, 몸 가려운 것은 괜찮아졌다. 右足 부은 것이 내렸고 덜 아프다. 종아리의 검은 색이 옅어지고 부위가 밑으로 많이 내려갔다. 소변 새는 것이 덜한 것 같다. 몸에 사마귀, 물혹이 많이 나는데 요즘 덜한 것 같다. 右側 발목이 저녁에 아려서 진통제 복용한다. 관장하면서 대변 본지 1년 정도 됐다. 아직 肝에 종양이 조그만 것 2개 있다. 입맛이 없다. 밤 소변 횟수가 줄었다(2회/일). 전에 右 무릎에서 고름 빼고 시술했었다. 積聚門 香砂平胃散 食鬱方 1제. ③ 10월6일. 다리 부기가 다 빠져서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종아리색도 많이 옅어졌다. 피부에 붉은 점이 잘 생긴다. 밤에는 발목이 가렵고 따갑다. 잠들기 힘들다. 대변이 굵어서 힘들고 피난다. 사마귀가 잘 생기는데 다리가 심하다. 요실금 있어서 기저귀 착용. 간암, 신장암, 전립선암 수술 관련해 2일 전에 검사했다. 밤에 다리, 발에 쥐나면 너무 고통스럽다. 補中益氣湯 積聚方(加 삼릉, 봉출, 청피, 향부자, 길경, 곽향, 익지인, 육계) 1제. ④ 10월21일. 밤에 다리 쥐나서 너무 고통스러운 것 덜하다. 다리 색은 점차 옅어지고 있다. 3일 전부터 다시 다리 무릎 밑으로 붓는다. 발목이 아프다. 하루에 걷기 운동을 2∼3시간씩 한다. 발에 쥐가 잘 난다. 얼마 전에 변비약 먹었다(2회). 관장약 안 쓰니까 대변이 힘들다. 끝에는 묽어진다. 활동 많이 한 날은 요실금이 더하다. ⑤ 10월25일. 부은 것 많이 빠지고 조금만 부었다. 어제 병원 갔는데 1년 후에 오라고 함. 정형외과 갔었다. 진통제와 혈압약만 먹는다. 손발에 쥐나는 것 덜하다. 가끔 관장하고 변비약 먹는다. 잠은 좀 잔다. 3일 전부터 요실금 증상이 덜해진 것 같다. 피로하다. 손, 다리에 뭐가 잘 난다. 補中益氣湯 積聚方 1제. ⑥ 11월7일. 다리 부은 것 괜찮고 정상 됐다. 손발에 쥐나는 것과 손, 다리에 뭐가 잘 나는 것도 덜하고 검은색이 많이 옅어지고 있다. 요실금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변비약 2∼3일에 1회 복용. 헛배 부른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있다. 간에 암세포 조금 있다 함(2달 후 검사예정). 전반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積聚門 香砂平胃散 食鬱方 1제. ⑦ 11월19일. 헛배 부른 것, 다리 쥐나는 것 덜하다. 다리가 부었었다가 빠졌다. 어제는 오후에 다리가 아팠다. 매일 하루에 2시간 이상 걷는다. 소변 지리는 것이 여러 번 있었는데 계속해서 조금씩 나왔다. 老人腎氣丸(신기환 거 택사, 가 복신, 익지인) 1제. ⑧ 12월6일. 손발에 쥐나는 것은 없어짐. 조금 걸으면 다리 붓는다. 아직도 많이 걷는다. 통증 약은 먹는다. 소변 지리는 것은 계속 있다. 변비약(관장한다) 관장 안하면 항문 찢어진다. 대변 안 보면 배가 불러서 음식을 못 먹는다. 핑 돌고 어지러울 때 있다. 補中益氣湯 積聚方 1제. 【考察】 상기환자는 얼굴이 각지고 코가 발달하고 木의 기운이 강하여 고집이 세고 怒氣가 많은 남자 노인으로 간암말기에 전립선암, 신장암까지 전이가 됐던 환자로 다리가 부어서 걸음을 걷기 힘든 것을 주소증으로 내원했다. 병원에서는 부기를 빼기 위해 이뇨제를 3달 이상 복약시켰지만 전혀 개선이 안 되었다. 한의원에 내원하여 진찰을 받고도 간암을 앓았기 때문에 한약 복약을 굉장히 꺼리다가 방법이 없으니 한약을 한번 먹어보겠다고 진찰 며칠 후에 한약을 부탁했다. 생긴 모습이 얼굴이 각이 져서 氣가 울체되기 쉽고 木氣가 강하여 肝의 기운이 성하고 怒氣가 많아 결국 간암이 발생했고 이어서 전립선암, 신장암까지 발병하여 수술은 했지만 다리부종, 다리 피부 변색, 피부소양, 속 쓰림, 소화불량, 이명, 현훈, 요실금, 변비 등의 여러 증상으로 고생했다. 積聚門의 香砂平胃散에 나복자를 가미한 香砂平胃散 食鬱方은 단순히 내상, 조잡, 心嘈 증상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火性이 있어 성질이 급하고 날카로우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내상증상과 더불어 氣鬱이 생기는 경우에 활용할 수 있으므로 간경화, 간암 환자의 여러 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상기 환자는 香砂平胃散에 나복자를 가미한 식울방을 복용하면서 다리의 부기가 빠지고 몸이 가벼워졌는데, 운동을 지나치게 하여 다시 부어서 지나친 운동은 삼가하고 적당히 하도록 조언해도 고집이 세고 운동을 많이 하라는 양방의사의 권유에 따라 83세의 나이에도 매일 2∼3시간씩 걸어서 다리가 다시 붓거나 요실금이 심해지는 등의 불편 증상이 반복되었다. 그 이후로는 형상 체질에 맞는 처방 중에서 증상의 상황에 따라 발에 쥐나고 핑 돌고 어지러울 때는 노인에게 쓸 수 있는 기본방이며 정기를 보하여 적취를 치료하는 補中益氣湯 積聚方, 요실금이 심해져서 소변을 지리는 증상이 더 할 때는 老人腎氣湯 등을 처방하기도 했다. 끝으로 안타까운 점은 한약으로 상당히 많은 불편 증상이 개선됐고 본인도 전반적으로 좋아진 것을 인정했지만, 결국은 양의사의 말에 따라 생활하여 다시 힘든 증상이 반복 된다는 것이었다. 【參考文獻】 ① 補中益氣湯 積聚方(동의보감 p.1393); 역로가 “正氣를 기르면 績은 저절로 사라진다”고 하였다. 오적, 육취, 징가, 적괴를 치료할 때 원기가 허약하고 몸이 여위었으며, 입맛이 없고 사지가 몹시 나른할 때는 보중익기탕에 삼릉, 봉출, 청피, 향부자, 길경, 곽향, 익지인, 육계를 넣고 써야 한다. ② 香砂平胃散 食鬱方(동의보감 p.1385); 식울을 치료한다. 향사평위산에 생강 3쪽, 나복자 볶은 것과 간 것 한 자밤을 넣고 달여 먹는다. ③ 나복자(동의보감 菜部 p.2125); 창만과 적취를 치료화고 오장을 잘 통하게 하고 대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④ 腎氣丸 加味方<老人腎氣湯>(동의보감 附養老 p.40); 老人治病에 “나이가 많은 사람은 외감이 있더라도 쓰거나 차거나 크게 땀을 내거나 토하게 하거나 설사시키는 약은 절대로 쓰면 안 된다. 오직 화평한 약으로 치료해야 한다. 소변이 잦은 때는 신기환에 택사를 빼고 복신, 익지인을 넣어서 써야 한다”고 하였다. -
침금동인으로 복원한 내의원 표준경혈5박영환 시중한의원장(서울시 종로구) <WHO/WPRO 표준경혈위치>에 따르면 현재 한의학계에서는 공식적으로 독맥 배수혈을 해당 척추뼈의 ‘가시돌기 아래’에서 취혈하고 있으며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동일하다. 그러나 침금동인의 독맥 배수혈들은 모두 해당 척추뼈의 가시돌기(Spinous process) 끝에 표시되어 있는데, 이는 중국과 일본의 동인들과 구별되는 침금동인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기록에 따르면 <천금익방>에서 <의종금감>에 이르기까지 모든 의서에는 독맥 배수혈들이 ‘椎下節間’, ‘椎節下間’ 또는 ‘椎下間’에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오늘날 학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가시돌기 아래에서 독맥 배수혈을 취혈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 정설(定說)로 둔갑한 와혈(訛穴)이다. 허준 선생은 “椎節(Vertebral Body)”과 “骨節突處(Spinous process)”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었으며. 침금동인 역시 독맥 배수혈을 ‘椎節下間’에 위치한 “骨節突處”에 정확히 표시하고 있어서 내의원에서는 공식적으로 “骨節突處”에서 독맥 배수혈을 취혈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십사경발휘>, <동인침구도경> 등의 “독맥지도(督脈之圖)”에는 척추뼈의 몸통이 아닌 가시돌기를 그려 넣고 가시돌기 끝에 경혈을 표시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른 위치이다. <의종금감>, <명당동인도> 등에서는 독맥지도(督脈之圖)에서 가시돌기를 생략하고 척추뼈를 네모로 그려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 경혈을 표시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독맥 배수혈이 실제로 척추뼈 사이에 있는 것으로 잘못 이해한 것이다. 또한 수백 년간 제작한 동인의 대부분은 이러한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고 만들어서 척추돌기를 척추뼈로 착각하여 독맥 배수혈을 척추돌기 사이에 표시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대해 허준 선생은 <동의보감>에서 “척추뼈에 뜸을 뜰 때는 척추 관절의 튀어나온 곳(가시돌기:骨節突處)에 뜸을 떠야 바로 효과가 있다. 가시돌기의 아래쪽에 뜸을 뜨면 효과가 없다. 물고기의 뼈를 살펴보면 이 말이 믿을 만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말을 따라 척추 관절의 튀어나온 곳에 뜸을 떠야 한다”고 특별히 강조했다. -
자생한방병원, ‘2024 PIM 논문 경진대회’ 참가자 모집[한의신문=주혜지 기자] 자생한방병원의 통합의학 전문 국제학술지 ‘통합의학에 대한 관점(Perspectives on Integrative Medicine, 이하 ‘PIM’)’이 국내 연구자들의 우수 논문을 발굴하고 지원에 나선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소장 하인혁)는 통합의학을 주제로 ‘2024 PIM 논문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참가자를 모집한다고 4일 밝혔다. 자생한방병원과 자생의료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대회는 과학적 연구방법을 기반으로 통합의학의 학문적 교류를 도모하기 위해 열렸다. 통합의학이란 현대의학의 부족한 부분을 한의학과 같은 다른 의학 체계로 보완하는 학문을 의미한다. 참가자들은 논문 주제로 지정 주제와 자유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지정 주제로는 △만성통증 관리에 대한 한의치료의 기전 △임상 한의치료의 효과 평가지표의 활용 등이 있으며, 자유 주제의 경우 한의치료에 대한 과학적·현대적 근거 연구를 비롯해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과 관련한 연구라면 특별한 제한사항은 없다. 한의사 전공의와 수련의, 한의과대학 학부생 및 대학원생 등 전공자 외에도 한의학 및 통합의학 연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대회는 총 1·2차로 나뉘며 1차는 오는 5월 31일까지 참가신청서, 연구계획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이후 결과는 개별적으로 전달되며 통과자들은 8월 열리는 자생국제학술대회(Annual Jaseng Academic Conference)의 초청 자격을 얻어 국내외 통합의학 전문가들의 최신 지견을 들어볼 수 있다. 2차 대회에서는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최종 논문을 제출받아 독창성, 효용성, 연구 적합성 등 종합적인 심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최종 선정된 우수 논문들은 12월 27일 발표되며 PIM 게재와 함께 각 연구자들에게 상금 100만원과 상장이 수여된다. 아울러 최우수 논문 선정자에게는 연구 역량 향상 격려를 위한 최신형 노트북이 추가로 지급된다. 경진대회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PIM 공식 홈페이지 및 사무국(editorialoffice@integrmed.org)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하인혁 소장에 따르면 “PIM은 창간 이후 국내를 비롯해 영국, 미국 등 다양한 해외 연구자들이 논문을 투고하는 국제 학술 교류의 장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개최될 논문 경진대회를 통해 많은 국내 연구자들이 서로의 연구결과에 대해 활발히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PIM은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2022년 10월 창간한 통합의학 전문 국제학술지다. 통합의학 및 관련 치료법에 대한 우수 논문들을 수록해 매년 3회 발행하고 있으며 한의학의 세계적 입지를 넓히는데 기여하고 있다. -
한의학 임상술기시험의 신뢰도와 타당도 분석[한의신문=이규철 기자] 대한한의학회(회장 최도영)가 최근 출간한 ‘대한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ine)’ 2024년 3월호에 한의학 임상술기시험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채한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교육 현장에서 시행된 임상 술기 시험의 다면적 타당도 분석’ 연구는 한의학과에서 3년(2019-2021) 동안 시행된 2일간의 술기 시험에서 CPR 시행 결과를 연구 분석에 활용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교육 현장에서 실제 시행되었던 CPR 술기시험의 다면적 타당도를 요인분석, 내적일치도, 일반화 가능도 이론, 분산 분석 등을 활용하여 검토하였는데, 임상술기 평가를 위한 시험과 문항의 개발과 운영에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다. 기술통계 분석 결과 평가에서는 그룹별 분산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으며, 이는 일부 평가그룹의 점수의 고득점 편향이 원인으로 파악됐다. 내적일치도의 경우 3개년 시험 모두 의료분야 선행 임상술기시험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일반화가능도 이론을 활용하여 평가점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일반화 연구(G-study)를 통해 평가자 및 상호작용의 분산성분과 표현되지 않은 요인의 영향력이 매우 크며, 결정 연구(D-study)를 통해 평가자 오차를 크게 줄여야 할 필요성이 확인됐다. 특히 평가자 신뢰도를 높일 방안이 시급하다는 것도 확인됐다. 저자는 이와 함께 많은 비용과 인력이 필요한 임상술기시험의 본격적인 도입에 앞서 실제 교육현장에서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할 타당도 분석법과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첫 번째는 임상 술기 시험의 시행 목적의 명확화다. 임상술기시험과 같은 저부담시험은 고부담시험에 비해 높은 신뢰도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고려되지 않으며 응시자에게 피드백을 제공하는 목적이 크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사후 분석을 통한 완성도 있는 평가 루브릭을 생성이다. 이번 연구에서 시험결과 및 문항에 대한 기술통계, 내적일치도 분석, 요인 분석 등을 통해 사후 분석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평가 그룹에 따라 점수의 왜도, 첨도가 균질하지 않은 점은 평가의 공정성 측면에서 평가 그룹의 구성을 통제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로는 임상 술기시험의 공정하고 타당한 진행을 위한 연구와 준비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현재까지 한의학 교육에 있어서 임상 술기시험 연구는 한의사로서 임상현장에서 요구되는 역량의 설계와 이를 신뢰도 있게 평가할 수 있는 평가 루브릭의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었던 반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임상 교육 현장에서 임상술기 교육과 평가를 시행함에 있어서는 평가자간 채점 결과의 차이까지 고려하여 공정하고 타당하게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밖에도 공정한 합격점수 설정하는 방법 논의, 평가결과의 유의한 해석을 위한 타당도 확보 등을 제언했다. 저자인 채한 교수는 “보건의료인의 국가시험은 시험의 결과가 피평가자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고부담 시험으로, 명확한 성취목표에 따라 기획되고 안정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치밀한 역량 평가를 토대로 합격 여부가 공정하게 결정되어야 하며, 시험 실행 이후에는 종합적인 타당도와 신뢰도 평가를 근거로 지속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일개 한의학과에서 십여년 이상 운영되어 온 임상술기시험 중에서 매년 지속적으로 시행되어 온 심폐소생술(CPR) 모듈의 3년간 평가 결과에 다면적 타당도 평가방법을 적용해 봄으로써 활용 가능성과 유효성을 확인해 보고자 하였다”며 “학습자 역량 분석 측면에서 평가의 타당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바로 역량중심, 근거기반 술기교육을 지속하는 데 필요조건인 만큼, 이 연구에서 제시된 다면적 평가 타당도 분석 방법은 한의학과 및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임상 술기 평가를 도입할 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