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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좀 더 잘 보고 싶다”김은혜 가천대 한의과대학 조교수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교수의 글을 소개한다. 며칠 전, 국제 의료기기 및 병원설비 전시회인 KIMES 2025에 다녀왔다. 1년 전만 해도, 나도 그들에게, 그들은 나에게 더욱, 관심이 없을 사업이었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나뿐만 아니라 지인들까지도 ‘가서 견적 좀 들어보려고’라고 말하며 의료기기 박람회에 관심을 가지는 지금의 현실이 새삼 감개무량한 기분을 들게 했다. 가장 놀라웠던 기술은 AI 차트 강남 코엑스 전시회장 전체를 빌려 진행되는 박람회는 듣던 대로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몇 년 전, 미용 시장이 개방된 이후에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한의학회도 한의사로서 참석했던 그 어떤 학회보다 규모로나 스폰서 수로나 비교 불가하다고 감탄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그것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원장님, 이것 좀 보고 가세요”, “과장님, 지금 업체를 5군데 돌았는데, 좀 더 싸게 해 줘봐요”라는 상호 간의 말이 쉴 새 없이 오가는 현장의 한복판에 있으니, 언젠가 사석에서 만났던 교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의사는 돈을 좇지 않아야 한다는 말, 이제는 고리타분해. AI가 1분 만에 논문 100개를 읽어서 요약해주는 시대에, 의사야말로 더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야 환자에게 더 안전한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거야. 대신, 환자를 돈으로 보면 안 된다는 말은 진리이지.” 경제적 가치가 있는 의학 이론 또는 의료 기술이 정상적으로 사업화되었을 때는, 의료인에게든 환자에게든, 무조건 둘 중 하나의 집단에는 편리성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임이, 그 넓은 전시장의 압도감을 통해 느껴졌다. 그 중 가장 놀라웠던 기술은 AI 차트였다. 진료실에서 환자와 의사 간에 나눈 대화를 실시간으로 스크립트화하고, 그 내용을 기본으로 SOAP에 맞춰서 입력하며, SO에 근거해서 가장 적합한 진단명을 찾아내 입력하고, 마지막으로 이 환자에게 처방해야 할 경구약 조합까지 자동으로 입력되는 시스템이었다. 나아가서는 처방 관련 병용 금기 사항, 건강보험 청구 대상, 삭감 조건 등까지 조회가 되고, 환자에게 뽑아 줄 일상 관리 방법 안내문까지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고작 클릭 2번이면 껐다 켜졌다 할 수 있는 작은 아이콘의 퍼포먼스를 보고 있자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법 등과 관련된 법적 조항이나 재현성, 정확도와 같은 신뢰도 부분의 개선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시연 증례에서는 화면 뒤에 완벽한 진료실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참 부러웠다. AI 시대, 한의학이 갈 길은? 2025년 3월에 출간된, 「AI와 한의학」 책에 따르면, 한의사가 평가한 한의학 분야에 AI를 도입했을 때 유용도를 최대 100점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한약 연구 및 개발(74.60)과 사회 정책 수립(73.68) 분야에서는 높은 유용도를 예상했으나, 변증 및 진단(68.47), 처방(64.02), 경혈 및 선혈(63.96)에서는 비교적 낮은 유용도를 예상했다고 한다. 의사 대상으로 수행된 유사한 연구에서, 질병 진단(83.4%), 치료 결정(53.8%), 약제 연구 및 개발(12.6%)로 조사된 결과와 대조되는 수치이다. 의료인의 3대 분야가 크게 진료·연구·교육으로 구분됨을 고려했을 때, 두 의료계의 결과가 완전히 상반된다고 해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업의 가치는,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얼마나 빨리 투자금 대비 n배를 회수할 수 있는가가 매우 높은 부분을 차지함을 고려했을 때, 긴 전통성 대비 한의약의 사업화 속도가, 외부적으로나 내부적으로나 느린 것 같다는 인식이 느껴지는 수치이다. 한의사라는 타이틀로 KIMES에 참석해서 의료기기의 가격 대비 효용성을 따질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면서도, 막상 한의사라고 직업을 밝히면 열성적으로 설명해주던 직원의 눈빛에서 기대가 팍 식어버리는 현실이 속상했다. 부러웠고, 속상했고, 하지만 그래서, 전시관을 다 돌았을 때쯤에는 간만에 투지가 불타오르는 게 느껴졌다. 레지던트 시절, 지도교수님께 몇 가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교수님, 한약재 자체가 유효성분이 여러 개다 보니, 한약재 1개만 분석해도 질환별로 multi-targeting(다중 표적)을 한다고 연구되어 있는데, 탕약 1개에 한약재가 최소 4개가 들어가면 이게 현실적으로 evidence-based(근거 기반)의 진료 구축이 가능한가요?”, “multi-targeting이 사실이라 치면, 어쩔 수 없이 사람에게 적용할 경우 controversial(상반된)한 결과가 공존할 텐데. 여기서 약과 독의 차이는 용량 차이일 뿐이라는 사실을 적용하면, 저울의 0점을 찾을 수 있기는 한 거에요?”, “(빅데이터 연구가 처음 시작되던 시절) 한의약은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된 게 적을뿐더러, 막상 이론을 다 포함하자면 또 지나치게 방대해지는데. 언젠가라도 한의약으로 빅데이터 연구가 가능한 데이터베이스가 생길 수 있을까요?” 모든 질문에 대한 교수님의 대답은, “일단 AI가 나오고 현실에 녹아들면 가능해질 거다. 그리고 결국은 그 방대한 데이터가 우리의 강점이 될 것이다.”였다. 참고로, 그때에도 암암리에 돌아다니던 chat-gpt 유사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영어 논문 번역 수준이 당시의 네이버 파파고만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누군가의 변화에 대한 진심을 지지 그리고 그로부터 수 해가 흘렀다. 약물 상호작용(drug interaction), 네트워크 분석(network analysis), 연관 규칙 분석(association rule analysis)은 코딩 몇 줄이면 구글에서 검색되는 모든 문헌을 자동으로 조합해 그림 1개로 요약해주게 되었다. 한의약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연구에 역대 대규모의 R&D가 투자되었으며, 지금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의 한의약 비율은 체감상 5배 이상은 증가한 것 같다(필자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아직 빅데이터 연구를 수행하기에는 자료의 양이나 질이 모자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한의계 내부의 분위기도 바꾸었고, 국가 고시 시험과 한의과대학 교육 과정을 바꾸었으며, 법원의 판결을 바꿔냈다. 추나요법이 처음 급여화되었을 때 다 같이 박수치던 그 시절에서, 불과 10년 정도가 흘렀는데, 지금은 너도나도 프로브를 잡고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이 변화가 각자의 자리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움직임이 만들어낸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분명, ‘환자를 좀 더 잘 보고 싶다’라는 그 마음으로 시작되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니 지금도, 앞으로도 누군가의 변화에 대한 진심을 읽고 지지해주는 분위기가 유지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
[자막뉴스] 도핑으로부터 안전한 한약처방, '월간 도핑방지' 세미나 성료한국도핑방지위원회가 ‘한의약과 한국도핑방지위원회가 ‘한의약과 도핑 방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도핑 방지한국도핑방지위원회가 ‘한의약과 도핑 방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한국도핑방지위원회가 ‘한의약과 도핑 방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540)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2013년 3월25일자로 林逸圭 先生은 필자에게 서신과 함께 두 장의 자료를 우편으로 보내주셨다. 서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남일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많이 바쁘시지요. 학장협의회장, 강의, 기고, 회의 참석, 출장 등으로 참으로 수고가 많으십니다. 특히 대한한의사협회사를 만드시느라고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높이 경의를 표합니다. 한의신문 기고하신 글 잘 보았습니다. 임일규 이름도 있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일본학자와 신진한의학자의 친선교류유대’ 관련기사를 보고 문서를 보관하고 있던 것을 보내드립니다. 참고하세요. 현재까지 교류가 이어져 왔었으면 양국 한의학 발전에 일조하였을 것을 아쉽게 생각합니다.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오늘도 보람찬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2013년 3월 25일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임일규 드립니다.” 이 글을 쓰는 날을 기준으로 보아도 임일규 원장님으로부터 벌써 12년 전에 받았던 서신이었다. 林逸圭 선생(1938∼2020)은 강원도의 명문 춘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55년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해 졸업하였다. 서울시 성동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다가 1983년부터 고향인 강원도 춘천시로 돌아와서 한의원을 하면서도 봉사활동은 계속 이어졌고, 강원도한의사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임일규 선생을 비롯한 4명의 한의사가 1970년 11월에 일본의 야카츠 도메이(矢數道明) 선생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서신을 보내어 마음을 전달했던 것이다. 임일규 선생이 필자에게 전달해준 서신은 날짜가 1970년 11월15일자로 작성되어 있었다. 1970년 간행된 『醫林』 제83호의 기록에 따르면 이 서신은 이 서신이 작성된 다음날인 11월16일에 임일규, 홍경표, 강호경, 윤사원 등 4명의 한의사들에 의해서 직접 작성돼 전달되었다. 서신은 한국어로 작성된 것과 일본어로 작성된 같은 내용의 것이었다. 이날 야카츠 도메이(矢數道明) 선생에게 전달된 한국어로 작성된 서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矢數道明 博士 殿 林逸圭, 洪慶杓, 姜昊景, 尹四源. 謹啓 今般 來韓은 韓日兩國間의 漢方文化交流의 親善紐帶에 加一層 鞏固롭게 된 證佐라고 보아 雙手로 歡迎하는 바입니다. 이번 機會를 契機로 하여 우리 新進 漢醫學士 一同은 貴國 40代 前後(博士次代) 漢醫學者와의 文化交流親善紐帶를 갖고저 하오니 先生께서 이에 橋梁의 役割을 해주시기를 仰望하옵나이다. 1970년 11월 15일” 야카츠 도메이(矢數道明, 1905∼2002) 선생은 日本의 의사이면서 한방의학자이다. 그는 한국동양의학회와 학술적 교류를 활발히 하였고, 배원식 선생이 간행한 『醫林』에도 다수의 원고를 투고했다. 1970년도에는 11월 12일부터 19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야카츠 도메이 선생의 일정은 도착한 12일 여장을 풀고 前동양의과대학장 이종규 박사를 만난 것으로 시작해서 강행군이었다. 13일에는 오전 경희대에서 조영식 총장, 이창빈 교수를 만난 후 오후 1시 약업신문사 주최 좌담회 참석, 밤에는 한국체질침학회 권도원 회장 등 회원들과의 만남, 14일에는 오전 MBC 방송 출연, 오후 허준상 시상식 참석과 강연 등이었다. 15일에는 오전 원각사 방문, 오후 서울 고궁 관광, 저녁 학술토론회 등 참석했다. 16일 오전에 임일규 원장을 비롯한 4명의 한의사의 방문을 받았던 것이다. 17일 경주 불국사, 부산시한의사회 주최 강연회, 18일 범어사·통도사 방문, 대전시한의사회 강연회, 19일 일본행 등으로 이어진 강행군에서 중간에 의미있는 우의의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이 소중한 자료를 필자에게 보내주신 故임일규 원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 ❷김호철 교수 경희대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김호철 교수(경희대 한의대 본초학교실)의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 자주 제기되는 한약의 궁금증과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최신 연구 결과와 한의학적 해석을 결합해 쉽게 설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이 기존의 한약 지식을 새롭게 바라보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탕제와 환산제의 장단점 물을 이용해 약재를 끓여 추출하는 탕제(湯劑)는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어 온 제형이다. 준비 시간이 길고 맛이 쓰다는 단점이 있지만, 물에 잘 녹는 성분(수용성 성분)을 효과적으로 추출해 빠른 흡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한의학적 치료의 대표적 방법으로 자리 잡아왔다. 그러나 물을 용매로 삼는 이상 비극성 물질을 충분히 용출해 내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많은 한약재가 지닌 핵심 효능이 지용성·비극성 성분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러한 성분들은 물과 화학적 친화성이 낮아 탕제로 끓여도 기대만큼 추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환산제(丸散劑)는 약재를 곱게 분말화한 것이어서 극성·비극성 성분을 상대적으로 고르게 섭취할 수 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는 탕제가 아닌 형태로 내려오는 처방들이 많다. 예컨대 삼령백출산이나 오령산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서, 산제 상태일 때의 약효가 더욱 잘 발현된다고 알려져 있다. 비극성 성분에 주목하라 예를 들면 길초근(쥐오줌풀)은 강력한 진정·수면 작용이 있음에도 전탕하면 효과가 급감하기 쉽다. 이 약재에 함유된 주요 활성 물질이 비극성 물질이어서 물에 녹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길초근은 알코올 추출 방식이나 산제 형태로 복용할 때 더 뚜렷한 효과가 나타난다. 오가피 역시 술에 담가 먹는 오가피주가 예로부터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특정 트리테르페노이드나 리그난(lignan) 계열 성분이 물보다 알코올에 훨씬 잘 용출되기 때문이다. 당귀수산 같은 처방에서는 ‘주수상반(酒水相拌)’이라고 하여 술과 물을 섞어 약을 달이라는 전통적 지침이 발견되는데, 이는 알코올을 가미해 비극성 성분까지 더 많이 이끌어내고자 한 선조들의 경험적 지혜로 해석할 수 있다. 복령 또한 보통 산제나 분말 상태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유향(乳香)과 몰약(沒藥)은 수지성 물질이 주를 이루는데, 이들 역시 물이 아니라 술이나 기름에 푼 뒤 사용해야 지용성 성분을 온전히 섭취할 수 있다. 심지어 사향(麝香)처럼 열에 약하고 물에 녹지 않는 방향성 물질의 경우, 가루로 직접 복용하거나 환제에 소량 배합하는 식으로 사용해 왔다. 이렇듯 비극성 성분이 중요한 약재는 전탕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환산제 또는 알코올 등 유기용매 추출물 형태로 쓰는 것이 전통적으로 권장되어 왔다. 탕제와 환산제의 약효 차이를 설명해 주는 화학·물리학 현대 화학·약리학의 발전으로, 각 성분의 극성 정도와 용해 특성, 열 안정성, 휘발성 등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전탕으로 확보되는 성분과 알코올성 혹은 기타 용매 추출에서 확보되는 성분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다. 탕제와 환산제의 약효 차이는 화학적·물리적 원리로도 쉽게 설명된다. 물은 극성 용매(polar solvent)로서 극성 화합물을 잘 녹이지만, ‘like dissolves like(유유상종)’ 원리에 따라 지용성 물질에 대한 용해도는 낮다. 반면 알코올이나 에테르, 기름 등의 비극성 용매는 물에 녹지 않는 성분을 잘 추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약재에 따라 ‘어떤 용매가 최적의 유효 성분 추출에 적합한가?’를 분석하는 일은 현대 한약 약리 연구에서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극성 지수(polarity index), 분자량, 열 안정성, 휘발성 등에 대한 면밀한 측정을 통해 “전탕으로 추출되는 성분 vs 알코올 추출로 얻어지는 성분”을 정량적으로 파악하고, 임상적 효능이나 약력학을 비교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중이다. 다양한 제형, 추출방법의 선택과 한의학의 미래 오늘날에도 한의사는 환자의 상태와 목표로 하는 약리 작용에 맞춰 제형을 결정해야 한다. 환산제가 제시된 전통 처방을 단순히 탕제로 바꿔 쓸 때는 “속도가 더 빠르니까 문제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비극성·지용성 성분이 온전하지 않으면 기대했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전통적으로 “탕제가 무조건 최고”라고 단정 지은 적이 없다. 우리 선조들은 “가루로 복용하라”, “술이나 식초에 담가 쓰라”, “기름에 볶아서 쓰라” 등 각 약재에 맞춰 제형과 조제 방법을 구분해왔다. 이런 전통적 지침들은 단순 편의가 아니라, 해당 약재나 처방의 본질적 효능을 온전히 이끌어내려는 경험적·실용적 지혜의 집약이다. 현대 과학의 분석 도구와 접목해 보면, 여러 본초학 문헌에 기록된 전통 방식이 실제로 유효 성분 추출률을 높이는 합리적인 방법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탕제와 환산제는 서로 다른 효능과 특징을 지닌 중요한 도구들이다. 물이든 알코올이든, 혹은 기타 용매이든 그 선택은 한약재의 성질과 환자의 상태, 그리고 추출하고자 하는 유효 성분의 특성에 달려 있다. 전통과 현대 과학을 조화롭게 접목한다면, 한의학은 훨씬 풍부한 치료 스펙트럼을 확보할 수 있고, 더 나은 임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다양한 제형 선택의 폭을 넓히고, 각 제형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활용한다면, 한의학의 미래는 한층 더 밝아질 것이다. ▷김호철 교수는? 경희대 한의대 및 대학원에서 한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이후 서울의대 약리학교실, 미국 코넬의대 분자신경생물학실, 존스홉킨스의대 응급의학과, 중국 수도의대, 산동성중의병원, 베트남전통의약대학 등에서 객원교수로 연구와 교육을 수행했다. 현재는 경희한의대 본초학교실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대한침구의학회 정기총회…김재홍 신임 회장 ‘선출’[한의신문] 대한침구의학회(회장 양기영)가 30일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관에서 ‘대한침구의학회 정기총회 및 이사회’를 개최, 김재홍 대한침구의학회 수석부회장(동신대 광주한방병원 교수)을 제24대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날 양기영 회장은 “현재 침구의학회의 주요 회무로 ‘침도 전문가 과정’이 진행 중에 있으니 많은 관심과 참여 바라며, 이 같은 회무들이 회원들의 임상역량 강화 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또한 오늘 총회는 새로운 신임 회장이 선출되는 자리로 오늘 선출되는 신임 회장님께서도 침구의학회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어진 총회에서는 △제24대 회장 및 감사 선출 △감사패 수여식 등이 진행됐다. 먼저 회장 선출의 건에서는 구두호천을 통해 김재홍 대한침구의학회 수석부회장이 후보로 나서 만장일치로 회장으로 선출됐다. 김재홍 신임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대한침구의학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기쁨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대한침구의학회는 한의계를 대표하는 학회 중 하나로 한의학과 침구의학의 발전을 위해 광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 역시 전임 회장님들과 같이 침구의학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회무에 임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침구의학회의 주인이신 여러분들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사 선출의 건에서는 구두호천을 통해 노정두·이광호 현 대한침구의학회 감사가 후보로 나서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또한 한의학 발전에 기여를 하고 투철한 사명감과 봉사 정신으로 대한침구의학회의 발전을 위해 공헌한 대한침구의학회 양기영 회장과 김은석 총무이사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이후 진행된 이사회에서는 △법제·고시 △학술 △교육 △보험 △전산편집 △국제홍보 △교재관리위원회 등 각 분야별 사업 및 향후 사업 계획 등이 보고됐다. 2025년도 주요 사업계획에 의하면 대한침구의학회는 오는 5월 ‘온고지신-통합의학의 중심, 한의학’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2025년 전국한의학학술대회’ 및 ‘2025년 전일본침구의학회 in 나고야’에 참여하기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진행되는 ‘대한침구의학회 인증 침도 전문가 과정’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양질의 교육을 준비키로 했다. 한편 이날 ‘2025 대한침구의학회 춘계학술대회’도 함께 개최, △한의학적 원리에 기반한 무릎 통증의 침치료 임상실제(박연철 경희대 한의대 교수) △degenerative spinal disorders: the updates(서병관 경희대 한의대 교수) △대상포진후신경통(PHN)의 이해와 한의 치료 전략(이승훈 경희대 한의대 교수) △침도 전문가 과정 전문의 추수교육 우수사례 발표 1·2 (구용호 국군대전병원 한의과장·이수지 경희대한방병원 교수) △초음파 라이브 세션/ 핸즈온(이승훈 경희대 한의대 교수) 등의 강연이 진행됐다. -
심포니한의원, 의정부소방서와 사랑 나눔 의료봉사[한의신문] 의정부소방서가 27일 의정부소방서 3층 대강당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진행했다. 이번 봉사는 심포니한의원(대표원장 이승교)과의 협력을 통해 소방공무원의 건강을 증진하고, 업무 중 발생할 수 있는 건강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됐다. 심포니한의원(대표원장 이승교)은 해외의료봉사를 포함해 다양한 의료봉사 활동을 펼쳐온 의료기관으로, 지역사회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이번 봉사에서는 소방서 직원들에게 맞춤형 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건강한 근무환경 조성을 지원했다. 이날 의료봉사에는 한의사 4명이 참여해 △진료 및 건강 상담 △혈압·혈당 체크 및 기본 건강검진 △침·뜸 치료 등을 진행했으며, 소방공무원들이 근무 중 겪을 수 있는 근골격계 질환 완화를 위한 맞춤 치료도 함께 제공됐다. 문태웅 의정부소방서장은 “소방공무원들은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건강 관리는 필수적인 요소”라며 “소방공무원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도움을 주신 심포니한의원 관계자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한약재 품질검사 강화[한의신문]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은 유통되는 한약재의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4월부터 ‘2025년도 한약재 관능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검사는 도민이 안심하고 한약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품질 저하 제품을 사전에 차단하고, 유통 환경을 개선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한약재 관능검사는 ‘대한민국약전’ 및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 따라 약재의 형태, 색, 냄새, 맛, 이물 혼입 여부, 건조·포장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적합 여부를 판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외형적 평가 기준을 ‘성상’ 기준이라고 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성상’ 기준 위반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게 된다. 이번 검사에서는 중금속(납·비소·카드뮴), 이산화황 등 유해물질 검사도 병행해 한약재의 안전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검사 과정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자격을 갖춘 한의사, 약사, 한약사 등 6명의 외부 전문가가 관능검사위원으로 참여해 평가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높인다. 올해는 총 150건의 유통 한약재를 대상으로 관능검사와 유해물질 검사를 진행한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품목에 대해서는 즉시 유통을 차단하고, 회수·폐기 등 신속한 행정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다. 지난해 처음 시행된 관능검사에서는 150건의 한약재 가운데 자소엽, 두충, 반하 등 6건이 성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부적합 판정을 받아 해당 품목은 즉시 유통이 차단됐으며, 회수 및 행정처분 조치가 이뤄졌다. 김기철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식품의약품연구부장은 “한약재는 도민이 직접 섭취하는 의약자원인 만큼 철저한 품질 관리가 필수적”이라며 “앞으로도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검사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도민이 신뢰할 수 있는 한약재 유통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
보건복지부, 한의약 해외 진출 사업 본격 가동[한의신문]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가 한의의료기관의 해외 진출과 중국 환자 유치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 수행기관을모집하는 등 한의약 해외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31일 밝혔다. ‘한의약 해외진출 지원사업’은 중동, 미국, 캐나다, 동남아, 독립국가연합(CIS) 등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한의의료기관 2개소를 선정해 총 9천만 원을 지원한다. 국내 소재 한의 의료기관은 단독으로 참여하거나 연관 산업체와 컨소시엄 형태로 공모 참여가 가능하다. 사업비는 △1단계 : 사업화(진출 예정 단계) △2단계 : 본격화(법인 설립 및 개원 준비 단계) △3단계 : 정착및 안정화(개원 후 단계) 등 해당 단계별 사업내용에 맞춰 지원한다. 보건복지부는 한의의료기관의 해외 환자 유치를 꾸준히 지원해 왔으며, 올해는 중국 환자 유치를 희망하는 다이어트, 여성질환, 피부미용 분야 한의의료기관 4개소를 신규로 선정한다. 그리고 선정된 의료기관에 대해 △환자 유치프로그램(진료+관광) △중국 현지 프로모션 △중화권 바이어 초청팸투어 △원스톱서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지원사업 관련 자세한 사항은 한국한의약진흥원 홈페이지 공지사항(https://nikom.or.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신청기간은 해외 진출 분야는 4월 14일 까지이며,환자유치 분야는 4월9일 까지다. 정영훈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은 “한의약 해외 진출 및 외국인 환자 유치 등에 전문성을 가진 한의 의료기관이 많이 참여하기를 바란다”라면서“앞으로도 다양한 해외 지원사업을 통해 해외 진출 및 외국인 환자 유치를 확대하고, 세계전통, 보완통합의약 시장에서 한의약의 점유율을 높여나가겠다”라고 말했다. -
권해진 작가가 전달하는 ‘오감만족 한의학“[한의신문] 권해진 작가(파주시 래소한의원장)은 다음달 12일 오후 3시30분부터 6시까지 경기도 과천시 과천시립문원도서관 3층 시청각실에서 ‘오감만족 한의학’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다. 이번 강연에서 권 작가는 ‘한방차를 마시면서 혈자리와 한약재 알아보기’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권해진 작가는 환자의 처지에서 병을 살피고 치료하는 이야기를 통해 내 몸과 함께 마음도 함께 돌보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한 <우리 동네 한의사-마음까지 살펴드립니다>를 저술한 바 있다. 또한 친정 엄마와 함께 텃밭에서 직접 키운 15가지 작물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에 한의학적인 설명을 더하여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제시한 <텃밭에서 찾은 보약>을 출간해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2025년 문원도서관 주간행사로 진행되는 이번 강연은 권 작가가 저술한 책의 내용과 더불어 우리 몸의 혈 자리 체험과 한방차 시음도 함께 하는 등 청소년과 성인들이 한의학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전망이다. 권해진 작가는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각종 도서관의 문화 프로그램에 강사로 참여해 한의학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여러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면서 “이 같은 프로그램에서 만나는 수강자들이 그동안 잘 몰랐던 한의학의 진가를 바르게 깨닫게 돼 감사하다는 인사를 많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프로그램은 관내시민 30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 과천시 통합예약포털(www.gccity.go.kr/reservation)에서 온라인 신청을 통해 접수받고 있다. -
건보공단, ‘경북 영양·영덕군 산불 피해지역’ 구호활동 나서[한의신문]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기석·이하 건보공단)은 최근 발생한 대규모 산불피해를 입은 경상북도 영양·영덕군 지역의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건강보험 하늘반창고 봉사단원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병원장 한창훈) 등이 ‘의료 서비스’ 및 ‘세탁‧건조 서비스’ 등의 지원 활동을 27일부터 28일까지 펼쳤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 활동은 일산병원의 중증외상과, 호흡기내과 의료진 및 대한결핵협회, 김천의료원에서 건보공단의 이동진료 버스를 활용, 재난지역 이재민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산불피해로 인한 스트레스성 질환 등을 예방하기 위한 맞춤형 의료지원 서비스를 진행했다. 또한 산불피해로 인한 위생상태 악화에 따른 감염병 발생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건보공단의 이동식 빨래차량으로 대피소 및 임시 거주 시설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들의 의류와 침구류를 세탁·건조하는 빨래봉사와 함께 산불피해지역 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자 이불 및 생필품 등 3000만원 상당의 구호물품을 제공했다. 정기석 이사장은 “산불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이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민건강을 지키는 공공기관으로서 재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