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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Briefing] 포스트 코로나 시대 보건의료 방향신종 감염병은 세계적 위협이 되고 있다 신종 감염병은 “전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병원체에 의해서 발생하여 보건문제를 야기하는 질병”으로 정의되고 있다(WHO). 여기서 새로운 병원체라는 의미는 인류가 처음 경험해 보는 감염병으로서, 이 질병에 대한 면역을 가진 인구의 비율이 없거나 매우 낮은 상태를 의미하고 보건문제란 인간에게 임상적 질병을 일으키고 유행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코로나 19라는 신종 감염병이 야기하는 보건문제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19는 올 가을부터 2차 대유행을 예고하고 있으며 코로나 전후의 삶은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새로운 감염병 대두 요인으로는 다음과 같은 원인1)이 제기되고 있다. 이상의 문제들은 현대사회를 특징짓는 내용들이다. 인구증가와 고령화, 도시화는 산업혁명과 농축산 혁명으로 가능해졌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생태계 교란과 기후변화를 야기한다. 산업화와 세계화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결합되어 굴러가고 있으며 인류는 다양한(그리고 파괴된) 생태계와 접촉면을 늘리면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 다양한 인류, 다양한 생태계가 접촉하면서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은 80년대부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어 왔다. 여기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항생제 남용과 병원체의 변화는 병원체와의 진화적 군비경쟁으로 인류를 내몰고 있다. 신종 감염병과의 공존이 필요하다 이상의 내용은 신종감염병이 일시적 이벤트가 될 수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현 인류가 지탱해온 삶의 양태는 필연적으로 신종 감염병의 발발과 대유행(pandemic)을 초래하게 된다. 또한 병원체의 빠른 주기 진화경쟁으로 인해 감염병의 완전한 정복이 아닌 공존을 전제로 한 적응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류는 적응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 1980년에 WHO가 선언했던 “천연두와의 승리”와 같은 완벽한 승리는 가능하지 않다. 세계적 석학들을 비롯해 모든 전문가들이 포스트 코로나에 대해 이전의 삶과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이다. 보건의료에서도 신종 감염병은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된다 신종 감염병의 치료와 관리, 예방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기존 보건의료 시스템의 과제는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감염병과의 공존을 고려할 경우, 기존 보건의료 시스템은 크게 변화되어야 한다. 기존 보건의료상의 주요 이슈는 급성 질환의 적극적 치료와 만성질환의 효율적 관리, 이를 위한 의료시스템의 효율적 운영, 일차보건의료의 강화 등이었다. 하지만 감염병과 공존하는 시대에 보건의료 시스템이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는 감염병 중환자의 격리치료를 위한 중환자 치료 시스템, 일반 병의원의 감염관리 대책, 감염병의 예방, 역학적 관리를 위한 공중보건 시스템의 수준 강화 등이며 이를 위한 막대한 규모의 재정이 필요하다. 이는 기존 보건의료시스템을 유지해왔던 질서와 다르다. 한국의 경우, 대형병원의 환자 집중은 매우 강력하다. 이런 대형병원에서 감염병 중증환자 치료를 위한 병상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완전하게 독립되고 감염 우려가 없는 동선과 음압처리된 병실과 충분한 치료인력을 보유해야 하며 이는 기존 대형병원들이 유지되어온 수익 구조와 충돌한다. 중증 감염환자는 일반 중환자 대비 1인당 진료시간이 길고, 감염환자 1인당 간호인력 투입 수준이 일반 중환자 기준 대비 4배 이상이며, 격리환자와의 접촉 최소화에 따라 보조인력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훨씬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이는 돌봄인력 최소화로 수익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현 병원 시스템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공간 역시 마찬가지이다. 응급실을 통해 병실로 올라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 대규모 병실을 하나의 공간에 유지하고 있으며 장례식과 부대시설을 통해 대규모 인력이 상주하고 있는 현 대형병원의 구조는 감염에 매우 취약하다. 상반기 코로나19의 상황이 극단으로 가지 않은 이유는 위중한 환자의 발생이 컨트롤 가능한 범주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위중한 환자가 폭증하게 되면 한국 보건의료시스템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일반 병의원에서의 감염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 한국에서 감염이 호발하는 공간은 종교시설, 교육시설, 의료시설 등 다중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시설이다. 이 중에서 원내감염은 메르스 유행시기 크게 대두되었던 문제로 이번 코로나19에서도 요양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 감염이 상당수 발생했다. 의료진의 감염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환자 폭증사태에서 의료진은 가장 취약한 그룹에 속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원내감염과 의료인 보호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감염병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환자와 의료진들은 진료를 축소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올 상반기에는 의료이용량 자체가 크게 감소했다. 물론 접촉이 줄고 모임, 이동이 감소하면서 감기 등 감염성 질환과 사고로 인한 질환이 감소한 것은 있으나 필수 의료이용을 줄이지 않았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큰 감소 폭을 보이고 있다. 그림을 보면, 일반병의원에 비해 종합병원이상의 감소 폭이 더욱 큰 것을 알 수 있다. 돌봄 영역은 더욱 문제가 된다. 지역사회 돌봄사업은 아예 중단된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사례들은 보건의료 서비스가 더 이상 대면서비스만을 중심으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대면은 코로나 19 대응을 위한 전 지구적 옵션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보건의료 대면 서비스가 전부였다. 외국에서도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도서산간, 교도소 등 의료접근성 취약지역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옵션이었고 보다 질좋은 서비스는 대면서비스라는 인식이 강력했다. 한국에서는 의료산업화 이슈까지 겹쳐서 도입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서 비대면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세계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한 9가지 예측을 발표했다2). 내용은 다음과 같으나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일관된다. “면대면이 줄어들 것이다“ 한국 보건의료 시스템은 외국과 비교해도 매우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형병원 집중이 매우 심각하며, 의료이용량, 즉 병의원을 방문하고 진료를 받고 입원하는 사례는 OECD국가 중에 가장 많다. 반면, 의료인은 OECD대비 가장 적다. 그 공간을 보호자들과 간병인 등 비 의료종사자들이 메꾸고 있다. 병원은 그야말로 인구폭발의 상태이다. 그럼에도 병원들은 인력을 유지하는데 가장 큰 비용을 지불한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가지고는 신종 감병병 시대의 보건의료 시스템 개편은 불가능하다. 단기 정책이 아닌 구조적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에서 의사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사정원 확대, 전문 돌봄 인력 처우개선 및 확충을 통한 의료인력 구조의 개편과 병의원으로 와야만 서비스를 받는 대면 서비스 중심의 진료 문화 개선 등을 추진하고자 하는 데는 이러한 현실 인식이 존재한다. 모든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는 일부 변화가 아닌 인류가 살아온 삶의 양식이 크게 변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의 보건의료시스템 역시 현재의 구조를 유지한 채로는 이후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이러한 변화는 일차의료기관에서도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의 보건의료가 대형병원 중심으로 발전해오면서 의원급 의료기관 역시 병원식 진료에 익숙해져왔다. 많은 환자를 짧게 진료하고 진료건수와 행위를 늘리는 방식이 그것이다. 이러한 일차의료기관의 진료는 의료비 효율성을 개선하고 보건의료 구조를 개편해가는 추세에 맞지않다. 외국의 일차의료기관이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주치관리 서비스와 일부 전문 클리닉으로 개편되어 지역사회에서 생존하고 있는 사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1) 미국의학원(Institute of Medicine)、신종 감염병의 이해와 대비·대응 방안. hira_정책동향 9권 5호, 2015에서 재인용 2) 박영성(2020), 포스트 COVID-19 패러다임의 변화와 기업의 대응전략에서 재인용 -
심평원 대전지원, 나눔과 사랑의 따뜻한 사회공헌 봉사 실시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지원(지원장 공진선·이하 대전지원)은 민족 최대 명절인 중추절을 맞아 24일부터 25일까지 관내 복지시설에 사랑의 마음을 전했다. 대전지원은 24일 결손아동 복지시설인 ‘돈보스코의 집’(대전 정림동)을 방문해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숙소 및 공부방 소독·방역 등 위생을 위한 환경개선 활동을 펼쳤고,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모금한 성금으로 송편과 쌀 100kg 및 필요물품 등을 전달했다. 또한 오는 25일에는 노숙인 등 재활 사회복지시설 ‘벧엘의 집’에 건강관리를 위한 비타민 60여만원 상당의 물품을 비대면 방식(우편)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공진선 대전지원장은 “이번 나눔 행사로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관내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
신미숙 여의도책방-9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7월 23일 오전 7시 국회 정문 앞에서 최대집 의협회장을 비롯한 의협 임원들은 ‘무분별한 의대정원 증원 반대 기자회견’을 한 후 8월 14일, 1차 총파업을 강행하였다. 그로부터 12일 후 정부와의 막판 협상에서 최종 타결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8월 26일부터 3일간 의협은 또다시 2차 총파업을 이어갔다. 2차 총파업 후 일주일 내로 정부와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이번에는 9월 7일부터 3차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으나 다행히 9월 4일 정부와 의협은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은 코로나 안정 후 원점에서 재논의 하기로 합의하였다. 의협 집행진과는 별도로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집단행동의 지속을 시사했다가 파업 18일만인 9월 8일 오전 7시부터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기로 결정하였고 현재 남은 문제는 의대생들의 국시구제 여부와 최대집 회장의 탄핵 여부이다. 7월 23일 기자회견부터 2개월여에 걸친 의사들의 단체행동은 잠시멈춤 모드로 일단락된 상황이다. 의사들의 파업뉴스 접하며 제1·2차 한약분쟁 떠올라 의사들의 짧고 굵은 파업뉴스를 접하다보니 27년 전 한의대생들의 가늘고 길었던 파업의 추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약사법 시행규칙 제11조 제1항 제7호의 ‘약국에서는 재래식 한약장 이외의 약장을 두어 이를 청결히 관리할 것’이라는 약사의 한약취급금지 조항을 1993년 3월 5일 그 당시 보건사회부(오늘날의 보건복지부)에서 일방적으로 삭제하였고, 이는 약사도 한약을 임의조제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한의대생들의 데모를 야기하게 되는데 바로 1993년 1차 한약분쟁이다. 그로부터 2년 후 1995년 9월에는 보건복지부가 경희대와 원광대에 정원 20명으로 약대 안에 한약학과를 둔다는 안을 발표하자 한의대생들은 한의대 내 한약학과 설치, 한의약법 제정, 한의약정국 설치 등을 주장하며 수업거부에 돌입하였고 무려 1년 6개월간 투쟁을 지속한 결과 한의대생들은 집단유급을 당하게 되었다. 1995년 2차 한약분쟁의 참혹한 결과이다. 이 분쟁의 결과로 92학번에서 96학번에 해당하는 전국의 한의대생들은 1년이라는 시간과 두 학기분의 등록금을 도둑맞았다. 전교 1등 출신들이 대부분이었던 한의대생들은 그 당시 교수들 강의를 듣지 않아도 실력을 척척 쌓아가는 자기주도학습과 비대면 강의에 최적화된 스마트로 똘똘뭉친 집단지성 그 자체였다. 그래서였을까? 그토록 크나큰 국가적인(?) 손해가 났음에도 그 누구도 사과를 하거나 책임지는 이들은 없었다. 크고 작은 상처와 금전적 손해는 고스란히 학생들 개개인의 몫이었다. 그 때부터 이미 한의사들은 그 어느 집단보다도 혹독한 각자도생의 삶을 강요받게 되었는지 모른다. 총성없는 전쟁터가 된 개원가는 이러한 한약분쟁의 후유증에서 비롯된 잔인한 결과물 아닐까...하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의사 파업 기사에 달린 수많은 댓글들 중에는 “잘난 너네들 없어도 별일없이 잘 살아갈 수 있다”는 호연지기로 무장한 글들도 있었고, 환자로서 직접 겪은 의료사고 혹은 불친절하고 실력없는 의사들에 대한 비난글도 많았다. 그리고 최근 의료사고를 다룬 시사 프로그램을 요약해 놓은 글들도 꽤 많이 보였다. 의협이 정부에서 철회해야 할 4대 악법 중 하나로 거론한 첩약의보 관련 기사에 대해서도 조직적인 댓글부대가 가동된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의사에 대한 도를 넘는 욕설과 패륜적인 표현으로 가득찬 댓글들 일색이었고 팩트체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의 의도적 곡해가 심해도 너무 심한 글들이 넘쳐났다. 황종국 판사, 제도권 의학의 비판적 시각 다룬 ‘의사가 못 고치는 환자는 어떻게 하나?’ 의사, 한의사들이 온라인상에서 이렇게 한꺼번에 비난받는 현실을 접하다보니 면허증 있는 의사, 한의사가 못 고치는 병이 너무도 많으며 그러한 이유로 민중의술을 부활, 장려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하셨던 황종국 판사의 『의사가 못 고치는 환자는 어떻게 하나?』(1, 2, 3권) 라는 책이 떠올랐다. 황 판사는 자신이 비후성비염 수술후유증으로 오랜 시간 고생을 하였고 부산지방법원 의료사건 전담재판부의 재판장을 맡으면서 의사들의 수술이나 치료로 후유증 혹은 사망에 이르는 별의별 희한한 의료사고들을 재판을 통해 끊임없이 경험을 축적한 분으로 “양의사들이 병을 잘 못 고치는 이유”, “한의사들이 병을 잘 못 고치는 이유”라는 챕터에 현재의 의학교육만으로는 현대의학도 한의학도 제대로 배워서 병을 고치는 단계에까지 도달하기 어려운 분명한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특히 판사로서 재판장에 도착한 온갖 의료소송을 집중적으로 접하다보니 제도권 의학에 대해서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지 않기가 오히려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의학의 부작용에 관해서는 『의료과실과 의료소송』(육법사, 2002)이라는 책에 실린 판례들을 간추려서 거의 20페이지에 나열하고 있는데 이 판례들에 거론된 질병과 의료사고의 기록들을 차분하게 읽다보면 의료행위 그 자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적 과오를 의미하는 의원성 장애(iatrogenic disorder)라는 병명이 억지스런 조어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황 판사의 한의학에 대한 비판은 한의학의 근본을 잃고 기득권에 안주한 채 스스로 한의학의 입지를 좁혀버린 한의사들의 무능함에 대한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기감(氣感)에 대한 수련을 필요로 하는 침, 뜸, 사혈, 수기요법 등은 외면하고 방치한 채 처방책 뒤적거려서 한약 처방 위주의 진료를 하고 있으니 한의학이 병을 잘 못 고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한의학의 주된 치료방법과 대부분 겹치는 위대한 민중의술인 단식, 침뜸, 부항, 수기요법, 인산 김일훈의 죽염건강법, 음양식사법 등은 한의사들이 경시해온 탓에 면허는 없지만 여기저기 숨어있는 민중의술 계승자들이 너무도 훌륭하게 잘 해내고 있다며 이들을 불법의료로 묶어두지 말고 어떻게든 자격을 주어 의사, 한의사들이 못 고치는 환자들을 살려내자고 강변하신다. 황판사의 3권의 책이 출간된 것은 2005년. 그 이듬해 2006년에는 4대 일간지에 <민중의술 살리기 국민운동 전국연합 창립대회> 전면광고를 실으며 민중의술만이 난치 질환자들과 의료사고 피해자들을 위한 희망이므로 4월 어느 토요일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세계 의술의 중흥을 선포하는 총궐기대회를 열게 된다. 이 광고 하단에 실린 민중의술 관련 단체에는 “고려대학교 침구학연구소”, “국제발관리총연합회”, “김선애 두개천골요법”, “대한카이로프랙틱협회”, “숙명여대 평생교육원 침구복지학회”, “한국오약석신부 발건강법 국제교류협회” 등 300여개의 꽤 익숙한 이름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2020년 오늘날까지도 유투브에 본인 이름을 걸고 온라인으로 환자상담을 하기도 하고 각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하거나 메디컬 상가의 한 귀퉁이에서 치료사 명찰을 달고 다양한 환자들을 몰래몰래 혹은 대놓고 보는 분들일 것이다. 다양한 지하의료 시장에서 면면히 그리고 끈끈하게 한의계와는 일면식도 없는 듯 때로는 한의계의 일부인 것처럼 암약 중인 것이다. 건보에서 3..49% 차지하는 한의진료… 부끄럽고 싸늘한 현실 지난 2개월간 그 어떤 정치나 경제 분야를 뛰어넘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은 단체는 의협이었다. 의학은 필수재이자 공공재이다. 의사들의 파업이 응급실 환자들과 수술 예정 환자들에게 절대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의사들은 ‘의느님’으로 추앙받는다. 이에 반하여 한의학은 극도로 제한적인 질환에 있어서만 의학의 대체재로 추천되고 취향에 따른 선택재로서 보완기능이 강하다. 한의사들이 한의느님이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8년 기준으로 건강보험에서 한의진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49%이다. 첩약 급여화 예산이 전체 건보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0.064%에 해당한다. 응급질환이나 항암제 급여화에 들어가는 비용을 첩약 급여화로 돌리는 것도 아니고 한약 때문에 건강보험료가 오르지 않음에도 “첩약의보화”를 4대 악법에 포함시켜 “효과없는 한의학에 나랏돈 쑤셔박는다”는 프레임으로 지난 2개월간 한의학이라는 단물빠진 고기를 그들은(여기에서 그들을 어떤 특정인들로 한정지울 수는 없을 것 같다) 물고 뜯고 맛보고 즐겼다. 건강보험에서의 3.49%라는 한의학의 아큐파이. 지난 2개월간 온라인에서 첩약의보 관련해서 달린 수많은 댓글만큼이나 받아들이기 부끄럽고 싸늘한 현실이기도 하다.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한의계는 만족시킬 준비가 돼 있는가? 지난 9월 19일 WHO는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전통 약재의 임상 3상 규정을 승인했고 전통 약재 임상실험 데이터를 관리하고 감시하는 기구 설립을 위한 헌장과 기준서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지난 5월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쑥의 일종인 아르테미시아(Artemisia)로 만든 음료(CVO;COVID-Organics)를 마실 것을 촉구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전부터 제기되어온 코로나19 라는 신종 바이러스 질환에 전통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에 대하여 WHO는 아시아와 유럽, 북미 연구소에서 개발한 의약품과 같은 기준으로 전통 약재의 임상시험을 장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에 소환된 아르테미시아 관련 기사는 2015년 투유유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가 개똥쑥에서 뽑아낸 말라리아 특효약 ‘아르테미시닌’을 개발해 1990년대 이후 말라리아 퇴치에 크게 기여했다는 공로로 2015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놀라운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었다. 코로나19에 있어서 면봉으로 비강을 후비는 검사 장면이나 백신 개발 뉴스를 접하게 되면 현대의학에서도 마스크와 손씻기 이외의 별다른 해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적인 치료를 공식적으로 보탤 수 없다는 좌절감에 신종 감염병과 한의학 사이에서 좁혀질 수 없는 거리감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도 산발적으로 확진자들이 발생했다는 뉴스에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동충하초 설명회, 산양삼 설명회, 기타 면역기능을 높여준다는 건기식 사업 설명회들을 떠올리면 기존의 제도권 의학을 온전히 못 믿거나 정통 의학 쪽의 치료에 만족을 못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something different를 모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건강 분야에 있어서의 그 선택적인 수요와 시장의 큰 부분이 한의학이면서도 황 판사의 지적대로 우리 스스로 우리의 영역을 축소시켜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끔 든다. 한의학, 환자들에게 위로와 응원 건넬 수 있는 ‘보살핌의 의학’ “저는 한방이 잘 맞더라구요”, “태어나서 처음 침이란 걸 맞아봅니다”, “동생이 의사거든요. 한의원 가지 말라고 말렸는데 요통에는 침치료가 좋던데요”, “족저근막염인데 체외충격파 받아도 안 낫던데요. 동료가 추천해서 한의원으로 왔어요”, “역류성식도염인데 약 먹어도 비슷하다가 침치료 꾸준히 하니까 인후부 이물감이 확 줄어서 너무 좋아요” 임상 한의사들이 날마다 환자들에게 듣는 흔한 대사들일 것이다. 『의사가 못 고치는 환자는 어떻게 하나?』라고 누군가가 내게 묻는다면 한의학적인 치료로 접근가능한 질환인지에 대해서 일단 상담을 해드리고 싶으며 그동안 고생하셨을 환자분의 손을 먼저 잡아드리겠다고 약속하리라. 의학만큼 한의학도 공공재이자 필수템인 이유는 일차적으로 현대의학을 경유했으나 호전을 경험하지 못한 환자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건넬 수 있는 인본주의적인 태도를 갖춘 한의사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리라. 의료는 분명히 보살핌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학부 시절의 투쟁마저 이제는 향기롭게 느껴지다니 역시 가을은 추억의 계절인건가!!! -
교육을 평가하는 일한 상 윤 한의학 박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 교실 학생들이 잘 쓰고 있던 동아리방이 갑자기 하루아침에 실습 준비실로 바뀌었다. 그 공간은 외부의 손님 한 무리가 다녀가신 후에 다시 동아리방이 되었다. 모 한의대 졸업생의 모교 인증 평가에 대한 회고였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다. 한의학 교육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과 기억이 내뿜는 자조적인 분위기 속에서 한의대 교육 여건과 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어렵기만 하다. 아직도 우리나라 의과대학의 수를 41개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다. 2013년과 2016년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 평가에서 ‘불인증’을 받은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이 2018년 2월 폐교되면서 우리나라의 의과대학은 40개가 되었다. 몇 해 전,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역시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을 받지 못하여 폐과 위기에 놓이기도 했었다. 이젠 교육을 평가하고 인증해야 하는 시대가 된 듯하다. 하지만 국내 의과대학에서는 의학교육 평가인증 사업이 시작된 지 올해로 만 20년이 되었다. 인증평가 시즌되면 극심한 스트레스 호소 평가인증은 ‘전문가 집단이 특정 프로그램이나 기관에 대하여 상호 동의한 기준(standards)에 합치하거나 도달하고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고 그 기관의 프로그램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을 말한다. 따라서 의과대학 평가인증은 의과대학에서 이 사회가 원하는 의료인을 양성하고 배출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교육의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 여러 교육 환경과 프로그램을 평가해서 공개하는 작업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평가인증을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교육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여 교육과정과 교육 여건들의 부족한 점을 개선시켜야 하고, 교육과정의 실행과 평가, 성과들이 평가인증 기준에 충족했음을 논리적으로 제시해야하기 때문이다. 2016년 교육부가 고등교육법을 개정하면서 모든 의과대학의 평가인증을 의무화하였고, 그 결과에 따라 부실한 교육을 하는 의과대학을 폐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각 의과대학은 좋은 인증평가 결과를 받으려 분투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 역시 한정되고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라 각 학교의 교육실이나 의학교육 책임자들은 인증평가 시즌이 다가올 때 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한다. 각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의학 교육을 평가받는다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럽고 고단한 일이지만, 그로 인해 의학교육의 질이 향상되고 더 나은 역량을 갖춘 의료인이 배출된다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기적인 평가와 인증을 통해서 의학교육 시스템을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자료가 되며, 의과대학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하는 것이 인증 평가가 가지는 장점인 것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평가인증의 절차는 크게 3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자체평가(self-evaluation), 2단계는 방문평가(site visit), 3단계는 인증기관의 인증 결정 및 발표(accreditation decision)이다. 자체평가의 단계에서는 의과대학이 미리 정해진 인증 기준에 따라 학교와 교육 상황을 분석하는 단계로, 인증 과정의 기반이 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단계이다. 방문평가단계에서는 외부의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이 학교에 방문하여 자체평가보고서를 바탕으로 학교 현장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인증기관이 방문평가의 결과에 따라 인증(6년, 4년), 조건부 인증(1년), 불인증 등을 결정하고 발표하게 된다. 인증평가, 한의학 교육 상향 평준화 기여 한의학교육평가원 역시 인증평가 사업을 현재 활발히 진행하고 있고, 12개 한의과대학을 대상으로 2주기 평가인증이 진행 중에 있다. 인증은 4년과 6년으로, 조건부인증은 2년, 한시적인증 1년으로 결과가 나오고 있으며, 평가인증을 신청하지 않거나 한시적 인증이 2회 이상이면 불인증으로 판정한다. 한의학교육의 지속적이고 확실한 인증평가를 통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한의사를 배출하도록 하는 한의계의 사회적 책무성을 제고하고, 한의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여 한의학 교육기관의 교육여건과 교육과정을 개선, 발전시키도록 해야 한다. 평가 기준과 준거 개발에 힘을 쏟아 명확한 기준 설정과 합리적인 인증평가 절차를 확립한다면, 한의과대학의 자발적 교육 개선노력을 유도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한의학교육의 상향 평준화에 기여할 것이다. 나아가서는 한의계가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보건 복지 향상에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국제 사회에서 한국 한의학 교육이 더욱 각광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제화시대에 세계 의학교육계와 나란히 발맞추며 한의학교육의 지향점을 제시하고 바람직한 교육을 견인하는 한의학교육의 인증평가를 기대해 본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436)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58년 12월30일 『東方醫藥』 제4권 제4호(통권 12호)에는 ‘學界消息’이라는 제목의 소식란이 몇쪽에 걸쳐 기재돼 있다. 『東方醫藥』은 당시 대한한의사협회의 박성수 회장이 발행인으로서 이후 1959년 4월27일에 제5권 제1호가 발간되기까지 총 9회가 발행됐다. 『동방의약』은 1955년에 발행된 『동양의약』과 연속선상에 있는 잡지이다. 아래에 ‘學界消息’의 내용을 요약정리한다. ○인천시한의사회에서는 1958년 8월18일 회를 소집하고 간부진의 개편을 결정하였다. 신임회장에 許燮 , 부회장 尹大鉉, 감사 裵二鎬, 車京允, 申京善이다. ○서울시한의사회 감사 洪鍾憲 逝去: 서울시한의사회 발족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회 운영에 헌신적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天賦한의원 원장 洪鍾憲 監事가 숙환으로 1958년 10월24일 영면하였다. 선생은 강원도 삼척군에서 탄생하여 三陟보통학교, 서울 中東중고등학교, 京城법학전문학교 등을 수학하였다. ○전국시도한의사회장 회의 개최: 1958년 9월3일 서울시 도봉산정에서 개최. 국회 속개에 따라 국민의료법 개정법률안이 심의될 기운에 비추어 한의사 영역에 관한 여하한 법제상 변동에 대해 업계의 통일된 결속을 기하고자 전국시도한의사회장 회의를 朴性洙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주재로 개최되었다. 동양의약대학(경희대 한의대 전신) 朴鎬豊 학장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11시부터 7시간 동안 개최되었다. 특히 이날 토의사항에서 현재 京鄕을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고 있는 夏季腦炎에 대한 한방요법이 양방대책에 비하여 월등히 우수한 치료성적을 과시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법제상의 제약으로 인하여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 제도상 결함에 대해 방역당국이나 보건당국의 반성을 촉구하였다. ○東洋醫學硏究會 발족: 東洋醫藥大學 出身 한의사가 중심이 되어 한방의학의 질적 향상과 과학적 선양에 이바지하고자 동양의학연구회를 결성하였다. 앞으로 순수한 학술단체의 성격을 십분 발휘하여 정기학술발표회, 강연회 또는 좌담회 등을 수시개최하여 사학 발전에 진력할 것이다. 고문에 金長憲 敎授, 吳宗植, 李鍾奎 博士. 대표간사 朴賢緖. 총무간사 李尙仁. 학술간사 洪性善. 섭외간사 박노훈. 출판간사 李文宰. ○앞서 발족을 본 동양의학연구회에서는 그 첫 사업으로 1958년 10월16일부터 5일간 서울 YMCA에서 제1회 학술연구강연회를 가졌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0월6일 「鍼灸醫學에 對한 硏究」(박노훈), 「西歐에 있어서의 鍼灸醫學」(李文鎬 博士), 10월7일 「氣味的으로 본 東洋醫學의 藥理」(洪性善), 「東洋醫學의 思考方式」(尹吉永), 10월8일 「治療方式의 새로운 硏究」(朴賢緖), 「東洋醫藥의 科學性」(吳宗植), 10월9일 「내가 體驗하는 臨床에서」(宋炳基), 「東洋醫學界의 今後의 使命」(盧東輝), 10월10일 「東洋醫學의 歷史的 硏究」(李尙仁), 「東洋醫學의 갈길」(李宗奎). ○崔俊相 院長 逝去: 서울시한의사회 최준상 원장은 향년 81세를 일기로 별세하였다. 그는 일제시기 甲種醫生免許를 취득하여 서울시에서 한의원을 개설하고 평생동안 국민보건에 이바지하였다. 그의 장남 崔健熙 先生도 선친의 유업을 계승한 한의사로서 서울 예지동에서 天一한의원을 개설하고 있다. ○마산일보 기사사건 타결: 1958년 5월 26일, 27일 양일간에 걸쳐 마산일보 문화난에 게재된 의사 김모씨의 논문 「여름 衛生과 傳染病」의 논문 중에 한의학 및 한방치료행위를 모욕한 취지를 발표한데서 발단한 마산시한의사회 및 경상남도한의사회의 분노에 찬 고소제기사건은 비상한 충격을 전학계에 준 바 있었는데, 그 후 피소인 김모씨와 경남의사회장이 수차에 걸쳐 경남한의사회장 李羽龍 先生을 探訪陳謝를 거듭하였으며 피소인의 간청에 의하여 道幹部會를 소집한 석상에서 필자 자신이 본의 아닌 과오를 범한대 대하여 陳謝의 書面을 접수하고 熟議를 거듭한 결과 대승적 견지에서 관용의 아량을 보여서 이미 訊問이 계속되고 있는 고소를 취하할 것을 결의하여 10월29일자로 이를 정식 취하함으로서 그동안 업계에 관심이 크던 同事件의 완전타결을 보게 되었다. -
경혈 주위 압통생성 원인과 침술효과 연관성 규명[사진= 대구한의대 판위 박사] [한의신문=최성훈 기자] 대구한의대학교(총장 변창훈) 김희영 교수 연구팀 판위 박사가 경혈 주위 압통 생성 기전과 그 압통이 침술 효과를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는 질병이 생겼을 때 경혈에 압통/민감화 현상이 왜 발생하며, 이런 압통/민감화 현상이 발생한 경혈에 자침을 할 경우 어떻게 침술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지를 밝혔다는 데 학술적 의의가 있다. 먼저 경혈은 내장질환 등의 병적 질환이 생겼을 때 누르면 압통이 생기거나 민감해지며, 그 민감해진 경혈을 침술, 뜸 등의 자극을 했을 때 질환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질환 시에 왜 경혈에 압통이 생기는지, 그 압통과 침술 치료와의 연관성은 어떻게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실제 내장질환을 유발시킨 실험쥐의 경우 경혈에서 신경원성 염증이 발생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신경원성 염증을 보이는 경혈에 에반스블루를 정맥투여한 뒤 IVIS 형광스펙트럼이미지 장치를 통해 관찰했다. [그림 1. 고혈압 쥐에서 IVIS 스펙트럼형광이미지. 내관 등의 활성화된 경혈에서 노란/빨간 형광색 발현 ] IVIS 형광스펙트럼이미지 장치를 통해 본 경혈은 질환 발생 후 15분 내에 완전하게 활성화된 모습을 나타냈다. 즉, 경혈이 그 질환의 초기 진단에 사용될 수 있다는 학술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어 판위 박사는 내장질환 시에 관련된 경혈에 Substance P의 농도가 증가해 압통과 민감화를 유발함을 규명했는데. 그 활성화된 경혈에서 Substance P가 고농도로 발생한 사실을 관찰했다. Substance P는 통증매개인자로 국소 피부에 농도가 증가할 경우 통증을 유발한다. [그림 2.활성화된 경혈에서 Substance P 고농도 증가] 또 판위 박사는 신경섬유, 척수신경 전기생리학적 연구를 통해 경혈에 증가된 Substance P가 경혈 민감화 외에 가는 바늘 자극에 의한 침술신호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 결과 고혈압 동물모델에서 활성화된 경혈에 Substance P 농도를 줄일 경우 침술효과가 차단됐고, Substance P의 농도를 인위적으로 올릴 경우 침술효과가 증폭됐다. 경혈에서 Substance P는 경혈을 민감화시키는 동시에 침술 신호의 시작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한편 이 연구는 Brain, Behavior, and Immunity(IF 6.6) 2020년 9월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
방풍통성산, 프로바이오틱스 병용 요법이 비만에 미치는 영향은?[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의 ‘근거중심한의약 데이터베이스’ 논문 중 주목할 만한 임상논문을 소개한다. 오달석 한국한의학연구원 ◇ KMCRIC 제목 방풍통성산과 프로바이오틱스 병용 요법이 비만의 에너지 대사 상승과 내독소 발현에 미치는 영향 평가 ◇ 서지사항 Lee SJ, Bose S, Seo JG, Chung WS, Lim CY, Kim H. The effects of co-administration of probiotics with herbal medicine on obesity, metabolic endotoxemia and dysbiosis: a randomized double-blind controlled clinical trial. Clin Nutr. 2014 Dec;33(6):973-81. doi: 10.1016/j.clnu.2013.12.006. ◇ 연구설계 무작위배정, 이중 눈가림, 위약 대조, 평행 설계 ◇ 연구목적 프로바이오틱스와 방풍통성산의 병용 요법이 비만에 효과가 있는지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으로 평가 ◇ 질환 및 연구대상 체질량지수(BMI) 25kg/m² 이상의 19~65세 여자 64명 ◇ 시험군중재 프로바이오틱스와 방풍통성산 병용 요법 ◇ 대조군중재 방풍통성산 단독 요법 ◇ 평가지표 일차 평가지표: 체중, 장관 세균총 투과도 이차 평가지표: 혈중 지방산 수치, 허리둘레, 혈압, 체질량지수, 장관 세균총 분포, 내독소 수치, 삶의 질(KOQOL) 평가 ◇ 주요결과 Pearson's correlation test를 통해 병용 요법군의 체성분량은 내독소 수치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positive correlation을 나타냈고(r=0.441, 체중; r=0.350, 체질량지수), 락토바실러스균의 분포와도 차이 나는 positive correlation을 나타냈다(r=0.425, 체중; r=0.407, 체질량지수). 그람 음성균의 경우 허리둘레와 positive correlation을 나타냈고(r=0.359), 총 콜레스테롤 수치와도 positive correlation을 나타냈다(r=0.393). 반면에, 비피더스균은 내독소 수치와 negative correlation을 나타냈다(r= -0.350). ◇ 저자결론 방풍통성산과 프로바이오틱스 병용 요법은 비만 환자의 에너지 대사를 상승시키고 비만 관련된 내독소를 제거한다. 이를 장내세균총 분포와 내독소 수치와의 연관도를 통해 평가했다. ◇ KMCRIC 비평 Gordon 등이 2006년에 장내세균총이 비만에서 에너지 대사 증가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이후에[1] NIH Human Microbiome Project(HMP) Roadmap Project가 2007년 말에 시작되면서[2], 장내미생물에 대한 연구는 인체 생태병리에 미치는 기능을 파악하는 것부터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본 연구는 그 기능이 알려진 세균총에 대한 응용 연구 중 병용 요법 연구로서 기본적으로 방풍통성산의 체중 감량 효과 외에 프로바이오틱스와의 병용 요법을 통해 비만한 성인 및 중년 여성 대상자에게서 에너지 대사를 상승시키고 내독소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평가했다. 프로바이오틱스 단독 요법군이 설정되어 세 군으로 수행됐다면 좀 더 다양한 분석이 가능한 비교 연구가 될 수도 있었다. 또한, 8주간의 병용 요법을 통해 나타난 비만 관련 지표의 변화가 임상적으로 유의한 차이 값을 나타내었는지, 즉, 임상적 유의성을 충족시키는지는 고찰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양한 인구 집단에 대한 효과를 얻는 것을 목표로 일련의 연구로 확장하여 대표성을 확보한 후, 대조군과의 차이가 난 장내세균총의 어떤 역할이 항비만 효과 중 에너지 대사 또는 내독소 수치 감소에 영향을 미쳤는지 인과관계를 포함한 작용 기전을 파악하는 연구로 확장할 잠재력이 있다[3]. 이는 연관성이 보고된 초기 연구의 영원한 후속 연구 주제이므로 새로운 도전이 기대된다. ◇ 참고문헌 [1] Turnbaugh PJ, Ley RE, Mahowald MA, Magrini V, Mardis ER, Gordon JI. An obesity-associated gut microbiome with increased capacity for energy harvest. Nature. 2006;444:1027-31. https://pubmed.ncbi.nlm.nih.gov/17183312/ [2] Turnbaugh PJ, Ley RE, Hamady M, Fraser-Liggett CM, Knight R, Gordon JI. The human microbiome project. Nature. 2007;449:804-10. https://pubmed.ncbi.nlm.nih.gov/17943116/ [3] Dewulf EM, Cani PD, Claus SP, Fuentes S, Puylaert PG, Neyrinck AM, Bindels LB, de Vos WM, Gibson GR, Thissen JP, Delzenne NM. Insight into the prebiotic concept: lessons from an exploratory, double blind intervention study with inulin-type fructans in obese women. Gut. 2013;62:1112-21. https://pubmed.ncbi.nlm.nih.gov/23135760/ ◇ KMCRIC 링크 https://www.kmcric.com/database/ebm_result_detail?cat=RCT&access=R201312031 -
문화 향기 가득한 한의학 ⑧안수기 원장 - 그린요양병원, 다린탕전원 대표 그 사내 내가 스물 갓 넘어 만났던 사내 몰골만 겨우 사람/꼴 갖춰 밤 어두운 길에서 만났더라면 지레 도망질이라도 쳤을/터이지만 눈매만은 미친 듯 타오르는 유월 숲속 같아 내라도/턱하니 피기침 늑막에 차오르는 물 거두어주고 싶었네/ 산가시내 되어 독오른 뱀을 잡고/백정집 칼잽이 되어 개를 잡아/청솔가지 분질러 진국으로만 고아다가 후 후 불며 먹이고/싶었네 저 미친 듯 타오르는 눈빛을 재워 선한 물같이 맛깔/데인 잎차같이 눕히고 싶었네 끝내 일어서게 하고 싶었네/그 사내 내가 스물 갓 넘어 만났던 사내/내 할미 어미가 대처에서 돌아온 지친 남정들 머리맡 지킬 때/허벅살 선지피라도 다투어 먹인 것처럼/어디 내 사내뿐이랴 (폐병쟁이 내 사내-허수경) 이슬이 서곡이라면 서리는 된서리이다 가을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오색단풍? 뭐 그리 나쁘지 않다. 그래도 뭔가 조금 아쉽다. 잠시 조상들에게 물어보자. 계절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지혜가, 절기(節氣)이다. 4계절아래 디테일을 두었으니, 친절하다. 24가지로 나누었다. 익숙한 단어들이 들어온다. 이슬과 서리이다. 추분(秋分)을 정점으로 흰 이슬, 찬이슬인 백로(白露)가 한로(寒露)가 배치된다. 그리고 서리, 상강(霜降)이 뒤따른다. 이슬과 서리, 가을의 이미지이다. 대변자이다. 아, 영롱함, 맑은 영혼? 너무 낭만적이다. 아니 순진한 것이지, 이슬 맞으며 날을 새워봐라. 그런 단어들 일(一)도 없게 된다. 서럽고 춥다. 그것도 처절하다. 분노할 틈도 주지 않는다. 오늘의 현실처럼, 이슬이 서곡이라면 서리는 그야말로 된서리이다. 서릿발이다. 산천초목은 모두 오금이 저리고 속절없이 시든다. 이를 비유하여 준엄한 꾸지람, 추상(秋霜)이다. 가을은 오행(五行)에서는 금(金)이다. 백색(白)이다. 폐(肺)이다. 코(鼻)이다. 피부(皮膚)이다. 슬픔(悲)이다. 인체 기관들의 상호간의 인과관계의 조합들이다. 이미지화 된 키워드로 연상하여 의론(醫論) 완성한다. 한의학의 최고의 장점이다. 열정의 병인 결핵, 한의학의 폐로(肺癆)다 숙강(肅降)과 용평(容平)! 옛 의서(醫書)들이 권고한 가을의 자세이다. 쌀쌀한 기운에 다 말라서 떨어질지니, 용모와 안색을 평안하게하고 근신하며 대기하라! 극적 변화이자 서릿발처럼 매섭다. 숙(肅)은 가을의 단어이다. 엄숙하고 신중하다. 공경과 예를 다하는 자세다. 그래서 가을은 절제하며 겸손해야 한다. 신체리듬은 규칙적이어야 한다. 더 차가운 겨울을 대비하는 지혜이다. 멀리는 봄의 새 생명을 꿈꾸어야하기 때문이다. 결론은 가을에는 오버하지 말라. 버릴 것은 버리고 모든 자본과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부족하면 보충해 놓자. 근신하고 겸손하게 어려움에 대비해야 한다. 인간사나 건강도. 해가 짧아진다. 따라서 일찍 자야한다. 또한 건조하고 춥다. 진액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따뜻한 차나 한약이 맞는 이유이다. 예로부터 가을 건강, 한약이 대세였다. 한약 처방에 인색하지 말자. 가을의 처방은 건조하면 안 된다. 차면 더욱 안 좋다. 거기다 우울하게 하면 최악이다. 자연에서나 인체도 늙는다는 것도 알고 보면 수분이 감소하는 것이다. 이런 계절은 보음(補陰)을 주로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폐병, 한 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사극의 단골 소재였었다. 피를 토하는 사내, 헌신하는 여인. 열정의 병인 결핵, 한의학의 폐로(肺癆)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지금도 가볍게 보거나 자만하기에는 이르다. 작금의 코로나 사태로 모두가 아우성이다. 한의계도 예외가 아니다. 폐병쟁이를 지켜내려는 그녀의 심정. 균(菌)보다 돈이다. SNS상에 개업 한 건도 아쉬운데 폐업인사들을 접한다. 결혼이 아닌 이혼 파티를 접하는 느낌! 기가 막혀서 헛웃음도 안 나온다. 아니 그저 울고 싶다. 분노를 넘어 처연한 이 현실, 그 어디에서 위로를 받을까? 지금 우리에게는 위안, 아니 허벅살 선지피라도 절실하다. 모두에게 가을 햇살, 가득하시길 빈다. -
간호조무사 근로환경 및 노동인권 ‘여전히 뒷걸음’대한간호조무사협회 및 배진교·강병원·이수진 의원은 최근 공동으로 진행한 ‘2020년 간호조무사 임금·근로조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중 최저임금을 받거나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비율은 61.9%로 집계됐으며, 10년 이상 경력자 48.5%가 여전히 최저임금 이하를 지급받고 있었고, 10년 이상 근속자의 39.8%가 최저임금 이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43.3%의 간호조무사는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실질임금이 삭감되는 불이익을 경험한 가운데 상여금 및 복리후생비 등 직접적인 임금 삭감이 27.6%, 휴게시간 증가 및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한 간접적인 임금 저하가 15.7%였다. 또한 근무여건의 경우에도 주당 평균근로시간은 44.1시간이었고, 간호조무사 10명 중 3명(29.9%)은 주 6일 이상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특히 의원(63.1%), 4인 이하(64.8%)의 경우 6일 이상 근무하는 간호조무사가 전체 평균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연간 휴가 사용일수는 평균 8.0일로 최소 연차휴가 15일에 훨씬 못미쳤으며, 연차휴가가 법으로 보장되지 못하는 4인 이하의 경우에는 5.9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올해 처음으로 조사를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에 대해서는 응답자 42.3%가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간호조무사 10명 중 4명꼴로 괴롭힘 피해를 당한 것으로, 피해 경험 응답자들은 인격무시(34.0%)를 가장 많이 받았고, 격무 및 허드렛일 지시(17.7%), 폭언(16.6%), 따돌림(12.5%), 사적 심부름 지시(10.7%) 등의 순이었다. 이와 관련 배진교 의원은 “간호조무사 권익 향상을 위한 노동조합 설립과 관련해 상당수 인원이 설립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며 “노동조합이 설립된다면 간호조무사의 근로환경 개선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며, 일상화되어 있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병원 의원 역시 “코로나19 방역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간호조무사는 필수 보건의료 인력이지만, 그들의 근로환경과 노동인권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확인하면서 간호조무사 처우 개선을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고 법 제도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이수진 의원은 “보건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간호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조무사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며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등은 물론 낮은 임금, 휴가 사용 미보장과 같이 인권침해와 열악한 근로조건을 시급히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옥녀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은 “코로나19와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간호조무사는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환자의 곁에서 간호를 하고 있다”며 “환자를 위한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간호조무사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이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배진교·강병원·이수진 의원실과 간무협은 오는 11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간호조무사 근로조건과 노동환경,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간무협이 실시한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 4월 11일부터 19일까지 모바일 설문조사를 실시, 전국 17개 시도의 보건의료기관 및 장기요양기관,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4252명이 응답했다. -
고전에서 느껴보는 醫藥文化 - 27안상우 박사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긴 장마 끝에 청명한 가을을 맞이하게 되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봄부터 이어진 신고의 나날을 견딘 끝에 수확하는 기쁨을 돌아가신 조상들의 음덕으로 여기고 모두 함께 나누고자 추석에 성대한 명절상 차림을 준비했다. 하지만 올 추석에는 유례가 드물게 오래 지속된 역병 탓에 고향방문이나 성묘도 미뤄야 할 참이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올 봄에 처음 건너와서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지 반년을 넘기도록 쉽사리 수그러들 줄 모르는 기세에 이제 해를 넘기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감염을 막는 일도 시급하려니와 생업에 지장을 받고 집밖 출입마저 자유롭지 못해 우울해진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마침 필자가 맡은 이번 학기 강의주제가 한국의 의안(醫案)을 발굴하는 연구에 대한 것이어서 여러 문헌을 찾아보다가 삼국시대에 있었던 희한한 우울증 치료 사례를 기록한 기사를 읽게 되어 독자들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삼국사기 열전(列傳)편, “龍齒湯을 써야한다” 김부식(金富軾, 1075~1151)이 지은 『삼국사기』에 사마천(司馬遷)이 지은 『사기』처럼 열전(列傳)편을 두었는데, 우리가 잘 아는 김유신을 필두로 을지문덕, 거칠부, 이사부, 장보고 같은 위업을 남긴 장수와, 박제상, 계백 같은 충신, 강수, 최치원, 설총 같은 문장가와 학자, 백결선생이나 김생, 솔거와 같은 예술가, 게다가 후삼국시대의 주역으로 패권을 다투었던 연개소문, 궁예, 견훤과 같은 패왕들에 이르기까지 50여 사람이 등장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사기』 편작창공열전에서처럼 의가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 열전 가운데 녹진(祿眞)조에는 기막힌 의안(醫案)이 하나 등장한다. 그 개략은 다음과 같다. “녹진은 23살에 벼슬길에 올라 내외의 여러 관직을 거친 끝에 집사시랑(執事侍郞, 侍中의 차석급)에 올랐다. 헌덕왕은 대를 이을 아들이 없어 아우인 수종을 세자로 삼고 궁에 들게 하였다. 이 무렵 각간 충공이 상대등이 되어 정사를 논하다가 병에 걸리게 되었다. 관의(官醫, 원문에서는 國醫라 하였음)를 불러 진맥을 했더니, 심장에 병이 들었으므로 용치탕(龍齒湯)을 써야한다고 하였다.” 얘기를 좀 풀어서 해보자면, 아마도 당시 벼슬을 논하는 일(인사전형)을 진행하다가 주위로부터 여러 청탁과 외압을 받아 걱정이 많았을 충공은 장기간 휴가를 얻어 문을 걸어 잠그고 두문불출하게 되었던 것이다. 녹진이 찾아가 문안을 여쭈는데, “상공이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쉬지 않고 정사를 돌보다가 풍로(風露)에 촉상하여 영위(榮衛)의 조화를 잃고 지체(四肢)의 편함을 잃었기 때문이 아닙니까”하고 물었다. 龍齒는 진경 작용 뛰어나 鬼魅같은 병증 사용 충공이 어찌된 연유인지는 모르나 정신이 혼미하고 답답하고 불안할 따름이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녹진은 “상공의 병환은 약이나 침만으로 다스려지지 않고 지극한 말과 고매한 담론(至言高論)으로 단번에 깨칠 수 있습니다”라고 하면서 목수가 집을 지을 때, 각기 크고 작은 재목에 따라 도리나 서까래로 나눠쓰듯이 나라의 인재도 재주와 능력에 따라 역할과 직임을 나누어 써야 한다고 충언을 하였다. 이에 깨우침을 얻은 충공은 어의의 왕진을 사양하고 곧바로 입궁하여 국왕을 알현하고서 직언을 올린 다음 다시금 정사를 돌보기 시작하였다. 충공이 우울증에 시달린 원인은 아마도 살아있는 권력인 국왕과 후계자로 지명된 세자의 주변 세력으로부터 야기된 복잡한 갈등관계로 빚어진 것이리라. 결국 국왕에게 간언을 올리고 세자를 설득하여 당면문제를 정면 돌파하고 나서야 마음의 병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셈이다. 용치탕(龍齒湯)은 심허증을 다스리는 처방으로 여기서 용치란 용의 뼈라고 알려진 용골의 일종이다. 고생대 맘모스나 포유동물의 오래 된 화석 파편으로 탄산칼슘이 주성분을 이룬다. 『동의보감』 탕액편에 용골은 오장의 사기를 몰아내고 정신을 안정시켜주며, 설사나 몽설, 출혈, 과도한 한출을 수렴하고 빈뇨를 다스리는데 쓰인다고 적혀있다. 기원이 석회화된 동물의 뼈인지라 불에 달구어 곱게 가루 내어 채질해서 써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용치(龍齒)는 진경, 안혼(安魂)하는 작용이 뛰어나, 전간(癲癎)이나 경광(驚狂), 귀매(鬼魅) 같은 심각한 병증에 사용한다고 했다. 이 시대의 心醫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 한편 『의방유취』 오장문에서 이 용치탕을 찾아볼 수 있는데, 심허(心虛)로 인한 경계(驚悸), 수와불안(睡臥不安)하는 증상에 쓴다고 하였다. 처방 구성에는 용치와 인삼이 주재이고 작약, 담죽여, 당귀, 반하곡, 복신, 강활, 목향, 모근 같은 약재가 들어간다. 10가지 약재를 가루 장만하여 은을 달인 물에 생강과 함께 넣어 달여 먹는다. 고관귀족이 아니면 아무나 쓸 수 없는 처방일터인데, 적응증으로 보아 각간 충공의 증상이 어떠했을 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감염병 예방차원에서 밀접접촉을 피하기 위해 장기간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부활동이 제한되다보니 남녀노소 계층을 가리지 않고 사회 전반에 걸쳐 집단우울심리가 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냥 집안에 틀어박혀 참고 견디라는 것은 애초 무리생활을 전제로 문명을 발전시켜온 인류에겐 질병감염에 못지않은 끔직한 형벌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다. 국민 우울감을 일거에 해소시킬 수 있는 용치탕 같은 명약, 녹진과 같이 말 못하고 고통 받는 심중을 어루만져줄 이 시대의 심의(心醫)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