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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한의과’ 개소[한의신문]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이 도내 지역거점공공병원 중에선 최초로 한의과를 개소했다.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은 1일 별관 3층 대회의실에서 원내 진료과목에 한의과 운영을 알리는 개소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진료에 나섰다. 이에 따라 도의료원 산하 다른 공공병원에 한의과가 추가 신설의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이날 개소식에서 고준호 의원(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공공병원 내 한의과 설치는 전국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로 설치 사례가 극히 적지만 지역 한의사회의 도움과 많은 분의 염원으로 이룬 소중한 성과”라고 밝혔다. 엄원자 경기도 의료자원과장은 “이번 파주병원 한의과 개소는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시대에 한의약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건강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필수 경기도의료원장도 “한의학과 의학이 공공병원 안에서 함께 협력하게 됨으로써 환자분들께 보다 포괄적인 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송정섭 파주시한의사회 회장은 “파주병원에서 한의 진료를 시작한 것은 입원 환자의 재활 등 한·양방 간 실질적인 연계를 통해 도민에게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데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한의과 개설 은 공공병원에서의 한의약의 역할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송 회장은 “향후 파주시 초고령·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들과 시민 건강 증진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한의약 사업 개발에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원오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장도 “파주병원의 한의과 설치는 지역내 돌봄통합사업 등 지역 의료서비스를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한의과 개설은 대한한의사협회 경기지부(회장 이용호)와 파주분회(회장 파주분회)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실이다. 경기지부는 지난해 하반기 도의회를 찾아 고준호 도의회 보건복지위 부위원장을 만나 도립의료원 한의과 설치를 제안했고 고 부위원장은 경기도, 경기도 의료원본부, 경기도의회와 간담회를 열어 한의과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파주분회는 파주병원과 간담회를 갖고 실무 관련 구체적인 부분을 논의했다. 이번 파주병원 한의과 설치를 통해 도의료원의 나머지 병원들에 한의과를 설치할 수 있을지도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022년 4월21일 ‘경기도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에 ‘한방의료를 통한 진료 및 한방 보건지도 사업’을 수행토록 의무화하는 조항을 신설했지만 현재 도의료원 산하 병원 6곳 중 한의과가 마련된 곳은 의정부병원뿐이다. 안성병원 한의과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수익성 등을 이유로 현재는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경기도한의사회는 도의료원 내 한의 진료과를 확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용호 경기도한의사회 회장은 “한의약은 예방과 관리 중심의 통합돌봄에 매우 효과적”이라며 “추후 도의료원 내 4곳 병원에서도 한의 진료가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초음파로 보는 한방부인과…한의학과 현대기술의 새 지평”노스텔라 대한여한의사회 대외협력이사(인천 기린한의원장) [한의신문] 노스텔라 대한여한의사회 대외협력이사(인천 기린한의원장)는 그동안 대한여한의사회 진로 멘토링과 대한한의진단학회·대한한방부인과학회 학술대회를 통해 부인과 진료에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 활용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한국한의학연구원과 공동 수행한 연구논문 ‘Resolution of Symptoms of Suspected Nonatypical Endometrial Hyperplasia Using Herbal Medicine Modified Sihogyeji-Tang Monotherapy: A Case Report with Ultrasound Monitoring’이 SCI급 국제학술지 ‘Life’에 등재되며, 한의치료 효과를 객관적인 수치와 영상으로 입증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본란에서는 노스텔라 원장으로부터 여성 질환 한의 임상에서 초음파 활용의 의미와 한의학과 현대 의료기술의 융합이 열어갈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Q. 자궁내막증식증 한의치료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근거 중심 의료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대에 한의학 치료 효과를 객관적인 수치와 영상으로 증명하고자 연구를 시작했다. 치료 과정에서 초음파 영상으로 개선된 모습을 확인할 때마다 큰 보람을 느끼며, 환자들의 신뢰도 높아졌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축적돼 한의학의 과학적 기반이 튼튼히 다져지길 바란다. Q. 한방부인과 분야에서 초음파 진단을 적극 도입했다. 여성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환자들이 본인의 상태를 시각적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요구가 증가하면서 초음파 도입 필요성이 커졌다. 과거에는 복진, 설진, 맥진 등 전통 진단에 의존했으나 이제는 객관적인 임상데이터를 기반으로 약물의 정량화와 치료 목표 설정이 가능해졌다. 이는 한의계가 근거 기반 진료를 강화하고 국민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 노스텔라 원장은 매년 '대한여한의사회 진로멘토링'에 멘토로 참여해오고 있다. Q. 여성질환 진단과 치료에서 초음파 활용이 가지는 의미는? 생리주기 이상이나 자궁내막증식증 같은 질환에서 치료 전후 변화를 수치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어 환자 만족도가 높아졌다. 전통적인 진단만으로는 한계가 있던 부분을 보완해 보다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접근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Q. 초음파 진단기기 합법화가 임상 현장에 가져 온 변화는? 예전에는 초음파를 조금씩 배워가며 조심스럽게 활용하던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임상 경험을 활발히 공유하며 실제 한의 진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여러 한의원에서도 초음파 진료를 도입하면서 환자들이 치료 효과를 더 신뢰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모습도 보인다. 이러한 변화가 한의진료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느낀다. Q. 임상에서 초음파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생리불순 환자에게 치료 전후 자궁내막 두께와 난소 상태 변화를 초음파로 보여줬을 때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면서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었던 경험이 있다. 또 거대근종 환자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혼란스러워할 때 초음파 도플러로 근종과 자궁 상태를 설명하자 안심하며 신뢰를 보여 큰 보람을 느낀 적도 있다. 환자들이 한의원에서 이러한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았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Q. 대한여한의사회를 통해 한의대생 대상 교육에 나서고 있다. 학부생 시절부터 초음파 기기를 다뤄보는 경험은 전통 한의학과 현대 의료기술을 융합하는 기초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 진료 현장에 나갔을 때 적응이 빠르고, 환자와 긍정적인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유리하다.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고 임상에 임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대한여한의사회(회장 박소연)는 소외계층 대상 한의의료봉사와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보건·복지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달 19일 서울특별시의회 의장 표창을 수상했다. Q. 한의학적 전통 진단법과 초음파 진단을 병행 한다면? 맥진이나 복진 등 전통적 진단법에서 얻은 정보에 초음파 데이터를 더하면 진단의 정확도가 크게 향상된다. 이전에는 경험이나 감각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초음파 영상을 통해 환자에게 직접 보여주면서 설명하면 이해와 신뢰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다만 기기를 다루는 기술과 해석 능력은 꾸준한 교육이 필요하며, 전통적 진단과 초음파 결과가 상충할 때는 고민이 따르기도 한다. 이럴 때는 여러 한의사들과 함께 임상을 공유하며 배워가고 있다. Q. 한의학과 현대 의료기술의 융합이 열어갈 길은? 전통적인 한의학 진단 노하우와 현대 의료기술의 융합은 환자에게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임상 경험과 기술의 시너지를 통해 한의학이 의료 현장에서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 Q. 예비 한의사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은? 한의원은 원장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라 때로는 혼자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며, 동료와 후배, 선배와 함께 서로 기대며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려울 때 혼자 짐을 지려 하지 말고, 함께 힘을 모아 나아가면 분명히 길이 보일 것이라고 믿는다. -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 ❼김호철 교수 경희대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김호철 교수(경희대 한의대 본초학교실)의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 자주 제기되는 한약의 궁금증과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최신 연구 결과와 한의학적 해석을 결합해 쉽게 설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이 기존의 한약 지식을 새롭게 바라보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같은 ‘대황’이 아니다 – 금문대황과 종대황의 본질적 차이 같은 ‘대황’이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해서 모두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임상에서 강력한 사하 작용을 기대할 수 있는 대황은 금문대황계에 속하는 약재들이다. 반면 종대황계는 이름은 비슷하지만, 약리 성분과 효능 면에서 전혀 다른 계열로 분류돼야 한다. 금문대황계는 전통적으로 의약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어온 계통으로, 장엽대황(Rheum palmatum L.), 당고특대황(Rheum tanguticum Maxim. ex Balf.), 약용대황(Rheum officinale Baill.), 그리고 우리나라 백두산 자생종인 장군풀(Rheum coreanum Nakai)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약재는 줄기 단면에 금색의 결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목질부가 단단하고 광택이 있어 감별이 용이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센노사이드, 레인, 에모딘과 같은 안트라퀴논 유도체가 고함량으로 함유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성분들이 장 연동운동을 촉진하고 수분 분비를 증가시켜, 복용 후 빠르고 강력한 사하 작용을 유도한다. 반면 종대황계의 대표적인 예는 우리나라 중북부 지역에 자생하는 종대황(Rheum undulatum L.)이다. 외관상 유사해 보일 수 있으나, 안트라퀴논 유도체의 함량이 극히 낮고, 대신 탄닌류나 플라보노이드계 성분이 많아 해열, 항염, 해독 작용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장 운동 촉진이나 변비 개선과 같은 사하 작용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사하 목적의 처방에서는 반드시 금문대황계의 진짜 대황을 사용해야 하며, 종대황을 대황으로 간주하거나 대체해서는 안 된다. 끓이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대황의 약효 – 전탕 시점이 바꾸는 사하 작용의 강도 대황은 어떤 품종이냐만큼이나 어떻게 끓이느냐에 따라서도 약효가 크게 달라지는 섬세한 약재다. 대표적인 예가 전탕 시간에 따른 사하 성분의 변화다. 센노사이드, 에모딘, 레인과 같은 대황의 주요 사하 성분들은 열에 민감하여, 오랫동안 끓이면 가수분해되거나 산화되어 사하 작용이 현저히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급성 변비처럼 빠른 효과를 원할 경우에는 물이 거의 다 졸아들었을 때 대황을 넣는 ‘후하’ 방식이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는 단순한 조제 기술이 아니라, 성분의 열 안정성을 고려한 과학적 방식이다. 그러나 대황을 오래 끓인다고 해서 모든 약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센노사이드는 줄어들 수 있지만, 대황이 지닌 청열, 활혈 작용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뚜렷해지는 경우도 있다. 다시 말해, 끓이는 시간은 단순히 약효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약효의 방향을 바꾸는 열쇠가 되는 셈이다. 술과 열로 다듬는 약성 – 포제가 바꾸는 대황의 쓰임과 기운 대황의 약성 변화는 포제법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특히 ‘주증’이나 ‘주자’처럼 술을 가해 찌거나 볶는 전통 포제법은 대황의 사하 성질을 누그러뜨리고, 청열이나 활혈 작용을 강조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술은 한의학에서 기운을 위로 끌어올리고 혈을 움직이는 승산의 작용을 가진 물질로 여겨지며, 약재의 성질을 부드럽게 조절하거나 특정 방향으로 끌어내는 데 쓰인다. 대황을 술에 증제하거나 자제하면, 센노사이드 함량은 줄어들지만 청열, 활혈, 해독 작용은 오히려 강화된다. 특히 어혈로 인한 복통이나 염증성 질환에 응용할 때는 이런 포제 대황이 더욱 적합하다. 이는 단순한 경험적 지혜를 넘어서, 열과 알코올이라는 두 화학적 에너지가 약재 내 유효 성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반영한 과학적 응용이다. 술은 대황 속에 숨어 있던 활혈 성분을 끌어올리고, 과도한 사하 작용은 억제하여 조화로운 약성을 만들어내는 승화와 조절의 매개로 작용하는 것이다. 대황을 제대로 쓰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들 대황은 단순히 ‘사하 작용을 일으키는 한 가지 약초’가 아니다. 그 효과는 한약재 중에서도 드물게 다양한 층위에서 갈라진다. 같은 대황이라도 품종이 금문대황계인지 종대황계인지에 따라 효과는 극명하게 달라진다. 또 끓이는 시간에 따라 사하 성분이 유지되거나 소실되며, 포제 방식에 따라 청열과 활혈의 방향성이 달라진다. 뿐만 아니라 같은 대황을 먹어도 환자마다 약효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체질이 아니라 장내 미생물 조성 때문이다. 대황의 핵심 성분인 센노사이드는 장내 특정 미생물에 의해 활성화되어야 비로소 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황을 임상에서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제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사용하는 대황이 금문대황계인지, 종대황계인지 분명히 감별해야 하며, 둘째, 끓이는 시점과 시간에 따라 원하는 약리 효과에 맞게 전탕법을 조정해야 하며, 셋째, 포제를 통해 사하 작용을 누그러뜨리거나 활혈 작용을 강화할 수 있는 응용력을 갖추어야 하며, 넷째, 환자의 장내 미생물 환경과 복약 타이밍을 고려해 약효 발현 지연이나 무반응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전통의 지혜와 현대 과학이 만나는 지점에 바로 대황이 있다. 앞으로도 그 치료적 잠재력은 더 깊어지고 넓어질 것이며, 개인에게 맞춘 정교한 처방을 가능케 할 중요한 약재로서, 계속해서 주목받게 될 것이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550)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몇일 전 현 23대 국제동양의학회(ISOM, Interna tional Society of Oriental Medicine)의 사무총장인 이종안 박사(배원식한의원,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께서 『國際東洋醫學會 50年史』의 인쇄본이 완성되어 제일 먼저 가져다 주시겠다고 학교를 방문해주셨다. 너무 감사한 마음에 한의학관 앞에서 책자를 받으면서 기뻐서 어찌할 줄 몰랐다. 한의학 관련 근현대 역사 자료를 수집·정리하는 것을 취미이면서 업으로 여기는 필자의 입장에서 국제동양의학회 관련 자료는 황금같이 빛나는 보물이다. 이종안 박사께서 필자에게 동양의학회 관련 자료를 아무 조건없이 건네주신지 벌써 30년은 된 것 같다.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이다. 제21회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ICOM, International Congress of Oriental Medicine)가 지난달 31일 대만에서 개최된 가운데 1976년 한국 서울 엠베서더 호텔에서 열렸던 1회 대회(대회장 배원식) 이후 벌써 21회에 달한 것이다. 『國際東洋醫學會 50年史』(이하 50년사)는 350쪽에 달하는 칼라판 책자로서 이종안 사무총장이 한의원을 거의 절반 이상 비워가면서 만들어낸 필생의 작품이다. 그를 만날 때마다 그의 스승 배원식 선생(1914∼2006) 생전에 구술로 전해 들었던 근현대 한의학의 역사 이야기를 필자에게 전해주곤 했다. 과거를 회상하면서 눈물짓는 이종안 박사의 모습에서 국제동양의학회를 향한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국제동양의학 학술대회는 1976년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서울 앰배서더 호텔 그랜드 볼륨에서 제1회 대회를 개최하였다. 裵元植 대회장의 개회선언과 吳昇煥 집행위원장의 환영사에 이어 최규하 국무총리의 치사로 시작된 이 대회에서 각국 대표들이 모여서 國際東洋醫學會를 출범시키고 초대 회장에 卞廷煥, 부회장에 인도 대표 P.N 쿠르프, 사무총장에 吳昇煥, 理事에 李錦浚 등을 선출하고 학회본부를 서울에 설치하였다. ‘50년사’에 나오는 국제동양의학회의 사업은 다음과 같다. ○ 국제동양의학 학술대회 개최(1〜21회 학술대회개최) ○ 국제적인 상호교류와 협력 ○ 국제적인 동양의학, 의료봉사활동 ○ 국제동양의학회 발전을 위해 필요한 기타 사업 수행 ○ ISOM 국제교류위원회 추진 ○ 동양의학에 대한 연구, 개발 및 조사 ○ 동양의학의 정보교류를 통한 종합적 정보 네트워크 형성 ○ WHO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사업 수행 ○ 국제동양의학회 학술지 제작 추진. 현 국제동양의학회 회장인 陳旺全 회장은 ‘50년사’의 기념사에서 다음과 같은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향후 우리는 과학기술의 흐름을 능동적으로 수용하여,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기술과 전통의학을 접목한 새로운 의료 생태계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원격의료와 지능형 건강관리 시스템을 통해 질병의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신속히 대응함으로써, ‘上工治未病’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한걸음 더 나아갈 것입니다. 이제 ISOM은 전통을 기반으로 혁신을 날개 삼아, 보다 넓은 국제무대를 향해 도약해야 할 시점입니다. 각국 회원들이 함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교류를 더욱 활성화함으로써, 전통의학의 지속적인 학문적 발전과 세계 보건에의 기여를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50년사’에서는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ICOM)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는 2년마다 개최되며 국제동양의학회의 가장 중요한 활동 중의 하나로 동양의학 분야의 학문 발전을 위한 뛰어난 업적이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국제학술교류의 장입니다. 또한 국제동양의학 학술대회는 동양의학을 과학과 근거중심의 의학(EBM)으로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
경기도 공공병원서 ‘한의과’ 개설 마중물 될까(1일) -
‘호스피스에서의 희망’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김은혜 가천대 한의과대학 조교수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교수의 글을 소개한다. 현 의료체계가 말기 암 환자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기사에도 공공연하게 보도되고 있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호스피스·완화의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단 2개의 의료 직군 중에 한의사가 포함돼 있으나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은 부재하다. 그렇기에 한의계 내부에서도 수요에 대한 인지가 부족하고, 말한다 한들 막연한 두려움을 먼저 앞세우게 될 뿐이며, 설사 임상 현장에 일단 뛰어든다 한들 한의치료를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은 개인의 역량에 달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방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 수가 신설 ‘우리라서 이런 건가? 한의사만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 과제인가?’라는 의문을 붙들고 있던 순간, 교육을 진행하시던 의과대학 교수님께서 연자 소개를 위해 마이크를 잡으셨다. “어때요? 원래 하시던 일과는 좀 다르죠. 다학제 팀 회의도 그렇고, 치료 과정도 그렇고…”. 잠시 말을 멈춘 교수님은 쉽게 읽히지 않는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빛으로 우리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차분히 말씀을 이어갔다. “제가 같은 의사들한테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뭔지 알아요? 너 네가 하고 있는 게 ‘치료’ 맞냐, 사람을 살리는 게 치료지. 그건 돌봄일 뿐이라고. 심지어 옛날에는 이 돌봄이라는 행위들을 봉사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봉사하면서 왜 돈을 받으려고 하냐고 공격도 많이 받았고요. 하지만 이 돌봄이야말로 분명한 치료 행위이고, 여기에 대한 수가가 만들어진 것도 사실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 수가 신설하려고 고생하던 시절 생각하면 지금도 아득합니다.” 지난 5월, 동국대 분당한방병원이 입원형 호스피스 전문기관으로 신규 지정됐다. 모든 한방병원 중에서 최초로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은 사례이며, 한·양방을 통틀어 총 103곳의 입원형 호스피스 전문기관 중 단 1개의, 최초의 한의의료기관이 마침내 나온 것이기도 했다.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두 달 뒤, 한방병원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수가 체계가 신설됐다.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포괄수가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수가의 유무와 수준은 곧 기관의 존속과 직결된다. 더욱 의미 있는 점은 이 수가가 의과 병원급과 동일한 수준으로 책정되었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이렇게 되어야지’라고 생각하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았으며, 이 과정에서 고군분투하셨던 교수님들의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 참으로 감개무량했던 소식이었다. 살 수 있다는 확신만이 희망일까? 그러던 중, 그 수가를 최초로 만드셨다는 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순간 더 깊이 이입될 수밖에 없었다. 이어진 교수님의 말씀 자체 또한 말기 암 환자를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는 의료인이라면 가슴이 뭉클해질 수밖에 없는 내용이기도 했다. “그때부터, 지금도 여전히 저한테 ‘살리는 치료를 하러 와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여러분, 제가 질문을 하나 드려볼게요. 호스피스는 희망이 없는 곳인가요? 호스피스에 오신 분들은 희망을 버려야만 하나요? 희망이 뭘까요? 반드시 살 수 있다는 확신만이 희망일까요?” 이어진 말들은 환자들의 이야기였다. 3개월 선고는 받았지만, 아들의 결혼식은 꼭 참석하고 싶어 하는 환자의 소원을 끝내 들어주고, 몇몇 의료진들은 결혼식에까지 참석해서 다 같이 눈물을 흘렸던 일. 10대 여자아이가 말기 선고를 받고 왔기에 소원이 뭐냐고 물었더니(미성년자가 호스피스로 오게 되면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이벤트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었다고 한다) “교황님과 함께 세상이 사랑으로 충만해지길 함께 기도하고 생을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하기에 모두가 합심하여 소원을 들어줬던 일. 죽음만큼은 외롭지 않게 맞고 싶다는 환자의 부탁에, 오랫동안 끊겼던 가족과의 연을 어렵사리 다시 이어주어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한 일. 임종의 끝에 의료진들을 바라보며 ‘그간 고마웠다’라고 인사하고 웃으며 눈을 감으신 많은 분들의 이야기. 의학적으로는 모두 같은 ‘종결’ 상태에 이르렀지만, 그 과정은 결코 사소하거나 의미 없다고 치부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살리는 치료’가 무슨 의미인지는 저도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분들의 치료 과정이나 남은 생의 시간에 희망이 없었다고, 저는 감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꼭 한 번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호스피스에서의 희망’을 무엇이라고 생각할 것인지.” “한의계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존재” 교육이 끝난 뒤, 한 교수님이 조용히 나를 따로 부르셨다. “곧 소식 들릴 거로 알고 있습니다(당시는 동국대 기사가 공식적으로 나기 전이었다). 한의사분이 교육에 와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강의에 참여하는 걸 처음 보는데, 본인도 어떤 뜻이 있어서 그렇게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한의계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신에, 잘~~해주세요. 잘 해봅시다.” 호스피스·완화의료에서 한의계가 맡을 몫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 제도적, 임상적, 이론적, 체계적 모든 면모에서 이제 겨우 걸음을 뗀 수준이다. 그러나 분명히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며, 반드시 해야만 하는 과제가 있고, 무엇보다도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이 있다. 그 길 위에서, 우리가 우리만의 희망의 정의를 새롭게 써 내려갈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
상지대 한의대 학생들의 중국약과대학 2주 연수기 上상지대 한의대(학장 박해모) 학부생 9명은 지난달 중국 난징 소재 중국약과대학(China Pharmaceutical University, 이하 CPU)에서 진행된 국제중의학여름학교에 참여했다. ‘국제중의학여름학교(Jiangsu Summer Program)’는 중의학을 세계에 알리고, 중국과 외국인 학생들 간 교류를 더욱 촉진하기 위해 장쑤성 교육청이 개설한 2주 교육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학문적 몰입(Academic Immersion) △문화 체험(Cultural Experience)을 목표로, 전통의학 관련 언어 교육, 학술 강의와 세미나, 전통 중국의학 실습 체험, 병원·제약기업 견학, 문화 체험, 팀 프로젝트 등으로 구성됐다. 이에 본란에선 2회에 걸쳐 학생들의 프로그램 참여 소감과 한의학 교육이 나아갈 길에 대해 모색해보고자 한다. 김현덕 학생(본과 2학년) “본초학과 현대 연구의 접점” 한의학 공부 중 본초학에 대한 호기심을 실제 현장에서 확인하고 싶었다. CPU 프로그램에서는 음양오행과 장상학설, 설진·맥진 실습을 통해 상지대 진단학과 연결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본초학 강의에서는 신농본초경과 본초강목을 바탕으로 약물 배오 원리, 제형과 탕제 제작 과정을 배웠다. 한약이 단순한 허브가 아니라 물·공정·제형을 아우르는 복합체임을 확인했고, 성미·귀경을 넘어서 기전과 데이터 중심으로 이해를 확장했다. 마황·황련·부자 등 약재를 통해 알칼로이드 작용을 복습하고, 플라보노이드·테르페노이드 등 성분군을 국제적 학술 언어로 정리했다. ADC 등 최신 약리학 수업을 통해 전통 본초와 현대 약물이 만나는 지점을 이해했고, MSI 기반 연구와 면역·염증 연구는 본초학의 현대적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실습과 병원·제약사 견학으로 이론을 경험으로 연결했다. 뜸, 부항, 괄사·추나 체험과 위생 관리가 철저한 생산 현장은 전통이 산업과 결합되는 과정을 보여주었고, 다양한 국적 학생들과 토론하며 본초학이 공통 과학 언어로 확장될 가능성을 체감했다. 전준모 학생(본과 3학년) “생활과 교류로 확장된 두 주” 첫 해외 장기 체류였지만, 공항 픽업과 기숙사 적응, 현지 생활이 새로웠다. 나는 다양한 국적 학생들과 3조로 배정되어 Abdulaziz와 친해졌고, 첫 주는 강의와 전통무용, 병원 견학이 병행되었다. 둘째 주에는 이론과 실습이 본격화되었고, 특히 추나 체험은 근육 이완과 2학기 수업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저녁 시간에는 난징 부자묘, 야시장, 호수 공원 등에서 교류를 이어갔다. 마지막 발표에서 영상 프로젝트로 1등을 차지하며 동료와의 협업 경험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생활 차이도 흥미로웠다. 전기 스쿠터 중심 도로, QR코드 결제, 저렴한 물가와 푸세식 화장실, 언어 장벽을 경험하며 적응력을 키웠다. 작은 성공이 큰 성취로 이어졌고, 이번 경험에서 가장 남은 것은 사람과 교류의 가치였다. 학습과 생활, 관계가 어우러진 두 주였다. 이유경 학생(본과 1학년) “학문·문화·언어가 만든 균형의 배움” CPU 프로그램은 학문과 문화를 함께 배우는 자리였다. 오전에는 강의와 실습, 오후에는 견학과 체험이 이어졌다. 한의학과 중의학의 차이와 공통점을 비교하며 침과 약재의 진단과 철학 차이를 이해했다. 그룹 활동에서 한국 학생으로서 중의학 개념을 영어로 설명하며 지식을 재구조화했고, 자신감을 얻었다. 병원·제약사 견학과 기공 수업은 교과서 밖 현장을 보여주었다. 임상에서는 진료 절차를, 제약사는 위생과 안전 관리가 적용된 생산 라인을 관찰했고, 기공은 집중과 마음가짐을 길러주는 수련임을 체감했다. 자유시간에는 유적, 시장, 박물관을 탐방하며 문화적 다양성을 경험했다. 음식·언어·생활 방식의 차이를 동료와 함께 체험하며 학문과 문화가 서로 비추는 관계를 깨달았다. 이번 2주는 한의학 정체성을 확인하고, 국제 교류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실감한 시간이었다. 변나연 학생(본과 3학년) “현장에서 확인한 차이와 융합의 가능성” 전 세계 의·약학 전공 학생들이 모인 CPU 프로그램에서 본초, 방제, 침구학을 배우며 한국과 중국 임상 차이를 확인했다. 괄사 요법과 습부항의 차이는 문화와 환자 환경이 만든 선택임을 이해했다. 약학 강의에서는 MSI 기반 연구, AI와 빅데이터 적용 등 전통 본초가 현대 과학과 만나는 과정을 체험했다. 자연물 기반 항암제, 전달체 설계와 구조 최적화 연구는 전통과 현대가 상보적임을 보여주었다. 제약사 견학에서 생산 라인과 품질 관리 체계를 확인하고, 병원 견학과 결합하여 전통의학이 임상과 산업을 축으로 현대화됨을 실감했다. CPU 학생들과의 협업으로 학습이 풍부해졌고, 영어 토론을 통해 표현과 이해가 향상되었다. 차이 속에서도 공통 언어를 통한 융합 가능성을 확인한 경험이었다. 여현주 학생(본과 3학년) “전통의학과 문화, 교류 속 배움” CPU 캠프는 전통의학 이해를 넓히고 이론과 실습을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조별 활동과 장기자랑, 일상 공유로 국적과 전공이 다른 학생들과 친해졌다. 강의와 실습, 병원 견학을 통해 기공, 침, 부항, 괄사 등을 체험하고 약재실·탕전실·치료실을 둘러보며 임상 적용을 확인했다. 문화 체험에서는 월병 만들기, 타이다이 염색, 전통 체육대회를 통해 전통과 문화를 체감하고, 한국과의 공통점과 차이를 인식했다. 2주간 생활하며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우고,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면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번 캠프는 학문적 관심을 넘어 실제 삶과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했고, 향후 한의학 공부와 임상에서 의미 있는 자산이 될 것이다. -
KOMSTA 제179차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를 다녀와서<2>지난 8월 13일부터 19일까지, 한의사 5명과 일반 단원 10명으로 구성된 제179차 WFK 한의약봉사단은 우즈베키스탄 우르겐치 지역에서 의료봉사를 진행하였다. 3일 반의 이번 봉사에서는 1일차 209명, 2일차 435명, 3일차 419명, 4일차 206명의 환자를 진료하여, 총 1269명의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이름마저도 생소한 이곳, 우르겐치 우르겐치는 우즈베키스탄의 서쪽에 위치한 호레즘 주의 주도로, 인천에서 비행기로 7시간 떨어진 타슈켄트에서도 비행기로 1시간 30분을 더 가야 도착하는, 멀고도 생소한 도시이다. 이곳에서의 KOMSTA 활동도 이번 179차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외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그 나라의 냄새를 느끼길 좋아하는 나는, 우르겐치 공항에서 나와 ‘모래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였다. ‘모래 냄새가 나는 이 생소한 도시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고, 우리는 어떤 봉사를 하게 될까?’ 하는 상상과 함께, 우르겐치에서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모두의 마음이 모여 이루어낸 일 팀원 대다수가 해외 봉사활동은 처음인 사람들이었고, 그렇기에 서투르고, 허둥지둥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팀원들 모두, ‘팀을 위하는 마음’만은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들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무거운 짐을 내가 들으려는 마음, 아픈 단원을 조금이라도 더 쉬게 해주려는 마음, 힘든 일을 조금이라도 더 하려는 마음, 공항에서 봉사 장소까지 무거운 봉사 물품을 들고 가서 진료소를 세팅하고, 3일 반 동안의 진료를 무탈히 끝낸 것은 모두 이러한 마음들이 모여 이루어낸 일이라고 생각한다. 서툰 우즈베크어, 그러나 진실된 마음 봉사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통역 선생님들께 각자 필요한 우즈베크어를 배웠다. “누워주세요”,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세요”, “아픈가요?”, “안녕히 가세요” 정도의 짧은 문장이었다. 한의사 선생님들께서는 짧은 우즈베크어 속에 진심을 담아, 치료하는 손끝에 정성과 열정을 담아 환자들을 대했다. 눈과 눈이 마주하는 사이, 언어를 넘어서는 마음이 오고 갔다고 생각한다. 아픈 곳이 낫길 바라는 나의 마음이 그들의 마음속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웃으며 환자분들께 ‘라흐마트(감사합니다)!’라고 외쳐댔다.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들, 고려인 출국 비행기 안에서부터 ‘정말로 고려인 분들을 만나 뵐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었는데, 첫날부터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의 고려인 분들을 만나 뵐 수 있었다. 대부분 러시아어로만 소통할 수 있으셨지만 북한 말씨처럼 들리는 한국어를 드문드문 구사하셨고, 김씨, 이씨, 조씨, 신씨 등 한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성씨를 가지고 계셨다. 이곳에서도 한국어를 잊지 않도록 학교를 다니며 한국어를 배웠다고 하셨다.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며, 우리가 같은 뿌리를 가지는 같은 민족임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먼 옛날, 이분들의 조상님들이 척박하고 연고도 없는 이곳 중앙아시아로 이주당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 한편에서 울컥함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내가 이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한의학의 힘, 우르겐치에서의 지속적인 봉사 봉사 세 번째 날, 진료 시작 전에 한 어르신께서 한의사 선생님께 A4 한쪽을 빽빽이 채운 손글씨 편지를 주고 가셨다. 통역 선생님께서 “몇십 년 동안 앓던 두통이 침 치료를 통해 나아서 너무 감사하다”라는 뜻이라고 전해주셨다. 이 외에도 수많은 환자분께서 침 치료로 아프던 곳이 호전되었다고 말씀하셨고, 특히 아픈 허리가 많이 나아졌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마지막 날 방문한 젊은 여자 환자였는데, 고열과 흉통이 주소증이었다. 좀 더 이야기해 보며 난임으로 가정폭력을 당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같은 여자로서 마음이 아팠고, 상황 자체를 바꿀 수 없다면 지속적인 치료로 임신에 도움을 주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우르겐치 의과대학의 총장님과 봉사가 이루어졌던 병원의 병원장님 모두 상호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씀하셨다. 이번 봉사활동이 계기가 되어, 우르겐치에 더욱 꾸준히, 그리고 자주 KOMSTA의 손길이 닿을 수 있으면 좋겠다. 온 마음을 다해 감사합니다, 라흐마트 우르겐치에서 지내던 5일 내내 가장 많이 듣고, 또 가장 많이 한 말을 꼽자면 단연 ‘Раҳмат(라흐마트: 감사합니다)’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의 ‘라흐마트’는 손바닥을 가슴에 대며 인사하는 동작을 포함하는데, 이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사를 뜻한다고 한다. 환자분들은 치료가 끝나면 항상 이렇게 인사하며 온 마음을 다해 고마움을 표시하셨다. 이를 들을 때마다 마음에 깊은 울림이 느껴졌고, 나도 ‘라흐마트’라고 하며, 온 마음을 다해 감사함을 표현했다. 일주일간 우리 팀과 함께 여러 경험을 하며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KOMSTA에 온 마음을 다해 감사합니다. 함께한 팀원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봉사 전체를 총괄하고 이끌어주셨던 이승언 단장님, 안우식 팀장님. 쉼 없이 일하시며 여러 방면으로 봉사단을 도와주셨던 사무국 권수연, 김유리 선생님. ‘한의학’이라는 학문에 확신을 주신 이강욱, 김송은, 박재황 한의사 선생님. ‘함께 하는 일’의 가치를 알려주신 김선우, 류세나, 변다빈, 서예은, 송은찬, 임선우, 장다연, 천재원, 최인영 학생단원. 환자와의 대화에서 주축이 되어주신 통역 나리, 인디라, 자스미나, 세빈치, 파티마, 힐럴라, 다브런, 압바스 선생님.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소중한 인연을 오래 기억하며 이어나가고 싶다. 일상으로 돌아가 여러 일을 마주하며 봉사의 기억이 모두의 마음속에서 점차 흐려지겠지만, 함께 느꼈던 봉사의 온기를 작게나마 모두가 간직했으면 좋겠다. 그 온기를 또 다른 곳에서 나누며, 좀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본다. 나 또한 우르겐치에서 느꼈던 마음을 꼭 간직하며, 언제나 진심으로 진료하는 한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라흐마트! -
나는 한의사와 결혼했다3본란은 척추신경추나의학회의 MSU OMM Exchange Program에 함께한 웹툰작가 캐롯님의 동행기입니다. -
- '개원가 납량특집' 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