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진료비, 한 해 16조 6735억원국립재활원이 최근 발표한 ‘2020~2021 장애인건강보건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등록장애인은 263만명으로 전체인구의 약 5.1%에 해당하나, 총 진료비는 약 16조 6735억원으로 국민 전체 진료비 95조 7628억원의 17.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약 657.4만원으로 비장애인 1인당(159.6만원) 및 비장애노인 1인당 진료비(404.7만원)에 비해 각각 4.1배, 1.6배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장애노인의 경우 연간 총 진료비는 약 9.8조 원으로 장애인의 연간 총 진료비의 58.7%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약 757.7만원으로 비장애노인의 1인당 연평균 진료비 약 404.7만원 보다 1.9배 높은 약 353만원 차이를 보였다. 요양기관별 장애인의 의료이용, 한의원 7.0% 장애유형별 1인당 연평균 진료비를 살펴봤을 때 내부장애로는 신장(3,089.8만원), 간장애(1,860.5만원)가 다른 장애유형에 비해 월등히 높고, 외부장애로는 뇌병변 장애가 1,269.2만원으로 다른 유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장애유형별 1인당 연평균 본인부담금은 108만 5,343원이었는데, 내부장애의 경우 신장장애가 287만원, 외부장애는 뇌병변장애가 223.2만원으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진료비 지출 상위 5%인 고액 진료비 사용하는 장애인구는 총 12만 6817명으로, 1인당 연평균 4,910만원을 지출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전체 장애인 진료비 중 37.1%에 해당하는 금액 6조 2,266억 원을 지출 하고 있었다. 장애유형별로는 간 9,619만원, 심장 8,179만원, 호흡기 7,176만원, 안면 6,431만원, 자폐 6,041만원으로 높은 순이었다. 요양기관별 장애인의 의료이용은 의원(35.6%)과 약국(30.1%)이 높고, 종합병원(9.9%), 한의원(7.0%), 병원(5.3%) 순으로 집계됐다. 이는국민 전체의 의료이용이 의원(37.4%), 약국(34.2%), 한의원(7.1%)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비슷한 비율과 분포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요양병원(3.4배), 종합병원(1.7배)의 경우 의료이용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유형별 요양기관의 의료이용은 장애유형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적이다. 전체 장애인과 비교했을 때, 지체 장애인은 종합병원(7.4%) 이용이 낮은 반면, 의원(35.9%)과 약국 이용 비율이 높고, 뇌병변 장애인은 종합병원(13.0%)과 상급종합병원(6.9%) 이용이 많았다. 시각, 청각, 언어, 안면 장애인은 전체 장애인과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내부 장애인(신장, 심장, 호흡기, 간, 장루·요루, 뇌전증)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이용 비중이 전체 장애인에 비해 뚜렷이 높았다. 정신적 장애인(지적, 자폐성, 정신장애)은 전체 장애인에 비해 병원 이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성을 보이며, 특히 정신 장애인은 상급종합병원(2.8%) 이용이 낮은 반면, 병원(14.2%) 이용이 높은 특징이 있었다. 장애인 1인당 연평균 의료기관 입·내원일수 54.9일·입원일수 21.5일 장애인 1인당 연평균 의료기관 입·내원일수는 54.9일로, 비장애인 17.2일에 비해 3.2배 높았다. 또한 장애인 1인당 연평균 의료기관 입원일수는 21.5일을 기록해 비장애인 2.1일 대비 약 10.2배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장애인의 1인당 연평균 의료기관 외래일수는 33.4일이며, 이는 비장애인 15.1일 대비 약 2.2배다. 이처럼 장애인 1인당 연평균 입원일수는 비장애인 대비 10.2배 높은 반면, 외래진료일수는 2.0배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외래 진료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여 상태가 악화되었거나 외래의료서비스의 제한으로 불가피하게 입원진료를 택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립재활원은 매년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여 장애인 건강증진 및 보건의료 정책 수립을 위한 근거자료 제공을 목적으로 한국사회보장정보원,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청의 협조를 받아 국가 단위의 장애인 건강데이터베이스인 ‘장애인건강보건통계’를 작성하고 있다. -
한의협-엘비스, 뇌 기초·임상 의학 연구 업무협약 체결(2일) -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20정민형 대구한의대 한의예과 1학년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전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학생회연합 소속 한의대 학생들에게 학업 및 대학 생활의 이야기를 듣는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를 게재한다. “한의예과 진학을 결심한 이유는?” 매번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이다. 처음에는 단순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이나 한문 같은 과목을 좋아해서 한 선택이, 여기까지 오게끔 만들었다. 결심부터 결실까지의 과정을 거치며, 질문에 대한 답이 점점 영글어 갔다. 공부를 할수록, 교과목에 대한 흥미와 사람들에게 느끼는 특유의 헌신 정신을 사회에 선한 방향으로 기여하는데 사용하고 싶었고, 그 마음은 내가 한의학을 더 알아가면서 느꼈던 한의학의 방향성과도 일치했다. 대구한의대 한의예과에 입학하는 신입생으로서, 이번 기고 활동이 도입의 첫 질문처럼 성찰의 계기로 느껴지기에 큰 감사를 느낀다. 아직 본격적으로 학교생활을 해보진 않았지만, 한의대 생활에 초점을 맞춰 입학 전인 이 시점까지 있었던 일들을 풀어나가 보고자 한다. 한의예과 진학을 위한 노력 한의예과 입학을 위해 고등학교 교과과목 공부와 학생부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였지만,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부분은 마음가짐을 단정히 하는 것이었다. 나의 삶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명확한 목표를 이루려고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교과과목들에 대한 흥미가 한의예과 진학 희망에 크게 기여한 것은 맞지만, 한의예과를 목표로 한 이상 단순한 정도의 관심만 갖는 것은 부족하겠다는 생각에 한의예과(와 한의학)에 관련된 탐구와 체험 활동을 하면서 대학 입학을 준비했다. 대표적인 활동 세 가지를 소개해 보겠다. 우선 독서 활동이다. 한의학 교수가 저술한 청소년용 한의학 도서를 읽으며 한의학이 어떤 학문인지, 한의사가 되려면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대학에 가서는 어떤 공부를 하는지 등을 알아봤다. 이 책을 읽은 후 독서감상문을 비롯한 여러 가지의 글들을 작성하면서 책에서 배웠던 내용들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읽었던 다른 도서로는 입문자를 위한 한의학 용어 사전이 있다. 한의학 용어를 세부 분야별로 분류해 한자와 그 뜻을 제시한 책이었는데, 인체와 관련된 한자에 집중하며 책을 읽었다. 읽은 후에는 이 책과 인터넷 사전의 도움을 받아 나만의 한의학 인체 용어 사전을 만들었는데, 인체의 대표적인 기관들을 뜻하는 한자, 그 부수와 뜻, 용례를 직접 손으로 적어 보며 나의 한자 지식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나갔다. 특히, 배 복(腹), 간 간(肝), 창자 장(腸) 등의 한자에서 좌측에 위치하며 몸을 의미하는 육달월 부수가 기억에 남는다. 이 활동을 통해 형성자의 원리를 이용해 대학 진학 후 모르는 한자가 나와도 부수를 통하여 의미를 유추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두 번째 활동은 한의원 방문이다. 한의원에 직접 방문해 치료를 받아 보며 책에서 읽었던 한의학적 치료의 특징을 몸소 체험했다. 한의학은 종합적인 특성을 지닌다고 배웠다. 다시 말해, 어느 한 부분이 아프다고 하면 그 부위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위에도 치료를 해 몸의 조화를 맞추어야 한다는 원리에 기반한 특성이다. 축구공에 엄지손가락을 맞아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던 방문 당시, 몸의 다양한 부위에 침을 맞으면서 한의학적 특징을 직접 몸으로 느껴볼 수 있었다. 마지막 활동은 고등학교 교과시간에 했던 활동이다. 학교 과제로 수행했던 조사와 발표 활동은 진로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우선 일본어 시간에는 ‘한·일 직업 비교하기’라는 과제를 수행했는데, 한의사가 되고 싶었던 나는 한국 한의사와 일본 한의사를 모두 알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조사를 통해, 일본에는 한의사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아 의사가 한의학을 공부해 한의치료를 수행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직업 비교 활동을 통해 양국간 의료체계의 차이를 파악할 수 있었으며, 진학 후 학생이나 한의사로서 외국과의 한의학 교류가 있을 때에도 이러한 차이점들을 고려해야겠다고 느꼈다. 영어 시간에는 한의학과 관련된 내용을 영어로 발표하는 활동을 했다. 피부의 흡수력을 다룬 영어 지문을 읽은 후에는, 한의학에서 피부에 시행하는 뜸 치료를 영어로 소개하고, 더불어 개인적인 느낌의 정도를 숫자 지표로 표현하는 내용의 지문을 읽은 후에는, 한의학에서의 진단 절차인 사진(四診)과 라포 형성에 관한 내용을 영어로 발표했다. 이는 한의원에 방문했을 때 한의사 선생님께 아픔의 정도를 숫자로 표현하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던 경험을 살린 발표 활동이었다. 의사와 환자 간의 유대감인 라포를 잘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문진(사진 중 세 번째에 속하며, 문답 과정을 통해 환자의 정보를 얻는 절차) 과정에서 숫자 표현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환자에게 친절하게 다가가야 함을 되새길 수 있었다. AI캠프서 한의사에 필요한 융합적 사고와 지식쌓아 대구한의대 합격 이후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어느 정도의 기간이 있었는데, 이 때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대구한의대 SW·AI 캠프에 참여했다. 평소 컴퓨터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컴퓨터를 전공하지 않더라도 관련 교양지식을 쌓아 놓는 것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었다. 내가 다닐 학교에 대해 알아보고, 또 앞으로를 살아가기 위한 컴퓨터 관련 정보를 습득하고 싶어 해당 캠프에 지원했다. 1박2일의 일정으로 진행된 이 캠프는 학교의 기숙사를 숙소로 제공해 주었는데, 이 기숙사가 내가 학교에 입학 후 지낼 곳이기 때문에 미리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번 SW·AI 캠프의 강의는 학교의 교수님들께서 맡아 주셨다. 이틀이라는 시간 동안 학생들이 즐길 수 있고 또 많은 것들을 배워갈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알차게 구성돼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모형 자동차를 엔트리(entry)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동차 주행법을 조종하는 명령문을 만들고 시행하는 것이었다. 주어진 제시문들을 수정하고 배열한 대로 자동차가 움직이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캠프 도중 코딩 프로그램과 관련 교수님께 질문을 드린 적이 있는데, 그때 교수님께서 답변해 주신 내용이 인상 깊었다. 한의사에게 전공자 수준의 코딩 프로그램과 코딩 능력이 요구되지는 않지만,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프로그램의 간단한 틀을 잡아 놓으면, 협력 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한의사 활동(한의원 운영 등)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탄생할 수 있기에 한의사(가 되려는 한의대생들)도 관련 교양지식을 쌓아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답변을 듣고 이번 캠프에 참여한 것이 앞으로의 미래를 고려한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에 보람을 느꼈고, 대학 진학 후에도 계속하여 컴퓨터 관련 지식을 배워 놓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캠프 시간을 통해서도 느꼈듯이, 융합적 사고와 지식은 앞으로의 직업 활동에 있어서 대체불가한 자산이 될 것이다. “한의예과 진학은 어떠한 선택이었는가?” 위에서 소개한 고등학생 시절 활동들을 통해 한의대에 입학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고, 또 입학에 앞서 진행된 교내 캠프를 통해 앞으로의 학교 생활을 미리 체험해 보기도 하였다. 그 과정들을 거치고 지금의 나를 마주하며 느끼는 점은 다음과 같다. 대학생이 되며 주어지는 자율성은,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만든다. 학생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교내 활동도 많아지고, 캠퍼스 내외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 또한 풍성해진다. 다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감도 지녀야 함을 스스로 명심해야 하겠다. 도입에서 언급했던 ‘선한 기여’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마음에는, 대학 생활에서 길러갈 능력을 통해, 내가 속한 이 세상에 받은 사랑을 베풀며 살아가겠다는 사명감이 담겨 있다. 나의 학과와 나의 미래 직업이 나의 사명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쓴다. 그리하여 미래에는 내 스스로가 “한의예과 진학이 어떠한 선택이었는가?”라는 질문에 보람과 자긍심을 느끼며 대답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
[기자수첩]불분명한 챗GPT의 명과 암어렸을 적 만화 속에서 숙제를 대신해주는 로봇을 보며 신기해했던 경험은 누구에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더 이상 TV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현재는 숙제를 대신해주고, 심지어는 논문·판결문도 작성해주는 인공지능(AI) ‘챗GPT’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의료계가 AI를 경쟁상대로 여겨 도입 자체를 반대한다는 것도 옛말이 됐다. 현재 일부 한의원에서는 AI 로봇을 통해 환자 접수를 돕는 데 이용하는 등 어떻게 하면 AI를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챗GPT의 등장으로 인해 의료계에서 AI를 활용하는 흐름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챗GPT가 환자의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의료진에게 진료 시 꼭 필요한 정보만을 전달해 현재의 의료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는 전망도 지속되고 있다. 문뜩 한의계가 어떻게 챗GPT를 활용할 수 있을지 궁금해져 챗GPT에게 직접 물어봤다. 챗GPT는 “한의학 용어 등을 챗GPT가 학습하면 이를 기반으로 환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답했다. 다만 이를 위해선 법적 문제가 사라져야 한다고 부연설명을 달았다. 챗GPT는 미국의사시험을 통과하고 의학논문마저 작성할 정도로 똑똑하지만, 간단한 질문에 대해서는 이상한 답변을 도출하는 등 불완전성을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챗GPT의 불완전성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꼬집는다. 잘못되고 편향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의 AI는 잘 모르는 질문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대답했지만, 챗GPT는 어떻게든 답을 도출해낸다. 해당 답변이 맞든 틀리든 상관없이 말이다. 더욱이 현재 챗GPT는 한의계와 관련해 편향되고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기자는 챗GPT에게 ‘열이 39도까지 올랐고 기침이 나니까 나을 수 있는 방법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을 했다. 챗GPT는 “물을 많이 마시고, 찬물로 목욕하면 체온을 낮출 수 있다”고 추천하며, 만약 증상이 심하면 병원에 가라고 답변했다. 이번에는 해당 증상이 있을 시 한의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챗GPT는 “(양)의사를 방문하는 게 좋다”면서 “만약 한의원을 선호한다면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발열과 기침은 증상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진료를 받는 게 좋다”고 대답했다. 사실상 한의원 대신 양의원에 가라고 말한 것이다. 더 우려되는 점은 가까운 미래에는 한의원을 들린 환자들이 “챗GPT에 물어봤더니 거기 아픈 건 그냥 약만 먹어도 된다고 했다”, “챗GPT가 그렇게 치료하는 거 아니라고 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전문가는 “챗GPT가 제공하는 정보는 결국 인간을 통해 가공되는 2차 정보이기 때문에 걸러 들을 필요가 있다”면서 “이용자들도 챗GPT를 이용할 때 100% 신뢰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다만 일반 대중들이 챗GPT의 대답을 100% 신뢰하지 않고 참고용으로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챗GPT를 유용한 도구로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리 앞에 등장한 새로운 기술이 악용되지 않도록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한의계에서는 챗GPT가 한의약에 대해 올바른 대답을 제공할 수 있는 근거중심의 1차 정보 제공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적어도 챗GPT가 한의학-양의학에 대한 선택에 있어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지속될 때 챗GPT를 비롯한 AI가 환자들에 미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것이며, 다가오는 미래에 챗GPT를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한의사로서의 전문성, 환경운동에도 도움 돼”김나희 한의사 환경 보호보다 개발이 우선되는 현재, 환경 보호를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한의사가 있다. 바로 김나희 한의사가 그 주인공이다. 김나희 한의사는 대학생 때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 총회에서 NGO로 참여해 교토의정서가 채택될 때 더 급진적인 내용의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시위에 참여하면서 환경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물론 활동이 쉽지만은 않았다. 한때 열심히 진행했던 새만금갯벌 살리기 운동이 결국에는 실패로 돌아가면서 한참 동안 ‘새만금’이라는 단어를 덮어두고 지내기도 했다. 새만금이라는 드넓은 연안을, 서울보다 부산보다 넓은 갯벌과 하구를 한 평도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분노를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졸업하고 난 뒤에는 생업에 집중하면서 활동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하지만 새만금갯벌을 주제로 한 영화 ‘수라’를 보면서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됐다. 지금까지도 묵묵히 새만금 갯벌을 모니터링하고 현장을 지켜오던 시민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환경운동가로 활동 중인 김나희 한의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현재 중점을 두고 진행하는 환경운동은? 새만금갯벌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부안 쪽은 쳐다보기도 싫었는데, 어느날부터 ‘새만금 갯벌 살아 있다, 신공항 중단하라’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속으로 ‘살아 있긴 뭐가 살아 있어’ 싶으면서도 어떤 미련퉁이들이 또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싸움을 하는 걸까 싶었다. 그런데 믿기지 않게도, 정말 아직 살아 있었다. 현재 정부에서는 갯벌을 매립해서 새만금 신공항이라는 것을 짓겠다고 하고 있다. 직접 가보면 알겠지만 그곳은 배후 인구가 적고, 이미 바로 옆에 군산공항이 있는데 매년 30억원의 적자가 나고 있다. 한국의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가치가 높기 때문에 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 또한 안전 문제도 있다. 새만금은 황새, 저어새, 도요새 등 멸종위기 철새들을 비롯해 수많은 새가 하늘을 뒤덮는 곳이다. 항공기와 새들의 충돌 위험이 매우 높고 규정상 공항을 지을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대전으로 이사온 후 세종시 국토부와 환경부 청사 앞에서 1년 넘게 농성 중인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천막을 자주 찾아가고 있다. 또한 새만금신공항뿐 아니라, 탄소배출을 하는 다른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고 있는 정부에 대해 에너지공공성과 교통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생태파괴를 멈추라는 ‘기후정의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4월14일에 세종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Q. 과거에 진행했던 활동 중 기억에 남는 활동은? 핫핑크돌핀스라는 해양동물보호단체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돌고래와 고래의 집은 수족관이 아니라 바다’라는 캠페인을 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해왔다. 그러던 중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리 단체에서 늘 하던 이야기가 우영우 대사로 거의 그대로 방영됐다. 핫핑크돌핀스에서 하던 것처럼 1인 시위를 진행하는 장면도 나왔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가 누구에게 전달되기는 하는 걸까 늘 궁금했는데, 전달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드라마 방영 이후로는 1인 시위를 진행할 때 지나가는 시민들의 반응이 훨씬 우호적이고 관심도 많아졌다. Q. 한의사 이력이 환경운동에 도움이 되는지? 우선 다른 활동가들이 아플 때 조언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다. 양의사와는 다르게 한의사는 침과 알코올솜만으로도 기본적인 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 많다. 활동가들이 다들 바쁘게 살고 잠도 못 자면서 일할 때가 많아 생활습관에 대한 코칭을 해줄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람의 건강, 동물의 건강, 지구의 건강이 모두 연결돼 있다는 ‘One health’도 한의사에게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개념이어서,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관점에서 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교육이사로 활동 중인데, 엄마와 아기에게 이로운 모유수유가 탄소배출도 적게 하고 송아지와 엄마 소의 고통도 유발하지 않아 사람-동물-지구 모두에게 이롭다는 것을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하면서 늘 경이로움을 느끼곤 한다. 채식 이야기를 할 때도 한의사로서 갖는 전문가의 위치가 말에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기후운동이나 건강권이란 다른 지식들이 연결될 때 재미를 느낀다. Q. 동료 한의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한의학 자체가 양의학보다는 쓰레기도, 탄소배출도 적게 하는 편이다. 다만 아직도 환경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한약 파우치를 재사용하는 다회용기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 환경운동에 참여하고 싶다면 모임에 참여하거나 관련 기사를 공유하는 등의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는 걸 추천하고, 후원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는 우리 모두를 강타하는 큰 위협인 만큼 모든 사회의 모든 수준에서 다뤄져야 한다. 한의사들도 동료 한의사, 환자, 직원, 가족 등 만나는 사람들에게 ‘기후위기 어떻게 생각해? 얼마나 걱정돼? 우리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들을 평상시에도 던져봤으면 좋겠다. 이 문제는 우리 공동의 과제라는 공동감각이 생겨나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246)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63년 신길구 교수(경희대 한의대의 전신 동양의약대학 본초학 교수)는 우리 언어 속에 깃들어 있는 한의학 내용을 담고 있는 속담을 『醫林』 제35호와 36호에 조사해 정리하였다. 申佶求(1894∼1974)는 한국 본초학의 금자탑을 쌓은 한의학자이다. 아래에 그 내용을 정리한다. ◦割不正不食(禮記): 음식을 조리한 것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은 것은 먹지 않는다는 뜻.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약방에 감초 ◦고름(膿)이 살 되랴. ◦고비에 인삼: 일이 공교롭게 된 것. ◦사후약방문 ◦毒藥苦口利於病 ◦공것이라면 비상(砒礵)도 먹는다. ◦급히 먹는 밥이 목이 멘다. ◦긴병에 효자 없다. ◦나라님이 약이 없어 죽나.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 ◦네 병이야 낫든 안 낫든 내 약값이나 내라. ◦더운 죽에 혀 데기. ◦덴데 털 안 난다. ◦도끼를 무디면 날을 갈아 써도 사람은 죽으면 그만 ◦도둑개 살 안 찐다. ◦돈이 많으면 두역신(痘疫神)을 부린다. ◦돋구고 뛰어도 복사뼈라. ◦염병에 까마귀소리. ◦돌을 차면 발부리만 아프다. ◦싸고 싼 사향도 냄새 난다. ◦어질병이 지랄병이 된다. ◦동풍 맞은 익모초 ◦동풍에 떨어진 모과 덩이 ◦두부먹다 이 빠진다. ◦씨도둑 못한다. ◦아는 것이 병 ◦들으면 병이오 안 들으면 약이다. ◦등따시면 배부르다. ◦작게 먹고 가는 똥 누지 ◦저승길과 변소길은 대신으로 못 간다. ◦적게 먹으면 약주요 많이 먹으면 妄酒다. ◦저 잘난 맛에 산다. ◦종기가 커야 고름이 많다. ◦때린 놈은 다릴 못 뻗고 자도 맞은 놈은 다리 뻗고 잔다. ◦죽을 병에도 약이 있다. ◦뜨거운 국에 맛 모른다. ◦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맛이다. ◦맛없는 국이 뜨겁기만 하다. ◦맛있는 음식도 늘 먹으면 싫다. ◦맥도 모르고 침통 흔든다. ◦소경의 丹靑 구경 ◦물은 건너보아야 알고 사람은 지내보야야 안다. ◦미련은 먼저나고 슬기는 나중난다. ◦배먹고 이딱기 ◦백년을 다 살아야 3만 3천일 ◦벙어리 냉가슴 앓듯 ◦병들어야 설움을 안다. ◦병주고 약준다. ◦비지에 부른배가 軟藥菓도 싫다.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기고 범은 죽으면 가죽을 남긴다. ◦사람의 맘은 조변석개이다. ◦산사람의 입에 납거미줄 칠까. ◦살찐 놈 따라 붓는다. ◦三年救病에 不孝난다. ◦삼정승 부러워말고 내 한몸 튼튼히 가지라. ◦선 의원이 사람 죽이고, 선무당이 사람 살린다. ◦세월이 약이다. ◦언 발에 오줌누기 ◦열흘 굶어 군자가 없다. ◦오유월에도 얼어 죽는다. ◦위하는 아이 눈이 먼다. ◦의원이 제 병 못 고친다. ◦이가 없으면 잇 몸으로 살지. ◦이레 안에 경풍에 죽으나 여든에 상한병에 죽으나 죽기는 일반이다. ◦칠년병에 삼년 묵은 쑥을 찾는다. ◦키 크고 묽지 않은 놈 없다. ◦팔 고쳐주니 다리 부러뜨렸다고 한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 ◦앓던 이 빠진 듯. ◦감기고뿔도 남을 안 준다. ◦긁어 부스럼 ◦염병에 땀을 못낼 놈. ◦내 손톱에 장을 지져라. ◦늙으면 아이된다. ◦말똥도 모르고 馬醫노릇한다. ◦병이 양식이다. ◦병 자랑하여라. ◦병은 한가지 약은 천가지. ◦부스럼이 살 될까. ◦늙고 병들면 눈먼 새도 안 앉는다. ◦십년감수했다. ◦십리를 못가서 발병난다. ◦앓느니 죽지. ◦얻은 죽에 머리가 아프다. ◦얼어 죽고 데어 죽는다. ◦오줌에도 데겠다. ◦울며 개자먹기 ◦웃음 끝에 눈물. ◦쑥스럽다. ◦입술 없으면 이가 시리다.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 ◦자식 겉 낳지 속은 못 낳는다. ◦잔뼈가 굵어진다. ◦잠꾸러기 집은 잠꾸러기만 모인다. ◦저녁에 불장난하면 밤에 오줌싼다. ◦밥먹고 자면 죽어서 소된다. ◦정승될 아이는 고뿔도 안한다. ◦죽을 병에도 살 약이 있다. ◦죽음에는 편작도 할 수 없다. ◦철들자 망령. ◦키크고 싱겁지 않은 사람없다. ◦허물이 커야 고름이 많다. ◦학질을 뗀다. ◦항문이 더럽다고 도려벌릴 수 있나. -
중약 조인안신교낭의 불면증 치료 효과는?[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의 ‘근거중심한의약 데이터베이스’ 논문 중 주목할 만한 임상논문을 소개한다. 권찬영 동의대학교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KMCRIC 제목 불면증에 대한 중약 조인안신교낭의 효과: 실패한 임상시험이 남긴 교훈 서지사항 Birling Y, Zhu X, Avard N, Tannous C, Fahey PP, Sarris J, Bensoussan A. Zao Ren An Shen capsule for insomnia: a double-blind, randomized, placebo-controlled trial. Sleep. 2022 Feb 14;45 (2):zsab266. doi: 10.1093/sleep/zsab266. 연구 설계 2-arm double-blind randomized placebo-controlled trial. 연구 목적 불면증 치료에서 중약 조인안신교낭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 질환 및 연구대상 DSM-5를 사용해 불면증으로 진단됐으며, Insomnia Severity Index(ISI) 점수가 10점 이상인 성인 환자들. 시험군 중재 조인안신교낭군(n=38): 4주의 중재 기간 동안 취침 1시간 전 조인안신교낭 캡슐 3개씩 복용. 대조군 중재 플라세보군(n=47): 4주의 중재 기간 동안 취침 1시간 전 플라세보 캡슐 3개씩 복용. 평가지표 ◎ 일차 평가지표: Insomnia Severity Index(ISI), 이상반응 발생. ◎ 이차 평가지표: Depression Anxiety Stress Scale 21-item, Assessment of Quality of Life, Fatigue Severity Scale, Consensus Sleep Diary, Actigraphy. 평가 시점: 개입 전(baseline), 개입 중간(Week 2), 개입 후(Week 4), 추적 관찰(Week 8). 주요 결과 모든 평가지표에 대해, 모든 시점에서 조인안신교낭군과 플라세보군 간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음(p>0.05). 저자 결론 조인안신교낭은 불면증 치료에서 안전했고, 나은 수용성 (acceptability)과 내약성 (tolerability)을 보였으나, 플라세보에 비해 더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기존 근거들에서는 이 한약이 불면증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발견했으므로, 이번 임상시험의 결과는 임상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량보다 더 적게 사용함으로 인했을 수 있다. KMCRIC 비평 이번 이중-맹검 무작위화 대조군 임상시험은 중국에서 불면증 치료에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중약인 조인안신교낭(枣仁安神胶囊)(산조인, 오미자, 단삼으로 구성)의 효과성을 평가하고자 했다. 참고로, 2020년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에서는 이미 19편의 임상시험을 분석해 이 중약이 불면증에 대하여 플라세보와 비교해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유의하게 더 우수하고, 벤조디아제핀 수용체 효현제와는 유의한 차이가 나지 않다는 것을 보고한 바 있다. 하지만, 기존에 보고되어온 임상시험들의 방법론적 질이 낮다는 한계점이 동시에 지적되었다[6]. 따라서 이번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은 엄격한 방법론을 준수해 불면증에 대한 이 중약의 치료 효과를 평가하고자 한 것이다. 참고로, 이 임상시험은 중국이 아닌 호주의 웨스턴시드니대학교(Western Sydney University)에서 시행됐다. 연구진은 DSM-5를 사용해 불면증으로 진단됐으며, Insomnia Severity Index(ISI) 점수가 10점 이상인 성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1주간의 플라세보 도입기(placebo run-in: 이 기간 동안 플라세보 반응에 따른 대상자 처리는 불분명하게 기술됨)를 거친 뒤, 1:1 비율로 무작위로 치료군과 대조군으로 배정하고, 각각 4주간 조인안신교낭 치료 또는 플라세보 치료를 실시했다. 주요 결과지표는 ISI와 이상반응 발생이었고, 이차 결과지표는 우울, 불안, 스트레스(Depression Anxiety Stress Scale 21-item), 삶의 질(Assessment of Quality of Life), 피로(Fatigue Severity Scale), 그리고 수면 일지(Consensus Sleep Diary)와 액티그래피로 평가한 수면지표가 포함됐다. 포함된 환자들에서 치료 전 ISI 평균 점수는 14.7점으로 중등도 수준의 불면증에 속하는 불면증 중증도를 보였다. 44주간의 개입 후와 개입 종료 1개월 후 추적 관찰에서, 주요 결과지표인 불면증 중증도를 비롯, 어떤 결과지표에서도 조인안신교낭군은 플라세보군과 비교할 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또한 4주 치료 후, 유효율(ISI 점수에서 7점 이상 감소)과 중의 변증 점수에서도 양 군 간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중의 변증 점수로 평가된 각 변증별 점수는 ISI로 평가된 불면증 정도 개선의 예측 인자가 아니었다. 저자들은 연구 결과를 해석하기로, 연구에서 사용된 조인안신교낭의 용량이 임상에서 사용하는 용량에 비해 적으므로 플라세보군과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고찰하고 있다. 실제로 제품 설명서에는 취침 전 조인안신교낭 캡슐 5개를 복용하도록 되어 있으나, 임상시험에서는 캡슐 3개를 복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연구 결과 논문과 프로토콜[7] 모두에서 대상자들에게 왜 캡슐 3개로 복용하도록 한 것인지는 설명이 되어있지 않다. 이외에도 저자들은 조인안신교낭군과 플라세보군 간의 유의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은 잠재적 원인을 제시하고 있는데, 치료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찾아낼 표본 크기가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 바닥 효과(floor effect: 포함된 대상자들 중, 경증 불면증이 있는 환자들은 본래 불면증 정도가 심하지 않았으므로, 개선되더라도 그 개선 효과 및 대조군과의 차이가 작게 보일 수 있음)로 인해 전체 치료 효과의 크기가 감소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이러한 사유들은 각각, 기존의 연구 결과들을 기반으로 치료 기간과 목표 표본 크기를 설정했다는 점, 대상자 중 중등도 또는 중증 불면증 환자들로 제한한 하위 그룹 분석에서도 모든 결과지표에서 대조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 임상시험의 한계점은 더 지적될 수 있는데, 연구진은 1:1 비율로 참가자들을 무작위화했다고 보고했지만 치료군과 대조군의 참가자 수는 각각 38명, 47명으로 비교적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에 대해, 저자들은 플라세보 도입기 동안 탈락률의 불균형으로 인해 치료군과 대조군의 참가자 수에 불균형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저자들이 기술한 무작위화의 절차는 플라세보 도입기 이후에 1:1 비율로 무작위화를 실시한 것으로 되어 있으므로 치료군과 대조군의 참가자 수가 갖는 이러한 불균형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된다. 또, 참가자들에게는 임상시험 기간 동안 불면증에 관련된 다른 치료를 받지 말도록 했지만 응급 약물의 사용은 허용됐는데, 치료 결과의 분석에서 치료군과 대조군의 응급 약물 사용이 분석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이다. 마지막으로 개입 전 참가자들의 각 변증별 중의 변증 점수는 ISI 점수 개선의 예측 인자가 아니었다고 저자들은 분석했는데, 이 중의 변증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어떤 도구가 사용된 것인지, 이 도구에서는 어떤 변증을 평가하는지, 대상자들에서 각 변증의 비율은 어떠한지에 대한 정보가 불분명하다. 이 연구는 사용된 중약의 엄격한 질 관리가 이루어졌고, 중국 외의 국가에서 시행된 연구이며(하지만 대상자들의 국적은 불분명함),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에서도 전화를 통해 평가를 시행하는 등 연구진의 노력과 어려움이 엿보이는 임상시험이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아쉬운 점들이 지적될 수 있으며, 연구진의 후속 임상연구에서는 약물의 용량, 목표 대상자의 수, 치료 기간 등의 측면에서 더 개선된 임상시험이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본 임상시험은 저자들 스스로도 지적하는 여러 설계상 한계점들로 인해 불면증에 대한 중약의 효과를 밝히기 어려웠지만, 이 한계점들은 중약뿐 아니라 향후 한약 임상시험을 준비하는 우리 한의사들에게도 충분히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준다고 사료된다. 참고문헌 [1] Chung S, Cho SW, Jo MW, Youn S, Lee J, Sim CS. The Prevalence and Incidence of Insomnia in Korea during 2005 to 2013. Psychiatry Investig. 2020 Jun;17(6):533-540. doi: 10.30773/pi.2019.0218. [2] Hassinger AB, Bletnisky N, Dudekula R, El-Solh AA. Selecting a pharmacotherapy regimen for patients with chronic insomnia. Expert Opin Pharmacother. 2020 Jun;21(9):1035-1043. doi: 10.1080/14656566.2020.1743265. [3] Mitchell MD, Gehrman P, Perlis M, Umscheid CA. Comparative effectiveness of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for insomnia: a systematic review. BMC Fam Pract. 2012 May 25;13:40. doi: 10.1186/1471-2296-13-40. [4] Koffel E, Bramoweth AD, Ulmer CS. Increasing access to and utilization of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for insomnia (CBT-I): a narrative review. J Gen Intern Med. 2018 Jun;33(6):955-962. doi: 10.1007/s11606-018-4390-1. [5] Son C, Lim YC, Lee YS, Lim JH, Kim BK, Ha IH. Analysis of Medical Services for Insomnia in Korea: A Retrospective, Cross-Sectional Study Using the Health Insurance Review and Assessment Claims Data. Healthcare (Basel). 2021 Dec 22;10(1):7. doi: 10.3390/healthcare10010007. [6] Birling Y, Jia M, Li G, Sarris J, Bensoussan A, Zhu X. Zao Ren An Shen for insomnia: a systematic review with meta-analysis. Sleep Med. 2020 May;69:41-50. doi: 10.1016/j.sleep.2019.12.023. [7] Birling Y, Bensoussan A, Sarris J, Avard N, Zhu X. Zao Ren An Shen capsule for chronic insomnia: Study protocol for a randomized, placebo-controlled trial. Medicine (Baltimore). 2019 Apr;98(14):e14853. doi: 10.1097/MD.0000000000014853. KMCRIC 링크 https://www.kmcric.com/database/ebm_result_detail?cat=RCT&access=R202202008 -
“한국과 대만, 상호간 장점 수용해 발전적 관계 유지 기대”백용현 대한침구의학회장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지난달 3일부터 5일까지 대만 방문을 통해 대만 중의학 교육체계의 전반적인 과정을 살펴보고 돌아온 백용현 대한침구의학회 회장으로부터 대만에서의 느낀 점과 대한침구의학회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백용현 회장은 현재 경희대 한의과대학 침구의학교실 교수,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장 및 강동경희대병원 관절센터에서 진료하고 있다. Q. 대만 중의학에서 느낀 점은? 한국과 대만은 한국 한의약육성법과 대만 중의약발전법, 대만 국가중의약연구소와 한국한의학연구원 등 지난 십수년동안 서로의 장점을 수용해 제도와 정책에 반영하는 발전적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는 부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과 유사한 이원적 면허제도, 건강보험 적용, 중의약발전법을 토대로 지속적인 발전을 꾀하고 있는 대만은 중의학교육 및 대학평가에 있어서도 한국과의 긴밀한 교류 및 협조를 요청하는 입장이었다. 대만에서는 개별 대학 차원이기는 하지만, ‘15년부터 객관구조화진료시험(OSCE) 및 진료수행시험(CPX)을 시행해 오고 있으며, 금년부터는 CBT 적용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에서 표준화된 한국의 대학교육이나 한의사국가시험, 대학평가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특히 침구학을 포함한 3개 과목에서 전문의제도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침구의학회의 지속적인 자문과 협조를 요청했다. Q. 대만 방문에서 발표한 내용은? 침구의학회에서는 학회의 주요 연혁, 임원진, 학회지 소개와 함께 침구의학 전문의 교육 및 제도, 학술대회 및 아카데미 운영 등을 설명했다. 또한 침구의학회 주관으로 수행된 17개 질환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과 향후 학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초음파유도 약침·침도술 등 침구의학과 전문술기를 고도화하는 연구와 더불어 침구의학회 중심의 장기적·다면적 환자등록 연구 계획과 함께 국제협력 연구 활성화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Q. 대만 중화침구의학회의 반응은? 대만 중화침구의학회측에서는 침구의학과의 전문술기, 특히 약침요법과 매선요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고, 향후 침구학 전문의제도를 준비 중인 상황에서 침구의학과 전문교육 프로그램인 아카데미 교육과정과 그 내용에 대해서도 질의가 많았다. 향후 침구임상과 안전교육 등 국제협력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양국 학회 간 상호 교류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임원진들과의 미팅, 중화침구의학회 학술대회 참석 및 MOU 체결을 통해 앞으로도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했다. Q. 대만 중화침구의학회와 상호 교류할 분야는? 협정서에는 거의 전 분야에 걸친 교류·협력 방안이 언급돼 있으며, 기타 양 학회가 필요로 하는 시의적, 제도·정책적, 글로벌 이슈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력이 진행될 것이다. 양국 모두 전체 의료비용에서 한의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4%를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침구의학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기술의 개발과 급여 확대 방안은 양국의 침구의학과 전통의학을 살리는 길이라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Q.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사업은? 침구의학회는 학술, 교육·고시, 편집, 보험, 국제, 법제 등 분야별 부회장과 전담 이사제를 운영하면서 업무 전문화를 구축했고, 전 분야에서 침구의학과 한의학을 발전시키기 위한 중점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으며,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대한한의사협회 및 대한한의학회와의 긴밀한 협조관계를 지속해 오고 있다. 학술과 보험 분야에서는 신의료기술 등재 및 급여화 등 보장성 강화를 위한 학술 및 문헌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근거 창출과 표준화를 위한 학회 주도의 임상 및 정책 연구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침구의학 전문수련의 역량 강화를 통해 한의계 핵심인재로 양성하기 위한 전문술기 프로그램인 아카데미를 지속적으로 활성화시키고, 올해 진행될 침구의학 교과서 개편작업에서도 이러한 부분들을 시의적으로 반영함으로써 한의대생들의 교육방법을 다양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Q. 앞으로 침구의학회의 방향은? 미래 방향성은 내부적으로는 재정 안정을 통한 학회 내실화·사업 다각화, 대외적으로는 유관학회와의 상생발전과 국제협력을 통한 글로벌화의 중심에 서는 것이다. 침구의학회는 지난 2년여 동안 지출 조정과 학술대회·아카데미 활성화로 인한 수익 증대를 통해 장기적이고 지속성 있는 재정 안정을 이룩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학회지의 국제저널화, 회원들의 학술역량 강화를 위한 강의 질 향상, 전문의 임상역량 강화를 위한 아카데미 및 강좌에 대한 발전적 투자, 시의성을 반영한 교과서 혁신적 교정, 보장성 강화를 위한 학술 및 정책 과제 수행, 유관 국외 학회들과의 협력을 통해 국제교류 활성화를 도모할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사단법인화를 통해 학회의 체질을 개선하고자 한다. Q.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는데. 침구의학회는 지난 1973년 창립 이후 올해 50주년을 맞이했다. 50주년이라고 해서 큰 규모의 행사를 기획한다기보다는 지난 5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50년을 더욱 힘차게 준비해 보자는 다짐의 시간이 됐으면 한다. 5년 전 침구의학회는 학회지의 국제저널화를 위해 ‘Journal of Acupuncture Research(JAR)’라는 영문학회지로 변경하면서 큰 투자를 지속해 오고 있는데,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할 것이다. 또한 50주년을 기점으로 ‘대한침구의학회 학술상’을 제정, 매년 시상할 예정이다. 아울러 학회의 글로벌화를 위한 여정의 시작으로, 한의사협회 및 한의학회와 협력해 유관 국제학회 관계자들과의 시간도 마련해 볼 계획이다. Q. 강조하고 싶은 말은? 한의계를 둘러싼 여건은 매년 어렵다고 했었지만, 올해는 여러 가지 대외적인 변수도 더해져 한층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 3년은 유독 한의계를 더 힘들게 한 것이 사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한의사협회와 한의학회를 중심으로 대학, 유관단체 및 각 회원학회들이 더불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힘을 모아가야 한다. 아울러 의사, 치과의사, 약사, 간호사 단체들과 경쟁해 나가면서도 상호 협력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다함께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올 한해도 모두 건강하시고, 가정에 큰 행복과 웃음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드린다. -
“다가올 한의사 뇌파기기 사용의 타당성”손성훈 원장 대전 휴한의원 / QEEG-D:국제뇌파전문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22일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를 활용한 의료행위에 대진단 보조도구로서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보장하는 것”이라며 무죄 취지를 밝혔다. 이는 한의계의 숙원이 극적으로 이루어지며 현대 한의학의 새 장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이 판결이 한의사에게 모든 현대의료기기를 다룰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진단 보조 수단으로서 보건위생상 통상적 수준을 넘어서는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초음파진단기기를 비롯한 몇몇 의료기기들은 낮은 위해성과 함께 의료인이 일정한 교육을 이수했다면 전문성도 무난히 갖출 수 있는 만큼 한의사에게 허용해야한다는 의견이 보건의료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초음파 진단기기에 이어 뇌파계 한의사 사용 합법 여부도 결정할 예정이어서 한의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6년 9월에 있었던 한의사 뇌파계 관련 소송건은 1심과 2심 모두 유죄가 선고됐던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활용과 달리 2심에서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다’고 판결이 뒤집힌 상황으로, 대법원은 이에 대해 지난해 10월 전원합의기일 심리를 지정하고 현재 쟁점에 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뇌파를 조절해 뇌기능의 향상을 도모하는 일명 ‘뉴로피드백’은 이미 몇 해 전 ‘생기능자기조절훈련’이라는 명칭으로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를 통과해 한의사가 뇌파기기를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세계적인 뇌파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미국뇌파학회(AEEGS)’, ‘국제정량화뇌파인증위원회(이하 IQCB)’에서 인정하는 ‘정량화뇌파(이하 QEEG)’ 전문가인 ‘국제정량화뇌파자격증(이하 QEEG-D)’ 자격증에 응시할 수 있는 대상자에는 한의학·의학·심리학·간호학·물리치료·작업치료·재활치료·카이로프랙틱·레크리에이션요법·운동생리학 전공자 등이 포함돼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뉴욕주의 경우 심리센터 등의 비의료기관에서 자격증만으로도 의료인이 아닌 심리학자 등도 뇌파계를 통해 뇌를 진단할 수 있다. IQCB에서 인증하는 유일한 QEEG-D 취득은 소정의 교육과정을 거쳐 엄격한 필기시험 통과해야하며, 10건의 실전 임상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문가와 일대일 멘토링을 통한 임상수련을 마쳐야만 한다. 세계적 권위의 뇌파 전문가 양성기관에서 인증하는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해 전문성을 갖춘 한의사들부터 우선적으로 뇌파 진단기기의 사용을 허용하는 순서로 가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뇌 기능을 진단하는 기기에는 뇌파를 이용한 △뇌전도(EEG) △뇌자기도(MEG) △기능적 자기공명 영상법(fMRI) △양전자 단층촬영(PET) △단일광자 단층촬영(SPECT) 등이 있다. 이 가운데 EEG는 공간해상도는 가장 낮지만, 시간해상도는 0.001초 이하로 모든 기기 중 측정이 가장 빠르며 장시간 측정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기술 발전으로 tEEG의 입체적인 공간해상도가 매우 향상돼 fMRI만큼 높아졌으며, 다른 기기들에 비해 차지하는 공간이나 소요되는 비용부담도 훨씬 적다. 또, PET이나 SPECT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주사해 검사를 시행하므로 침습적이지만 EEG는 비침습적이며 안전한 검사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렇듯 EEG는 유사한 기능의 다른 기기들에 비해 강점이 있으며, 특히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QEEG는 측정한 뇌파의 처리와 해석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즉, ‘원뇌파(raw EEG)’는 아날로그 형태로 측정되는데, 이를 고속 푸리에 변환이라는 수학적 함수에 따라 디지털 형태의 QEEG로 변환하면 디지털화돼 뇌파 정보의 처리와 해석을 훨씬 편리하게 처리해준다. 이러한 뇌파 측정 및 해석 기술은 날로 진화하고 있어 요즘은 고해상도 3차원 그래픽으로 뇌의 기능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swLORETA’까지 등장해 있고, 앞으로도 많은 발전을 거듭해 뇌의 신비를 한층 밝혀줄 더욱 요긴한 도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합법이라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 이처럼 유용하면서도 위해성은 낮으며, 의료인이 이에 대한 전문 자격을 갖춘다면 뇌파기기는 한의사가 확보할 수 있다. 정부가 ‘의료계 대립’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한의사에게 뇌파기기 사용을 원천적으로 제한한다면 이는 양의계 횡포와 설득력 없는 구태로 인한 우리나라 의료 효율성 저하를 야기할 것이다. 세계적 권위의 뇌파 전문기관에서 교육받고 취득하는 뇌파전문가자격증을 갖춘 한의사들을 중심으로 뇌파기기 사용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것에 제동을 걸 양의계의 명분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
“이제 그만, 제발, 저 좀 포기해 주세요”김은혜 경희대학교 산단 연구원 (전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임상교수)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경희대 산단 연구원의 글을 소개한다. 갈비뼈 한 대 한 대가 보일 정도로 앙상한 남자가 휠체어를 타고 들어왔다. 두 다리는 꾹 누르면 움푹 파일 것처럼 퉁퉁 부어 있고, 마주친 샛노란 눈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뒤따라 들어온 여자는 그가 탄 휠체어를 붙들고 섰다.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긴장한 듯 눈빛이 흔들리지만 팔 한쪽에 끼워놓은 사전보다 더 두꺼운 갈색 서류 봉투만은 놓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선생님, 저희 남편 살 수 있죠?” “의무기록지는 저기 앉아 있는 선생님 주시면 돼요.” 간호사 선생님의 말과 함께 나에게 건네진 갈색 봉투를 열어 안에 든 종이들을 꺼냈다. 빽빽이 적힌 내용, 그중 문구 하나가 눈에 띄었다. ‘기대 여명 1개월 이하’ 문장의 끝에는 의사의 서명이 자그마하게 적혀 있었다. 두꺼운 서류들을 다 읽고 덮으니 어느새 보호자가 옆에 앉았다. “선생님, 저희 남편 살 수 있죠?” 여자의 뒤로 한숨을 쉬는 남자가 보였다. 나는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온몸의 통증 때문인지 휠체어에 제대로 앉지 못하고 인상을 찡그리며 들썩거리는 환자를 먼저 병실로 보냈다. 그러고 나서 보호자에게 돌아와 의무기록지의 내용을―이미 아는 내용이겠지만―다시 읊어주었다. 보호자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무언가 바라는 게 있는 듯이 나를 계속 바라보았다. 나는 그 눈빛을 애써 뿌리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환자의 병실로 걸어갔다. 첫날밤은 여느 환자와 다를 바 없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허공을 바라보고 대화하는 환자와 그 옆에서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보호자의 모습. 신경안정제를 놓고 진통제를 늘리면서 보호자를 달래다 보면 환자는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이렇게 며칠을 반복하니 이따금 환자는 초점 없이 나를 쳐다보며 “저기요, 여기 병원인가요? 진통제 방금 들어갔어요?”라고 말을 걸었다. 긍정의 대답을 하자 환자는 내 가운을 훑고 보호자가 옆에 없는 걸 확인하고는 이어서 말을 꺼냈다. “선생님, 이제 그만, 제발,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심장이 바닥에 툭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그러시는 거죠? 사모님 계시는데 잘 버티실 수 있어요. 더 도와드릴 수 있는 방법 찾아볼게요.” 겉으로 감정을 숨기고 애써 여상히 말했지만 환자의 대답은 같았다. “저 좀 포기해 주세요.”꽤 자주 원망의 말도 날아오곤 했다. 포기해 줄 수 있으면서 왜 안 해주냐, 왜 내 말은 아무도 안 들어 주냐, 누가 원해서 여기 있는 거냐, 당신이 뭔데 내 인생의 마지막을 휘두르려고 하냐……. 그렇게 3주 동안 같은 상황이 쳇바퀴처럼 반복되며 모두가 힘든 밤을 보냈다. 물론 나는 그를 포기하지 않았다. “선생님 덕분에 편하게 있어요” 그날 밤도 보호자가 잠든 사이에 환자를 보러 조용히 병실로 갔다. 병실 창문 너머로 마주친 두 눈은 입원 이후 처음으로 또렷하게 초점을 맞추며 나를 쳐다보는 환자의 것이었다. 들어와도 된다는 손짓에 문을 열자 “이 늦은 시간에 또 오셨어요?”라는 인사말을 시작으로 상태를 묻는 의례적인 몇 가지 질문이 오갔다. 우리의 말소리만 두런두런 들리는 고요한 새벽 공기를 느끼다가 너무 늦은 밤 시간이라는 생각에 대화를 마치려 몸을 돌렸다. 그 순간 뒤에서 환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 덕분에 편하게 있어요. 항상 감사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다시 돌아서자 처음 보는 청명한 눈동자와 시선이 맞춰졌다.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을 숨기며 “보호자분이 지금 모습 보면 좋아하실 텐데”라고 대답하자 환자는 “자는데요. 뭘”이라고 말하며 싱긋 웃었다. 이것이 그와의 마지막 대화였다. “그간 감사했습니다” 임종 직전의 응급 상황에서는 몸도 가누지 못하고 오열하던 보호자는 사망 선고를 마치자 마음을 추스른 듯 내게 이야기했다. “정말 딱 한 달 채우고 가네요. 편한 얼굴로 가서 다행이에요. 그간 감사했습니다.” 몇 주의 시간이 지나고 보호자가 고맙다는 인사를 다시 하러 왔다며 케이크를 들고 찾아왔다. 이런 거 받으면 법을 어기는 거라고 마음만 받겠다하며 돌려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그가 몸부림치던 밤들이 떠올랐다. 포기해 달라는 말도, 편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도 다 진심이었을까? 만약 포기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포기해 달라는 말은 죽음 직전의 고통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갈수록 커지는 아내의 울음소리 때문이었을까.